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동백꽃 (사진책도서관 2014.3.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소식지 〈삶말〉을 한 장짜리 사진엽서로 만들어 본다. 얼마나 볼 만한지는 알 노릇이 없다. 아무튼 만들고 볼 노릇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만들고 다음에는 조금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16절지 크기로 만드니 글자를 제법 크게 넣을 만하다. 32절지 크기로 만들면 앙증맞고 예쁠 테지만 글자를 깨알같이 넣어야 한다.


  따스하게 봄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도서관을 치운다. 비질을 하고 이럭저럭 손질한다. 사진 여러 점 곳곳에 붙인다. 창문을 모두 열고 바람갈이를 하다가, 셋째 칸 교실 창밖으로 동백나무를 본다. 활짝 봉오리를 벌린 동백꽃을 본다. 그동안 이 꽃을 못 알아보았을까? 동백나무가 곳곳에 있는 줄 알기는 했는데 이렇게 남다른 빛깔과 무늬로 꽃이 피는 줄 못 알아챘을까?


  창문을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 동백나무 둘레로 퍼진 등나무 줄기를 걷는다. 등나무 줄기가 얽히는데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구나. 올해에는 잘 보듬어 줄게. 너도 기운을 내어 등나무 줄기더러 함부로 뻗지 말라고 얘기하렴. 네 고운 빛과 내음을 우리 도서관에 그득 나누어 주렴.


  만화책을 보는 큰아이를 부른다. 걸상을 밀며 노는 작은아이를 부른다. “자, 보렴.” “음, 저기 꽃이 있네. 아, 예쁘다.” 보아 주는 사람이 없어도 꽃은 스스로 곱게 핀다. 보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꽃은 한결 맑게 노래하면서 웃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도 수레에 타겠다고 앉는다. 둘이 앉으면 비좁을 테지만 둘이 앉으면 더 재미있겠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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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47] 대숲 곁으로
― 보고 듣고 마시고

 


  대숲 곁을 걷습니다. 큰아이가 먼저 저 앞으로 달려갑니다. 작은아이가 누나를 좇아 콩콩콩 달려갑니다. 큰아이는 언제나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작은아이는 누나가 가르는 바람을 맡으며 뒤따릅니다.


  큰아이는 대숲을 스치고 먼저 사라집니다. 작은아이는 대숲 곁에서 살짝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누나한테 갑니다. 두 아이는 대숲 곁을 지나면서 대숲인 줄 알아차릴 수 있으나, 대숲인 줄 모르고 그냥 달릴 수 있습니다. 알아차려도 즐겁고 몰라도 즐겁습니다. 봄바람이 일렁이면서 댓잎을 건드리는 소리는 노래가 되어 아이들 마음으로 깃듭니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난 대숲 곁을 천천히 걷습니다. 아이들은 이 길을 ‘하얀 길’이라고 가리킵니다. 아스팔트로 덮인 길은 ‘까만 길’이라 말합니다. 그러면, 흙으로 된 길은 ‘누런 길’쯤 될 테고, 풀밭을 이룬 길은 ‘푸른 길’인 셈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거의 다 까만 길을 밟거나 하얀 길을 디딥니다. 누런 길이나 푸른 길을 밟거나 디디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까만 길이나 하얀 길은 사람길 아닌 찻길입니다. 누런 길이나 푸른 길은 풀길이요 숲길이며 들길입니다. 길이면서 들이고, 길이라기보다 숲입니다.


  누런 길과 푸른 길에서는 봄내음이 피어납니다. 까만 길과 하얀 길에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런 길과 푸른 길에서는 봄노래가 흐릅니다. 까만 길과 하얀 길에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까만 길과 하얀 길을 넓힙니다. 누런 길과 푸른 길을 갈아엎습니다.


  보고 듣고 마시는 대로 삶이 됩니다. 아이들이 대숲 곁을 달리면서 대숲바람을 마십니다. 나도 아이들 곁에서 대숲바람을 먹습니다.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동백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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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좋아 - 바랭이 아줌마와 민들레의 들풀관찰일기 개똥이네 책방 8
안경자 글.그림 / 보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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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4

 


풀내음 나누는 삶이 좋아
― 풀이 좋아
 안경자 글·그림
 보리 펴냄, 2010.8.16.

 


  새로 봄을 맞이합니다. 아이들과 들길을 거닐면서 지난해에 즐겁게 누린 딸기밭을 찬찬히 살핍니다. 올해에는 들딸기(멧딸기)가 얼마나 퍼질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전남 고흥은 다른 곳보다 한결 포근하니 딸기꽃이 일찍 필 수 있는데, 충북 음성 멧골마을에서 살 적에도 삼월부터 딸기잎이 돋았고 사월에 딸기꽃이 피었어요. 이곳저곳 딸기덤불을 살피니, 머잖아 꽃을 터뜨리려고 꽃망울이 조물조물 맺습니다.


  딸기를 놓고 본다면, 삼월에 잎이요 사월에 꽃이고 오월에 열매입니다. 딸기알이 맺을 즈음 같은 덤불에서도 꽃망울이 맺히거나 꽃이 피어나기도 해요. 한꺼번에 와락 터지거나 피지 않습니다. 달포 즈음 딸기잔치를 이루어요. 이러다가 유월을 넘으면 들딸기도 끝물입니다. 그동안 잘 먹고 잘 누렸어 하고 인사하고는 이듬해 봄을 기다려요.


.. 엄마랑 나는 동네 여기저기 들풀을 보러 다녀. 학교 가는 길에도, 놀이터에도, 약수터 가는 산길에도 들풀이 참 많아 ..  (6쪽)

 


  안경자 님이 빚은 그림책 《풀이 좋아》(보리,2010)를 읽습니다. 안경자 님은 《풀이 좋아》에서 ‘들딸기(멧딸기)’를 놓고 “봄에 흰꽃이 피었다가 7∼8월에 열매가 빨갛게 익어.” 하고 적습니다. 야생화도감이나 풀도감 같은 책을 뒤지면, 들딸기가 ‘6∼7월’에 익는다고 나옵니다.


  나는 아무래도 고개를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충청북도 음성 멧골마을에서도 사월이면 딸기꽃을 보고 오월 언저리에 딸기알을 먹습니다. 인천 골목동네에서도 사월에 딸기꽃을 보고 오월 언저리에 딸기알을 먹습니다. 강원도 멧골짝도 딸기철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함경도쯤은 언제 딸기꽃이 피고 딸기알이 맺는지 모르겠어요. 중국 연변자치주는 조금 더 늦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딸기꽃이 피고 딸기알이 맺는 철이 그리 ‘늦’거나 ‘더디’지 않습니다. 하얀 딸기꽃이 지면서 천천히 열매가 익는데, 보름쯤 지나면 빨간 빛이 감돌고 스무 날쯤 되면 맛나게 먹을 만해요. “봄에 흰꽃이 피”는데 칠팔월이 되어서야 열매가 빨갛게 익지 않습니다. 봄에 꽃이 피고 봄에 열매를 먹어요. 첫여름까지 열매를 먹고는 어느새 사라집니다.


.. 진짜 손톱보다 작고 파란 꽃들이 피어 있다. “아유, 콩알만 한 큰개불알풀이 봄맞이 나왔구나.” “뭐라고? 큰개불알풀?” 어우, 꽃은 참 예쁜데 왜 그렇게 이름이 이상하지? ..  (15쪽)

 

 


  겨울이 끝나는 이월 즈음부터 들마다 올망졸망한 꽃잔치가 이루어집니다. 봄맞이꽃 몇 가지가 들을 보듬습니다. 별꽃과 코딱지나물꽃과 봄까지꽃과 냉이꽃입니다. 볕이 잘 드는 남녘에서는 뽀리뱅이나 지칭개가 이삼월 언저리에도 일찌감치 꽃을 피울 뿐 아니라 씨앗까지 날리곤 합니다. 경기도나 강원도쯤이라면 민들레가 사월은 넘어서야 비로소 잎사귀를 보여줄는지 모르는데, 전라남도에서는 삼월에도 민들레가 노랗게 꽃을 피웁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민들레가 피어난 지도 열흘쯤 되었어요.


  그나저나, 우리들은 풀이름이나 꽃이름을 잘못 쓰는 일이 잦습니다. 이를테면,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입니다. 일본 풀학자가 일본에서 붙인 학술이름을 일제강점기와 해방 언저리에 한국 풀학자가 잘못 받아들인 풀이름 ‘개불알풀’입니다. 그만 이런 풀이름이 확 퍼지고 말았어요. 일본에서 나는 풀과 한국에서 나는 풀이 얼마나 다르랴 싶으니, 일본 풀이름을 한국에서 못 받아들일 까닭은 없을 텐데, 풀학자가 학술이름을 짓기 앞서, 시골에서는 모든 풀에 저마다 이름을 붙여요. 고장마다 풀이름이 다 다릅니다. 이런 이름이 재미있다고 말뿌리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함부로 쓰면, 예부터 한겨레가 스스로 붙인 풀이름이 자취를 감춥니다. 그나마 ‘봄까지꽃’이라는 풀이름도 ‘봄까치꽃’으로 잘못 퍼뜨리는 사람이 많아요. 봄까지꽃은 풀이름 그대로 봄이 저물며 여름이 다가오면 들에서 어느새 사라집니다. 봄까지 돋으며 자라는 풀입니다.


  ‘광대나물’은 한국 풀학자가 붙인 이름이지만, 시골에서 쓰는 풀이름을 학술이름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는 고장과 고을마다 이름이 다를 텐데, 전라남도 고흥에서는 으레 ‘코딱지나물’이라고 가리킵니다.


.. 별꽃은 길가 풀밭에서 자라는데 추운 한겨울만 아니면 언제 어디서든 잘 자라. 하얗고 작은 꽃이 꼭 별 같다고 ‘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대. 봄에 나는 어린싹은 나물로 먹기도 해 ..  (24쪽)

 

 


  그림책 《풀이 좋다》는 풀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가를 따사롭게 들려줍니다. 어머니와 아이가 풀놀이를 즐기고 풀내음을 맡으며 풀밥을 먹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속삭입니다. 풀빛을 가슴에 담고, 풀노래를 부르는 삶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런 그림책이 하나둘 늘어나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고장마다 다른 풀빛과 풀이름과 풀살이를 살가이 들려줄 수 있기를 빌어요. 풀 한 포기가 들과 숲을 살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꿈꿉니다. 풀이 있기에 지구가 푸르고 풀과 함께 사람이 싱그럽게 살아가는 길을 밝히기를 바라요.


  곰곰이 돌아보면, 그림책 《풀이 좋아》는 크게 하나 빠뜨렸습니다. 어느 고장에서 어느 때에 만난 풀인지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만난 풀을 이야기하려 했다면, 어느 고장에서 어느 때에 만난 풀인가를 또렷이 밝혀야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강원도와 경기도 풀은 달과 날이 조금씩 다를 테고, 경기도와 충청도도, 또 충청도와 전라도도, 또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도, 또 제주도도 풀이 돋고 자라는 달과 날이 조금씩 다를 테니까요.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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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서 살며 시를 쓰는 분이 있다. 지난주에 내 책을 선물로 부쳤는데, 뜻밖에 그림책 두 권을 우리 아이들 선물로 부쳐 주셨다. 한 권은 진작에 사서 읽은 그림책이고, 한 권은 올해에 갓 나온 그림책이다. 어쩜, 이런 그림책이 나온 줄 몰랐네. 오빠하고 놀고 싶은 어린 동생이 오빠만 다니는 학교라는 데에 처음 나들이를 가며 겪은 이야기를 적은 《학교는 참 멋지다》이다. 학교가 멋질까? 학교가 삶터요 놀이터이며 노래터이고 이야기터라면 멋지겠지. 학교가 입시지옥이거나 따돌림터나 괴롭힘터 따위라면 안 멋지겠지. 스웨덴 시골마을에 깃든 조그마한 학교는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뒹굴면서 뛰노는 곳이다. 그러니, 이 학교는 어린 아이들 눈에 멋지며 사랑스럽고 즐겁게 보이리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도 학교가 어떤 모습이 되고 어떤 빛을 드리워야 멋지거나 아름답겠는가 하는 넋을 살포시 보여준다.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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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참 멋지다
일론 비클란드 그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명아 옮김 / 북뱅크 / 2014년 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4년 03월 29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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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말은 ‘우동’이고 한국말은 ‘가락국수’인데, 이제는 이런 말을 따지면 괜히 골이 아프기만 하다. 깊이 생각하거나 살피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무튼, 일본 어느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우동여자’가 있고, 이 우동여자를 바라보는 ‘그림남자’가 있다. 그림남자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대학교에 왔고, 처음에는 주머니가 후줄근해서 가장 값싼 우동만 먹었으나, 차츰 우동여자한테 빠져든다. 우동여자는 말없이 일만 하다가 어느 날부터 그림남자를 자꾸자꾸 마주치면서 마음 한쪽에 둔다. 두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 두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 수 있을까. 사람이 만나는 이음고리는 아주 작은 데에 있다. 사람이 서로 다투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징검돌 또한 아주 작은 데에 있다. 우동 한 그릇으로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사랑하거나 웃을 수 있어도 즐거운 삶일 테지.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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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여자
에스토 에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6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3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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