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길



내가 바라보지 않아도

나를 바라보는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어깨동무하면서

짙게 그늘길 내어준다.


눈을 감고 걷는다

뒤로 돌아 걷는다

내 곁을 감싸며

늘 흐르는

새파란 바람을

실컷 마신다.



2016.6.1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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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32] 죽네 사네



  돈이 없어서 죽지 않아

  돈이 있어도 죽는구나

  사랑이 없다면 말이지



  돈이 많은 어버이가 죽으면 아이들은 이 돈 때문에 그만 다투기 일쑤입니다. 어버이한테서 돈을 물려받으려고 하다 보면, 아이들은 더 많이 거머쥐려고 그만 다투고 말아요. 이와 달리 어버이한테서 꿈이나 사랑을 물려받으려고 한다면, 아이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하는 살림을 모두 다 넉넉히 즐기는구나 싶어요. 2016.8.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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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31] 아름답게



  문학이 말을 가꿀까?

  문학만 말을 가꿀까?

  내가 삶말을 가꿀까?



  흔히들 문학이 말을 가꾼다고 이야기합니다. 틀리지는 않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문학은 얼마든지 말을 가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학이나 영어는 말을 못 가꿀까요? 과학이나 철학은 말을 못 가꿀까요? 우리는 무엇으로든 말을 얼마든지 가꿀 수 있어요. 그러니까 ‘문학만’ 말을 가꾸지 않는 줄 느낄 수 있는 마음으로, ‘내 삶으로 오롯이 즐겁게’ 말을 가꾸는 길을 생각으로 열 수 있다면, 언제나 아름답게 말하고 아름답게 살림을 지을 만하지 싶습니다. 2016.8.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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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나무


나무한테 안 묻고서
나무를 벨 수 없어
나무한테 안 속삭이고
나뭇가지 칠 수 없어

나무가 가득 우거져
푸르게 일렁이는
이 숲으로 가서
나무를 꼬악 안고서야

비로소
내 손에 있는
이 책이 태어난 자리
알 수 있어.


2016.6.10.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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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8. 눈밟기


  눈을 구경하기 쉽지 않은 고장에서는 마당이나 길에 눈이 소복히 깔리면 군내버스조차 다니지 못합니다. 마을 어르신은 눈이 소복히 내려 길을 덮거나 말거나 마을에서 조용히 일하거나 쉽니다. 큰바람이 불어 전기가 끊어져도 마을 어르신은 딱히 걱정하지 않습니다. 눈을 즐기려면, 눈밟기를 즐기려면, 여름에는 바람하고 비하고 구름하고 땡볕을 두루 즐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눈을 노래하려면, 눈놀이를 하려면, 여름에는 구름 타고 무지개를 부르면서 풀잎잔치를 널리 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16.7.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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