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3.14.

숨은책 498


《현대판 손오공 13 드래곤 볼》

 토리야마 아키라 글·그림

 유연숙 옮김

 서울문화사

 1990.4.26.



  국민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갔어도 만화읽기는 실낱같이 이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새벽 여섯 시부터 밤 열 시까지 배움터에서 지내느라 국민학교 6학년 때까지 ‘마을 앞으로 만화책 빌려주려고 찾아오는 짐차(만화책 대여트럭)’ 아저씨한테 갈 수 없었어요. 이제 빌려읽기는 끝이요 사읽기로 접어듭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기다려 마을책집에 만화책을 사러 갔어요. 저는 중학생으로 형은 고등학생으로 함께 보던 만화책 가운데 《드래곤 볼》이 있어요. 그때 마을책집에서는 줄을 서서 이 만화책을 샀는데, 책집지기 아저씨는 오랜 단골인 제 몫을 늘 남겨 놓으셨어요. “애들이 찾아와서 구석구석 뒤지는데 겨우 숨겨 놨어.” 이레마다 나오는 만화잡지로도 읽고, 낱책으로도 읽었어요. 그러나 만화잡지는 우리 집을 옮기면서 어머니가 다 버리셨고, 만화책은 작은집 아이들이 설·한가위에 놀러와서 빌려가더니 하나도 안 돌려줬습니다. 헌책집에서 어렵게 《아이큐 점프》 1990년 12월호 별책부록을 만났습니다. 별책부록 끝자락에 적힌 말을 보고 웃었습니다. 아무리 이렇게 밝혀도 배움터에서는 이 만화책을 빼앗아 ‘유해도서’라며 불살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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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세계수준 : 《드래곤 볼》은 미국·프랑스·이태리·서독·일본 등지에서 만화화, 만화영화화 되어 어린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세계 명작만화입니다. (책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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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3.14.

숨은책 501


《어머니의 손수건》

 이용남

 민중의소리

 2003.3.15.



  2002년 여름날 이 나라에는 두 가지 물결이 일었습니다. 하나는 한·일 두 나라가 함께 치른 공차기마당(월드컵)이요, 다른 하나는 한·미 두 나라가 같이 꾀한 싸움마당(군사훈련)입니다. 잔디밭에서 함께 공을 차면서 어깨동무나 꿈이나 사랑을 나누면 좋을 텐데, 흔히들 ‘축구 전쟁’이란 이름을 붙이더군요. 서로 즐겁게 놀면서 기쁘게 하나되면 안 될까요? 이른바 군사훈련은 ‘싸움 맛보기’입니다. 앞으로 싸움판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는지 미리 해보는 셈입니다. 아이는 소꿉을 하면서 놀이랑 살림을 익히지만, 군인은 군사훈련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빨리 저쪽을 물리치거나 죽이는가’를 익힙니다. 《어머니의 손수건》은 2002년 여름날 일어난 물결 가운데 하나인 ‘죽은 효순이·미선이’를 기리는 뜻을 멍울처럼 담아낸 사진책이에요. 나라에서 쉬쉬하던 일을 앞장서서 사진으로 담고 글로 풀어내었지요. 우리는 아직 평화나라가 아닙니다. 남·북녘이 싸움연모(군사무기)를 서로 어마어마하게 갖추어 으르렁거리듯 노려보는 삶터입니다. 여기에 주한미군이 있어요. 나라에서 주한미군한테 돈을 얼마나 대는지 밝힌 적이 없지만 엄청난 줄만 압니다. 어마어마한 총칼과 엄청난 싸움돈(군사비)을 들여야 아이들이 안 밟혀 죽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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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97


《獨逸史學史》

 Georg von Below 글

 讚井鐵男 옮김

 白水社

 1942.7.10.



  독일이 걸어온 자취를 살피는 일을 어떻게 갈무리했느냐를 다룬 《獨逸史學史》는 독일사람이 쓰고 일본사람이 옮깁니다. 1942년에 나온 책이니, 일본은 이웃나라 발자취까지 꽤 깊이 파고들었구나 싶습니다. 배우려면 끝없이 파고드는 길이로구나 싶은데, 이 책은 일본 아닌 우리나라 책집에서 사고팔렸습니다. 책끝을 보면 ‘釜山府 ○○町 金文堂書店’ 쪽종이가 붙어요. ‘부산시’나 ‘○○동’이라 안 적고 ‘府·町’이라 적으니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입니다. 〈金文堂書店〉은 이제 부산에 없지 싶은데, 이 책집이 어느 자리에 언제부터 있었는가는 수수께끼입니다. 일본 책집이 적잖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하고, 그 책집은 일본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는 일본사람’이며 ‘일본을 따르고 배워야 하던 조선사람’한테 책을 선보였겠지요. 1942년이면 조선말(우리말)은 아예 엄두를 못 낼 즈음이니 책집에는 온통 일본글로 찍은 책밭이었으리라 봅니다. 앞길이 까마득한 나날일 텐데, 1950년이나 1955년이나 1960년까지 오직 일본말만 쓰고 일본글만 읽어야 하던 수렁이었다면 우리는 우리 말글·삶·살림을 얼마나 돌보거나 가꿀 수 있었을까요? 오늘 우리는 우리다운 넋을 얼마나 보살피거나 일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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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96


《문장연습》

 고려대 교양학부 교양국어연구실 엮음

 고려대학교 출판부

 1973.3.1.



  적잖은 글꾼은 ‘우리말에 한자말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만, 이는 오직 한문으로 글을 쓰던 버릇으로 일컫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이 수수하게 널리 쓰던 말씨를 몽땅 한문으로 담아내려 하다 보니 얼핏 ‘우리말’만큼 ‘중국 한자말’하고 ‘일본 한자말’을 끌어들인 탓이라 할 텐데, 중국·일본 한자말을 배운 적이 없이 살림하는 사람들 말씨를 헤아리노라면 ‘우리 삶은 우리말로 넉넉히 담아낼’ 만해요.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으니 우리말을 모를 뿐입니다. 《문장연습》은 ‘열린배움터 교양국어’를 가르치며 쓰던 곁책입니다. 온통 새까맣게 한자로 글을 쓰도록 이끕니다. 쉽고 부드러이 우리말을 쓰도록 이끌지 않아요. ‘우리말로 생각하고 우리말로 삶·살림·사랑을 담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틀은 언제 세울까요.


우리의 先祖들은 이 漢字로써 漢文을 지어 썼으니 그 고통은 오늘날 英語를 배워서 글을 짓는 것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古來로 우리말을 적어 보려는 强한 意慾이 있어 新羅時代의 鄕歌를 보면 당시의 國語를 漢字로 表記하고 있다 … 매우 不便한 文字이지만 現在 우리는 그것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累千年來의 慣習 탓도 있지만 우리말에 漢字語가 많기 때문이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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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00


《농촌극 입문》

 하유상 글

 마을문고본부

 1976.9.26.



  놀면서 신나거나 일을 즐겁게 하려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런 노래는 ‘잘’을 안 따져요. 누구나 마음껏 부릅니다. ‘바보상자’라는 이름을 얻은 ‘텔레비전’이 퍼지기 앞서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같이 놀거나 일하고, 함께 노래했어요. 저마다 지은 하루를 되새기고, 서로서로 새 하루를 누리면서 놀거나 일해요. 바보틀(텔레비전)이 퍼지면서 어린이는 더 어울려 놀지 않고 어른은 더 두레를 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즐거이 나누던 노래를 잊은 채 뿔뿔이 흩어져요. 《농촌극 입문》은 조각난 사람살이에서 마당놀이(연극)로 끈을 잇도록 북돋우는 책처럼 보이지만, 속을 보면 바보틀 연속극을 고스란히 흉내냅니다. ‘마을문고’란 뜻은 나쁘지 않되 ‘새마을총서’란 이름으로 시골울 ‘서울 흉내’로 가둡니다.


- 이 총서는 새마을사업의 하나로 정부 보조와 본회 자금으로 제작하여 전국 35,000 마을문고와 공공도서관 및 문화원 도서실에 차례로 무상 기증하고 있는 비매품입니다. 마을문고 독서회원의 희망할 때는 본회 자금으로 제작한 재판본을 반포실비(100원·송료 포함)만으로 배본하고 있읍니다. (책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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