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 서점원이 찾은 책의 미래, 서점의 희망
다구치 미키토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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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5


마을책방에서는 책만 사지 않습니다
―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다구치 미키토 글
 홍성민 옮김
 펄북스 펴냄, 2016.10.20. 13000원


  책방이 없는 시골과 도시를 생각해 봅니다. 시골에 책방이 없다면, 시골에 책을 읽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시골에서는 일철이 있고 일철이 아닌 때가 있어요. 일철에는 부지깽이도 거들어야 할 만큼 바쁩니다만, 일철이 지나면 여러모로 한갓집니다. 시골에 책방이 없다고 한다면, 일철이 아닌 쉬는 한갓진 철에 책을 곁에 두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도시에 책방이 없다면 시골하고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시골에서는 심고 가꾸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일철이 날씨 흐름하고 맞물리면서 흐릅니다. 도시에서는 봄부터 겨울까지 따로 날씨나 철에 따라서 일을 하지 않아요. 비가 오거나 볕이 내리쬐거나 출퇴근 시간은 같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출퇴근 시간은 같지요. 도시에 책방이 없다면 날마다 똑같이 일하러 다니느라 바쁘거나 벅차거나 고단한 터라 책을 곁에 둘 만큼 느긋하거나 넉넉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책 한 권을 살 돈이 없다기보다도 책이 있어도, 이를테면 도서관이 있어도 빌려서 볼 만한 겨를이나 말미를 못 낸다는 뜻이에요.


서점은 단순한 기호품을 다루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재해는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도호쿠 사람들에게, 그리고 전 국민 모두에게 책은 필수품이었다. (9쪽)

내가 초등학생 때는 서점 장사가 잘되었다. 동네도 시끌벅적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모든 교류의 장이 서점이었다. 계산대 옆에는 응접세트가 있었고 그곳에 늘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눴다. (22쪽)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펄북스,2016)을 읽습니다. 이 책에는 일본에서 작은 마을책방을 꾸리는 분이 이녁 책살림을 풀어놓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커다란 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 언저리에서 마을책방을 하는 마음과 삶과 생각을 들려줍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은 시골까지는 아닙니다만, 한국으로 치자면 보성읍이나 봉화읍 같은 곳에 마을책방을 열어서 꾸린다고 볼 만해요. 책을 사서 읽을 만한 사람이 적다고 할 만한 곳에서 마을책방을 꾸린다고 할까요.


이토 씨는 과일에 제철이 있듯이 책에도 ‘철(때)’이 있다고 했다. 무조건 신간이라고 제철이 아니다. 오래된 책도 제철이 찾아온다. 어떻게 그 타이밍에 손님에게 제안할까. (31쪽)

동네서점에는 ‘철수’라는 선택지가 없다 … 반면에 전국적으로 뻗어 있는 대형점은 모리오카라는 땅에서 장사가 안된다면 철수해 버리면 된다. (56쪽)


  일본하고 한국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온누리에 손꼽히는 ‘책벌레’ 나라일 수 있습니다. 출판사도 책방도 대단히 많고, 책방거리도 곳곳에 있을 뿐 아니라, 책 팔림새도 돋보입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숫자나 크기만으로 일본이 ‘책벌레’ 나라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느껴요. 한국 사회나 정치나 역사 흐름을 돌아본다면, 양반과 양반 아닌 사람을 가르는 틀에다가, 양반만 한문을 익혀서 책을 볼 수 있던 틀도 깊었습니다만, 배우려고 하는 마음은 한국도 대단히 드높아요. 비록 오늘날 이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교’에 목을 매다는 입시교육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지만 말이지요.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우리만의 색깔을 갖고 한 권 한 권을 파는’ 열정이다. (61쪽)

손님이 어떤 책이 필요할지 상상해서 스스로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 길을 만드는 것이 서점의 역할이자 즐거움이다. (69쪽)


  《동네서점》은 마을에 책방이 있으면 무엇이 좋은가 하는 대목을 차분하게 짚습니다. 마을에 책방이 있으니, 첫째 마을에서 책을 바라는 분들이 즐겁게 나들이를 온다고 해요.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을 찾기도 할 테지만, 책이 무엇인가를 더 살갗으로 느끼려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가 책을 인터넷서점에 주문을 넣어서 사더라도 ‘손에 책을 쥐어서 우리 스스로 눈으로 글씨를 좇아 마음에 이야기를 담아’야 비로소 ‘읽는다’는 일을 이루거든요. 사람들이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구태여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기보다는 스스로 짬을 내어 가볍게 바람을 쐬듯이 책방마실을 다닌다고 합니다.

  요 몇 해 사이에 한국 곳곳에 독립책방이 잇달아 문을 여는 모습을 이런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어요.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는 분은 때때로 ‘베스트셀러’도 장만해서 읽지만, 베스트셀러만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는 ‘베스트셀러 중심 진열과 홍보’를 하기 마련입니다. 책을 꾸준히 즐겁게 읽는 분들은 여러 갈래 책을 고루 살필 뿐 아니라,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책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요. 손에 쥐어서 읽을 책이니, 책방마실을 하면서 ‘낯선 여러 가지 책’을 죽 돌아보면서 그동안 알지 못한 책을 스스럼없이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기 마련이에요.


“이 책을 읽었는데 다음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 서점이 될 수 있을까. (122쪽)

인터넷서점과 지역자본이 아닌 대형서점의 체인점 때문에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그린 그림을 실현시키기 위한 우리의 각오가 부족했을 뿐이다. (134쪽)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장만할 적에는 ‘다음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하고 허물없이 물어볼 만한 책방지기를 만날 수 없습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장만할 적에도 계산원이나 관리자를 붙잡고 책수다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책을 꾸준히 즐겁게 읽는 분들은 어느 한 마을에 살면서 스무 해나 마흔 해나 예순 해까지도 걸쳐서 단골로 책방마실을 할 텐데,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이 오랜 단골이 오랜 삶길에 걸쳐서 책을 마주하는 마음을 읽거나 헤아리기 어렵지요.

  이 대목에서 마을책방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길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을책방은 대형서점처럼 책을 어마어마하게 팔아치울 수 있는 데가 아닙니다. 마을책방은 마을책방다운 살림을 알맞게 가꾸면서 도란도란 어우러질 수 있는 우물가나 샘가나 물가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매출과 유통과 홍보 흐름에 맞추어 책을 놓을 테지만, 마을책방에서는 마을사람 마음을 이끌 만한 책을 저마다 다르면서 재미있게 가꾸어 볼 수 있어요.

  이른바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뽑는다면, 마을책방에서는 ‘마을에서 사랑하는 책’을 그때그때 다르면서 새롭게 선봉일 만해요.


서점에서 단지 책을 사는 것뿐이라면 대형서점이 있으면 충분하다. (55쪽)

전부 베스트셀러만 진열하면 오히려 책이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서점원은 잘 알고 있다. 이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78쪽)


  마을책방에서는 책만 사지 않습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방지기하고 책손이 마을사람으로서 만납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을 징검돌로 삼아서 마을을 한껏 아름답게 가꾸거나 살찌우는 길을 즐겁게 생각하는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방지기하고 책손이 이웃으로서 사귑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을 발판으로 삼아서 이 마을이 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이들이 활짝 웃고 어른들이 신나게 노래하는 살림을 짓는 길을 찾아보려는 마음을 나눕니다.

  물건을 그저 사기만 하면 될 뿐이라면 큰 가게, 이른바 대형마트나 백화점만 있으면 돼요. 마을가게가 있는 까닭, 마을찻집이 있는 까닭, 마을떡집이나 마을빵집이 있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마을책방은 수많은 마을살림 가운데 하나이면서, 마을사람이 오순도순 생각을 지피는 씨앗을 얻는 책을 소담스레 갖춘 너른마당이자 열린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8.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을 말하는 책/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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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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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00


아름다운 책 둘레에 즐거운 책
― 고양이의 서재
 장샤오위안 글
 이경민 옮김
 유유 펴냄, 2015.1.24. 12000원


  처음에는 책 한 권입니다. 글씨가 찍힌 종이를 묶은 꾸러미로 보이던 것이 책인 줄 알아차리고, 이 책을 찬찬히 넘기다가 어느새 푹 빠져듭니다. ‘읽다’가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삶읽기가 책읽기로 뻗고, 어느새 사람읽기와 마음읽기로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책을 하나 만났기에, 다른 아름다운 책이 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권 곁에 두 권이 놓입니다. 아름다운 책 둘레에 즐거운 책이 놓입니다. 즐거운 책 언저리에 사랑스러운 책이 놓입니다. 사랑스러운 책 가까이 멋스러운 책이 놓입니다.


어떤 기자가 내게 “만약 스스로 묘비명을 쓴다면 뭐라고 쓰겠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는 늘 자신이 즐거운 고양이이기를 바랐다.” 이 바람은 지금도 여전하다.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서재에서 게으른 고양이가 책과 디브이디 사이를 거닐다 앉았다 하며 동서고금의 신기하고 이상한 일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17쪽)


  장샤오위안이라는 분이 쓴 《고양이의 서재》(유유,2015)를 읽습니다. 책에는 딱히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책 첫머리에 ‘빗돌에 적히고 싶은 글’로 고양이 이야기가 짧게 나올 뿐입니다.

  그런데 책을 첫 줄부터 끝 줄까지 다 읽고 보니 다른 생각이 들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먹이를 찾고 마실을 다니듯이 책 사이에서 홀가분하면서 호젓하게 삶을 누리고 싶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서재”란 고양이 같은 모습이나 몸짓으로 삶을 일구었다는 뜻일 수 있어요. 책을 읽고 사랑하며 가까이한 삶은 마치 고양이가 느긋하면서 한갓지게 볕바라기를 하거나 낮잠을 자는 듯한 모습이나 몸짓이었다고 할 만해요.


역사 사건의 발생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는 역사를 죽도록 암기하는 과목으로 알고 지내며 그저 시간이라는 한 축에만 주의를 기울여 왔다. (68쪽)

나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주지 않는 편이다.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탓이다.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책을 빌려 가고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굴리다가 책을 잃어버리면 없어졌나 하고 만다. (85쪽)


  사람은 책만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사람은 삶에서 배운 이야기를 책에 담습니다. 사람은 책만 쓰거나 읽지 못합니다. 사람은 삶을 짓는 즐거움이나 기쁨이 있어서 책을 쓰거나 읽습니다.

  삶을 깊이 바라보면서 책을 깊이 읽습니다. 사람을 넓게 마주하면서 책을 넓게 읽습니다. 삶을 두루 헤아리면서 책을 두루 헤아립니다. 사람을 사랑스레 얼싸안으면서 책을 사랑스레 얼싸안습니다.

  《고양이의 서재》를 쓴 분은 스스로 수많은 책을 읽으며 배우는데, 책으로뿐 아니라 다른 숱한 삶자리에서도 고루 배웁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이야기를 언제나 스스로 글로 옮겨 새로운 책 한 권으로 내놓습니다.


왜 좀더 참신하고 새로운 건 없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들 어두운 미래를 그리면 왜 밝은 미래를 그리는 사람은 없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반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밝은 미래로는 반성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164쪽)

자기 책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일은 자기 책이든 아니든 세상의 좋은 책을 모두 사랑하는 일이다. (188쪽)

최남선은 《삼국사기》를 정리한 사람이기도 하다. 해제는 한국어로 쓰였지만 대단히 ‘학술적’인 글이라 글에 한자가 많았다. 이런 분야에서 일본과 한국은 꽤 닮아서, ‘학술적’인 글일수록 한자가 많다. (206쪽)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책을 한 권 읽습니다. 앞으로 두 걸음을 내딛으면서 책을 두 권 읽습니다. 찬찬히 내딛는 걸음마다 책을 한 권씩 곁에 둡니다. 그리고 새롭게 배우는 만큼 새로운 이야기를 손수 써서 아이나 이웃한테 남깁니다. 우리 스스로 길어올린 아름다운 삶과 살림이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라는 모습으로 책에 적힙니다.

  새롭게 짓고, 새롭게 나누어요. 새삼스레 읽고, 새삼스레 써요. 아름다운 책 둘레에 즐거운 책을 놓고 싶은 마음이 자라면서 서재를 이루고 도서관이 태어납니다. 네가 쓴 책을 내가 기쁘게 읽고, 내가 쓴 책을 네가 반갑게 읽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짓는 사람이요, 우리는 모두 배우며 나누는 사람이로구나 싶습니다. 2017.8.2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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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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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03


‘책방이 있는’ 이쁜 고장을 생각한다
― 당신에게 말을 건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글
 정희우 그림
 알마 펴냄, 2017.2.20. 11500원


  저는 어느 고장을 떠올릴 적에 다른 분들하고 참말로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경주라고 하는 고장을 들면 흔히 불국사나 첨성대를 떠올리는 분이 많겠지요. 그러나 저는 경주라고 하면 ‘소소밀밀’이라고 하는 그림책 전문 책방이 있는 고장이라고 떠올립니다.

  제주라고 하면 ‘책밭서점’이라는 오래된 헌책방이 이쁘게 있는 고장이라고 떠올려요. 춘천이라고 하면 ‘경춘서점’이라는 아름다운 헌책방이 있는 고장이라고 떠올리고, 전주라고 하면 ‘홍지서림’이나 ‘책방 같이’나 ‘조지 오웰의 책방’ 같은 곳이 어여쁜 고장이라고 떠올립니다.

  그리고 속초라고 하면 중앙시장 언저리에 있는 작은 헌책방이 살뜰한 고장이라고 떠올리면서, ‘동아서점’ 같은 씩씩한 책방이 있는 알뜰한 고장이라고 떠올립니다.


서점 해볼 생각 있느냐? 2014년 8월의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막 일어난 내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버지였다. (17쪽)

속초에서 서점을 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내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1쪽)


  아버지가 지은 책방살림을 새롭게 가꾸는 젊은 책방지기 김영건 님이 쓴 《당신에게 말을 건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알마,2017)를 읽으면서 속초라는 고장에서 책방 한 곳이 새롭게 태어나는 흐름을 헤아려 봅니다. 글쓴이요 책방지기인 김영건 님은 책방집 아이로 태어나고 자랐으나 딱히 책방지기라는 길을 걸을 생각이 없었다고 해요.

  마땅한 노릇입니다. 책방집에서 태어났대서 굳이 책방지기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빵집에서 태어났대서 꼭 빵 굽는 일꾼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청소부 어머니를 두었기에 꼭 청소부가 되어야 하지 않고, 교사 아버지를 두었기에 꼭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좋은 기능을 갖추고 튼튼해 보이는 서가들 사이에서 느꼈던 뭔지 모를 부족함은 바로 그것들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는 것. (42쪽)

서가의 분류도 서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인터넷서점이 아닌 ‘서점’에 갈 최소한 한 가지 이유는 확보한 셈일 것이다. (61쪽)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책방집 아이로서 어떤 어린 날을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책방집 아이로서 다른 책방과 이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짚습니다. 얼결에 책방지기 길을 걷는 삶이 되고부터 생각이나 눈썰미가 어떻게 거듭나는가 하는 이야기도 차곡차곡 털어놓습니다. 함께 책방지기를 하는 곁님이 김영건 님을 어떻게 이끌어 주면서 속초 책방 〈동아서점〉이 씩씩하고 튼튼하게 서도록 북돋우는가 하는 이야기도 담아내요.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대단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대단한 이야기를 다루어야 하지도 않고요. 책이름처럼 ‘말을 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속초를 아직 더 속속들이 헤아리지 않는 이웃님한테 말을 거는 이야기가 흘러요. 속초를 좋아해 주거나 사랑하고 싶은 이웃님한테 넌지시 말을 거는 이야기가 흐르지요. 속초라는 고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웃님을 마주하는 책방지기로서 하루하루 길어올리는 이야기가 흐른답니다.


라면에 양은냄비까지 얹어주기로 했던 어느 힘센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의 합작은 나 같은 동네서점 사람에겐 그저 웃어넘겨야 할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울상 지어 봤자 봐줄 이 하나 없으므로. (105쪽)

구매로 이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꼭 구매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방문한 손님들이 독립출판물 매대에 잠깐이라도 머무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절로 흐뭇했다. (112쪽)


  책방이 있는 고장을 생각해 봅니다. 저는 책방이 없는 고장은 그다지 마음이 안 끌립니다. 책방이 한 곳이라도 있는 고장일 적에 비로소 마음이 끌립니다. 모든 사람이 꼭 책을 읽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저마다 즐겁게 삶을 새로 배우고 아이들을 새롭게 가르칠 수 있으면 무척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책으로만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아요. 학교에서만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아요. 손수 밭을 일구거나 집살림을 건사하면서 배우거나 가르치는 삶이 있어요. 손수 구름이나 하늘을 읽으면서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습니다. 배를 저어 고기를 낚는다든지 미역을 걷는다든지, 또는 갯벌에서 조개나 바지락을 캔다든지, 들에서 나물을 훑는다든지, 숲에 나무가 우거지도록 따사로운 손길을 보태면서 배우거나 가르치는 살림이 있지요.

  책 한 권이란, 이 책을 쓴 사람이 지은 모든 삶을 알뜰히 갈무리한 슬기꾸러미라고 느껴요. 모든 책이 슬기꾸러미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책을 새로 지으려고 하는 분이라면, 이 책 한 권에 지은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살피고 배우고 찾고 받아들인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슬기를 담는다고 느껴요.

  한자말로는 작가라고 합니다만, 한국말로는 글쓴이나 지은이라는 이름을 써요. 글쓴이는 이름 그대로 글을 썼다는 뜻이고, 지은이는 새로 짓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책 한 권만 새로 짓지 않고, 책에 깃들 이야기와 삶을 스스로 새로 짓는다고 하기에 지은이 같은 엄청난 이름을 붙여 줍니다.


할머니가 어찌나 힘찬 목소리로 아버지를 맞았는지, 매장의 모든 손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때부터 그녀는 순진한 학생처럼 아버지에게 자신이 찾는 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좀 전의 불안은 온데간데없이 한없는 안도감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124쪽)


  책방이 있는 고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한나절을 즐거이 일하고, 다른 한나절을 즐거이 살림을 지으며, 다른 한나절은 느긋하게 쉬다가, 다른 한나절은 책 한 권을 곁에 두면서 새로운 길을 배울 수 있도록 책방이 있는 고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도 아이도 스스로 마실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도록 쉼터 구실을 하는 책방이 있는 고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사람도 나그네도 홀가분하게 찾아와서 스스럼없이 여러 가지 책을 살피다가, 아하 하고 무릎을 치면서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꾸러미를 만나도록 이음터 노릇을 하는 책방이 있는 고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속초에 〈동아서점〉이 즐겁게 뿌리를 내린다면, 고성 양양 동해 강릉 양구 인제 화천 홍천 정선 평창 횡성 원주 같은 고장에는 어느 책방이 즐겁게 뿌리를 내리려나요. 강원도 골골샅샅, 그리고 이 나라 골골샅샅, 꼭 커다란 책방이어야 하지 않으니, 작고 조촐하게 이야기꽃밭이 되는 마을책방이 한 곳 두 곳 태어나고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느 고장이든 저마다 고운 책방을 여러 곳 품으면서 마을사람한테 싱그럽고 슬기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삶터로 날개돋이를 할 수 있다면, 이 나라는 가없이 멋스럽고 해맑은 길을 걸을 만하지 싶습니다. 2017.6.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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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지음, 문희언 옮김 / 여름의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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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9



작은 책방을 살리면 마을이 살아나요

― 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글

 문희언 옮김

 여름의숲 펴냄, 2017.4.3. 12000원



  요즈음 ‘독립서점’이 부쩍 늘어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서울에서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늘어나지 싶고,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 아닌 작은 도시에서도 독립서점이 하나둘 태어나지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곳이 독립서점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마을책방’입니다. 마을 한켠에 마을책방이 조용히 태어난다고 봅니다. 마을 한자락에 마을책방이 이쁘장하게 기지개를 켜는구나 하고 느껴요.



책을 파는 것만이 책방의 일은 아닙니다. 책과 책방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도 책방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19쪽)


“책방에서도 가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헌책방 정도야. 대형서점에 가면 모두 살기등등하게 일하고 있으니까 말을 걸 수 없어 …… 대형서점에 가면 산처럼 쌓여 있는 책을 일부러 그곳(마을책방)에서 사는 거지. 아마존처럼 바로 내일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고, 3주일 정도 걸려도 괜찮으니까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같은.” (61쪽)



  독립서점이 아닌 마을책방은 큰길에서 제법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독립서점이 아닌 마을책방은 먼걸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뿐 아니라 마을사람이 가벼운 차림새로 사뿐사뿐 마실하듯이 들르는 우물가나 샘터 구실을 합니다. 독립출판물을 많이 다룬다고 하는 새로운 책방입니다만, 이곳에는 독립출판물만 있지 않습니다. 이곳은 마을책방인 터라 먼발치 손님을 비롯해서 마을 손님 누구나 다리를 쉬고 느긋하면서 아늑하게 ‘책’을 누리도록 이끌지 싶어요.


  우리 스스로 책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새로운 마을책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이로 묶는 책뿐 아니라, 바람과 숲이라는 책, 사람과 말이라는 책, 노래와 웃음이라는 책, 그림과 연필이라는 책을 들려주는 마을책방이지 싶어요.


  이름난 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이름난 작가 몇몇 사람이 쓴 잘 팔리는 책만 책일 수 없습니다. 이름이 안 난 작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때로는 1인출판사에서 나오는, 그리고 이름이 덜 나거나 안 난 작은 사람이 손수 지은 책도 똑같이 책입니다.


  100만 권이 팔려야만 책이지 않아요. 열 권이 팔려도 책입니다. 더군다나 꼭 한 권만 지어서 마을책방 한 곳에만 놓이는 책도 책이에요. 팔지 않는 책도 책이지요. 온누리에 딱 하나만 있도록 책을 지었기에, 자그마한 마을에 깃든 자그마한 책방에 찾아가서 손으로 만지며 보는 책도 책입니다.



“책이라는 것을 사이에 놓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책방이라고. 거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네.” (64쪽)


“자신들이 자란 마을을 사랑하는 노부부는 그들처럼 이 마을을 사랑하는 지역 사람들에게 상담했습니다. 노부부도, 이곳에 사는 주민도, 그리고 수는 적지만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이 마을의 발전을 바랍니다. 그 중심을 책방으로 하자고 의견이 일치해서 지역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가까운 형태로 책방을 돕게 되었습니다.” (132∼133쪽)



  베스트셀러 순위표에 올라야만 책이지 않습니다. 스테디셀러 목록에 들어야만 책이지 않습니다. 추천도서목록이나 고전목록에 끼어야만 책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순위표나 목록에 안 들더라도 책입니다. 우리 가슴을 적실 수 있으면 책입니다.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책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면 책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새롭게 짓도록 이끌면 책입니다. 우리가 살림을 새롭게 가꾸도록 이끌면 책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책이란, 앞으로 우리가 바라볼 책이란, 앞으로 우리가 지을 책이란, 앞으로 우리가 나눌 책이란, 바로 새로운 책입니다. 사람이 사랑을 새롭게 생각하면서 슬기로운 숨결로 싱그러이 살림을 속삭이는 숲으로 살아나는 책이지요.



“이 마을의 책방에서는 어쩐지 갖고 싶은 책과 만납니다. 이상하게도 무슨 책을 살지 결정하지 않고 둘러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이 닿은 책을 보면 확실히 갖고 싶었던 책입니다. 책은 사람이고, 사람은 마을이고, 마을은 사람입니다.” (137쪽)



  《앞으로의 책방》(여름의숲,2017)을 읽습니다. 그동안 어떤 틀에 갇힌 모습으로 가는 책방이 아닌, 이제 사람과 사랑이 새롭게 어우러지는 책방을 바라는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가게에 책꽂이를 빽빽하게 들여서 책도 빽빽하게 꽂는 책방이 아닌, 책방지기 스스로 가장 아낄 만한 책을 손수 가리거나 추려서 갖춘 뒤에, 이곳을 찾는 손님한테 다 다른 책을 살며시 이야기하는 책방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앞으로의 책방》을 한 번 읽고 두 번째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이 대단히 많아요. 모든 새책방은 이 모든 새책을 책방에 건사할 수 없습니다. 모든 새로운 책을 모든 새책방에서 몽땅 건사하자면 책방은 아주 커야 해요.


  이 대목에서 더 생각한다면 모든 도서관이 모든 새책을 건사하기에도 빠듯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만해요. 책방뿐 아니라 도서관까지 모든 책을 갖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책을 살피고,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책을 품으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떤 책을 책방이나 도서관에 둘 만하며, 어떤 책을 읽을 만하고, 어떤 책으로 생각을 일깨우면 즐거울까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추천받지 않았다면 스스로는 사지 않을 책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8쪽)


“아직 책방은 독자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즐거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러 화려한 것만 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화는 아닙니다. 가게의 손님에 맞춘 즐거운 제안을 목표로 하면 됩니다.” (181쪽)



  책방이 한 곳이라도 있는 마을하고, 책방이 한 곳도 없는 마을은 사뭇 다릅니다. 책방은 그냥 책방이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책방이 있는 마을이란,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마을이지 싶습니다. 책방이 없는 마을이란,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하나둘 떠난 너무 쓸쓸하며 너무 고요한 마을이지 싶습니다.


  오늘날 시골을 보면 책방이 있는 데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면소재지에 책방이 있는 시골은 몇 군데나 될까요? 읍내쯤 되어야 비로소 책방이 있는 시골일 텐데, 시골 읍내 책방에서 참고서나 문제집이나 학습지나 몇 가지 잡지를 뺀, 그야말로 ‘책이라고 하는 책’은 얼마나 갖출 수 있을까요?


  책방이 없는 시골을 잘 들여다보면 어린이도 푸름이도 매우 적거나 없습니다. 책방이 없는 시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젊은이도 매우 적거나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린이나 푸름이나 젊은이가 많은 서울·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 책방이 아주 많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지요. 그렇지만 요즈음 마을책방이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을 돌아보노라면,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가 제법 있어요. 어린 숨결이나 젊은 넋이 아주 많지 않은 작은 도시라 하더라도, 마을이 새롭게 살아나거나 깨어나기를 바라는 뜻으로 마을책방이 문을 열곤 해요. 어린 숨결이나 젊은 넋이 마을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고장 작은 마을에서 작은 책방이 문을 열어요.



“책방의 수가 적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만큼 앞으로의 책방은 책을 좀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지만요, 쌀가게는 쌀에 관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밥을 짓는 방법이라든가 무엇을 섞으면 좋은가 하는 것들이요.” (208쪽)


“손님을 염두에 두고 매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마음에 드는 것을 매입하여, 일부러 찾아온 손님에게 주는 것. 저를 믿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26쪽)



  책방 한 곳은 꼭 커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 한 곳은 온갖 책을 잔뜩 갖추어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 한 곳은, 이 책방이 깃든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리와 몸과 마음을 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살며시 이끄는 징검돌이 될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책방 한 곳은, 먼발치에서 먼걸음으로 찾아오는 나그네한테 시원한 물 한 잔을 나누어 줄 수 있으면서 책 한 권에서 싱그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쉼터가 될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품지 못해도 되어요. 상냥하고 흐뭇하게 이웃을 품으면 되어요. 더 많은 책을 챙겨서 읽도록 부추기지 않아도 되어요. 따스하고 넉넉하게 동무를 맞이하면 되어요. 마을책방이 마을사랑방이 됩니다. 마을사랑방이 마을잔치판이 됩니다. 마을잔치판이 시나브로 마을숲으로 피어납니다.



“책방의 일이란 사람 마음의 부드러운 곳을 찌르는 것입니다. 책방은 사람의 소원이 벌거숭이가 되는 장소라고 할까요. 책방의 책장 앞에서 어슬렁어슬렁하면서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보며 자기 일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마음의 틈에 문득 들어오는 것을 무심히 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69∼270쪽)



  《앞으로의 책방》은 대단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이 책은 책방과 마을과 사람이 앞으로 새롭게 일어나도록 작게 한 손을 거들어 보려는 꿈을 들려줍니다. 더 멋스러워 보이는 책방이 아닌, 수수하면서 사랑스러운 책방 이야기를 다룹니다. 더 대단하거나 훌륭해 보이는 책방이 아닌, 아기자기하면서 이쁜 책방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저는 ‘새벽’ 같은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밤의 공기와 아침의 공기가 섞인 1초로 밝기가 변하는 새벽의 순간. 밤과 아침의 중간 지점.” (286쪽)



  우리 홀가분하게 마을책방으로 나들이를 해 보아요. 마을을 이루는 골목을 가벼운 차림새로 30분 즈음 걸어서 둘러보다가 마을책방에 들어서 보아요. 자가용을 싱싱 몰아 마을책방 앞에 떡하니 대어 들이닥치듯 곧장 들어서지 말고요, 자가용을 몰더라도 마을책방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한갓진 곳에 조용히 댄 뒤에, 이 500미터 길도 곧장 걸어오지 말고 샛골목으로 살그머니 들어가서 사뿐사뿐 느긋하게 마을 한 바퀴를 둘러보며 하늘바라기를 해 보고, 작은 골목꽃 냄새를 맡으려고 쭈그려앉아 보기도 하면서, 마을하고 책방을 함께 헤아려 보아요.


  마을하고 책방이 어우러져서 마을책방이에요. 책방이 다문 한 곳만 있더라도 이 작은 책방 한 곳을 바탕으로 사이좋게 이야기꽃이 피어나기에 책방마을이에요. 마을책방이 서기에 책방마을이 되어요. 책방마을로 새롭게 일어서기에 마을책방이 문을 열어요.


  우리들 작은 사람은 작은 손으로 작은 마을책방을 가꾸지요. 우리들 작은 사람은 작은 발걸음으로 작은 마을책방으로 마실하지요. 한 걸음씩 모아 천 걸음이 됩니다. 이 천 걸음이 천 리를 가는 신나는 걸음으로 거듭나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아닌, 살림하고 사랑을 살피는 마을책방으로 나아가는 즐거운 길을 꿈꿉니다. 크기나 권수가 아닌, 사람하고 숲을 생각하는 마을책방으로 걸어가는 기쁜 길을 바랍니다. 숲은 책이 되어 주었어요. 책은 책방이 되어 주었지요. 책방은 마을이 되어 주었고, 마을은 사람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사람은 새롭게 숲으로 날개돋이를 해요. 2017.6.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과 책읽기/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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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동네서점
구선아 지음 / 퍼니플랜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읽기 삶읽기 304


마을마다 책방이 설 수 있는 나라
― 여행자의 동네서점
 구선아 글·사진
 퍼니플랜 펴냄, 2016.9.9. 9900원


  시골 면에 사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천이나 이천 사람 즈음 살기도 하고, 천 사람이 안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은 면이라면 여러 면을 하나로 아우를 만하리라 여길 수 있지만, 그나마 작은 면을 뭉뚱그린다면 시골에서 사는 사람으로서는 행정을 보기가 아주 힘들어요.

  시골 읍에서 은행이 문을 닫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적은 데다가 자꾸 줄어들기만 하니까요. 은행으로서는 시골에 지점을 두기보다 도시에 지점을 두어야 돈이 될 만할 수 있습니다. 은행뿐 아니라 다른 가게도 엇비슷합니다. 시골에서 빵집이나 찻집이나 밥집을 열어서 돈을 벌기란 참으로 힘들다고 할 만합니다.

  시골이 작아지는 흐름은 차츰 깊어집니다. 이러면서 다른 가게도 가게입니다만, 시골에서는 책방을 구경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책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시골 책방이란 이제 자취를 감춘다고까지 할 만해요.

  일흔이나 여든 나이에 접어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책을 장만해서 읽기 어려울 수 있겠지요. 아직 시골에서 사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시골에 남기보다 하루 빨리 도시로 나아가고 싶을 수 있어요. 그나마 시골 읍내에 있는 책방은 참고서나 몇 가지 베스트셀러가 아니고는 들여놓지 못합니다. 시골사람 스스로 책하고 멀어지고, 시골책방 스스로 여러 갈래를 두루 다루지 못하는 길로 갑니다.


그때 활짝 열려 있는 초록 문틈으로 외국인 커플이 들어왔다. 경복궁 영어 브로슈억가 주머니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걸로 보아 틀림없는 관광객이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이런 동네서점에 들르다니, 눈에 띄는 간판도 친절한 설명도 없는 곳이라 오기 힘든 곳인데 어떻게 알고 왔을까. (16쪽)

〈오프 투 얼론〉을 돌아보며 가장 나를 미소 짓게 한 사랑스런 책 한 권을 사고, 또 오겠노라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28쪽)


  구선아 님이 쓴 《여행자의 동네서점》(퍼니플랜,2016)을 읽으며 마을책방을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서울을 여섯 갈래로 나누어서 열여덟 군데에 이르는 마을책방하고 일곱 군데에 이르는 문화마당을 다룹니다. 서울에는 마을책방이 열여덟 군데뿐 아니라 훨씬 많이 있어요. 사람이 많은 만큼 책방도 많은 서울이에요.

  글쓴이는 석 달 동안 서울 시내 마을책방 열여덟 군데에다가 전남 순천에 있는 마을책방 한 군데를 다녀온 발자국을 책 한 권으로 갈무리합니다. 짧은 동안에 둘러본 마을책방이라 할 텐데, 여행을 ‘책방’을 찾아서 다녔다고 하는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다른 고장으로 나들이를 갈 적에 ‘관광명소’만 찾아가야 하지 않아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나 자연이 아름다운 곳만 여행을 해야 하지 않아요. 뒷골목도 앞골목도 나들이를 할 만합니다. 골목길뿐 아니라 시골길을 마실할 만합니다. 숲이나 바닷길을 걸어 볼 만하고, 책방을 둘러싼 마을을 천천히 거닐다가 책방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마음밥을 먹을 수 있어요. 맛집을 찾아가서 맛밥을 먹듯이, 책집을 찾아가서 책 한 권에 깃든 숨결을 들이마실 수 있습니다.


순천역 앞엔 작은 책방이 있다. 순천역에서 기차 시간이 남았다면 어정쩡하게 플랫폼을 서성이지 말고 순천역 앞 작은 동네서점 〈책방 심다〉에 가 보자. (83쪽)


  버스여행도 기차여행도 걷기여행도 여행입니다. 책방마실도 여행입니다. 여기에 책읽기도 여행입니다. 책 한 권에 담긴 이야기는 글쓴이가 온삶을 바쳐서 빚은 노래와 같아요. 이 노래를 가만히 따라서 읽는 동안 새로운 삶을 만나요. 꽃이나 나무나 하늘이나 집을 바라보면서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듯이, 책에 흐르는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아름답구나 하고 느낍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며 웃습니다. 아린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짓습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벅찹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꿈을 키웁니다. 버스길이나 전철길에서 책을 손에 쥔다면, 아무리 시끌벅적한 곳에서도 고요한 마음이 되어 새로운 생각을 지필 수 있어요. 여행길에서 여행자로서 손에 책 한 권을 쥐어 본다면, 새로운 고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앞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껏 북돋울 수 있기도 해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 아메리카노 = 10,000’ 책 한 권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세트로 엮은 메뉴라니. 그것도 책 한 권 가격에 커피까지. 나는 고민 없이 세트를 주문했다. (114쪽)


  《여행자의 동네서점》을 읽으며 ‘피노키오’라는 마을책방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림책을 알뜰히 다루는 마을책방이라고 해요. 이 책에서는 서울 연남동에 있다고 나오는데 곧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덧말이 붙어요. 이 책을 다 읽고서 살피니 ‘피노키오’라는 ‘그림책 마을책방’은 경북 경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북 경주에서는 2017년 5월 13일까지만 가게를 열고서 한동안 쉰다는데, 올 6월부터는 대구로 다시 책방을 옮긴다고 해요.

  한 곳에 고이 뿌리를 내리면서 마을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베풀 수 있으면 더 좋다고 할 텐데, 마을책방 한 곳도 여행자처럼 여행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새로 터를 잡을 고장에서는 느긋하게 책방살림을 이을 수 있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책방도 마을도 책손도, 여기에 글쓴이와 출판사 일꾼도, 서로 따사롭고 넉넉한 마음이 되어서 어우러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짓는 삶과 살림을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에 얹어서 고운 책 한 권으로 엮고서, 이렇게 엮은 고운 책을 마을사람이 사뿐사뿐 마실하며 반가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한켠에 마을책방이 서기에 마을이 빛날 만해요. 아주 작은 책방이라 하더라도 마을책방 한 곳은 작은 책 한 권에 서린 이야기를 마을에 흩뿌리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요. 마을 어르신한테도, 마을 젊은이한테도, 마을 푸름이와 어린이한테도 따스한 햇볕 같은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나누어 줍니다.


“소장하고 있던 책을 팔면 아깝지 않으세요?”라는 나의 지극히 물욕적인 물음에 “팔아서 사고 싶었던 다른 책을 사요. 책을 사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라며 대답하는 주인장이다. “처음 책방을 열 때, 아내가 당신이 읽는 책은 재미없어서 아무도 안 살 거라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다들 아는지, 좋은 책은 다 골라가더라고요.” (153쪽)


  참고서는 시험 문제를 다루는 교재입니다. 시험 문제를 다루는 교재는 더 큰 도시에 나아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참고서가 아닌 여느 책은 삶을 풀어내는 슬기를 다루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삶을 풀어내는 슬기를 다루는 이야기꾸러미는 다른 고장을 기웃거리려 하지 않아요.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마을을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이 가꾸는 손길을 노래합니다.

  마을책방 한 곳은 마을사람 누구나 스스로 마을지기가 되는 길을 넌지시 책으로 알려주는 구실을 해요. 마을책방 한 곳은 마을사람 모두 스스로 마을님으로 거듭나는 길을 조용히 책으로 밝히는 몫을 맡아요.


요즘 일꾼은, 사는 동네에 작은 어린이도서관도 꾸리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그곳에 가 아이들과 지낸다. 좋은 책을 많이 읽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동네 어디, 일상 어디에나 있는 책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205쪽)


  마을도서관 곁에 마을책방이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을책방하고 마을도서관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마을사람한테 책숨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곰곰이 헤아려 본다면, 지자체마다 마을도서관하고 마을책방을 살찌우는 길을 마련할 만해요. 마을에서 나고 자란 씩씩하고 어여쁜 아이들이 앞으로도 마을에서 알뜰하며 멋진 일꾼으로 살아가도록 이끄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아요.

  마을마다 책방이 설 수 있는 나라일 때에 지역자치를 저절로 이루면서 튼튼한 살림이 되리라 생각해요. 하나하나 꿈을 꾸어 봅니다. 마을책방, 마을도서관, 마을텃밭, 마을장터, 마을잔치, 마을숲을. 여기에 마을아이, 마을노래, 마을꿈, 마을사랑 같은 말을 되뇌어 봅니다.

  관광상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관광지로 꾸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관광객을 끌어모아야 마을이 살아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마을을 마을사람 스스로 곱게 돌보도록 하면서, 전국 어디나 마을마다 모두 다르면서 멋스러운 마을책방이 있다면, 마을사람이 이곳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골골샅샅 다 다르면서 재미난 책마을이 되어 홀가분하게 마실을 다닐 이웃이 늘어나리라 생각해요.

  어쩌면 ‘관광’이라는 허울에 가리거나 눌리면서 ‘마실’이라고 하는 상냥하고 싱그러운 ‘마을’ 이야기가 잊혔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마을을 되찾고, 마을책방을 새로 찾아야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오월 봄에 새로운 대통령이 서는 이 나라이니, 아름다운 마을책방이 고장마다 하나둘 새로 태어나면 좋겠어요. 즐거이 마을살림·책살림·이야기살림을 꾸릴 수 있는 이웃을 기다립니다. 2017.5.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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