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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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7



마을도서관은 책 하나를 촛불로 키운다

―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글/홍성민 옮김

 펄북스, 2015.9.15. 13000원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접어들고서 2010년대로 이르는 동안을 가만히 되새깁니다. 이 스무 해 사이에 한국에서는 마을책방(동네책방)이라고 하는 곳이 대단히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마을에서 자그마한 책방은 책을 팔아서 먹고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어요. 참고서 장사조차 안 된다고들 했지요.


  이 흐름은 틀리지 않다고 느껴요. 더욱이 이 흐름은 우리한테 앞으로 새로운 마을책방이 서야 한다는 뜻이라고도 느껴요. 이제는 참말로 큰책방이든 작은책방이든 서울책방이든 마을책방이든 ‘참고서에 안 기대고 오로지 책다운 책으로 마을이웃을 만나는 새로운 책방으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할까요. 마을책방이 마을에서 제대로 버티거나 뿌리를 내리려면 참고서를 책꽂이에서 털어낼 노릇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참고서라고 해서 나쁠 일은 없겠지요. 다만 한국 사회에서 참고서란, 거의 모두 대학입시에서 쓰고, 대학입시는 아이들을 줄세우는 계급장을 가르는 구실을 했어요. 배움길에 도움(참고)이 되는 책인 도움책(참고서)이 아닌, 그저 대학입시 시험공부 문제풀이에만 치우친 책이라면, 앞으로는 사람들이 이러한 책에 등을 돌리기 마련이라고 할 만해요. 오늘날 새로운 마을책방은 학습·입시 참고서에서 벗어나 ‘삶에 길동무가 되는 도움책’을 갖추는 길로 거듭나야 하고, ‘작은 사람이 마을에서 손수 살림을 짓는 길에 벗님이 되는 도움책’을 나누는 길로 거듭나야지 싶기도 합니다.



내가 먼저 그에게 나의 꿈을 말했다. “길모퉁이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 그곳에서 서로 배움을 나누는 작은 모임을 열고 싶어! 동네도서관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47쪽)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배움을 나눌 기회를 얻고 싶었다. 거기에는 번듯한 장소가 없어도 된다. 책은 각자 갖고 오면 된다. 결국, 문제는 자금이 아니었다. (49쪽)



  2010년대가 깊어 갑니다. 마을책방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서울에서든 지역에서든 마을책방 이름을 걸고 새롭게 문을 여는 젊은 책방지기는 거의 모두 책방에 ‘참고서를 안 둡’니다. 오늘날 마을책방은 대학입시하고 얽힌 수험서는 아예 책방에 안 들여요. 이뿐 아니라 자기계발을 다룬 책도 거의 안 들이다시피 하지요. 학습만화까지도 책방에 안 들이고요.


  오늘날 마을책방은 참고서를 털어내면서 널찍하게 마련한 아기자기한 자리에 독립출판물을 꽤 넉넉하게 두곤 합니다. 오랜 출판유통을 거스를 뿐 아니라 아주 작고 수수하게 짓는 작고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작고 수수한 책을 즐거이 놓아요. 이뿐 아니라 마을 작가 책을 발판으로 마을 이야기를 수수하게 나누는 작은 이야기판을 꾸준하게 마련해요.


  이러한 모습을 돌아보노라면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길로 한 발짝씩 다가서네 싶어서 반갑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더라도 한 걸음씩 씩씩하게 내디딘다면 시나브로 멋진 새터를 지을 만하지 싶어요.



동네도서관은 사람의 힘을 믿고,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활동이다. 자신이 먼저 용기 내어 첫걸음을 떼면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이 생긴다. (61쪽)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우주를 이야기하고, 인근의 절과 들판에서 책을 읽고, 도서관으로 돌아와 스튜와 와인을 즐기며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88쪽)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펄북스, 2015)를 읽으면서 마을도서관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이 책은 마을책방 아닌 마을도서관을 이야기합니다만, 오늘날 새로운 마을책방을 가만히 돌아보아도 서로 맞물리는 대목이 있다고 느껴요. 온누리를 바꿀 만한 마을도서관하고 마을책방은 늘 함께 있을 테니까요. 마을책방이 서는 마을에 마을도서관이 섭니다. 마을책방 일꾼이 마을지기 노릇을 맡을 수 있는 마을에 마을도서관도 마을지기 노릇을 나란히 맡습니다.


  작고 수수한 마을사람이 손수 지은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어 마을책방에 두어요. 마을사람이 지어 마을책방에 놓는 책은 이른바 ‘마을책’이라 할 수 있어요.


  와! 생각해 봐요.


  마을사람이 마을살림을 엮어서 마을책을 짓고는 마을책방에 두어요. 마을이웃이 마을책을 장만하는 돈은 ‘마을돈’이 되어 마을살림을 새로 가꾸는 밑돌이 되기도 합니다. 마을책이 하나둘 늘면 마을사람은 마을에서 지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을도서관을 꾸릴 만해요. 마을마다 마을꽃이 피고 마을노래가 흐릅니다. 이리하여 이 마을은 이 마을대로 거듭나고 저 마을은 저 마을대로 자라나요.



(병원) 투석센터는 기존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커다란 책장을 놓을 공간이 부족했다. 고심 끝에 복도를 따라 속이 깊지 않은 책장을 만들기로 했다. 책은 앞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했다. 덕분에 복도에 책을 전시하는 형태가 되었다. 거기에 그림 솜씨 좋은 수위가 실력을 발휘해 책을 기증한 의사와 직원의 얼굴 그림을 그려 책 옆에 붙여 주었다. (95쪽)


도쿠시마 현에도 개인 집을 동네도서관으로 꾸민 사람이 있다. 지역에 따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동네도서관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113쪽)



  대단한 도서관을 대단한 건물로 지은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입니다. 마을사람 몇몇이 뜻을 모아서 마을사람을 비롯한 숱한 다른 이웃한테 이야기씨앗을 심을 수 있는 즐거움을 다루는 책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책 하나로 나라를 바꾸는 길을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촛불 한 자루로 나라를 바꾸는 길을 우리가 스스로 열었듯, 이제는 책 하나로 얼마든지 마을뿐 아니라 나라를 바꿀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스스로 찾아서 열 수 있다고 할 만해요.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을 흔히들 하는데요,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읽을 만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을 바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읽을 만한 아름다운 책을 아직 못 만나서, 또 읽을 만한 사랑스러운 책을 아직 겪지 못해서, 적잖은 사람들은 책을 못 사귄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럴 만도 하지요. 초·중·고등학교에서 입시에 짓눌리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책다운 책을 가까이할 겨를을 내기 힘듭니다. 게다가 입시 공부에 너무 괴로운 탓에 책다운 책을 선뜻 집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 풋풋한 나이까지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삶을 보낸다면 앞으로도 책을 가까이하기는 어려울 만합니다. 꼭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삶을 밝히는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책이 한두 권이나 열 권 즈음 있을 수 있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한 권이나 사랑스러운 두 권을 못 만나기 일쑤라는 뜻이에요.



현대의 생활환경은 대중을 철저히 ‘이용자’로 만들고 있다. 행정이나 기업에서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우리는 그 시설과 서비스를 그저 이용할 뿐이다. 이것은 언뜻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참여의식을 떨어뜨려 매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129쪽)


동네도서관에는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가하는데, ‘책’보다 우선하는 것이 ‘사람’이다. (188쪽)



  마을도서관은 더 많은 손님이 드나들도록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마을사람을 하나하나 고이 헤아리면서 느긋하게 책을 마주하고 넉넉하게 마음을 가꾸도록 북돋우는 쉼터나 우물가 같은 자리입니다.


  더 큰 건물이 아니어도 될 마을도서관입니다. 더 많은 책이 없어도 될 마을도서관입니다. 마을사람이 가벼운 차림새로 찾아가서 가볍게 한두 시간을 책으로 쉬며 마을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됩니다. 때로는 다른 고을 손님이 찾아와서 하루를 묵으며 ‘이 마을에 깃든 아름다운 숨결’을 느끼도록 할 만한 마을도서관이에요.


  어쩌면 우리는 저마다 마을도서관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집에 있는 책 몇 권을 마당에 책꽂이를 짜서 평상 곁에 두면서 작은 도서관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담을 허물어 열린 주차장으로 삼기도 하는데요, 담을 허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담을 허문 자리에 책꽂이 한 칸을 짜 놓을 수 있어요. 작은 마을가게 한쪽에 책꽂이 한 칸을 두는 마을도서관을 삼을 수 있습니다. 마을가게에 들러 담배 한 갑을 사는 길에도 살짝 시집 한 권 집어서 시 몇 꼭지를 읽을 수 있지요.


  마을 건널목에도 걸상하고 책꽂이를 두어 ‘건널목 도서관’을 꾸릴 수 있습니다. 마을사람이 늘 드나드는 버스 타는 자리에도 걸상하고 책꽂이를 두고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책 몇 줄을 읽는 ‘버스 기다리는 도서관’을 꾸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는 길거리에 나무를 심어 가꾸는데요, 서른 해나 쉰 해쯤 잘 자란 나무라면 그늘이 매우 좋아요. 이 나무 그늘 밑에 걸상 하나랑 책 몇 권이 어우러진 ‘나무 밑 도서관’을 골목마다 꾸며 볼 수 있습니다.


  나라나 지자체에서 마을가꾸기에 돈을 안 쓴다고 탓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사람 스스로 작고 이쁘게 마을도서관을 하나둘 마련해서 알뜰살뜰 누릴 수 있으면 돼요. 손에 쥐는 책 하나가 촛불이 될 수 있습니다. 손에 쥐는 책 하나로 이 나라를 새로 일으키고 아름답게 바꾸어 내는 촛불물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017.10.1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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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 어느 헌책방 라이더의 고난극복 서점순례 버라이어티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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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24


일본에서 책방 찾아 오토바이 나들이
―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조경국 글·사진
 유유 펴냄, 2017.8.4. 16000원


  저는 두 다리로 살랑살랑 걷기를 즐깁니다. 책방마실을 다닐 적에도 두 다리로 삼십 분이고 한 시간을 골목을 가만히 거닐다가 슬며시 깃들기를 즐겨요. 혼자서 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는 저희 살림집을 일부러 종로구 평동에 있던 적산집에 마련했어요. 아파트 재개발이 들어서기 앞서까지 있던 적산집은 오직 나무로 지은 2층 일본집이었어요. 삐그덕거리는 나무 계단 소리가 좋았고, 서울에서는 종로구 평동에서 어디로든 걸어서 한두 시간이면 모든 헌책방으로 마실을 갈 수 있었습니다.

  버스도 전철도 많은 서울인데 이런 서울에서 부러 두 다리로 한두 시간을 걸어서 책방을 다녔는데요, 오늘 걸었으면 이튿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두 다리하고 자전거를 갈마들면서 책방마실을 다녔지요. 책방마실을 마친 뒤에는 가방이며 두 손에 가득 책짐을 들고 지면서 낑낑대며 다시 걷거나 자전거를 달렸습니다.


일본 만화의 저력은 작가를 사랑하고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꼼꼼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40쪽)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느꼈던 아쉬움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연간 방문객만 100만 명. 도서관 하나가 인구 5만의 소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85쪽)


  걸어서 골목을 가로질러 책방마실을 할 적에는 우리 보금자리하고 책방 사이에 깃든 숱한 이웃집을 마주합니다. 두 곳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짓고 어우러지는 모습을 느껴요. 그래서 때로는 ‘내가 사는 집’도 다른 이웃한테는 그분이 거닐거나 자전거를 달리면서 지나치는 골목집 가운데 하나가 되겠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서 책방마실을 다닐 수는 없습니다. 바퀴걸상으로 다니는 분이라면 자동차로 다니면 한결 낫지요. 오토바이를 좋아한다면 오토바이를 몰면서 골골샅샅 누빌 수 있을 테고요.

  경남 진주에서 책방살림을 짓는 조경국 님은 오토바이(또는 바이크)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를 몰기 앞서는 조경국 님도 두 다리나 자전거로 책방마실을 다니셨을 텐데, 이제 진주에서 이 고장 저 고장으로 싱싱 오토바이를 달린다고 해요. 그리고 이러한 오토바이 책방마실은 한국으로는 좁아 바다 건너 일본으로 뻗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록물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제대로인 공공도서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92쪽)

짧은 시간 머물렀을 뿐이지만 기조 그림책 마을이 편안하고 좋았던 이유는 책보다 자연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 김병록 님과 백창화 님이 꾸리는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이나 최종규 님이 전남 고흥에 만든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같은 곳에 힘을 모을 수 있다면 기조 그림책 마을 같은 곳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08쪽)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유유, 2017)은 책방을 좋아할 뿐 아니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책방지기이자 책마실벗으로서 일본을 한 바퀴 빙 돌면서 이곳저곳 누빈 이야기에, 이곳저곳 누비는 틈틈이 책방에서 마음이며 몸이며 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마실이라니, 남다르다 할 수 있고 유난스럽다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겠네 싶어요. 일본에서 기차나 버스로 골골샅샅 누빌 수도 있습니다만, 손수 오토바이를 달린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더 느긋하게 갈 수 있습니다. 쉴 적에도 하염없이 쉬면서 여러 날 지낼 수 있지요.

  기차가 닿지 않는 시골이나 버스가 드문 시골로도 얼마든지 오토바이로 달릴 만해요. 때로는 고개를 낑낑 넘고 바닷가를 한갓지게 지날 수 있어요. 책방마실도 책방마실이지만 새삼스러이 온몸으로 마주하는 일본마실이 될 만합니다.


나가노행을 결정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을 끼고 달리는 153번, 19번 국도의 주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가노에 거의 도착해 터널에서 교통 정체 때문에 약간 고생한 걸 빼면 9시간 내내 오토바이 타는 재미를 누렸다. (149쪽)


  우리가 읽는 책은 지은이 한 분이 이녁 삶자리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를 담습니다. 줄거리만 담긴 책이 아니라, 지은이 땀방울에 발자국에 살림살이에 마을 이웃 모두 고이 담기는 책이에요.

  우리는 지은이가 살던 옛집을 찾아가서 지은이 손자국을 느끼면서 책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지은이가 거닐던 길을 우리도 따라서 거닐어 보면서 책을 짓는 동안 들인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을 크게 한 바퀴를 오토바이로 도는 동안 이제까지 ‘책으로만 만났던 일본’을 살갗으로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요.

  두 손에 책 하나를 쥐면서 책에 이르는 마음길을 거닙니다. 두 손으로 오토바이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고 아홉 시간을 달리는 동안 숱한 사람들이 이 길에서 빚은 삶과 살림과 사랑을 넘나듭니다. 우거진 숲을 가로지르면서 이 숲이 바로 책이 되어 주었고, 우리가 읽은 책은 우리 마음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숲으로 거듭나는구나 하고 되새길 수 있습니다.


어느 책방이든 책과 다른 책방지기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독자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171쪽)

《모든 책은 헌책이다》와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은 박노인 선생님의 바람에 어울리는 책이다. 그물코 출판사에서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나왔지만 아쉽게도 두 권 모두 현재 절판되었다. 그사이 사라진 헌책방이 얼마나 될까. 만약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 흔적조차 알 수 없을 책방도 많다. 나는 이 책보다 더 자세하고 방대하게 헌책방에 애정을 가지고 기록한 책을 아직 보지 못했다. (320쪽)


  온나라에 교보문고나 알라딘 지점만 있다면 온나라를 누비는 책방마실은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지점에는 서울에도 부산에도 광주에도 모두 똑같은 책에 똑같은 상품만 있거든요.

  고장마다 아기자기하게 문을 여는 마을책방이나 오래도록 뿌리를 내려온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다니면, 전국 어느 마을책방이나 헌책방으로 찾아가도 저마다 다른 책을 만날 수 있어요. 다 다른 책방에서 다 다른 책을 만나는 재미라고 할 만하지요.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은 일본이라는 나라 어디를 가도 저마다 다른 고장에 맞추어 저마다 다른 책방이 저마다 다른 결로 책꽂이를 짜고 책을 갖추어 저마다 다른 책손을 맞이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쿄토가 도쿄를 닮을 일이 없고, 도쿄도 쿄토를 닮을 일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대전이 대구를 닮을 일이 없고, 부산이 서울을 닮을 일이 없겠지요. 마을책방은 광주하고 포항이 다르고, 순천하고 속초가 다릅니다. 전주하고 청주도 다르지요.

  다 다른 고장에서 다 다른 이야기가 자랍니다. 다 다른 이야기는 다 다른 지은이가 살며시 길어올리면서 책으로 엮습니다. 다 다른 책이 태어나면 다 다른 고장에 깃든 다 다른 마을책방이 이렇게 다르면서 이쁜 책을 다 다른 손길로 저마다 정갈하게 건사합니다.

  오토바이로 일본을 누빈 책방지기이자 책마실벗 조경국 님은 어쩌면 머잖아 오토바이로 중국을 가로지르고 유럽이며 남미이며 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책방마실을 다닐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길에 숱한 이웃 책벗이 함께 오토바이로, 자전거로, 버스로, 두 다리로 느긋하게 책방마실을 누릴 테고요. 2017.10.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일본 책방 사진은 조경국 님한테 말씀을 여쭈어 받아서 함께 띄웁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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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 작지만 강한 출판사 미시마샤의 5년간의 성장기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윤희연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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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13


책 한 권을 즐겁게 내는 마음
―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미시마 쿠니히로 글
 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2016.8.25. 15000원


  예나 이제나 새로운 책은 나날이 꾸준히 나옵니다. 그런데 예전하고 요즈음은 사뭇 다릅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책을 쓰기 어려웠다면 요즈음은 누구나 책을 쓰기 쉽습니다. 예전에는 대단하구나 싶은 사람들만 책을 썼다고 한다면, 요즈음에는 수수하거나 투박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스스로 뜻한 바에 따라서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문학·작품·예술·학문·인문 같은 이름을 붙여서 책이 나왔다면, 오늘날에는 즐거움과 기쁨과 보람과 재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책이 나온다고 할 만해요.


힘이 미래를 향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세계의 문은 활짝 열린다. 그렇게 되면 분명 생각도 느긋해진다. 굳이 다르게 말하자면 겁이 없어진다. (14쪽)

회사의 대표는 엑셀을 쓸 수 없고, 사원은 영수증 쓰는 법을 모른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사업계획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 쫓아와서 뭐라 할 정도로 영업자의 얼굴 표정은 우울하다. (33쪽)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이 붙는 책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1만 부도 1천 부도 아닌, 때로는 백 부나 쉰 부만 찍는 책이 나옵니다. 때로는 열 부나 오직 한 부만 빚는 책이 나옵니다. 한 부만 빚어도 책일까요? 네, 한 부여도 책이지요. 오직 한 곳에 두고 오직 한 사람이 읽도록 빚어도 책입니다. 오직 한 부를 빚었어도 어느 책방이나 도서관에 고이 두고서 누구나 찾아와서 느긋하게 즐길 책이 될 수 있어요.

  오늘날은 책이 덜 읽히거나 안 읽힌다고 하지만, 오늘날은 책이 아니어도 즐길거리가 넘친다고 해야 올바르지 싶어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예전하고는 사뭇 다르게 책을 여러 갈래로 바라보면서 더 재미나고 넓고 깊이 마주하는 흐름이 태어난다고 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이리하여 이제는 새로운 출판사도 태어나지요. 1인 출판사도 있고, 작은 출판사도 있습니다. 집을 일터로 삼는 출판사도 있으며, 따로 일터를 두지 않고 즐겁게 책을 짓는 출판사도 있어요.


도매상도 계속 새로운 출판사와 거래를 해서 새로운 감성에 의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도록 뒷바라지를 해야 할 것이다. 누가 뭐라 말하든 무조건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래도 도매상은 신규 거래를 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84쪽)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갈라파고스, 2016)는 일본에서 새롭게 책마을을 가꾸고픈 꿈을 키운다고 하는 미시마 쿠니히로라는 분이 스스로 작은 출판사를 열고 나서 어떤 구비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엑셀을 쓸 줄 모르는 글쓴이는 어엿하게 사장(대표) 노릇을 합니다. 영수증을 쓸 줄 모르는 이는 글쓴이하고 같은 출판사에서 일할 뿐 아니라 영업자로 책방을 다닌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통장에 돈이 바닥나려고 할 즈음 새로운 일꾼을 뽑자고 생각했대요. 비록 돈은 한 푼도 없으나 아무래도 혼자서는 일을 짊어지지 못하겠다고 여겼답니다.

  어느 모로 보면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미시마샤’라는 출판사를 연 글쓴이는 터무니없지도 않고 우스꽝스럽지도 않다고 할 수 있어요. 통장에 돈이 바닥날 즈음에야 ‘혼자서는 일을 할 수 없네’ 하고 깨달았고, 비록 돈이 없더라도 일꾼을 들여서 함께 출판사를 가꾸어야겠다는 꿈을 품었거든요.

  일삯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더라도, 일삯을 꼭 주면서 함께 일할 벗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이니, 함께 일할 분도 처음에는 일삯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틀림없이 일삯을 제대로 받으리라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일할 수 있을 테고요.


여기에 미시마샤의 책이 있는 것은 이 서점에 틀림없이 사람이 있어서야. 귀찮은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한 권의 책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판매대에 진열하기로 결심한 서점 직원이라는 한 사람이 거기에 있어. 그 한 사람의 존재가 미시마샤와 독자를 연결해 주는 거야. (100쪽)


  이리 부딪히고 저리 까지면서 한 걸음씩내딛은 작은 출판사는 이제 ‘아주 작은’ 곳은 아닌 출판사 자리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고 해요. 그런데 함께 일하는 사람 누구나 글쓴이처럼 이리 부딪히고 저리 헤매는 몸짓이라고 합니다. 다들 ‘잘 닦인 길’로는 안 가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모두들 ‘새로 나아갈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한테 더 많은 책을 팔아서 읽히려는 출판사가 아닌, 바로 한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책을 지어서 선보이려는 출판사 걸음을 걷는다고 해요. 누가 우리 출판사 책을 사서 읽어 줄는지 모르지만 ‘읽는이 한 사람’을 헤아리며 책을 지었고, ‘한 사람을 헤아린 책’은 뜻밖에 한 사람만 사서 읽지 않고 꽤 많은 분들이 즐겁게 사서 읽어 준다고 합니다.


미시마샤는 대상 독자를 설정하지 않는다. 마케팅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그쪽으로 기우는 현 상황에서 잃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세대나 성별이나 시대를 초월한다. (185쪽)


  책은 사람이 짓습니다. 책에 담을 글은 사람이 씁니다. 책은 사람이 장만합니다. 책은 사람이 두 손에 쥐어 읽습니다. 책이 될 나무는 숲을 이루며 사람한테 푸른 바람을 베풉니다. 책이 되어 준 나무는 종이꾸러미인 모습이더라도 사람한테 마음을 살찌우는 밥 한 그릇 노릇을 합니다. 숲을 이룬 나무일 적에는 사람한테 몸을 살찌우는 푸른 바람을 준다면, 종이꾸러미로 거듭난 나무일 적에는 사람한테 마음을 살찌우는 새로운 이야기를 건넨다고 할까요.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라는 책은 사람을 읽고 나무를 읽으며 이 땅을 함께 읽으려는 걸음을 차근차근 내딛는 이야기가 흐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즐겁게 책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로 엮었다고 할 만합니다. 잘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책 한 권을 지을 적에 즐거운 마음이 되자는 뜻을 이웃한테 곱게 보여주려는 몸짓으로 이런 이야기를 내놓았다고 할 만해요.


손님은 인간이다. 인간인 이상 인간미가 있는 것에 반응한다. 그것은 내가 편집에서 항상 주의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미 있는 책 만들기를 하자. 한 권에 혼을 담자. (75쪽)


  마음을 책에 담습니다. 마음을 책에서 읽습니다. 푸른 숲내음을 책에 담습니다. 푸른 숲내음을 책에서 읽습니다. 즐거운 땀방울을 책에 담습니다. 즐거운 땀방울을 책에서 읽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을 책에 담으면서 책마을 일꾼은 환하게 웃을까요? 여기에 또 무엇을 우리가 책으로 읽으면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기쁨을 맛볼까요? 크거나 작은 출판사도, 크거나 작은 책방도, 또 크거나 작은 사람도 서로서로 따사로이 아끼면서 손을 맞잡을 적에 책 한 권이 빛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2017.9.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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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 서점원이 찾은 책의 미래, 서점의 희망
다구치 미키토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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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5


마을책방에서는 책만 사지 않습니다
―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다구치 미키토 글
 홍성민 옮김
 펄북스 펴냄, 2016.10.20. 13000원


  책방이 없는 시골과 도시를 생각해 봅니다. 시골에 책방이 없다면, 시골에 책을 읽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시골에서는 일철이 있고 일철이 아닌 때가 있어요. 일철에는 부지깽이도 거들어야 할 만큼 바쁩니다만, 일철이 지나면 여러모로 한갓집니다. 시골에 책방이 없다고 한다면, 일철이 아닌 쉬는 한갓진 철에 책을 곁에 두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도시에 책방이 없다면 시골하고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시골에서는 심고 가꾸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일철이 날씨 흐름하고 맞물리면서 흐릅니다. 도시에서는 봄부터 겨울까지 따로 날씨나 철에 따라서 일을 하지 않아요. 비가 오거나 볕이 내리쬐거나 출퇴근 시간은 같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출퇴근 시간은 같지요. 도시에 책방이 없다면 날마다 똑같이 일하러 다니느라 바쁘거나 벅차거나 고단한 터라 책을 곁에 둘 만큼 느긋하거나 넉넉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책 한 권을 살 돈이 없다기보다도 책이 있어도, 이를테면 도서관이 있어도 빌려서 볼 만한 겨를이나 말미를 못 낸다는 뜻이에요.


서점은 단순한 기호품을 다루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재해는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도호쿠 사람들에게, 그리고 전 국민 모두에게 책은 필수품이었다. (9쪽)

내가 초등학생 때는 서점 장사가 잘되었다. 동네도 시끌벅적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모든 교류의 장이 서점이었다. 계산대 옆에는 응접세트가 있었고 그곳에 늘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눴다. (22쪽)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펄북스,2016)을 읽습니다. 이 책에는 일본에서 작은 마을책방을 꾸리는 분이 이녁 책살림을 풀어놓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커다란 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 언저리에서 마을책방을 하는 마음과 삶과 생각을 들려줍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은 시골까지는 아닙니다만, 한국으로 치자면 보성읍이나 봉화읍 같은 곳에 마을책방을 열어서 꾸린다고 볼 만해요. 책을 사서 읽을 만한 사람이 적다고 할 만한 곳에서 마을책방을 꾸린다고 할까요.


이토 씨는 과일에 제철이 있듯이 책에도 ‘철(때)’이 있다고 했다. 무조건 신간이라고 제철이 아니다. 오래된 책도 제철이 찾아온다. 어떻게 그 타이밍에 손님에게 제안할까. (31쪽)

동네서점에는 ‘철수’라는 선택지가 없다 … 반면에 전국적으로 뻗어 있는 대형점은 모리오카라는 땅에서 장사가 안된다면 철수해 버리면 된다. (56쪽)


  일본하고 한국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온누리에 손꼽히는 ‘책벌레’ 나라일 수 있습니다. 출판사도 책방도 대단히 많고, 책방거리도 곳곳에 있을 뿐 아니라, 책 팔림새도 돋보입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숫자나 크기만으로 일본이 ‘책벌레’ 나라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느껴요. 한국 사회나 정치나 역사 흐름을 돌아본다면, 양반과 양반 아닌 사람을 가르는 틀에다가, 양반만 한문을 익혀서 책을 볼 수 있던 틀도 깊었습니다만, 배우려고 하는 마음은 한국도 대단히 드높아요. 비록 오늘날 이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교’에 목을 매다는 입시교육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지만 말이지요.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우리만의 색깔을 갖고 한 권 한 권을 파는’ 열정이다. (61쪽)

손님이 어떤 책이 필요할지 상상해서 스스로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 길을 만드는 것이 서점의 역할이자 즐거움이다. (69쪽)


  《동네서점》은 마을에 책방이 있으면 무엇이 좋은가 하는 대목을 차분하게 짚습니다. 마을에 책방이 있으니, 첫째 마을에서 책을 바라는 분들이 즐겁게 나들이를 온다고 해요.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을 찾기도 할 테지만, 책이 무엇인가를 더 살갗으로 느끼려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가 책을 인터넷서점에 주문을 넣어서 사더라도 ‘손에 책을 쥐어서 우리 스스로 눈으로 글씨를 좇아 마음에 이야기를 담아’야 비로소 ‘읽는다’는 일을 이루거든요. 사람들이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구태여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기보다는 스스로 짬을 내어 가볍게 바람을 쐬듯이 책방마실을 다닌다고 합니다.

  요 몇 해 사이에 한국 곳곳에 독립책방이 잇달아 문을 여는 모습을 이런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어요.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는 분은 때때로 ‘베스트셀러’도 장만해서 읽지만, 베스트셀러만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는 ‘베스트셀러 중심 진열과 홍보’를 하기 마련입니다. 책을 꾸준히 즐겁게 읽는 분들은 여러 갈래 책을 고루 살필 뿐 아니라,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책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요. 손에 쥐어서 읽을 책이니, 책방마실을 하면서 ‘낯선 여러 가지 책’을 죽 돌아보면서 그동안 알지 못한 책을 스스럼없이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기 마련이에요.


“이 책을 읽었는데 다음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 서점이 될 수 있을까. (122쪽)

인터넷서점과 지역자본이 아닌 대형서점의 체인점 때문에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그린 그림을 실현시키기 위한 우리의 각오가 부족했을 뿐이다. (134쪽)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장만할 적에는 ‘다음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하고 허물없이 물어볼 만한 책방지기를 만날 수 없습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장만할 적에도 계산원이나 관리자를 붙잡고 책수다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책을 꾸준히 즐겁게 읽는 분들은 어느 한 마을에 살면서 스무 해나 마흔 해나 예순 해까지도 걸쳐서 단골로 책방마실을 할 텐데,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이 오랜 단골이 오랜 삶길에 걸쳐서 책을 마주하는 마음을 읽거나 헤아리기 어렵지요.

  이 대목에서 마을책방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길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을책방은 대형서점처럼 책을 어마어마하게 팔아치울 수 있는 데가 아닙니다. 마을책방은 마을책방다운 살림을 알맞게 가꾸면서 도란도란 어우러질 수 있는 우물가나 샘가나 물가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매출과 유통과 홍보 흐름에 맞추어 책을 놓을 테지만, 마을책방에서는 마을사람 마음을 이끌 만한 책을 저마다 다르면서 재미있게 가꾸어 볼 수 있어요.

  이른바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뽑는다면, 마을책방에서는 ‘마을에서 사랑하는 책’을 그때그때 다르면서 새롭게 선봉일 만해요.


서점에서 단지 책을 사는 것뿐이라면 대형서점이 있으면 충분하다. (55쪽)

전부 베스트셀러만 진열하면 오히려 책이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서점원은 잘 알고 있다. 이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78쪽)


  마을책방에서는 책만 사지 않습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방지기하고 책손이 마을사람으로서 만납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을 징검돌로 삼아서 마을을 한껏 아름답게 가꾸거나 살찌우는 길을 즐겁게 생각하는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방지기하고 책손이 이웃으로서 사귑니다. 마을책방에서는 책을 발판으로 삼아서 이 마을이 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이들이 활짝 웃고 어른들이 신나게 노래하는 살림을 짓는 길을 찾아보려는 마음을 나눕니다.

  물건을 그저 사기만 하면 될 뿐이라면 큰 가게, 이른바 대형마트나 백화점만 있으면 돼요. 마을가게가 있는 까닭, 마을찻집이 있는 까닭, 마을떡집이나 마을빵집이 있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마을책방은 수많은 마을살림 가운데 하나이면서, 마을사람이 오순도순 생각을 지피는 씨앗을 얻는 책을 소담스레 갖춘 너른마당이자 열린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8.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을 말하는 책/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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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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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00


아름다운 책 둘레에 즐거운 책
― 고양이의 서재
 장샤오위안 글
 이경민 옮김
 유유 펴냄, 2015.1.24. 12000원


  처음에는 책 한 권입니다. 글씨가 찍힌 종이를 묶은 꾸러미로 보이던 것이 책인 줄 알아차리고, 이 책을 찬찬히 넘기다가 어느새 푹 빠져듭니다. ‘읽다’가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삶읽기가 책읽기로 뻗고, 어느새 사람읽기와 마음읽기로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책을 하나 만났기에, 다른 아름다운 책이 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권 곁에 두 권이 놓입니다. 아름다운 책 둘레에 즐거운 책이 놓입니다. 즐거운 책 언저리에 사랑스러운 책이 놓입니다. 사랑스러운 책 가까이 멋스러운 책이 놓입니다.


어떤 기자가 내게 “만약 스스로 묘비명을 쓴다면 뭐라고 쓰겠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는 늘 자신이 즐거운 고양이이기를 바랐다.” 이 바람은 지금도 여전하다.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서재에서 게으른 고양이가 책과 디브이디 사이를 거닐다 앉았다 하며 동서고금의 신기하고 이상한 일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17쪽)


  장샤오위안이라는 분이 쓴 《고양이의 서재》(유유,2015)를 읽습니다. 책에는 딱히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책 첫머리에 ‘빗돌에 적히고 싶은 글’로 고양이 이야기가 짧게 나올 뿐입니다.

  그런데 책을 첫 줄부터 끝 줄까지 다 읽고 보니 다른 생각이 들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먹이를 찾고 마실을 다니듯이 책 사이에서 홀가분하면서 호젓하게 삶을 누리고 싶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서재”란 고양이 같은 모습이나 몸짓으로 삶을 일구었다는 뜻일 수 있어요. 책을 읽고 사랑하며 가까이한 삶은 마치 고양이가 느긋하면서 한갓지게 볕바라기를 하거나 낮잠을 자는 듯한 모습이나 몸짓이었다고 할 만해요.


역사 사건의 발생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는 역사를 죽도록 암기하는 과목으로 알고 지내며 그저 시간이라는 한 축에만 주의를 기울여 왔다. (68쪽)

나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주지 않는 편이다.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탓이다.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책을 빌려 가고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굴리다가 책을 잃어버리면 없어졌나 하고 만다. (85쪽)


  사람은 책만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사람은 삶에서 배운 이야기를 책에 담습니다. 사람은 책만 쓰거나 읽지 못합니다. 사람은 삶을 짓는 즐거움이나 기쁨이 있어서 책을 쓰거나 읽습니다.

  삶을 깊이 바라보면서 책을 깊이 읽습니다. 사람을 넓게 마주하면서 책을 넓게 읽습니다. 삶을 두루 헤아리면서 책을 두루 헤아립니다. 사람을 사랑스레 얼싸안으면서 책을 사랑스레 얼싸안습니다.

  《고양이의 서재》를 쓴 분은 스스로 수많은 책을 읽으며 배우는데, 책으로뿐 아니라 다른 숱한 삶자리에서도 고루 배웁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이야기를 언제나 스스로 글로 옮겨 새로운 책 한 권으로 내놓습니다.


왜 좀더 참신하고 새로운 건 없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들 어두운 미래를 그리면 왜 밝은 미래를 그리는 사람은 없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반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밝은 미래로는 반성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164쪽)

자기 책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일은 자기 책이든 아니든 세상의 좋은 책을 모두 사랑하는 일이다. (188쪽)

최남선은 《삼국사기》를 정리한 사람이기도 하다. 해제는 한국어로 쓰였지만 대단히 ‘학술적’인 글이라 글에 한자가 많았다. 이런 분야에서 일본과 한국은 꽤 닮아서, ‘학술적’인 글일수록 한자가 많다. (206쪽)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책을 한 권 읽습니다. 앞으로 두 걸음을 내딛으면서 책을 두 권 읽습니다. 찬찬히 내딛는 걸음마다 책을 한 권씩 곁에 둡니다. 그리고 새롭게 배우는 만큼 새로운 이야기를 손수 써서 아이나 이웃한테 남깁니다. 우리 스스로 길어올린 아름다운 삶과 살림이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라는 모습으로 책에 적힙니다.

  새롭게 짓고, 새롭게 나누어요. 새삼스레 읽고, 새삼스레 써요. 아름다운 책 둘레에 즐거운 책을 놓고 싶은 마음이 자라면서 서재를 이루고 도서관이 태어납니다. 네가 쓴 책을 내가 기쁘게 읽고, 내가 쓴 책을 네가 반갑게 읽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짓는 사람이요, 우리는 모두 배우며 나누는 사람이로구나 싶습니다. 2017.8.2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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