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37] 갈무리



  쓸 수도 있는 것 말고

  즐겁게 쓸 것을

  곁에 두자



  ‘나중에 쓸는지 몰라’ 하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모으곤 합니다. 이만 한 돈으로는 모자라다고 여겨서 한참 ‘돈만 자꾸 모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바로 오늘 즐겁게 쓸 살림이 아닌 ‘나중에 쓸는지 모를’ 살림을 집안에 모으면 집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즐겁게 쓸 돈을 다루지 않고 ‘나중에 써야겠다 싶은 돈’을 차곡차곡 쟁이기만 하면 어떤 살림이 될까요? 곳간에 쌓이기만 하는 금덩이도 쓰레기하고 똑같다고 느껴요. 이웃하고 나누지 않는 채 곳간에 쌓기만 하는 곡식은 쥐가 쏠고 곰팡이가 피면서 나중에는 하나도 못 써요. 2016.9.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책 알아?



할아버지

이 책 알아?

나 어제 읽었느넫

아주 재미있더라

할아버지도 읽어 볼래?


― 할아버지는 눈이 어두워

   책을 읽기 힘드네


아, 그러면

내가 읽어 줄까?

참 재미있는 책이라서

할아버지한테 꼭

읽어 주고 싶어.



2016.6.29.물.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가 심은 콩에

맨 처음엔

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냥 맨흙이었어요


이러다가

이레가 지나며 조그마니

싹이 텄고

떡잎이 벌어지고

줄기가 굵어지더니

눈부시도록 하얀 꽃이

얌전히 피었지요


꽃이 지면서

어찌 된 줄 아셔요?


올망졸망 푸른 것이

살짝 나타나더니

어느새 굵어지고 커져서

꼬투리가 맺혔어요


이제

콩씨가 콩알로 바뀌어

즐겁게 거둘 때가

되었답니다


석 달 만이에요



2016.6.29.물.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336] 걸음마다



  이 걸음마다 숲노래를

  저 걸음마다 웃음꽃을

  그 걸음마다 살림꿈을



  우리가 걷는 걸음마다 이야기를 싣습니다. 스스로 나아가려는 이야기를 싣고, 스스로 짓고 싶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더 좋거나 나쁜 이야기란 따로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겪으면서 마음에 담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걸음에 짜증을 실을 수 있고, 저 걸음에 미움을 실을 수 있어요. 이 걸음에 사랑을 실을 수 있고, 저 걸음에 어깨동무를 실을 수 있어요. 2016.8.2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151. 나뭇잎배



  겨울이 막 끝난 새봄에 골짜기에서 어떤 놀이를 할 만할까요? 이즈음 골짝물은 매우 차갑기에 몸을 담그면서 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겨우내 잔뜩 떨어져서 쌓인 가랑잎이 수북합니다. 골짜기 가랑잎은 겨우내 얼마나 잘 마르고 멋지게 쌓였는지 모릅니다. 놀이순이는 가랑잎을 엮은 나뭇잎배(가랑잎배)를 골짝물에 띄웁니다. 바윗돌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면서 나아가는 모습을 기쁘게 지켜봅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즐거운 놀이를 가슴에 담습니다. 놀 수 있으니 즐겁고, 놀도록 할 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놀이하는 하루가 신나게, 놀이하도록 짓는 살림이 아름답습니다. 2016.8.2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