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4.1.

숨은책 513


《新編 童謠繪本 1》

 倉田友雄 엮음

 トッパン

 1952.4.20.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습니다. 저한테 찾아온 두 아이는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걸음마였습니다. 사내란 몸이기에 젖을 물리지 못할 뿐, 젖물리기를 뺀 모든 일을 맡아서 했어요. 아이를 돌보는 숱한 살림 가운데 하나는 노래입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들려주는 포근한 말에 즐거운 노래에 따스한 눈빛에 넉넉한 품에 슬기로운 마음에 환한 넋을 물려받으면서 자라요. 짝꿍이 없이 혼자 살 적에도 어린이책은 곁에 두었고 어린이노래는 늘 듣고 익혀서 불렀어요. 그동안 익힌 어린이노래를 우리 아이한테 들려주고, 새로 어린이노래를 더 익혀서 아이들하고 불렀어요. 날마다 한나절 남짓 노래를 불렀어요. 잠자리나 빨래를 하거나 밥을 하면서도,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면서나, 버스를 타고 마실을 갈 적이나 으레 노래를 부르며 다독였어요. 《新編 童謠繪本 1》는 1952년에 나온 노래책입니다. 어린이가 즐길 노래를 추리고 그림을 보드라이 곁들입니다. 이웃나라에서는 어린이를 헤아린 책이 골고루 있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매한가지예요. 1952년이면 아직 싸움수렁에서 앓는 터라 어린이를 돌볼 겨를이 없었을는지 모르는데, 오늘은 어떤가요? 어린이한테 맑고 밝게 노래를 들려주는 어른인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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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4.1.

숨은책 512


《황홀한 사람》

 아리요시 사와꼬 글

 백구령·김정숙 옮김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1984.6.



  열린배움터를 다니려고 인천하고 서울을 전철로 오가던 1994년 첫무렵까지 읽은 한글책은 모두 남녘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엔 헌책집이 참으로 많아요. 웬만한 골목이나 배움터 곁에는 으레 헌책집이 있기에 동무를 만나러 서울 곳곳을 다니면서 꼬박꼬박 책집마실부터 했습니다. 요새 나온 책부터 아스라이 먼 예전에 나온 책에다가 이웃나라 책을 두루 만나던 어느 날 ‘한글은 한글인데 낯선 말씨’가 가득한 책을 만납니다. 연변이나 흑룡강처럼 중국 한켠에서 한겨레마을(조선족자치주)을 이룬 곳에서 펴낸 책입니다. 《황홀한 사람》을 헌책집에서 만나며 새삼스러웠는데, 글님이 쓴 《소설 복합오염》을 읽었기 때문에 바로 알아보았어요. 책은 낯설지만 글님 이름은 낯익거든요. 《황홀한 사람》은 남녘에서 1996년에 살짝 나왔다가 사라진 적 있고, 2021년에 다시 태어납니다. 언뜻 보면 해묵은 이야기일 터이나, 곰곰이 보면 오늘날에도 새롭게 새길 만해요. 삶을, 나이를, 몸을, 손길을 말이지요. 1984년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는 ‘구럭·먹새’ 같은 낱말을 쓰고, 2021년 남녘 펴낸곳은 ‘쇼핑백·식성’ 같은 낱말을 씁니다. 둘은 같은 줄거리이나 다른 말씨입니다. 남북녘이 어깨동무를 하자면 서로 다른 말씨부터 만나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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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11


《尋常 小學國史 上卷》

 文部省 엮음

 大阪書籍株式會社

 1920.10.22.



  일본에서 일본 어린이를 가르치려고 1920년에 펴낸 《尋常 小學國史 上卷》을 천안에 있는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어쩐지 판짜임이나 글씨나 줄거리가 낯익구나 싶더니, 1923년에 조선 어린이한테 가르치려고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普通學校 國史 兒童用》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尋常 小學國史》는 일본 어린이가 배울 책이니 일본 발자취를 담을 텐데, 《普通學校 國史》는 우리나라(조선) 어린이가 배울 책이지만 우리 발자취가 아닌 일본 발자취가 가득해요. 그런데 이 배움책 사이사이에 손글씨로 적어서 슬쩍 붙인 종이가 있습니다. 꽤 많아요. 왠 종이를 이렇게 붙였나 하고 들여다보니 ‘우리 발자취’를 일본글로 적었더군요. 아, 그무렵(일제강점기) 어린이를 가르치던 어른이 쓰던 배움책 같아요. ‘국사’란 이름인데 일본 발자취만 가르칠 수 없다고 여겨, 서슬퍼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몰래 가르친 자국이네 싶어요. 일본 배움책을 다룬 곳(發賣所)은 ‘國政敎科書共同販賣所’입니다. 오늘 우리는 ‘국정교과서’란 이름을 쓰는데 일본 제국주의 옷을 물려입은 셈입니다. 털어낼 티끌이란 무엇일까요? 씻어낼 허물이란 뭘까요?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요?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오늘을 들려주면서 앞길을 그릴 적에 참다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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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5


《가정의 벗》 185호

 양재모 엮음

 대한가족계획협회

 1984.1.1.



  모든 아이는 어른 눈빛이나 몸짓이나 말결에 흐르는 마음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하는 거짓말을 알아채지만 마치 모르는 척하고, 그냥 어른들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듯 군다고 느껴요. 우리 마음에 사랑이 흐른다면 아이는 늘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를 못 돌보지 않아요. 가멸차기 때문에 아이를 잘 보살파지 않아요. 아이는 돈으로 자라지 않고, 어른도 돈으로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요. 《가정의 벗》은 ‘대한가족계획협회’라는 곳에서 펴낸 달책이라는데, 185호를 보면 1984년 무렵에 퍼진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같은 알림말이 눈에 띕니다. 그래요, 1984년 그무렵 마을 곳곳에 이런 ‘나라 알림말(국가 표어)’이 붙었어요. 예전에는 ‘여러 아이’를, 이러다가 ‘두 아이’를, 이윽고 ‘한 아이’를 낳자는 나라 알림말이 우표에 깃들기도 했어요.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돈을 받고서 아기를 꽤 여러 나라로 보냈습니다. 누가 어느 집에서 낳은 아기이든 포근히 아끼고 사랑하는 터전하고는 멀었어요. 오직 사랑을 바라는 아기일 테니 어른인 우리도 오직 사랑을 아기한테 물려주면 될 텐데요. 나라에서 ‘가족계획’을 안 세워도 좋으니 모든 마을하고 살림집에 따사로이 사랑이 흐르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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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08


《THE SPIKE》 56호

 권부원 엮음

 제이앤제이미디어

 2020.6.



  제가 마친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2009년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졸업증명서를 떼야 했기 때문인데, 모처럼 찾아간 배움터 어느 골마루에서 “쩍, 쩍, 쩍 ……” 하는 소리가 울립니다. 낯익은 소리예요. 누가 밀걸레 자루로 엉덩이를 맞는다는 뜻입니다. 배구 이야기를 다루는 《THE SPIKE》가 있고, 2020년 6월에 나온 56호는 이재영·이다영 씨가 책낯에 나란히 나옵니다. 둘은 쌍둥이 배구선수로 이름났고 널리 사랑받았습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에 이다영 씨가 인스타그램에 선배 선수를 비아냥거리는 글을 잇달아 띄우더니 ‘자살 소동’을 벌였고, 이튿날 ‘이재영·이다영 학교폭력’이 불거졌습니다. 쌍둥이 배구선수가 벌인 ‘자살 소동’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여태 가슴에 묻고 살던 생채기를 제대로 건드렸다지요. 배구 국가대표였던 어머니 뒷배에 힘입어 동무하고 뒷내기한테 칼부림까지 하며 돈을 빼앗고 괴롭힌 짓이 드러났는데, 쌍둥이는 집에 숨어 인스타질만 합니다. 때리고 괴롭히는 짓은 좀체 안 사라지고, 때린짓을 일삼은 이들은 어쩐지 뉘우칠 줄을 모릅니다. 철없는 옛날일 뿐일까요. 아직도 철없으니 어떻게 고개숙여야 하는지 모르지 싶어요. 점수·성적만 바라본 우리 민낯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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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배구선수 참 어이없더라.
오늘도 인스타질이더라.
이들은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운 적이 없구나 싶다.
참으로 딱한 아이들이다.
아마 그들 스스로 뭘 잘못한 줄
하나도 못 깨달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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