알량한 말 바로잡기

 당도 當到


 목적지에 당도하다 → 목적지에 닿다 / 가려는 곳에 다다르다

 정상에 먼저 당도했다 → 꼭대기에 먼저 닿다

 외갓집에 당도하는 즉시 → 외갓집에 다다르면 바로 / 외갓집에 닿는 대로 곧

 서울에 당도하여 책방을 찾자 → 서울에 이르러 책방을 찾자


  ‘당도(當到)’는 “어떤 곳에 다다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다르다’로 손보면 되고, ‘닿다’나 ‘이르다’나 ‘가다’나 ‘오다’로 손볼 수 있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당도(當途/當塗)’가 실리는데 “= 당로(當路)”로 풀이하고, ‘당로(當路)’는 “1. 정권을 잡음 2. 중요한 지위나 직분에 있음”으로 풀이해요. ‘당도(當道)’는 “1. 바로 이 길 2. 자기가 학문을 닦는 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지 싶어요.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지요. 2016.8.26.쇠.ㅅㄴㄹ



이곳에 당도하면 언제나 느끼는 안도감이 있었다

→ 이곳에 닿으면 언제나 마음이 놓였다

→ 이곳에 오면 언제나 마음이 놓였다

→ 이곳에 가면 언제나 느긋한 마음이 되었다

→ 이곳에 다다르면 언제나 느긋했다

《송정임·김종관-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뿌리와이파리,2015) 20쪽


강물은 바다에 당도하여 몸을 비튼다

→ 강물은 바다에 닿아 몸을 비튼다

→ 냇물은 바다에 다다라 몸을 비튼다

→ 냇물은 바다에 이르러 몸을 비튼다

《고형렬-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 175쪽


이리저리 누비며 오늘날의 미국에까지 당도했다

→ 이리저리 누비며 오늘날 미국에까지 닿았다

→ 이리저리 누비며 오늘날 미국에까지 왔다

→ 이리저리 누비며 오늘날 미국에까지 이르렀다

《메릴린 옐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정지인 옮김-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책과함께,2016) 39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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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 각 별



各省別로 통하는 식권

→ 성마다 쓰이는 식권

→ 성에서만 쓰는 밥표

→ 성에 따라 쓰는 밥표

→ 성마다 달리 쓰는 밥표

→ 성마다 따로 쓰는 밥표


각(各) : 낱낱의

-별(別) : ‘그것에 따른’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각(各)’하고 ‘별(別)’을 함께 쓴 ‘각성별(各省別)’은 겹말입니다. “각 동네별로”나 “각 나라별로”처럼 쓸 적에도 겹말이지요. ‘각’이나 ‘-별’ 같은 외마디 한자말을 꼭 쓰고 싶다면 “각성에”나 “성별로”로 쓸 노릇이지요. “각 동네에”나 “동네별로”처럼 쓸 수 있을 테고요. 그러나 “성마다”하고 “동네마다”로 손질해서 쓰면 될 노릇입니다. “성에 따라”나 “성마다 달리”나 “성마다 따로”처럼 손질할 수도 있어요.



중앙에서 발급하는 전국통용의 양표도 있고 各省別로 통하는 지방단위의 식권도 있었다

→ 중앙에서 내주는 전국에서 쓰는 양표도 있고 성마다 쓰는 지방 단위 식권도 있었다

→ 중앙에서 주어 전국에서 쓰는 양표도 있고 성마다 따로 지방에서 쓰는 밥표도 있었다

《굴강의인/김동규·최금선 옮김-중공유학기》(녹두,1985) 11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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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40 : 다시 재생



다시 재생되었으며

→ 다시 살아났으며

→ 다시 일어났으며

→ 다시 태어났으며

→ 다시 생겨났으며


재생(再生) : 1.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 2. 타락하거나 희망이 없어졌던 사람이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 살아감 3.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 4. 녹음·녹화한 테이프나 필름 따위로 본래의 소리나 모습을 다시 들려주거나 보여 줌



  한자말 ‘재생’은 “다시 살다”나 “다시 쓰다”나 “다시 들려주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다시 재생되었으며”처럼 쓰면 겹말이에요.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재생되었으며’처럼 쓰고, 한자말을 쓰려 하지 않는다면 “다시 살아났으며”나 “다시 일어섰으며”처럼 알맞게 손질해 줍니다. 2016.8.26.쇠.ㅅㄴㄹ



네 번이나 멸망했다가 다시 재생되었으며

→ 네 번이나 무너졌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 네 번이나 없어졌다가 다시 생겨났으며

→ 네 번이나 허물어졌다가 다시 섰으며

《도현신-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서해문집,2016) 18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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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39 : 각각의 환경마다



각각의 환경마다

→ 다 다른 환경마다

→ 모든 환경마다

→ 환경마다


각각(各各) :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마다. ‘따로따로’로 순화



  ‘각각’은 ‘하나하나마다’를 가리키니 “각각의 환경마다”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마다’가 겹으로 나오는 셈이지요. ‘각각의’를 ‘다 다른’이나 ‘모든’으로 손볼 수 있고, 아예 덜 수 있습니다. 또는 “지내는 환경마다”나 “살아가는 환경마다”처럼 손볼 만합니다. 2016.8.26.쇠.ㅅㄴㄹ



각각의 환경마다 여성들의 우정이 띠는 외적 형식은 다양하지만

→ 다 다른 환경마다 여성들 사이 우정이 띠는 겉모습은 다양하지만

→ 지내는 환경마다 여성들이 맺는 우정이 띠는 겉모습은 갖가지이지만

《메릴린 옐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정지인 옮김-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책과함께,2016) 38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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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그스르느라



연기에 그스르느라고

→ 연기로 익히느라고

→ 그으느라고 (‘그을다’를 쓰면)

→ 그을리느라고 (‘그을리다’를 쓰면)


훈제(燻製) : 소금에 절인 고기를 연기에 그슬려 말리면서 그 연기의 성분이 흡수되게 함

그슬다 :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다

그을다 : 햇볕이나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



  ‘그슬다’하고 ‘그을다’는 다릅니다. ‘그슬다’는 불에 겉을 살짝 익힐 때를 가리키고, ‘그을다’는 연기로 익힐 때를 가리켜요. 불 기운으로 익히기에 ‘그슬다·그슬리다’요, 연기 기운으로 익히기에 ‘그을다·그을리다’입니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연기로 익히는 일을 한자말로 ‘훈제’라고도 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연기에 그슬려 말리면서”로 풀이합니다. ‘그슬다’는 불 기운으로 익히는 일을 가리키니, 이 말풀이는 틀립니다. “연기에 그스느라고”는 겹말은 아니지요. ‘그슬다·그을다’ 두 낱말을 헷갈려서 잘못 쓴 셈입니다. “연기에 그을어 먹는다”처럼 쓸 적에 겹말이에요.


  더 헤아려 본다면,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새롭게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다음처럼 뜻풀이를 두 가지로 갈라야지 싶습니다.


그슬다

1. 불에 겉이 살짝 타다

  - 춥다고 모닥불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머리카락이 그슬었다

2. 불을 써서 먹음직스럽게 만들다

  - 숯불에 고기를 그슬어 먹는 맛은 남다르다

  - 그슬린 돼지고기

그을다

1. 햇볕이나 연기를 쬐어 검게 되다

  - 여름내 자전거로 다녔더니 팔뚝과 허벅지가 잔뜩 그을었다

2. 연기를 써서 먹음직스럽게 만들다

  - 불에 그스는 고기와 연기에 그은 고기는 맛이 다르다

  - 그을린 연어



작은 사냥감을 연기에 그스르느라고 바빠서, 정확한 날짜를 확인해 보지 못했다

→ 작은 사냥감을 연기에 익히느라고 바빠서, 제 날짜를 살펴보지 못했다

→ 작은 사냥감을 그으느라고 바빠서, 제 날짜를 알아보지 못했다

《진 C.조지/김원구 옮김-나의 산에서》(비룡소,1995) 2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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