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 문장으로 쌓아 올린 작은 책방 코너스툴의 드넓은 세계
김성은 지음 / 책과이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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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25 책읽는 사람은 밥도 잘 먹지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김성은

 책과이음

 2020.2.12.



변두리에도 삶이 있다. 다들 중심을 보느라 정신이 없지만, 변두리에도 분명한 존재들이 있다. (16쪽)


책방을 열기 전까지는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느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굳이 떠올리자면 첫 손녀가 딸이라는 소리에 충격을 받아 수화기를 놓쳤다는 할머니의 대사 정도. (28쪽)


그렇게 두 사람에게 시집을 한 권씩 팔아, 첫날 16000원의 매출을 만들었다. 처음인데, 첫날인데,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47쪽)


꽤 많은 사람이 어설프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회사 일을 멈추고 책방을 열 수 있었다. 너르고 멋진 공간에 화려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비싼 가구들로 채우는 일이 아니어도 괜찮겠다고. (108쪽)


마음이 조급한 시기엔 음식뿐 아니라 글자도 제대로 먹고 소화하지 못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 더 많이, 더 빨리 읽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을 닦달하던 계절이 있었다. (116쪽)



  서울이란 고장이 가운데를 차지하면 어쩐지 다른 모든 고장은 바깥이나 테두리나 언저리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왜 서울은 “인천 언저리”나 “동두천 바깥”이나 “수원 귀퉁이”나 “하남 구석”이 아닌 이 나라 한가운데를 차지해야 할까요. 서울에 들어가야 내세울 만하고, 서울에 못 들어가면 초라할까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라며 어릴 적부터 “서울로 가라. 구석빼기 인천에 남지 마라.” 같은 말을 귀에 신물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서울로 못 가고 인천에 있으면 뭔가 재주가 없거나 덜떨어지거나 어수룩하거나 바보이거나 멍청하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는 눈치였습니다. 이때마다 되물었어요. “그러면 시골에서 인천으로 온 사람한테 인천은 뭐지요?”라든지 “이 고장을 사랑해서 뿌리를 내리려는 사람한테 인천은 뭐지요?” 하고.


  이렇게 되물으면 “네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앞에서는 ‘이 귀퉁이가 좋아서 뿌리내린다’고 하지만, 돈을 벌고 이름을 얻으면 하나같이 여기를 뜨고 서울로 갈 텐데?” 하면서 비웃는 말을 들었습니다.


  돈이며 이름이 있기에 더더욱 서울로 안 갈 만하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돈이며 이름이 없더라도 즐겁게 서울 아닌 곳에서 하루를 노래하고 사랑하면서 살림을 지으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김성은, 책과이음, 2020)은 처음에는 ‘귀퉁이·끄트머리·언저리·바깥·구석’이라고 여기던 동두천에 어느새 스며들면서 이 고장을 아끼는 손길로 마을책집까지 연 이야기를 다룹니다.


  참말로 어느 날 갑자기 동두천에 꽂혔다고도 할 만합니다. 비록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을책집을 척 열고서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갖추고, 여러 손님을 마주하며, 이런저런 책수다를 꾀하고,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하며, 바야흐로 주섬주섬 갈무리한 글을 조곤조곤 엮어서 책까지 내놓았으니, “어느 날 갑자기”란 이름이 어울립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만 보자면 서울은 틀림없이 가운데일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아시아란 눈으로 본다면? 뭍하고 바다를 품은 지구라는 별로 본다면? 지구를 비롯한 숱한 별이 가득한 온누리라는 눈으로 본다면?


  곰곰이 보면 복판도 귀퉁이도 없습니다. 가운데도 바깥도 없어요. 모든 곳은 스스로 복판이면서 귀퉁이로구나 싶어요.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서 가운데도 되지만 구석빼기도 되는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이쁘장한 사람을 흉내내어 얼굴이나 몸매를 뜯어고쳐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름값 높은 사람들이 쓴 글을 흉내내어야 글쓰기를 할 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가용을 안 몰아도 됩니다. 우리는 오 억원이든 십 억원이든 이런저런 아파트에 안 살아도 됩니다.


  동두천 마을책집 〈코너스툴〉처럼 스스로 일어나는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가꾸면 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너스툴〉이 길어올린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이란 책처럼 마음에 와닿는 책을 마주하고 오늘 하루를 우리 손으로 또박또박 글로 여미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한테 잘 보이려고 책을 읽지 않습니다. 멋져 보이려고 옷을 입지 않습니다. 자랑을 하려고 자동차를 몰까요? 마음을 살찌우는 이야기를 만나려고 책을 쥡니다. 마음을 사랑하는 빛을 스스로 지으려고 오늘 이곳에서 밭자락을 일구거나 책집을 돌보거나 집안일을 붙잡습니다.


  책읽는 사람은 밥을 잘 먹습니다. 다만 남들이 많이 읽으니 따라 읽으려고 하면, 이런 몸짓으로는 밥을 못 먹겠지요. 얹히겠지요. 멧새 소리를 마음으로 품고, 바람에 날리는 풀잎에서 피어나는 푸른 내음을 마음으로 담습니다. 앞으로 남북녘이 하나되는 날에 동두천이란 고장은 북녘 고장하고 남녘 고장을 잇는 살뜰한 징검다리가 될 만하리라 생각해요. 아름다운 고장에 아름답게 마을책집이 깃듭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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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숍 스토리 - 취향의 시대, 당신이 찾는 마법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젠 캠벨 지음, 조동섭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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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20


《북숍 스토리》

 젠 캠벨

 조동섭 옮김

 아날로그

 2017.9.27.



“제 서점은 피난처가 되어야 해요. 현실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요.” (73쪽/캐롤라인 스메일스)


“책장 사이로 걸어가면 책들이 속삭여요. ‘왜 아직도 나를 안 읽어요?’라고 말이에요.” (100쪽/유안 허스트)


“나중에는 결국 독립서점들이 살아남을 거예요. 체인서점들 중에서도 소규모 체인이 이길 거예요. 그 서점이 전문으로 삼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서점 사람들의 개인적인 추천 도서처럼 작은 서점들만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가 책 판매로 이어질 거예요.” (151쪽/존 코널리)


“서점의 미래는 서점 직원들의 안목과 열정에 달려 있어요.” (169쪽/조안 해리스)


“서점에 가면 책 속에 숨은 삶들을 떠올리게 돼요. 아름다운 서점에서 발견한 책에는 그것을 발견했던 장소와 시간에 대한 기억도 더해져요.” (194쪽/코넬리아 푼케)


“동네에 훌륭한 서점이 있는 특권을 누리는 값으로 책의 정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귀한 물건이니까 비싸야 해요. 우리는 싼 물건과 세일에 연연하다가 정작 물건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225쪽/케리 클레어)


“서점은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264쪽/크리스튼 카우프만)



  지구를 두루 돌면서 300곳이 넘는 책집을 다니면서 책집지기 이야기를 귀담아듣고서 엮었다는 《북숍 스토리》(젠 캠벨/조동섭 옮김, 아날로그, 2017)인데, 이 책에는 한국 책집 이야기는 없습니다. 굳이 한국 책집을 다루어야 하지는 않아요. 어느 책집이든 알뜰히 다룰 줄 알면 되고, 책을 건사하는 사람들 손길에 어떠한 빛이 흐르는가를 노래한다면 넉넉합니다.


  그런데 이웃나라에서 한국에 있는 책집으로 마실을 오는 분이 있을까요? 드물는지 몰라도 틀림없이 있어요. 책집마실을 즐기는 이라면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 책집’이 궁금해서 샅샅이 다니거든요. 비록 ‘그 나라 책집’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는 매우 어렵지만, ‘저마다 제 나라 책집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이웃나라로 마실을 갈 적에 바로 그러한 골목이며 길’을 헤매고 다니다가 찾아내곤 합니다.


  두루 알려진 책집이든 마을에 고요히 깃든 책집이든 책을 다루는 손길은 같습니다. 첫째는 징검다리요, 둘째는 햇빛이고, 셋째는 땀방울이며, 넷째는 웃음눈물이고, 다섯째는 사랑이지 싶어요. 이 다섯 가지를 살림자리에 놓고서 돈을 얻는 일자리가 책집지기이겠지요. 《북숍 스토리》는 이 다섯 가지 가운데 무엇을 다뤘을까요? 엮음새가 꽤 어수선하고, 글쓴이 이야기는 이리 새고 저리 튑니다. 글쓴이가 돌아다니며 만난 300곳이 넘는 책집지기 목소리만 담는 길이 한결 단출하면서 볼 만했을 텐데 싶더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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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책방 여행기 - 서점을 그만두고 떠난
석류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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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6 : 이웃을 새롭게 만나면서 스스로 즐거운 책집마실


《전국 책방 여행기》

 석류

 동아시아

 2019.8.14.



“서점 운영 초창기에는 저희에게 영향을 많이 준 책들 위주로 입고했는데, 그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희가 읽어온 책들의 역사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23쪽/서울 ‘밤의 서점’)


“굳이 베스트셀러는 표시를 해놓지 않아도 알아서 독자들이 구매를 하는데, ‘베스트셀러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오픈 전부터 많이 했어요 … 베스트셀러 코너를 만들지 않기로 했어요. 굳이 그 공간이 없어도 잘나가는 책들이기에 다른 책들을 더 비중 있게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125∼126쪽/구미 ‘삼일문고’)


“저는 다른 일을 안 하고 책방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닫힌 책방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하고, 청소 후에 차도 한잔 마시고 그러는 시간이 참 좋아서 계속 책방만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문을 열 때마다 해요.” (154쪽/순천 ‘책방 심다’)


“남녀노소에게 편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공생이라는 말이 한글을 잘 모르는 할머니나 어린아이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어서 이름을 ‘오늘은 책방’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 새책은 저희가 원하는 인문학이나 문학 서적을 구비할 수 있는 게 장점이고요, 헌책은 여러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고, 어쩌면 버려질 수도 있었던 책이 책방으로 건너와서,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좋은 것 같아요.” (238, 240쪽/경주 ‘오늘은 책방’)



  똑같은 이름인 큰책집이 나라 곳곳에 꽤 많습니다. 이들 큰책집은 어느 고장에서나 똑같이 생겼고, 책시렁도 거의 같습니다. 큰책집을 가만히 보면 ‘베스트셀러’가 가장 좋은 자리에 널따랗게 자리를 잡습니다. 이다음으로는 학습지하고 참고서가 널찍하게 자리를 잡아요. 새로 나오는 온갖 책을 한눈에 마주할 수 있다는 대목은 좋다고 할 테지만, 큰책집은 고장마다 다르거나 책집마다 다른 멋이나 맛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다 다른 이름인 마을책집이 나라 곳곳에 부쩍 늘었습니다. 이들 마을책집은 어느 고장에서나 다르게 생겼고, 책시렁도 다 다릅니다. 마을책집을 가만히 보면 ‘베스트셀러’가 없기 일쑤입니다. 그 마을책집에서 사랑받는 책을 돋보이는 자리에 놓기도 하지만, 마을책집에는 학습지도 참고서도 없습니다. 오직 ‘읽는 책’만 두는 마을책집이에요. 더욱이 마을책집은 그 고장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 책을 눈여겨보는 터라 어느 마을책집으로 나들이를 가더라도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집마실을 이야기하는 《전국 책방 여행기》(석류, 동아시아, 2019)를 읽었습니다. 책집일꾼으로 지낸 적이 있다는 글쓴님은 책집에서 일할 적에는 다른 고장 다른 책집을 돌아보기 쉽지 않았다지만, 일을 그만두고 난 뒤에는 홀가분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고 해요. 이 책은 ‘책집 나들이’를 다닌 발자취를 들려주기도 하고, 여러 책집지기가 저마다 어떤 뜻으로 책집을 열면서 하루를 짓는가 하는 목소리를 고스란히 옮기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라 곳곳 ‘○○문고 ○○지점’을 돌면서 목소리를 듣는다고 할 적에 다 다른 삶이나 이야기를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요? ‘○○문고’를 비롯해서 누리책집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만나도록 잇는 구실을 합니다. 이러한 구실도 좋다고 여겨요. 그러나 큰책집은 책집지기나 책집일꾼이 책손님하고 만날 틈이 없다시피 합니다. 마을책집은 책집지기나 책집일꾼이 언제나 책손님하고 만나면서 온갖 이야기를 지피고, 책모임이나 책수다를 조촐히 펼 수 있어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바로 마을책집에서 누릴 수 있어요.


  마을책집 열한 곳 목소리를 옮기는 《전국 책방 여행기》는 책끝에 서른세 곳 마을책집을 짤막하게 알리는 글을 붙입니다. 얼거리나 줄거리를 보면 ‘책방 여행기’까지는 아니고 ‘책방 인터뷰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 다른 고장에서 마주하는 다 다른 마을책집을 글쓴님 스스로 어떻게 느끼거나 누렸는가 하는 이야기는 좀 얕습니다. 그래도 이 책이 다 다른 살림을 마주하면서 다 다른 우리를 느끼도록 북돋우는 마을책집으로 사뿐히 나들이를 다니는 이웃한테 조그맣게 징검돌 노릇을 하겠지요.


  다리품을 팔고, 찻삯을 들이고, 때로는 길손집에 머물기도 하면서, 책에 찍힌 값 그대로 두 손에 책 한 자락을 품으려고 나들이를 다니기에 책집마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를 새삼스레 마주하고, 마을 한켠이나 멧골 한켠에 조용히 깃든 책집에서 숲바람을 마시려고 하는 책집마실이에요. 이웃을 새롭게 만나면서 스스로 즐거운 책집마실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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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 / 임시제본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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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97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10.26.



내부고발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초과한 근무수당을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는데 많은 산하기관들 중 일부만 돌려받았을 뿐 도서관 직원들은 받지 못했다. 고발한 사람은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36쪽)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라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은 것 같은데, 말해 주지 않은 것을 내가 어떻게 알고 하나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건 말해 주지 않아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말을 해 줘야 아느냐 말하지 않아도 아느냐가 그 직원의 역량이었고 …… (40∼41쪽)


나는 여태까지 그 아이에게 어떤 책을 골라서 보냈는지 알지 못했다 … 나는 내가 보내준 책을 얌전히 읽고 다음 책을 조용히 기다렸을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서관 사서에게 아이의 부음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에게 너무 죄송했다. (52쪽)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는 알퐁스 도데가 책이름인지 사람이름인지를 묻는 이용자를 순간 내려다보았던 것이다. (57쪽)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동네 책방에서 정가에 책을 사는 것이다. (139쪽)



  나라 곳곳에서 도서관을 꾸리는 이웃님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틀림없이 ‘도서관’을 꾸리지만, 도서관법에 따라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써야 한다는군요. 도서관법으로 따지면 ‘사서자격증’을 갖추고 꽤 널찍한 자리를 따로 꾸릴 수 있으면서 ‘도서관위원회’를 열기도 해야 비로소 ‘도서관’이란 이름을 쓸 수 있다고 못박습니다.


  마을에서 조그맣게 꾸려도 도서관이요, 나라에서 커다랗게 이끌어도 도서관이겠지요. 그런데 왜 법은 굳이 ‘도서관·작은도서관’을 갈라야 할까요? 작은도서관일 적에는 사서자격증을 안 갖추어도 ‘봐준다’고 하는 법인데, 왜 사서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도서관을 열거나 꾸릴 수 있어야 할까요?


  밥집을 꾸리려 한다면 다른 얘기가 될 테지만, 글·책을 쓰거나 읽고 나누는 길에서는 틀에 가두지 않아도 되리라 느껴요. 문예창작학과를 나오지 않더라도 글이건 시이건 소설이건 수필이건 누구나 쓸 수 있어요. 대학교라든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오지 않더라도 책마을 일꾼이 되거나 책을 쓰는 길을 갈 수 있어요. 대학교뿐 아니라 고등학교를 안 마쳤어도 새책집이건 헌책집이건 열어서 꾸릴 수 있어요. 그런데 왜 도서관만큼은 ‘대학교 졸업장 + 자격증’이라는 문턱을 세우려 할까요?


  늦깎이로 사서자격증을 따서 사설기관이 꾸리는 공공도서관에서 일한 삶길을 찬찬히 옮겨적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를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처음부터 도서관 사서가 될 생각이 있지는 않았다고 해요. 글쓰기란 길을 가고 싶었다는군요. 이러다가 어찌저찌 늦깎이로 사서자격증을 땄고, 이 자격증을 땄대서 사서가 되는 길은 매우 좁다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사서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막상 도서관 책지기라는 자리를 맡아서 일을 하려고 보니, 이 일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주거나 들려주는 분이 없었다고 해요. ‘자격증을 따서 들어왔’으니 알아서 하리라 여기고, 이밖에 포토샵이나 여러 풀그림을 다룰 줄 알기를 바랐다더군요. 손님으로 드나들던 도서관에서는 까맣게 모르던 일이었답니다. 일꾼이란 자리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박이로 지내는 도서관으로 바뀌니, 어쩌면 이렇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가 많은지 놀랐다고 합니다.


  도서관이기에 겪거나 누릴 수 있는 기쁜 보람이 무척 크다고 해요. 이에 못지않게 도서관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할까 싶은 아리송한 일거리가 참으로 크다고 합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한 자락이 우리네 도서관 민낯을 모두 밝히지는 않습니다. 또 글쓴이 스스로 ‘너무 세다’ 싶은 대목은 되도록 잘라냈다고 이야기해요,


  아무래도 아직 이 나라 책살림이 덜 아름답기에 갖가지 안타까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제 겨우 싹트려고 하는 책살림이니, 이런 잘못이나 저런 구멍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도서관 책지기를 뵈던 날 그분들이 ‘수서(收書)’라고 하는, 사전에도 없는 일본 한자말을 쓰시기에 그 말이 무엇을 가리키느냐고 여쭈었더니 그분들도 제대로 풀어내어 알려주지 못하시더군요. 그러나 가만히 듣고 보니, 또 도서관을 다룬 여러 가지 책을 찾아서 읽고 보니, 일본 한자말 ‘수서’는 ‘책들임’을 나타내더군요.


  곰곰이 보면 ‘도서관’이란 이름을 새로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사서자격증을 따서 일하는 분으로서는 그냥 익숙한 이름일 테지만, 처음으로 책을 만나려고 나들이를 가는 어린이한테는 참으로 낯선 이름이거든요. 책을 아름드리로 갖춘 그곳, 숲에서 온 종이로 지은 책을 고루 갖추어 어느 곳에서나 푸르며 싱그러운 마음이 되도록 푸르게 돌보려는 그곳, 이런 그곳이라면 ‘책 + 숲’ 또는 ‘책 + 숲 + 집’이란 얼개로 ‘책숲’이나 ‘책숲집’이란 이름을 새로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책으로 이룬 숲이요, 책으로 이룬 숲이면서 포근한 집 같은 곳이라면 말이지요.


  글쓴이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란 책을 써내어 스스로 펴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고서 얼마쯤 뒤 도서관 사서란 자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이 책 때문에 그만두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봅니다. 책숲에서 책지기 노릇을 맡은 분들이 싱그러운 숲바람 같은 책을 사람들한테 잇는 그곳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는 ‘서로서로 알려주는 사랑스러운 숲살림’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뒷이야기가 스러질 수 있도록 아름다운 마을살림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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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생 - 책 파는 일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에 관하여
야마시타 겐지 지음, 김승복 옮김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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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95


《서점의 일생》

 야마시타 겐지

 김승복 옮김

 유유

 2019.2.14.



밤새 어두운 등불 밑에서 문고를 읽었다. 독서에 집중하고 있으니 하얗고 부들부들한 털을 가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나에게 왔다. 고양이는 내 발밑에 달라붙어 기분 좋은 듯 그대로 발 사이에서 잠들어 버렸다. (49쪽)


제시된 가격으로 산다는 것은 속이거나 속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그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89쪽)


헌책의 커다란 특징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떨어진 100엔 균일가 책을 빼고는 이 책들과의 만남이 모두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점이다. (155쪽)


아저씨도 아이들도, 스마트폰은 아주 간단하게 ‘책을 읽지 않는 층’에게도 심심풀이 아이템으로 보급되었다. (206쪽)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위한 틈은 대기업일수록 작아지고 개인일수록 커진다. (231쪽)


책방에서 산 책은 모두 선물이다. (250쪽)



  공장에서 똑같이 찍은 것을 다루는 가게는 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모두 똑같습니다. 이때에는 더 값싸면서 쓸 만한 것을 찾으려고 살필 수 있습니다. 겉보기로는 공장에서 똑같이 찍되, 언제나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책이 있습니다. 커다란 책집은 조금씩 책꽂이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어느 고장 큰책집에 가든 하나같이 똑같아 보입니다. 이와 달리 마을책집이나 작은책집은 책꽂이가 고장마다 다릅니다. 같은 서울이어도 책집마다 모두 달라요. 책집지기 스스로 눈썰미를 밝혀서 저마다 다를 뿐 아니라 새롭게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도록 책꽂이를 건사합니다.


  일본에서 책집을 열다가 단맛하고 쓴맛을 함께 본 분이 쓴 《서점의 일생》(야마시타 겐지/김승복 옮김, 유유, 2019)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두 맛을 나란히 보고서 쓴 책이기에 두 맛이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느 대목에서 책집지기로서 단맛을 누렸는지, 또 어떻게 하여 쓴맛을 보아야 했는지를 찬찬히 밝힙니다.


  그런데 단맛하고 쓴맛은 책집지기로 살던 때에만 누리지 않았다지요. 어릴 적부터 언제나 두 맛을 누렸고,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 대학교가 아닌 일자리를 찾아서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던 무렵에도 뼛속 깊이 누렸다고 해요.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면서도 언제나 두 맛이 나란히 흐른다고 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사내나 가시내인 책집지기라면 이곳 책꽂이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인 책집지기가 꾸미는 책꽂이하고 다르기 마련입니다. 서울 사는 책집지기하고 시골 사는 책집지기도 책꽂이 꾸밈새가 다릅니다. 요즈음은 서울이나 제주뿐 아니라 작은고을이나 시골에도 마을책집이 하나둘 기지개를 켭니다. 이러면서 나라 곳곳 마을책집마다 다 다르면서 새롭고 아기자기한 멋이 한껏 흘러요.


  책집이 있는 마을하고 책집이 없는 마을은 다를 테지요. 그냥 누리책집에서 손쉽게 시켜서 받는 길하고, 아이 손을 잡고서 가볍게 나들이를 하듯 다녀올 수 있는 마을책집을 누리는 길은 참으로 다릅니다. 《서점의 일생》은 바로 뒤엣길을, 마을마다 작은 쉼터나 냇가 같은 곳이 있으면 마을이 한결 아름다우면서 빛나지 않겠느냐 하는 마음을 살며시 짚습니다. 굵직한 도시 이름으로 가르는 터전이 아닌, ‘오늘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터전에서, 이 마을을 바탕으로 살림을 가꾸고 이야기를 함께하는 아기자기한 책집 하나가 있을 적에 얼마나 싱그러우면서 재미난가 하는 모습을 그린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을 옮긴 분도 책집지기입니다. 책집지기이자 출판사를 꾸리는 일꾼이기도 합니다.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한국문학을 일본사람한테 알리는 출판사일 뿐 아니라, 한글책을 일본사람한테 파는 책집을 나란히 꾸려 가지요. 꽤 재미난 길입니다. 앞으로 한국에 이런 마을책집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일본문학을 일본글로 읽도록 판을 까는 마을책집, 영어문학을 영어로 읽도록 자리를 까는 마을책집, 스웨덴문학을 스웨덴말로 읽도록 마당을 펴는 마을책집, 이런 남다른 마을책집이 한국에서도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요.


  장사가 잘되면 늘어나기도 하고, 장사가 안되면 닫기도 하는 가게 가운데 하나인 책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숲에서 자라던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쁨슬픔을 이야기로 엮어서 담은 책 하나라 한다면, 이 책을 고이 품은 책집이 있는 마을이란, “서점 죽살이”를 넘어서 새삼스레 돌아볼 만한 뜻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마을책집 한 곳은 도시 한켠을 밝히는 조그마한 이야기숲일 테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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