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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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9.25.

인문책시렁 209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박용희

 꿈꾸는인생

 2020.5.1.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박용희, 꿈꾸는인생, 2020)는 책집지기라는 길을 새롭게 일구면서 마을빛을 돌보는 작은걸음을 들려줍니다. 목돈으로 커다랗게 짓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가 아니라, 마을사람이 읽을 책을 마을에서 살피고 마을이웃이 가벼이 드나드는 터전으로 보듬는 마을책집이란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큰책집인 교보문고나 영풍문고가 나쁠 일이 없습니다. 책집이 없는 시골이나 섬이나 멧골에서는 누리책집이 고마운 징검다리입니다. 그러나 큰책집하고 누리책집은 모두 똑같아요. 서울에 있거나 부산에 있거나 모두 똑같지요. 광주에 있거나 대구에 있거나 다 똑같아요. 여러 누리책집도 그저 똑같습니다. 똑같은 얼개로 똑같은 책을 똑같이 더 많이 팔아서 똑같이 돈만 더 벌어들이는 얼개입니다.


  곰곰이 보면 사람들이 큰책집이나 누리책집을 더 자주 드나들며 책을 장만하기에 이곳이 큰돈을 번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손살림하고 매한가지인걸요. 오늘날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이 확 줄었어요. 어린배움터(초등학교)나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손살림(자립·자급자족)을 안 가르쳐요. 배움터를 더 오래 다녀서 해삯(연봉)을 더 많이 받을 일자리를 얻는 길만 가르칩니다. 이런 물결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주 많기에 큰책집하고 누리책집이 큰돈을 법니다.


  마을책집은 큰길을 꾀하지 않습니다. 마을책집은 마을길을 생각합니다. 마을책집은 큰돈벌이를 노리지 않습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사람 스스로 조촐하게 가꾸어 슬기롭게 사랑하는 마을살림을 헤아립니다. 잔뜩 벌어들이는 돈이라면 잔뜩 쓰기 마련입니다. 즐겁게 버는 살림돈이라면 즐겁게 쓸 테고요.


  무엇보다 마을책집은 저마다 다른 손빛으로 저마다 다르게 가꿉니다. 서울에서도 제주에서도, 인천에서도 부천에서도, 목포에서도 진주에서도, 마을책집은 바로 이 고장에서 흐르는 고장빛·고을빛·마을빛을 돌아봅니다. 다 다른 고장마다 다 다르게 지으면서 어우러질 새길을 살핍니다.


  부천에 깃든 〈용서점〉이 부천이라는 고장을 바라보면서 일구는 눈빛은 조그마한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에 조곤조곤 흐릅니다. 대단한 일이 아닌 즐거운 일을 편 발자취를, 놀라운 일이 아닌 노래하는 일을 나눈 발걸음을 적어요. 마을책집에 노래하며 찾아가요. 마을책집에서 책 한 자락을 천천히 장만해서 느긋이 누려요. 이웃이 소리내어 읽는 목소리를 듣고, 우리 목소리로 나긋나긋 이어서 읊어요. 이름난 글님이어야 글을 쓸 만하지 않습니다.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롭게 글님이 되어 우리 마을 이야기를 신바람으로 쓸 만합니다.


ㅅㄴㄹ


책 보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책은 누군가에게 가장 매력적인 매체다. (30쪽)


책방을 하며 몸으로 체득한 사실은, ‘독자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독자란 〈용서점〉을 통한 독자를 뜻하진 않는다. (31쪽)


아차 싶었다. 아무리 책의 양이 많지 않다고 해도 책 좋아하는 이가 몇 번이나 둘러보고도 보고 싶은 책이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닌가. (75쪽)


독자의 서가를 마주하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내 독서의 좁은 지경을 확인하고, 깨뜨리고, 확장하는 경험이 된다. (88쪽)


〈용서점〉 첫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며 그만 주최자인 내가 그 분위기에 취해서, 작가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마음먹었다. (117쪽)


책을 쓰는 게 이렇게 삶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인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세상엔 잘 몰라서 해내게 되는 일들이 있는 듯하다. 모르니깐 무작정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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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시작했습니다 - 신간 서점 Title 개업 기록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한뼘책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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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1.9.2.

인문책시렁 206


《서점, 시작했습니다》

 쓰지야마 요시오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11.10.



  《서점, 시작했습니다》(쓰지야마 요시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는 어느 날 문득 책을 즐기다가 푹 빠져서 사랑한 분이 책집일꾼으로 지내다가 스스로 마을책집을 새로 열기까지 걸어온 길을 들려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하고 우리나라는 참으로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다른 만큼 우리 나름대로 앞으로 새길을 닦을 노릇”이라고도 여겼습니다.


  일본을 살피면 잘난책(베스트셀러)도 많지만 수수책도 많습니다. 삶자락 한켠을 조촐히 담는 책도 매우 많습니다. 그림꽃책(만화책)을 얕보거나 깔보는 사람은 적으며, 그림책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는 책판이 참으로 조그맣습니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책판이 조그맣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사람은 무척 많습니다만, 거의 모두 배움수렁(입시지옥)이라는 틀에 스스로 휘말리기에 책판이 조그맣습니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있어야 일자리를 얻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갖가지 책을 다 다른 눈썰미로 읽기란 어렵겠지요. 솜씨종이(자격증)가 있어야 새길을 열 만하다고 여기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 스스로 삶자락 한켠을 조촐히 밝히는 책을 눈여겨보기도 힘들 만합니다.


  마침종이·솜씨종이 탓에 담벼락에 부딪힌 분들은 으레 마침종이·솜씨종이를 거머쥐려고 합니다. 힘들다고 하거든요. 종잇조각은 내려놓고서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인 책을 고루 읽을 틈이 없이 바쁘다고도 합니다. 이런 판이니 잘난책(베스트셀러)에 쉬 빠져듭니다. 삶을 고루고루 담은 수수책은 잘 안 읽을 뿐 아니라, 수수책이 펴는 이야기를 찬찬히 읽고 느낄 틈을 못 내기도 합니다.


  곰곰이 보면 벼슬아치(공무원) 가운데 마을책집을 드나드는 분이 이따금 있습니다만, 웬만한 벼슬아치는 마을책집을 안 드나듭니다. 고을지기(시장·군수) 가운데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사는 이가 있나요? 숱한 지기(교육감·장관·국회의원·시의원·군의원) 가운데 즐거이 짬을 내어 마을책집에 깃들어 책읽기를 누리는 이는 몇쯤 될까요? “책을 꼭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종이책조차 안 읽는 사람이 ‘마음·살림·삶·숲·사람·풀꽃나무·하늘·바람·비·흙·풀벌레·사랑이는 책’을 찬찬히 읽거나 제대로 읽는다고는 여기기 어렵”습니다.


  이런 판이니, 누리책집 〈예스24〉가 지난 한 해 책팔이로 1000억이 넘게 더 벌어들였다는 핑계를 내세워 온나라 마을책집을 뒷전으로 내모는 벼슬아치 바보짓이 쉽게 춤춥니다. 우리 민낯입니다. 우리 벼슬아치와 나라지기 민낯일 뿐 아니라, 이런 벼슬아치와 나라지기를 뽑은 우리 민낯입니다.


  “아무 책”이나 읽지 않기를 바라요. “어느 책”이든 읽어도 좋으니, 언제나 ‘삶과 숲과 숨결이라는 빛줄기를 읽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폐점이 정해진 후 제가 생각한 것은 ‘이케부쿠로 본점을 어떻게 끝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40쪽)


리브로 이케부루로 본점의 매상은 2300만 엔이었습니다. 계산한 손님의 수는 8천 명이었는데, 제가 아는 한 사상 최고의 매상이었습니다. 이케부쿠로 본점의 마지막 날은 확실히 슬픈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웃었고, 훈훈했던, 인생에서 특별한 날이 있다면 이런 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가장 좋은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46쪽)


일부러 먼 곳에 있는 서점까지 가서 책을 사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상품을 사고 싶거나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서점에 가는 체험을 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68쪽)


서점만이 아니라 가게에 가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나 가치관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모두가 좋다는 것을 모방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90쪽)


대형서점에 오는 사람은 점원을 ‘계산해 주느 사람’ 이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즐기기보다는 용무를 서둘러 끝내겠다는 분위기의 손님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실수 없이 제빠르게 계산하는 것만을 요구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46쪽)


책을 만져 봄으로써 그 감촉으로 그것이 직감적으로 좋은 것인지, 자신과 맞는 것인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읽지 않아도 그 책의 내용까지도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습니다. (173쪽)


#本屋はじめました #新刊書店TITLE開業の記錄 #つじ山良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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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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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8.25.

인문책시렁 205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8.7.25.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8)는 인도에서 책을 짓는 숱한 사람들 가운데 ‘타라북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쩌면 인도는 온나라 가운데 책을 가장 많이 엮어낼는지 모릅니다. 크고 높은 목소리도 있을 테지만, 작고 낮은 목소리로 인도라는 삶터를 읽고 살피며 노래하는 갖은 책이 피어나겠지요.


  이 책은 일본에서 《タラブックス : インドのちいさな出版社、まっすぐに本をつくる》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타라북스, 인도 작은 출판사, 책을 올곧게 짓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작되 올곧게 나아가는 길을 들려주는 목소리를 담아서 오늘날 우리 모습을 새삼스레 비추려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말로 옮기며 책이름을 바꾸었구나 싶은데, 작지만 올곧게 책짓기를 하는 길이라면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하겠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흐르는 고갱이라면 ‘함께하다’라고도 할 만합니다.


  서둘러 글이며 그림을 빚지 않고, 서둘러 종이를 마련하지 않고, 서둘러 책으로 묶지 않고, 서둘러 책을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며 나아갈 만큼 헤아린답니다. 펴냄터 일꾼 누구나 소젖을 함께 나누고 낮잠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나아가려고 한다지요.


  글도 그림도 굳이 ‘힘을 안 주’면서 책을 짓는 타라북스라고 한다면,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처럼 ‘힘을 주는’ 이름이 아닌, 그야말로 작고 수수하지만 곧게 나아가는 숨빛을 드러내도록 이름을 붙일 줄 알기를 바라요. 곰곰이 보면, 타라북스는 “우리는 작고 곧습니다”라고 할 만합니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들풀처럼, 땡볕에 타거나 말라죽지 않는 들꽃처럼,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 적에 발바닥을 간지르는 풀잎처럼, “작으면서 곧은 펴냄터”는 차근차근 인도스러운 삶빛을 인도스럽게 엮어 나가지 싶습니다.


ㅅㄴㄹ


또한 그들의 문화는 일부 특권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수민족의 문화는 늘 일상과 함께했다. 풍요와 번영을 위한 소박한 기도나 감사의 뜻을 담은 토속문화는 관혼상제 같은 특별한 날이건 일상적인 날이건 아주 당연히 부족 사람들과 함께했다. (39쪽)


주문이 들어오고 ‘6개월이 걸린다’는 대답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판간 기준입니다. (58쪽)


인간의 손으로 종이를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지요. 이만큼의 인원, 이만큼의 속도로도 충분합니다. 다들 편히 낮잠을 잘 수 있는 그런 환경이어야만 하는 거지요. (99쪽)


싱가포르에서 기노쿠니야 서점에 간 적이 있는데, 엄청난 책의 양에 압도됐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4층 건물 분량의 책들 중 3층 분량 정도는 ‘정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6쪽)


#タラブックス #インドのちいさな出版社 #まっすぐに本をつくる

#野瀬奈津子 #矢萩多聞 #松岡宏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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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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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28.

인문책시렁 202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1.6.9.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1)는 책이름처럼 “예전에는 안 좋았(괜찮)다”가 이제는 차츰 좋아지는 길을 걸어가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예전에는 무엇이 어떻게 안 좋았을까요? 서울이라는 고장에서 살아갈 적에는 서울이라는 크기하고 빠르기하고 부피에 맞추어야 하기에 우리 몸이며 마음을 느긋이 돌아보며 알맞게 다스리기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서울이라는 고장에서 벗어나 우리 삶자락에 맞추는 시골자락을 보금자리로 가꾼다면, 빠르기나 부피나 크기가 아닌 오롯이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기에 좋습니다.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다만 서울에는 빠르기하고 크기하고 부피가 한복판을 차지하면서 힘하고 이름하고 돈이 바탕이 되어 흐릅니다. 시골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골에서는 바람하고 해하고 비가 한복판을 차지하면서 흙하고 풀하고 냇물이 바탕이 되어 흘러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터전을 보여주고 누리도록 이끌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요? 아이한테 물려줄 삶자락을 생각하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어떤 터전에서 뛰놀고 자라면서 살림꽃을 피울 슬기로운 마음이 되도록 할 적에 사랑스러우면서 빛날까요?


  우리 모두 곱게 나아지는 길을 걸으면 좋겠어요. 우리 누구나 마당하고 뒤꼍을 누리면서 보금자리에 나무 여러 그루를 심어서 돌보는 살림이 되면 좋겠어요. 아이가 맨발로 노래하고 춤추고 뛰놀 만한 곳을 집으로 삼으면 좋겠어요. 해바라기 비바라기 별바라기 꽃바라기 풀바라기를 실컷 누리는 집에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누구나 숲이라는 책을 읽고서 숲이라는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들이라는 책을 곁에 두고서 들빛내음이 넘실거리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누구나 바다라는 책을 마음에 얹고서 생각을 바다처럼 넉넉하고 너르며 너그러이 가꾸면 좋겠어요.


  푸르게 자라기에 즐거운 아이입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처럼 생각하기에 신나는 아이입니다. 하얗게 반짝이는 눈송이처럼 참하게 소꿉을 놀기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숲이 되는 살림길을 걸어가고 살림살이를 짓는 어른으로 이곳에 서는 날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심심해야 바람소리가 들리고, 햇빛이 내 몸에 닿는 것도 느낍니다. 책이나 음악도 이럴 때는 의미가 없지요. (39쪽)


서울에 살 때 저는 집을 자주 떠났습니다. 가까운 곳도 가고, 멀리도 갔습니다. 한동안은 제주 올레길을 비롯힌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화 둘레길 등 오래 걷기 위해 일부러 떠났습니다. 지금은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92쪽)


큰나무에도, 이름 짠한 꽃들에도, 잡초에도, 돌에도 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나에게도. (174쪽)


교복을 입고, 단발을 하고, 획일화된 시절을 살아온 저는 지금처럼 다양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더욱더 다양한 세상에서 각자의 숨을 쉬며 살게 하고 싶습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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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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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23.

인문책시렁 190


《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5.20.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는 충북 괴산에서 마을책집을 돌보는 하루를 조곤조곤 풀어냅니다. 마을책집이라는 살림길을 여미며 즐거운 일도 있지만 괴로운 일도 있고, 보람찬 하루도 있으나 고단한 하루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는 즈믄밤꽃(천일야화)처럼 펼칠 만합니다.


  시골에서 살며 나라 곳곳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자면, 먼저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고 오래오래 달려야 합니다. 이 큰고장을 가로질러 저 큰고장으로 가야 하고, 숱한 찻길을 지나갑니다. 온나라가 삽질판이지만 아직 숲하고 들이 더 넓습니다. 사람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숲하고 들이 줄어들수록 어느 고장이든 매캐하고 싸늘하며 어수선합니다.


  시골에서라면 그저 숲이라는 품에 안기면 읽기를 누려요. 굳이 나무를 베고 다스려 종이를 얻은 다음에 글을 새겨야 하지 않습니다. 나무가 고스란히 책이고, 풀꽃과 바람과 하늘과 냇물이 모두 책입니다. 풀벌레하고 들짐승이 나란히 책이에요. 시골이 아닌 큰고장이기에 따로 종이꾸러미인 책을 곁에 둡니다. 풀밭을 밀어 까만길로 바꾼 터라 맨발로 풀내음을 못 맡는 곳에서는 책을 곁에 두면서 풀빛하고 나무빛을 헤아립니다. 흐르는 물줄기에 손을 담가 마실 수 없는 곳에서는 책이 된 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나무줄기가 어떻게 하늘바라기를 하며 뻗는가 하고 느낍니다.


  책집은 큰고장에 숨통을 틔우는 숲집이지 싶습니다. 우리는 먹고 입고 마시는 길만으로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는 줄 느끼도록 이끄는 쉼터이지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른다이 살고, 어른이기에 아이한테 물려줄 사랑이 어린 살림길을 여미어서 들려주는 나무그늘이지 싶습니다.


  더 많이 갖출 책집이기보다는, 더 재미나거나 값진 책을 품을 책집이기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숲빛이 되어 사랑스레 깨어날 마음을 북돋우는 책을 차곡차곡 건사하는 샘터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린씨랑 푸른씨가 마음을 쉴 만한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책집지기도 책손도 함께 눈을 틔워 둘레를 푸르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오솔길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작은 책방은 ‘당신이 찾는 바로 그 책만 없는 곳’이라지만 이건 최악이 아닌가. 음성에서부터 첫차를 타고 와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없으니 터미널에서 택시까지 타고 수소문 끝에, 심지어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나가기 위해 바깥에는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마당인데 찾는 그 책이 책방엔 지금 없다. (32쪽)


“이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른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책방지기 맘대로요.” (74쪽)


청소년문학이란, 어쩌면 어른들이 ‘청소년은 이럴 것이다’ 혹은 ‘이래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들의 욕망을 잘 짜맞추어 만들어낸 장르일 수도 있다. (98쪽)


만화책에도 얼마나 종류가 다양한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만화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과연 그 책들은 아이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놓여 있는가? (100쪽)


어른들은 어린이책에서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다른 걸 좀더 원한다. 그래서 주위의 평에 많이 기댄다. 전문가 평에 기대고, 옆집 엄마의 추천에 기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기댄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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