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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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읽기 . 만화비평 2023.8.24.

만화책시렁 573


《도자기》

 호연

 애니북스

 2008.5.13.



  마음은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봅니다. 눈은 무엇으로 볼까요? 눈은 눈으로 봐요. 몸은 몸으로 볼 뿐, 몸을 마음으로 볼 수 없습니다. 생각은 생각으로 볼 테지요. 숲은 숲으로 볼 테고, 바람은 바람으로 볼 테며, 바다는 바다로 보겠지요. 사람이라면, 서로 사람으로 볼 적에 비로소 사람답습니다. 사람으로 여기는 눈길이 없다면 위아래(질서·계급)로 가릅니다. 사람으로 나누는 눈빛이 없기에 돈·이름·힘 따위 껍데기에 얽매이는 터라, 사람한테서 피어나는 사랑을 못 봅니다. 《도자기》는 “바라보기란 사랑하기”라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질그릇(도자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더 높거나 나은 질그릇은 없고, 더 낮거나 못난 질그릇도 없습니다. 다 다른 질그릇은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살림살이로 제몫을 하면서 먼 옛날을 살아냈어요. 우리가 손에 쥐는 접시나 수저도 매한가지예요. 비싼 그릇이라서 좋거나 나을까요? 값싼 그릇이라서 떨어질까요? 나뭇가지를 슥슥 손질해서 쓰는 수저는 엉성할까요? 마음으로 마음을 본다면, 질그릇에 깃든 살림하고 숨결을 읽습니다. 마음으로 마음을 안 보기에 ‘문화재·국보·보물’ 같은 이름을 붙이기는 하되, 정작 ‘사람살이·숲살이·사랑살이’를 못 봅니다.


ㅅㄴㄹ


“서울사람 같네요. 실은 거의가 외롭다는군요.” (청자상감 구름 학 무늬 병/18쪽)


“개구리다.” “위험해.” “어, 이 자식 더워서 안 움직이나.” “죽은 척하는 거야.” “나 시골 가서 개구리 봤다.” “난 두꺼비도 밟아죽였어. 타이어에 펑.” 이것이 20대 중반 어른들 대화 수준. (청화백자 매화 대나무 무늬 연적/70쪽)


“뭐 해?” “토기에 내 일상을 붙여 먼 후대까지 알릴 거야.” (토우장식 긴 목 항아리/99쪽)


“넌 좋겠네. 책 안 읽어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인 줄 알어.” (청자 철채 퇴화 잎 무늬 매병/1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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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 COWA!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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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8.14.

만화책시렁 459


《COWA!》

 토리야마 아키라

 이승원 옮김

 대원씨아이

 2022.7.31.



  얼핏 보면, ‘온누리에 나쁜놈도 착한놈도 없다’를 못 받아들일 만합니다. 곰곰이 짚으면, ‘온누리에 사람이 있다’를 받아들일 만합니다. ‘좋은밥 나쁜밥’이 따로 없습니다. 그저 ‘밥’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서느냐에 따라 이 ‘밥’을 ‘즐겁게 누릴 살림’으로 받아들이거나, ‘몸을 망가뜨리는 죽음더미’로 여겨요. 《COWA!》를 읽으며 《드래곤 볼》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림님이 펴는 줄거리는 모두 맞물립니다. ‘주먹겨룸’으로 ‘더 높이’ 올라가는 길을 들려주는 《COWA!》이고 《드래곤 볼》입니다. 곰곰이 보면, 굳이 주먹겨룸을 하지 않더라도 ‘삶·살림’을 느낄 뿐 아니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주먹겨룸’을 끝내고 나서야 ‘더 높이’ 올라가지 않아요. 물결이 일렁일 적에 높이 솟더라도 반드시 밑으로 푹 꺼지듯, 삶은 오르내림이라는 물결입니다. 흐르는 길입니다. 그러니까 ‘더 높이’ 올라갔으면 ‘더 낮게’ 곤두박을 치는 삶이라 할 만하지요. 밤이 있으니 낮이 있고, 별이 돋으니 해가 뜹니다. 비가 오니 볕이 쨍쨍하고, 겨울이 있기에 여름이 있어요. ‘삶’이기에 ‘짝’이 맞물릴 뿐입니다. 그래서 ‘왼오른’은 서로 싸워야 고물을 챙겨요. ‘참사랑’은 싸우지도 않고 고물도 안 챙깁니다.


ㅅㄴㄹ


“만세, 아폰! 악인이야!” “그래! 저 녀석들의 차를 빼앗으면 되겠다!” (80쪽)


“저, 저 녀석 때문에 이 숲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잖아. 이대로 내버려둘 거야?”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숲이 남아 있는 건, 저 녀석 덕분이야. 인간이 들어설 수 없는 숲이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151쪽)


“뭐, 뭐야! 너 날 수 있는 거냐?” “이제부터 연습할 거야!” (1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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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신부 9
야마자키 코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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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8.14.

만화책시렁 518


《마법사의 신부 9》

 야마자키 코레

 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9.4.25.



  사람이 사람인 까닭은, 사랑을 하는 사이로 이 별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ㅅ’으로 잇는 이 말씨(말씨앗)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사람·사랑·사이(새)·살림·살다’입니다. 이 얼거리를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면, 왜 우두머리(권력자)나 글바치가 ‘ㅅ 말씨’를 등지면서 ‘인간·애정·공간·생활·인생’이나 ‘휴먼·러브·스페이스·라이프·라이브’처럼 자꾸 허울을 씌우려 하는지를 환하게 알아차리겠지요. 한자말이나 영어가 나쁠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은 말을 씨앗으로 마음에 심으면서, 우리 손으로 집밥옷이라는 살림을 누구나 스스로 짓고 나누었으며, 우리 눈으로 해바람비에 들숲바다를 보면서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즐겁게 춤노래를 편 숨결입니다. 《마법사의 신부 9》을 읽었습니다. 앞자락도 뒷자락도 매한가지인데, ‘마법사한테 짝꿍이 되어’ 지내는 아이는 ‘어쩔 길이 없이 몸을 팔았다’고 여길 수 없어요. 겉으로 보는 굴레를 털어내는 길을 걷고픈 꿈을 씨앗으로 심었고, 겉보기가 아닌 속마음을 빛내는 살림을 짓는 하루를 살아낸다면, 모든 수렁을 나부터 걷어내면서 둘레를 푸른숲으로 바꾸어내게 마련입니다. 남이 해주지 않아요. 내가 스스럼없이 하고 너도 스스로 함께하며 하늘빛이에요.


ㅅㄴㄹ


“앨리어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었어. 그게 아니라면, 나는 당신과 만나기 전에 분명 죽었을 테니까.” (77쪽)


“너의 아픔은 너만의 것이야. 내가 괴롭다고 생각한 것, 네가 괴로웠던 것, 아픔은 그 사람밖에 몰라. 누구도 진정한 의미에서 알아주지는 못해.” (137쪽)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라고. 다음에는 부딪치며 둘이서 제대로 얘기해 봐요. 딱 좋은 곳을 찾기 위해서.” (195쪽)


#ヤマザキコレ #魔法使いの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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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팔다 Mafalda 8
끼노 글.그림, 조일아 옮김 / 비앤비(B&B)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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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8.14.

만화책시렁 516


《마팔다 8》

 끼노

 조일아 옮김

 아트나인

 2004.6.



  갓 태어나서 열두어 살 즈음까지 ‘어린이’라고 합니다. 열서너 살 즈음부터 열아홉 살 즈음까지 ‘푸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스무 살 즈음부터 내내 어떤 이름일까요? 어린날하고 푸른날을 지난 여든 해나 예순 해나 쉰 해를 어떤 모습이나 살림이나 사랑으로 살아내는가요? 《마팔다 8》을 되읽습니다. 예나 이제나 아르헨티나 그림꽃이 한글판으로 나오기란 매우 어려울 텐데, 더구나 《마팔다》가 한글판으로 여덟걸음이 나온 일은 매우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삶길(자유·민주·평화·평등)이 아닌 죽음길(독재·전쟁·상업·종교)이 판치지만, 죽음길에 사로잡히지 않고서 삶길을 바라보려는 마음과 눈빛을 ‘마팔다’라는 아이 말씨랑 몸짓이랑 하루에 녹여내는 줄거리입니다. “어떻게 여섯 살짜리가?” 하고 여길 수 없습니다. 여섯 살은 ‘눈뜨는 마음을 서슴없이 터뜨리는’ 살림이거든요. 여섯 살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곱새기면서 배울 줄 알아야 예순 살도 여든 살도 어른스럽습니다. ‘나이’가 아닌 ‘나(나다운 나)’를 바라보는 걸음마가 여섯 살이라고 할 만해요. 우리는 이 아름철인 여섯 살 어린이한테서 무엇을 배우나요? 그저 어린이집에 싸매면서 심부름만 안기지는 않나요? 눈을 틔우고 말을 지피도록 북돋우면서 품는가요?


ㅅㄴㄹ


#Mafalda #JoaquinSalvadorLavado #Quino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를 가다니 그게 말이 돼?” “남 말 하지 마! 이게 네 사업이었다면 넌 벌써 모스크바에 슈퍼마켓 분점 하나 차렸어!” “어쩌구 어째? 네가 여자라서 참지, 아니었으면 네 코는 벌써 부러졌을 거다!” (9쪽)


“‘인생은 60부터 시작이다.’ 그럼 우릴 뭣 때문에 진작부터 데려다 놨냔 말이야, 엉?” (41쪽)


‘열린 선한당? 한 선한당? 민주 선한당? 대체 선(善)과 정치는 왜 이리도 안 어울릴까?’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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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 -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하여 평화 발자국 15
권용득 외 지음 / 보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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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8.14.

만화책시렁 576


《빨간약,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하여》

 권용득·김성희·김수박·김흥모·마영신·한수자

 보리

 2015.8.15.



  ‘평화 발자국 15’으로 나온 《빨간약》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하여’처럼 길게 덧이름을 달아 놓습니다. 책이름처럼 ‘빨갱이(빨갛다)’란 무엇인가 하고 들려주면서 ‘빨갱이는 나쁘지 않다 = 빨갱이를 나쁘다고 몰아세우는 너희가 나쁘다’ 하는 줄거리를 여밉니다. 2015년에 나온 이 꾸러미에는 ‘윤석열 검사’ 이야기가 두 자락 나옵니다. ‘국정원 덧글’을 윤석열 검사가 터뜨렸다지요. 윤석열 집안하고 얽힌 뒷짓은 뒷짓대로 나중에 값을 치를 테고, 이녁이 터뜨린 벼슬질(권력횡포)은 우리나라 고린곳입니다. 고린짓은 누가 했고, 아직도 하고, 앞으로 할까요? 바로 감투·벼슬을 거머쥔 모든 무리요, 힘·이름·돈을 부리는 모든 떼거리요, 여기에 빌붙는 모든 붓바치(지식인·문화예술인)입니다. 응큼질(성추행)을 일삼은 안희정·박원순·오거돈을 똑같이 꾸짖을 수 있다면 ‘빨간물(머큐롬)’로 고린것이나 고름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빨간약》은 ‘평화 발자국’하고 너무 멀어요. ‘우리 쪽이 여태 미운털이 박혀 왔’기에 ‘저쪽을 미운놈으로 삼아서 화살을 쏘아대려’고만 합니다. 이승만·박정희도 김일성·김정일도 다 망나니(독재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술자리 아닌 숲자리에서 붓을 쥐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말하는 꼴 봐라. 대통령이 니 친구냐? 당선됐으니 잘하시라 그러는 거지. 그때는 뭐든 다 했지. 맨손으로 서울 와서 어찌 애 셋을 키웠는지, 지금 생각해도, 하하.” (11쪽)

→ 투표가 민주주의라면, 투표로 누구를 뽑았든 ‘예의·존중’은 ‘기본’이다. 우리가 미는 이(후보)가 떨어졌어도, 붙은 이가 미운놈이더라도 ‘일을 똑바로 잘하라’고 말하면서 지켜보는(감시) 눈을 밝힐 줄 알아야 비로소 민주이다. 그러나 《빨간약》에는 비아냥만 철철 넘친다.



‘술 안주로 떠들어도, 밖으로는 눈치 보느라 바쁘다. 고용불안 앞에 있는 우리는 티끌 같다. 티끌 같더라도 눈빛만은 진지하고 싶다.’ (17쪽)

→ 술자리 그림이 너무 많다. 《빨간약》이라는 만화책조차 술자리에서 불쑥 얘기가 나와서 그리기로 했다는 줄거리를 대놓고서 밝히는데, 창피하다. 술 한 모금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만화책은 ‘술 마시고 떠드는 그림과 줄거리’가 지나치게 많다. ‘맨넋’으로 말을 못 하겠다면,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어쩌라는 셈인가?



‘하루 정도 집안일과 육아분담으로부터 탈출할 수만 있다면 평양이라도 가고 싶다.’ (40쪽)

→ 미친 소리이다. 집안일하고 아이돌보기가 불수렁(지옥)인가? 기쁘게 집안일을 하고, 즐겁게 아이를 돌보면서 살림을 짓는 길이, 참다이 어깨동무(성평등·페미니즘)이다. 문득 뱉는 말 한 마디일 수 없다. 그림님(만화가) 스스로 늘 ‘지긋지긋한 집안일과 육아분담’이라 여기는 그릇된 갈라치기 마음보가 불쑥 터져나온 대목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M군은 박정희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들과 어울리며 지냅니다. 재밌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젊은 데다 궁핍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74쪽)

→ ‘막말(혐오발언)’은 언제나 막말이다. 박정희·박근혜를 미는 이들이 ‘젊고 가난한’가? 이런 줄거리를 대놓고서 그려대는 《빨간약》은 터럭만큼도 ‘평화 발자국’일 수 없다. 더 생각해 보자. 가난한 사람은 누구를 밀어야(지지해야) 하는가?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탓에 머저리란 뜻인가? 젊고 가난하면서 박정희·박근혜가 아닌 다른 쪽을 미는 사람도 많을 텐데, 이들한테도 ‘젊고 가난한 이들은 똑같이 문재인을 밉니다’처럼 말할 수도 있다. 앞뒤가 어긋난 이런 소리는 ‘평화 아닌 전쟁’을 바라는 갈리치기일 뿐이다.



“왜 이럴까, 누가 이렇게 방해를 할까. 진정한 애국자가 누군데!” (116쪽)

→ ‘진정한 애국자’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애국’을 해야 하는가? 집안일은 지긋지긋하고 아이돌보기는 지겹다고 밝히는 이들이 외치는 ‘애국’이란 무엇인가?



“김일성 수령에 대해서 좀 알아요? 그분에 대해서 깊이 알아야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 수 있어요. 그거 아우? 윗집에서는 지금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상교육을 12년으로 늘렸다더군. 여기서는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힘든데 말이야. 핵도 그래. 외세에서 얼마나 견제를 해. 자기들은 이미 몇천 개씩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압박 속에서도 자주적으로 주체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고.” (118쪽)

→ 터무니없는 말일 뿐이다. 이 대목은 ‘이승만·박정희’로 이름만 바꾸어도 똑같다. 망나니로 사람들을 짓밟고 억눌렀을 뿐 아니라 함부로 죽인 그들은 모조리 망나니일 뿐이다. 또한 ‘무상교육’이라는 허울로 북녘은 아이들을 어떻게 길들이는가? 남녘도 비슷하다. 이름만 ‘무상교육’이라고 붙인다고 해서 ‘복지·민주’이지 않다. 스스로 푸르게 살림을 짓고 사랑을 아름답게 펼 줄 아는 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도록 북돋우고 이끄는 가르침길이 아니라면, 말짱 헛일이다. 또한 ‘핵무기’를 잔뜩 거머쥐어야 ‘평화’를 이룬다는 말(주의주장)은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그분들 말씀이 허황되고,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만큼, 우리가 북한의 실상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지 않나?” (119쪽)

→ ‘북녘 참모습’뿐 아니라 ‘남녘 참모습’부터 제대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서울이 어떤 민낯으로 망가졌는지를 봐야 하고, 우리나라 시골이 얼마나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봐야 하지 않을까? 책상맡에서 떠드는 《빨간약》은 그야말로 ‘참(진실)’이라는 쪼가리 하나도 못 건드리는 얼거리로 치닫기만 한다.



“그렇게 우습게 지도자를 뽑아 왔다면 미국 놈들한테 벌써 무너졌죠. 전 세계에서 초강대국이라는 미국과 맞서면서 지금처럼 자주성을 지켜낼 수 없겠지요.” (154쪽)

→ ‘전북 잼버리’는 무엇이 뒤틀려서 벌어진 잘못일까? 새로 나라일을 맡은 무리도 엉터리였지만, 예전에 나라일을 맡은 무리도 나란히 엉터리였을 뿐 아니라, ‘지자체’라는 허울을 내세워 ‘전라도 벼슬아치(공무원)’가 얼마나 검은돈을 해먹는가 하는 민낯이 낱낱이 드러난다. 전라도 벼슬아치만 검은돈을 해먹지 않는다. 경상도 벼슬아치도, 경기도 벼슬아치도, 강원도 벼슬아치도, 제주도 벼슬아치도, 충청도 벼슬아치도, 부산과 서울과 인천과 광주와 대구와 대전 벼슬아치도, 똑같이 ‘저마다 다르게 검은돈을 해먹는 우리나라’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녘도 북녘도 ‘벼슬아치(지도자)’란 놈팡이를 똑같이 엉터리로 우습게 뽑아 왔다. 겉보기로 안 무너졌다 하더라도, 속으로 곪아터진 남북녘이다.



“역사를 보면 남쪽이 독재에 항거하고 싸웠듯이, 북쪽도 3대에 걸쳐 독재를 하고 있다면 벌써 민중항쟁이 일어났을 테지요.” (155쪽)

→ 남쪽이 “독재 항거”를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이 죽고 다쳤는가. 북녘에서 “독재 항거”를 한 이들이 살아남았을까? 다 죽지 않았을까? 그리고 “북녘에서 독재 항거”를 하던 이들과, 북녘에서 짓밟혀서 굶어죽으려는 이들이 북녘을 떠난다. 북녘은 ‘민중항쟁’을 일으킬 불씨도 물결도 스스로 잃어버리기에 떠나기(탈북)를 한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과 댓글을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면서까지 찾아냈다가 좌천된 윤석열 검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저는 조직을 사랑합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193쪽)

→ 《빨간약》은 고침판을 냈을까? ‘검은짓을 안 참고 터뜨리는 정의로운 윤석열 검사’라고 치켜세우는 그림이 두 군데에서 나온다. 2023년 윤석열과 2015년 윤석열은 다른 사람일까? ‘빨간물’을 발라서 고름을 고쳐야 할 사람은 이 꾸러미를 엮은 만화가와 출판사이다.



+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면 넉넉합니다

→ 이 책이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다면 기쁩니다

5쪽


춤을 추는 한, 우리 스스로 지지는 않을 것이다

→ 춤을 추면, 우리 스스로는 지지 않는다

10쪽


촌지를 거부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살아 숨 쉬는 교육을 하겠다는 뜻으로

→ 뒷돈을 내치고 아이들이 바라는 살아숨쉬는 길을 가르치겠다는 뜻으로

→ 돈자루를 물리고 아이들이 바라듯 살아숨쉬도록 가르치겠다는 뜻으로

45쪽


자기소개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 내 이야기를 펴라고 했습니다

→ 나를 얘기하라고 했습니다

46쪽


언니가 치매기가 있어요

→ 언니가 깜빡거려요

→ 언니가 자꾸 잊어요

100쪽


관리하기 쉬우라고 수면제를 자꾸 줘

→ 다루기 쉬우라고 잠가루를 자꾸 줘

101쪽


아주 분초를 다투는 일이지

→ 아주 바쁜 일이지

→ 바람같이 할 일이지

10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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