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서점 -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의 서점 기행
프로파간다 편집부 엮음 / 프로파간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책으로 삶읽기 471


《탐방서점》

 금정연·김중혁 엮음

 프로파간다

 2016.8.1.



[유어마인드/이로] 제가 손님을 대하는 노하우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좀 강박적으로 아무것도 안 합니다. (31쪽)


[고요서사/차경희] 대형 서점이라도 서가에 한계가 있으니까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은 재고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그 책을 좋아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권해 주고 싶어서 들인 경우가 있는 거예요. 작은 서점은 구색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하지만 각각의 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54쪽)


[땡스북스/최혜영] 저희 직원들이 마스다 미리를 정말 좋아했어요. 보통 전시 기획은 출판사에서 리드를 하는 경우가 많고, 저희는 방향을 제시하는 편인데, 마스다 미리의 경우는 저희가 책도 다 읽고 애정도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기획을 해서 이야깃거리와 볼거리를 만들었던 전시였어요. (215쪽)


[햇빛서점/박철희]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껴야 하는 ‘의무감’이란 것이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단어입니다. 혹은 ‘소명 의식’도 사고를 엄숙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냥 해맑게 하고 싶은 생각이 커요. (249쪽)



《탐방서점》(금정연·김중혁 엮음, 프로파간다, 2016)을 몇 해 앞서 읽다가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일찍 덮었다. 뜻있게 엮은 이야기판을 알뜰살뜰 여미려고 했구나 싶었지만, 그무렵 한창 태어나는 마을책집에 서둘러 발맞추려고 한 티가 뚜렷했다. 굳이 서둘러서 일을 꾀하거나 책을 내야 했을까? 글마을에서 제법 이름있는 두 사람이 여러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집지기하고 말을 섞는 자리를 꾸미기까지는 좋으나, 마을책집마다 다른 사람이 다른 눈썰미로 다른 책시렁을 꾸린다는 대목을 눈여겨보기보다는 ‘똑같은 물음으로 다른 대꾸’가 나오기를 바라는 흐름이기도 하니 재미있기가 어렵다. 생각해 보자. ‘인터뷰에 앞서 손님이 될 노릇’이다. 왜냐하면, 책집이니까. 빵집에 가서 말을 섞는다고 생각해 보자. 마을마다 다른 마을빵집에 가서 말을 섞는데, 그곳 빵집에서 구운 빵을 먼저 맛보고 돈을 치러서 장만하지 않고서 그 마을빵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마을책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름난 글쟁이로서 똑같은 물음만 내뱉는’ 흐름이 아니라, ‘그저 수수한 책손으로서 느긋하게 두루 책시렁을 둘러보고 책을 사고 읽은 짬을 누린 다음’에 물어볼 노릇이다. 이렇게 그 마을책집을 누려서 그곳 책맛을 느낀 다음에 ‘똑같은 말’을 물으면, 똑같은 말을 묻더라도 막상 똑같은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묻기 마련이다. 《탐방서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른 마을책집을 헤아리는 마음’을 느낄 수 없더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지음, 백원근 옮김, 하바 요시타카 북큐레이터 / 책의학교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63


《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6.15.



예전의 서점은 그렇게 눈이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책을 판매하지는 않았다. 잘 팔리지 않는 책도 계속 서점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팔리지는 않지만 좋은 책이니까 우리 서점에서는 이 책을 판다”는 생각으로 서점 주인이 진열 방법을 바꾸면서도 묵묵히 책을 지켜주는 서점이 지금보다는 많았다. (9쪽)


“비용 대비 효과는 긴 안목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제대로 전달됨으로써 가게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가게의 콘셉트를 고객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봅니다.” (38쪽)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저명한 작가의 책이라면 한번에 모아서 구입해도 되지만, 그렇게 간단히 구하기 어려운 희소본이나 오래된 책은 고서점을 한 집씩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발견할 수 있다. (173쪽)


매년 몇 백 권 읽는다는 식의 숫자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 권의 책에 얼마나 빠져들며 읽는가를 중시한다. 그렇게 해야 기억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178쪽)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만 듣고, 누구는 사람말보다는 풀말이나 바람말이나 벌레말이나 새말을 듣습니다. 누구는 곁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누구는 먼발치에서 소곤거리는 말을 듣습니다.


  두 손에 책을 쥐어 읽을 적에 글씨만 읽는 사람이 있고, 이 글을 쓴 사람이 마치 곁에서 몸소 읊어 준다고 느끼면서 읽는 사람이 있어요. 때로는 퍽 다르다 싶은 소리도 듣거나 느껴요. 이를테면, 책이 되어 준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책이 되어 준 나무가 자라던 숲에서 흐르던 소리를 느껴요.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 쓰요시/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는 어떤 책소리를 듣자고 하는 이야기를 다룰까요? 얼핏 퍽 너른 책소리를 다루려나 싶은 이름인데, 책을 펴서 읽어 보면 ‘책칸 꾸미기’를 남다르게 하는 한 사람 목소리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러나 한 사람 목소리를 다룬다고 해서 좁은 목소리이지 않아요. 병원이나 머리방 한켠에 어울리는 책칸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고, 다 다른 삶자리에 다 다른 책칸을 꾸며 보면서 저마다 다르게 책을 거쳐 배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추천도서란 이름이 붙는 책이 많습니다. 추천도서를 뽑는 모임이나 비평가나 교사가 꽤 많습니다. 어느 출판사는 추천도서란 이름을 얻으려고 따로 영업부 일꾼을 여럿 쓰고, 어느 출판사는 이런 이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책짓기를 합니다.


  책을 두 손에 쥐어서 읽는 우리는 어떤 책을 만나려는 마음일까요? 우리는 어디에 눈을 뻗을까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몇몇 전문가하고 기자가 뽑은 책만 쳐다볼 수도 있고, 이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책만 헤아릴 수도 있습니다. 어느 책을 두 손에 쥐든 좋습니다. 글쓴이 넋을 찬찬히 느끼면서 받아들이면 되어요. 책이 되어 준 나무랑 숲을 마음으로 느끼면 되어요. 그리고 조용히 태어나서 살며시 바람처럼 우리 곁을 어루만지는 상냥한 책이 나긋나긋 읊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 서점 - 책방지기가 안내하는
하나다 나나코 외 기획.편집,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51


《꿈의 서점》

 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

 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7.27.



누군가 생을 마감한 후에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은 장서라는 형태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14쪽)


“섬에는 책방이 없었어. 책방 정도는 있는 게 좋잖우. 이런 작은 섬에서 누가 책을 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또 예상과 달리 모두 산단 말이지.” (53쪽)


“책을 세세한 장르 구분 없이 연상 게임처럼 늘어놓고 있는 탓인지, 이곳을 찾는 분들은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훑어보시지요.” (111쪽)


“저희 서점은 굉장히 작아서 책을 한 권 한 권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113쪽)


“나무라는 게 차분히 관찰하면 저마다 표정이 모두 다릅니다. 이 나무는 과연 어떤 책으로 다시 태어날까 하고 상상하며 이름표를 붙이는 것도 이곳에서 하는 일입니다.” (242쪽)



  커다란 가게 한켠에 책을 놓는 자리가 더러 있습니다. 고속도로 쉼터에도 한켠에 책을 놓곤 하며, 버스나루나 기차나루 가게 한켠에 책을 놓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곳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놓지 싶은데, ‘가볍게 읽다’는 무엇일까요? 슥 읽고서 종이쓰레기로 버릴 만한 책일까요?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삼는 책일까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라면, 어쩌면 여느 때에 안 찾을 만한 책일 수 있고,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읽는 책이라면, 우리 삶에 이바지를 안 할 만한 책일 수 있습니다. 나쁜 책도 좋은 책도 따로 없을 테지만, 책을 한켠에 애써 놓으면서 막상 마음이나 눈을 번쩍 뜨도록 이끄는 새로운 이야기에는 제대로 눈길을 못 두지 싶습니다.


  《꿈의 서점》(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은 책을 으레 곁에 두면서 삶을 짓는 일본이라는 나라이기에 태어날 수 있는 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일본이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수 있다기보다,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사람들이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길로 못 나아가지 싶습니다. 이런 길을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못 배우기도 하고, 신문이나 방송이나 누리그물에서 안 다루기도 합니다.


  둘레를 보셔요. 신문을 채운 이야기는 뭔가요? 방송에 누가 나오나요? 누리그물은 뭘로 가득한가요? ‘가볍게 읽는다’고 할 적에는 ‘빈틈 때우기’가 아니라 ‘빈틈을 내어 마음을 가볍게 하기’여야지 싶습니다. 책집 하나 없던 섬에 책집을 열어 ‘아주 무거운 책’을 제법 신나게 팔 수 있다고 하듯이, 한국에서도 이제부터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서, 함께 읽을 만하고 함께 새길을 여는 삶에 이바지할 책을 제대로 가리고 똑똑히 고르는 눈을 키워 가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
박소영 지음 / 그물코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49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

 박소영 글·그림

 그물코

 2018.11.10.



도서관 지붕 처마 밑에 새들이 삽니다. 아침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듣고 있으면 꼭 여중생들 꽉 찬 교실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43쪽)


시와 노래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63쪽)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실컷 책 보고 음악 듣고 키타 치며 놀았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99쪽)


지금도 우리 마을은 아름답습니다 … ‘노목, 거목, 희귀목’에 ‘특별히’ 지정되지 못한 우리 동네 나무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올 한 해도 그대들 무사하기를. (195쪽)


도서관 앞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곤 하는 자리에 꽃을 심었더니 지나다니며 보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전에는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안 버렸나 살피고, 있으면 치우느라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이곳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221쪽)



  조용히 문을 열었지만 왁자지껄 노래하고서 다시 조용히 문을 닫은, 또는 살며시 쉬는 서재도서관이 있습니다. 오늘날 나라 곳곳에 작은책집이 꾸준히 문을 열듯, 여러모로 뜻있는 그림책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도 틈틈이 문을 열어요. 커다란 도서관이 들어서지 못하는 곳에는 마을사람 스스로 작은도서관을 열기도 합니다. 여기에 또 다른 도서관이 있으니 바로 ‘서재도서관’입니다.


  서재도서관이란 “우리 집 서재를 이웃하고 널리 나누는 책터이자 쉼터이자 모임터이자 만남터이자 놀이터로 가꾸는 도서관”입니다. 다만, ‘서재도서관’은 사전에 없는 말이고, 제가 지어 본 낱말입니다. 저는 2007년부터 이런 서재도서관을 가꾸거든요.


  경기도 광주에도 지난 여덟 해를 조용하면서 왁자지껄한 서재도서관이 한 곳 있었습니다.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란 이름인 곳인데, 이곳은 여덟 해를 이름 그대로 베짱이처럼 삶을 책을 사람을 아이를 마을을 시골을 노래하는 숨결로 이어왔지 싶습니다.


  서재도서관은 나라나 지자체에서 돕지 않는 곳이기에 언제나 ‘서재도서관지기’ 혼자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 합니다. 다달이 들어갈 살림돈도 스스로 벌어서 스스로 대야 하지요. 그래서 서재도서관은 도움이웃을 두어 다달이 드는 살림돈에 보태기도 합니다. 도움이웃한테는 틈틈이 소식종이를 띄우고요.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라는 책은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가 지난 여덟 해를 걸어온 길에 남긴 도서관일기를 그러모읍니다. 씩씩한 노래를, 벅찬 노래를, 반가운 노래를, 고된 노래를, 새로운 노래를, 아쉽지만 마지막 노래를 쉰아홉걸음으로 들려준 소식종이가 바탕이 되어 책 하나로 다시 태어났어요.


  다만 2018년 11월 21일에 이곳 베짱이도서관은 책을 묶고 책꽂이를 여미었습니다. 11월 25일에는 책하고 책꽂이를 모두 뺐지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절골(천진암로)이라는 곳에서 베짱베짱 노래하던 서재도서관은 바야흐로 겨울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이란, 더욱이 개인이 꾸리는 서재도서관이란, 임대삯이며 책값이며 갖은 돈을 스스로 벌거나 도움이웃한테서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돈으로는 도서관살림이 더 버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 어떤 도서관이 있으면 즐거울까요? 더 높거나 더 번듯한 건물을 올린 도서관이 있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대학교에서 전문 학과를 마치고 사서자격증을 거머쥔 사서가 여럿 있는 도서관이 있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흐름이 좀 달라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번듯하거나 큰 건물이 아니어도 좋고, 사서자격증 없이 ‘책을 해맑게 좋아하는 마음’인 아줌마나 아저씨가 도서관지기 노릇을 해도 좋아요. 도시뿐 아니라 시골 곳곳에 마을살림을 노래하는 베짱베짱 상냥한 서재도서관이 하나둘 싹을 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은 책만 빌려서 읽는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노래잔치나 춤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야기잔치나 책잔치도 열 수 있지요. 도서관에서 마을잔치라든지 여러 축하잔치를 열 수 있어요. 대입시험이나 중간·기말시험을 맞이하려는 공부보다는 마음을 새롭게 살찌우는 이야기가 흐르는 사랑스러운 책을 앞에 놓고서 도란도란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조용해야 하는 도서관은 아니에요. 왁자지껄할 수 있는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어른하고 아이가 도서관 마당 한켠을 텃밭이나 꽃밭으로 가꿀 수 있어요. 도서관 텃밭에서 함께 거둔 열매로 나눔잔치를 열 수 있고, 나눔잔치를 열면서 글쓴이·그린이 같은 책지은이를 불러서 널리 마당잔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는 이 서재도서관에 어서 오시라는 이야기로 글머리를 열지만, “살펴 가셔요” 하고 배웅말까지 합니다. 여덟 해를 쉬잖고 달려온 서재도서관이니, 한동안 느긋이 쉬는 겨울잠을 누려도 좋습니다. 이 겨울잠 끝에 넉넉하며 즐거운 책터를 새롭게 얻어서 한결 느긋하면서 두고두고 이야기로 꽃이 피고 노래로 사랑이 흐르는 한결 다부진 서재도서관이 똑똑 문을 열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과 책방의 미래 - 출판인.서점인.도매상 북쿠오카 끝장토론
북쿠오카 엮음, 권정애 옮김 / 펄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인문책시렁 47


《책과 책방의 미래》

 북쿠오카 엮음

 권정애 옮김

 펄북스

 2017.6.25.



카페에서 읽고 나면 이제 살 필요가 없잖아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는데, 제 생각에는 카페에서 읽든 안 읽든 책을 사지 않을 사람은 사지 않습니다. (30쪽)


대형서점에서 일하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전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합니다. (34쪽)


‘이런 서가를 만들고 싶다’는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89쪽)


헌책방의 시각에서는 지금 나오는 신간들은 헌책이 되어도 가치가 없고, 십 년이 지나도 가치가 오를 만한 책이 나와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174쪽)


그 헌책 시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뜻 보기에는 얌전해 보이는 젊은 참가자가 눈을 빛내면서 손님에게 자신이 가지고 나온 책의 재미를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399쪽)



  책을 사서 읽을 사람은 사서 읽습니다. 책이 모든 삶길을 열어 주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 겪지 않거나 못하는 숱한 일을 들려주기에, 이웃살림을 책으로 느끼고 배우면서, 저마다 새로 가꿀 삶을 더 넉넉하면서 즐겁게 헤아립니다.


  책이 있는 집이 어떤 몫을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예나 이제나 사뿐사뿐 책집마실을 합니다. 책집이 가장 훌륭한 곳이 아니라 할 수 있을 테지만, 책집 한 곳은 크든 작든 도시에서 숲을 마실 수 있는 조촐한 쉼터입니다. 이 쉼터에 깃들어 숲내음을 물씬 마시면서 하루를 돌아보면 새롭게 기운을 얻습니다.


  《책과 책방의 미래》(북쿠오카 엮음/권정애 옮김, 펄북스, 2017)는 한국하고 대면 엄청난 책나라인 일본에서 책길이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마련한 자리에서 온갖 사람이 주고받은 말을 갈무리합니다. 글이나 책을 쓰는 사람, 책집을 꾸리는 사람, 샛장수 일을 하는 사람, 책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모여 저마다 제 눈썰미로 책길이 앞으로 어떻게 새로울 수 있을까를 어림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참 일본다운 책이요 이야기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한국을 돌아봅니다. 한국에서도 책길을 걱정하며 마련하는 책수다가 더러 있습니다만, 몇몇 출판사나 지식인이나 비평가나 작가 언저리에서만 이야기가 맴돌 뿐입니다. 새롭다 싶은 이야기도, 작은 마을이나 시골하고 얽히는 이야기도, 숲을 아우르는 이야기도, 어린이와 푸름이를 살피는 이야기도, 아직 한국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책마을은 돈으로 꾸미지 않고, 손님(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모으려고 짓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무원이나 지식인 가운데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즐거운 사랑을 누리려고 책을 오래오래 읽으며 슬기로운 마음인 분은 얼마쯤 될까요?


  일본하고 한국이 다른 대목이란, ‘일본 = 출판대국(출판강국)’이 아니라, ‘한국 = 아직도 입시지옥’인 모습이지 싶습니다. 이 바보틀을 벗어던질 때라야 비로소 나라꼴을 바꿀 만하지 싶습니다. 입시지옥에는 책 아닌 참고서가 넘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