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놀이 5 - 둘이 나란히 흙빛

 


  두 아이가 흙을 파면서 종알종알 이야기한다. 꽃삽을 쓰다가 괭이를 쓰다가 삽을 낑낑대며 쓰기도 한다. 이것저것 만지고 싶으니 만진다. 이모저모 파고 싶으니 판다. 잘 파고 놀다가 다시 흙으로 토닥토닥 덮는다. 방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나와서 흙밭에서 굴리기도 한다. 살짝 떨어져서 놀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꼭 박치기를 할 만큼 가까이 붙어서 같이 논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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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53. 떡 받는 아이 (2014.3.14.)

 


  마을 빨래터 물이끼를 걷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 할매 한 분을 뵙는다. 마을 할매는 “샘 쳤나? 샘 치느라 애쓰네.” 하면서 아이들을 부른다. “너그들 떡 좋아하나? 떡 좋아하면 줄까?” 제사를 다녀오신 듯하다. 제사떡을 마을회관에서 이웃 할매들과 나누려고 가져오셨는데, 마침 우리 집 아이들을 만난 김에 나누어 주신다. 아이들이 빨래터에서 쓰던 바가지에 떡을 몇 점씩 받는다. 가슴으로 안거나 머리에 이며 집으로 돌아간다. 두 아이는 떡순이가 되고 떡돌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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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아버지랑 자야한대요 온세상 그림책 6
나카가와 치히로 지음, 고향옥 옮김 / 미세기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4

 


할아버지와 즐겁게 노래해요
― 오늘 할아버지랑 자야 한대요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
 고향옥 옮김
 미세기 펴냄, 2008.5.20.

 


  봄을 맞이한 시골은 조금씩 부산합니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논밭에 새힘을 북돋우려고 애쓰고, 마을로 찾아와 먹이를 찾는 새들도 아침저녁으로 조잘조잘 복닥거립니다.


  풀잎이 깨어나면서 풀벌레가 함께 깨어납니다. 꽃잎이 터지면서 벌과 나비가 하나둘 춤춥니다. 나뭇가지마다 잎망울과 꽃망울이 가득합니다. 일찍부터 꽃이나 잎을 내놓는 나무가 있고, 아직 조용히 기다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다만, 옛날과 견주면 한 가지가 다릅니다. 옛날에는 따사로운 봄날에 따사로운 봄볕을 받으며 개구지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고샅과 들과 숲마다 넘쳤으나, 오늘날에는 어느 시골마을에서도 아이들 노랫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 처음으로 할아버지 댁에 혼자 자러 왔어요 ..  (2쪽)

 

 

 

 

 

 


  언제부터 아이들 노랫소리가 시골에서 사라졌을까 헤아려 봅니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아이들은 도시에서 노래를 부를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뛰놀아서 아이인데, 요즈음 도시 아이들은 얼마나 신나게 놀면서 노래하거나 춤추는지 궁금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만화영화가 무언가 나와야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저희끼리 어울려 놀면서 스스럼없이 춤이 흘러나오고 노래가 터져나오는 아이들입니다. 놀 때에는 늘 노래가 흘러요. 놀 적에는 언제나 노래와 함께예요.


  그러고 보면, 예부터 어른들도 아이와 같아요. 아이들은 놀면서 노래라면, 어른들은 일하면서 노래입니다. 아이들은 놀 적에 늘 노래를 불렀고, 어른들은 일할 적에 언제나 노래를 즐겼습니다.


.. “할아버지. 잠이 안 와요.” “그래? 그럼, 안 자도 돼.” “안 자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 할아버지가 고래 만났던 이야기를 해 주마.” ..  (25쪽)


  아이들은 누구나 어버이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희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희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안 따집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 나이를 안 묻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 돈이 많은지 적은지 캐묻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 부동산이 있는지 전셋집이 있는지 살피지 않습니다.


  즐겁게 놀면서 즐거운 아이들입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즐거운 어른들입니다. 기쁘게 뒹굴면서 기쁜 아이들이에요. 기쁘게 두레와 품앗이를 하는 동안 기쁘게 웃음짓는 어른들입니다.

 

 

 

 

 


.. “할아버지, 그 뒤로 쭈욱 그 섬에 있었어요?” “아니다. 또 모험을 떠났지. 할아버지는 너보다 몇 십 배나 더 오래 살았으니까 말이야. 어이쿠, 아빠가 벌써 데리러 왔구나.” ..  (30쪽)


  나카가와 치히로 님 그림책 《오늘 할아버지랑 자야 한대요》(미세기,2008)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머스마는 할배 집으로 혼자 갑니다. 머스마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바깥일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닐 수 없어 하루 동안 할아버지한테 아이를 맡기기로 해요.


  아이는 할아버지를 잘 모릅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잘 알까요? 글쎄, 모를 노릇입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잘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를 이끌고 목욕탕으로 갑니다. 이녁이 살아온 이야기를 아이한테 스스럼없이 들려주면서 함께 놉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말을 듣다가 어느새 빨려듭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이야기에 녹아들고, 어느덧 할아버지하고 신나게 놀아요.


  예부터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사람들은 큰식구를 이루었어요. 큰식구란 한식구입니다. 크게 하나인 식구요, 하늘처럼 하나인 식구입니다. 아이와 어버이와 할매와 할배가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서로 오순도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어른들은 함께 일하고 아이들은 같이 놀았습니다. 어른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물려받았어요.


  오늘 이 땅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됩니다. 이 땅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을 낳은 어버이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될 테지요. 어른이 된 아이들은 곧 새 아이를 낳을 테며, 새 아이는 다시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될 테며, 예전에 아이였던 사람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됩니다.


  즐겁게 노래하던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즐겁게 놀던 아이들이 즐겁게 일하는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를 빌어요.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알뜰살뜰 아끼고 사랑하면서 꿈꿀 수 있기를 빌어요.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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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길을 걷는 이들은 으레 ‘작은 메’와 ‘큰 메’를 갈라서 말하곤 한다. 그런데, 멧자락을 놓고 작거나 크다고 가를 수 있을까. 높이나 크기가 어떠해야 작거나 클까? 메는 언제나 그대로 메일 뿐이다. 냇물은 늘 그대로 냇물일 뿐이다. 작은 내도 큰 내도 없다. 작은 사람도 큰 사람도 없다. 모두 같은 사람이다. 몇 해쯤 자란 어린나무도 나무요, 천 해쯤 살아온 큰나무도 나무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멧길을 걷다가 작은 메와 큰 메를 나누어 볼는지 모른다. 멧길을 걷다 보면 퍽 힘든 길과 수월한 길이 있다고 느낄 테니까. 그러면, 다시 물어야 한다. 힘든 길과 수월한 길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힘들다면 무엇이 힘들고 수월하다면 무엇이 수월할까. 이성부 님 시집을 읽는다. ‘산맥’이 아닌 ‘대간’을 오르내리면서 느낀 이야기를 싯말로 적바림한 책을 읽는다. 이성부 님은 산맥을 넘어 대간에 이른 깨달음을 시집에 소복소복 담는다. 앞으로 대간을 지나 숲이나 마을로 들어선다면, 새롭게 깨닫는 이야기를 사뿐사뿐 담을 수 있겠지.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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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이성부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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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나가 후미 님이 그린 《서양골동 양과자점》과 《어제 뭐 먹었어》가 있다. 이 두 가지 만화책은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있다고 느낀다. 다만, 이 두 작품은 나하고는 잘 안 맞는다. 이야기 흐름이나 얼거리가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으나, 마음을 살포시 건드리는 맛이 옅다고 느꼈다. 이와 달리, 이녁 단편만화 《아이의 체온》은 다른 두 작품과 이야기 흐름이나 얼거리가 얼추 비슷하면서도 마음을 살포시 건드리는 맛이 짙다. 《아이의 체온》을 다 읽고 덮은 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어느 작가가 내놓는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할 수 있어야 하는가? 어느 작가가 내놓는 작품 가운데 어느 하나가 마음으로 깃들면 다른 작품도 저절로 깃들 노릇이 아닐까? 작가가 다루는 이야기마다 작가로서 들이는 땀과 사랑이 다를까? 책을 읽는 사람마다 작품이 마음으로 스며드는 때가 모두 다를까? 《서양골동 양과자점》과 《어제 뭐 먹었어》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누군가 나더러 요시나가 후미 님 만화책으로 어느 책이 아름답느냐고 물으면 《아이의 체온》이라고 말할 뿐 아니라, 이 만화책부터 헌책방에서 찾아내어 읽어 보시라 덧붙이고 싶다. 단편만화 《아이의 체온》은 그리 사랑받지 못해 쉬 판이 끊어지고 말았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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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체온-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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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먹었어? 8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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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1- 애장판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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