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 ‘건전해’진다



  서울에 사는 이웃님하고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입으로 “시골에서 살면 ‘건전해’져요.”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어라, 그런가? 그래, 그렇구나. 시골에서는 도시하고 달리 ‘눈을 어지럽히는 것’도 ‘소비와 상품에 꼬드기는 것’도 없다. 흙을 만지는 사람한테는 졸업장이나 자격증은 쓸모가 없다. 흙을 만지는 사람한테는 주먹힘이나 이름값 따위는 쓸데가 없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한테는 얼굴 생김새라든지 잘빠진 몸매는 하나도 대수롭지 않다. 더군다나 시골에서는 읍내나 면소재지에서 살지 않으면, 술 한 병을 살 곳도 없다. 언제나 바람소리를 듣고 풀내음을 맡으며 숲노래를 부르는 삶이 시골살이라고 할 만하다.


  아, 예전에는 한겨레 누구나 시골사람이었다. 몇몇 지식인과 궁중 관료만 서울사람이었다. 그런데, 몇몇 지식인조차 시골에서 사는 사람이 많았다. 오늘날에는 한겨레 거의 모두 도시사람이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이 아주 드물고, 시골집에 깃들어 흙을 만지면서 공무원 노릇을 하거나 지식인이나 학자로서 글을 쓰거나 정치 일꾼으로 지내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도시사람이기에 ‘안 건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시골사람이어도 농약을 마시고 비료를 만져야 하면 고단하다. 농협 수매로 근심을 하고 자질구레한 행정에 시달리면 괴롭다. 일철에도 일철이 아닌 때에도 오늘날 시골 할배는 날마다 소줏병을 옆에 낀다. ‘건전’이란 뭘까? 어떠한 삶이 ‘건전’일까? 즐거운 삶이나 아름다운 삶이란 뭘까? 도시에서나 시골에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기쁨을 헤아리는 삶은 얼마나 될까?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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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테러’나 ‘막말’을 일삼는 책읽기



  영화나 웹툰을 놓고 ‘별점 테러’를 일삼는 이들이 꽤 많다. 책이나 글을 놓고 ‘막말’을 일삼는 이들이 꽤 많다. 별점 테러를 하는 이들은 영화나 웹툰을 보기나 했을까? 보기나 하면서 무슨 이야기나 줄거리인지 헤아리기나 했을까? 책이나 글을 놓고 막말을 일삼는 사람은 책이나 글을 읽기나 했을까? 책이나 글을 놓고 어떤 넋이나 얼인지 헤아리기나 했을까?


  별점 테러나 막말을 인터넷에서 막을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하다. ‘네이버 영화’라든지 ‘알라딘서재’ 같은 곳에서 별점 테러나 막말이 오르내리는 일을 ‘관리자’가 어떻게 다스리는 일은 거의 할 수 없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별점 테러나 막말은 무엇일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한테는 그 사람 인터넷 계정에 언제까지나 ‘별점 테러와 막말을 일삼은 자국’이 남는다. 다만, ‘내 계정’이 아닌 ‘남 계정’을 훔쳐서 들어왔다면 그 사람 계정에는 자국이 안 남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별점 테러와 막말을 일삼은 사람 ‘마음자리’에는 그런 자국이 또렷이 남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그러나, 바로 그 사람은 안다. 하느님은 알까? 하느님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별점 테러나 막말을 일삼은 그 사람은 안다.


  언제까지 그대 스스로 그대 마음자리에 바보스러운 별점 테러나 막말을 심으면서 살 생각인가 궁금하다. 콩 심은 데 콩 나듯이, 막말을 심은 마음자리에서는 막말이 자란다.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별점 테러를 심은 마음자리에서는 별점 테러가 자란다.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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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책읽기



  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면, 삶도 사랑도 꿈도 노래도 언제나 푸른 이야기가 되겠지요. 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나눈다면, 삶도 사랑도 꿈도 노래도 언제나 푸른 숨결이 되겠지요. 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삶도 사랑도 꿈도 노래도 언제나 푸르게 우거지는 잔치가 되겠지요. 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산다면, 삶도 사랑도 꿈도 노래도 언제나 푸른 꿈밭이 되겠지요. 4348.8.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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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에서 책 한 줄 못 읽다



  아이들하고 골짝마실을 다녀온다. 한여름 물놀이는 언제나 시원하고 즐겁기에 오늘도 씩씩하게 자전거를 몬다. 그런데 오늘은 여느 날하고 사뭇 다르도록 다리에 힘이 안 붙는다. 왜 이리 힘이 안 붙을까?


  골짜기에 깃들어 읽을 책을 두 권 챙겼다. 골짜기에서는 숲바람이랑 물내음이랑 풀빛이 온몸을 고요하게 북돋아 주어서 책 두 권쯤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골짝물에 몸을 반쯤 담그며 책을 읽으면 얼마나 재미나면서 신나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몇 쪽 읽기도 벅차서 그만 바윗돌에 책을 내려놓고는 끙끙 소리를 내며 드러눕는다. 큰아이가 “아버지, 이제 집에 가자!” 하고 부를 때까지 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한다.


  골짜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다. 수월하다. 어찌저찌 잘 돌아온다. 자전거를 들이고, 빨래와 이불을 걷고, 부엌을 치운 다음, 아이들한테 먹을것을 차려 놓는다. 곧장 쓰러지고 싶지만 쓰러질 수 없다.


  맑은 물을 몇 모금 들이켜면서 생각한다. 마음이 힘들기에 몸이 덩달아 힘들다. 마음을 달래지 않는다면 몸을 살릴 수 없다. 노래하는 마음을 찾자. 내가 볼 모습은 ‘골짜기에 깃든 도시 손님이 버린 쓰레기’가 아닌 ‘골짜기에 늘 한결같이 흐르는 짙푸르고 싱그러운 기운’이다. ‘여름철 도시 손님이 버린 쓰레기’만 쳐다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면 마음까지 괴롭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노는 모습’에 마음을 기울일 때에 나도 웃음이 나온다.


  누군가 나를 해코지하려고 한들 다른 사람이 나를 해코지할 수 있지 않다. 해코지하려는 사람 스스로 이녁 마음을 망가뜨릴 뿐이다. 나는 내 마음속에 깃든 고운 넋을 바라볼 노릇이고, 내 곁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숨결을 사랑으로 어루만지면 될 일이다. 바람 분다고 쓰러지는 나무가 어디 있나? 나무는 바람이 불면 싱그러운 소리를 내며 춤을 춘다. 나도 춤을 추자.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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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08-01 04:03   좋아요 0 | URL
바람이 불면, 바람이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를 흔들어줘서, 나무뿌리 사이사이, 다져진 흙 사이사이, 공기가 솔솔 통하게 됩니다. 가지에 바람이 불면 뿌리에도 바람이 부는 샘!
쓰러질 나무는 쓰러지게 두고...춤출 나무는 열심히 춤을 춰야죠~~발가락 사이도 시원하니 춤추는게 당연합니다^^

숲노래 2015-08-01 04:4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바람이 불 적에 나무 곁에 서서 나뭇줄기를 가만히 어루만지면, 나무가 흔들흔들 할 적마다 뿌리도 살짝살짝 들썩거리면서 뿌리숨을 쉬는 몸짓이었지 하고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도시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시골에서는 언제나 느끼는 일들인데, 저 스스로 이러한 삶과 보금자리에 찬찬히 마음을 기울이면서 오늘 하루부터 새롭게 맞이해야지 싶어요. 고맙습니다.
 

얼마나 예쁜가


  큰아이는 이제 고무신을 못 신는다. 아이들 발에 맞는 고무신이 없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고무신을 다시 신으려면 발이 220이 넘어야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어린이가 신는 ‘플라스틱 압착 고무신’이 있기는 하되, 180이나 190이나 200이나 210 크기로는 없다. 220 크기는 ‘여자 어른’ 발에 맞춘 가장 작은 고무신이다.

  큰아이는 ‘노란 고무신’을 참 신나게 신으며 놀았다. 이러다가 한 짝을 잃었고, 다시 장만하지 못했다. 작은아이가 물려받지 못한 노란 고무신인데, 조그마한 고무신은 얼마나 예쁜가? 조그마한 아이도 얼마나 예쁜가? 조그마한 아이들 조그마한 손과 발과 몸은 참말 얼마나 예쁜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참말 괜한 말이 아니다. 작은 것, 작은 사람, 그러니까 어린이가 아름답다. 어른으로서도 제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을 내세우지 않고 수수하게 삶을 가꾸는 사람이 아름답다. 다만,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이 있다고 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다.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이 있더라도 이를 내세우지 않고 이웃하고 즐겁게 나누면서 살림을 수수하게 가꿀 줄 안다면 누구나 아름답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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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29 23:55   좋아요 0 | URL
아~~노란 고무신 너무 예뻐요~~
그동안 벼리가 이 고무신을 신고 폴짝폴짝~~뛰어 노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함께 즐거웠는지요!!^^
늘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사진과, 좋은 마음의 글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숲노래 2015-07-30 02:45   좋아요 0 | URL
어른이 신는 고무신도
노랑 빨강 파랑 분홍... 온갖 빛깔이 있다면
고무신 신는 어른이 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해요.
오늘도 새롭게 즐거운 하루 누리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