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밭



이웃 아저씨는

기계로 탈탈탈

한 시간도 안 되어

백 평 밭 갈고,


우리 아버지는

맨손에 괭이 호미로

한 시간 남짓

두어 평 밭 가네.


마을 할머니

고샅 지나가다가 흘끗

“거, 소꿉놀이 하네.”

한 마디.


우리 아버지는

흙 묻은 손 털고

땀 훔치고 웃으며

“네, 소꿉밭이에요.”



2016.4.19.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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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심은 콩에
맨 처음엔
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냥 맨흙이었어요

 

이러다가
이레가 지나며 조그마니
싹이 텄고
떡잎이 벌어지고
줄기가 굵어지더니
눈부시도록 하얀 꽃이
얌전히 피었지요

 

꽃이 지면서
어찌 된 줄 아셔요?

 

올망졸망 푸른 것이
살짝 나타나더니
어느새 굵어지고 커져서
꼬투리가 맺혔어요

 

이제
콩씨가 콩알로 바뀌어
즐겁게 거둘 때가
되었답니다

 

석 달 만이에요


2016.6.29.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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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22] 물티슈



  휴지를 물에 적시지 말고

  물하고 마른 천을 챙겨서

  홀가분하게 쓸 수 있지



  우리 집 큰아이가 태어난 뒤에 동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니 물티슈를 주었습니다. 이때 받은 물티슈는 아직도 꽤 많이 남았습니다. 이 물티슈로 우리 아이들을 닦이거나 씻기는 데에는 안 썼습니다. 책을 닦거나 찌든 때를 벗길 적에 썼어요. 얼추 열 해 즈음 된 물티슈인데 아직도 물기가 그대로일 뿐 아니라 곰팡이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지요? 물에 적신 휴지를 쓰고 싶다면 그때그때 물에 적셔서 쓰면 되고, 마른 천을 물로 적셔서 써도 됩니다. 물휴지나 물수건을 그때그때 손수 빚어서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느껴요. 2016.6.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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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마음을 말해요
구름이 바람을 타고 날면서
얼마나 신나는 마음인지를
사근사근 말해요.

마음을 들어요
꽃송이가 겨울을 나고 새봄 맞아
참으로 기쁘다면서 부르는
고운 노래를 들어요.

마음을 읽어요
어머니가 짓는 웃음마다
아버지가 터뜨리는 웃음마다
따스한 사랑을 읽어요.

그래서 나는
마음을 써요
일기장에 오늘 하루 이야기를
꿈을 꾸듯이 써요.


2016.2.1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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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2. 걷는다


  이 길을 걷습니다. 걸을 만큼 걷습니다. 놀면서 걷고, 노래하면서 걸어요. 웃으면서 걷고, 얘기하면서 걷지요. 걷다가 멈추기도 합니다. 뒤로 돌아서 걷기도 합니다. 오던 길을 거스르며 걷기도 해요. 온갖 놀이를 즐기면서 걷기도 하고요. 모든 나들이는 걷는 나들이요, 모든 걸음걸이는 그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래서 이 걸음걸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오늘 하루 한 시간쯤 걷는 모습만으로도 책 한 권을 엮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어요. 바라볼 줄 알고, 느낄 줄 알며, 생각할 줄 안다면, 사진찍기란 매우 재미나면서 즐겁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누릴 수 있어요. 2016.6.2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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