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흙땅 밟는 느낌

 


  아이들과 흙땅을 밟을 적에 나부터 즐겁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바른 땅을 밟으면 발바닥과 발목이 시큰거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딱딱하게 바른 땅은 자전거를 달리기에는 좋다고 할 만하지만, 두 다리로 걷기에는 좋다고 할 수 없다. 두 다리로 걷기에 좋은 곳은 흙땅이다. 보송보송 밟히는 기운이 즐겁고, 흙을 밟으면서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흙내음이 퍼진다. 산들보라야, 복복 흙땅 밟으며 걷는 느낌이 어떠하니?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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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3-28 18:24   좋아요 0 | URL
예~ 흙땅이 좋겠지요!
언제 되게 넘어져서 얼굴을 다친 후부터는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보송보송 밟히고,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흙내음이 퍼지는 흙땅을 복복 걷고 싶은
그런 봄이네요~*^^*

숲노래 2014-03-28 18:40   좋아요 0 | URL
에구... 아이들도 넘어지면 크게 다치는데
어른이 넘어지면... ㅠ.ㅜ

아무쪼록, 봄내음 물씬 맡으면서
늘 좋은 이야기 누리시기를 빌어요
^^
ㅎㅎㅎ 오늘 무언가 하나를 했기에 즐겁게 웃습니다.
다음주를 기다려 보셔요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1) -의 : 내 취향의 걸

 

이 가게 완전 좋아. 내 취향의 걸 잔뜩 발견했지 뭐야
《쿄우 마치코/한나리 옮김-미카코 (1)》(미우,2011) 133쪽

 

 내 취향의 걸
→ 내 취향인 걸
→ 내가 좋아하는 걸
→ 내가 좋아할 만한 걸
 …


  “내 취향의 걸(것을)”은 번역을 잘못 했습니다. 토씨 ‘-의’가 아닌 ‘-인’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일본 말투를 그대로 적으면 번역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번역은 한국 말투를 어지럽힙니다. 그래도 ‘나의’라 안 적고 ‘내’라 적으니 고마운데, 글로 적는 투가 아닌 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투를 옮겼기에 “나의 취향의 걸”처럼 옮기지는 않았구나 싶어요. 사람들이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나의’가 나오는 일이 드물거든요.


  한자말 ‘취향’이 어떤 뜻인가를 헤아리면, “내가 좋아하는 걸”이라든지 “내가 좋아할 만한 걸”로 더 다듬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걸”이라든지 “내 마음을 사로잡는 걸”로 다듬어도 어울리고, “내 마음에 쏙 드는 걸”이나 “내 눈길을 확 끄는 걸”로 다듬어도 됩니다. 4347.3.2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가게 아주 좋아. 내가 좋아하는 걸 잔뜩 찾았지 뭐야

 

‘완전(完全)’은 이름씨입니다. 어찌씨로 쓰려면 ‘완전히’ 꼴이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이름씨 꼴로 적으면서 어찌씨로 삼는 말투가 퍼집니다. ‘아주’나 ‘매우’나 ‘무척’이나 ‘참’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발견(發見)했지’는 ‘찾았지’나 ‘보았지’로 손봅니다. ‘취향(趣向)’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좋아하다’라는 낱말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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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0. 아이들이 뛰놀 곳 2014.3.27.

 


  아이들이 뛰놀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가 없는 곳. 아이들이 노래할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 소리가 없는 곳. 아이들이 오붓하게 어울리면서 어깨동무할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가 서지 않아 홀가분한 곳. 아이들은 아스팔트길이나 시멘트길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즐겁게 뛰놀면서 시원하고 따스한 곳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흙을 밟으면서 풀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이들이 뛰놀 곳에 아이들이 있는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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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7. 누나가 벗겨 줄까 (2014.3.27.)

 


  들녘에서 들빵을 먹는데, 빵 바닥에 종이가 있다. 네 살 작은아이가 빵 바닥에 붙은 종이를 잘 못 뗀다. “누나야, 해 줘.” “해 줘가 뭐야, 해 주세요, 해야지.” “해 주세요.” “자, 누나가 떼어 줄까? 줘 봐. 이렇게 떼야 해.” 일곱 살 누나는 언제나 동생 몫을 먼저 챙겨 주고는 제 것은 나중에 챙긴다. 가만히 보면, 어머니나 아버지도 언제나 큰아이한테 먼저 주니, 큰아이도 이런 모습을 어느새 배웠는지 모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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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 들빵

 


  마을 할매와 할배가 들일을 나옵니다. 일흔 언저리인 분들은 서로 품앗이를 합니다. 여든 언저리인 분들은 두 분이 경운기를 타고 천천히 논밭으로 가서 낮에 샛밥을 자시곤 합니다. 도시락을 챙겨서 들밥을 자시기도 하고, 가게에서 사 둔 빵을 가져와서 술 한 잔과 함께 드시기도 합니다. 지난날에는 모두 밥만 먹었을 테니 들밥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빵을 들에서 샛밥으로 더러 먹기도 하니 ‘들빵’일 때가 있습니다. 들에서 일하는 어른은 들일입니다. 들에서 노는 아이는 들놀이입니다. 들에서 부르는 노래는 들노래이고, 들에서 꽃피우는 사랑은 들사랑입니다. 들밥 먹는 사람들은 들사람입니다. 들숨을 쉬면서 들바람 마시는 오늘은 들빛으로 물든 들살이입니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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