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4


《記者協會報》 342호

 김병익 엮음

 한국기자협회

 1974.12.27.



  2008년에 낳은 큰아이도, 2011년에 낳은 작은아이도, 졸업장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이 둘 다음에 찾아왔다가 무화과나무하고 석류나무 곁으로 돌아간 두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들이 몸을 입고 아이로 자랐어도 졸업장학교를 안 다니고 ‘우리숲놀이터’에서 하루를 지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졸업장학교에서는 일제강점기 발자취를 다루며 으레 ‘민족지’란 이름으로 그무렵 태어난 신문을 이야기하는데, 그때 나온 신문은 일본 우두머리를 깍듯이 섬기고 따르는 짓을 일삼았어요. 이 자취는 고스란히 있습니다. 이들은 해방 뒤에 군사독재를 다시 알뜰히 모시고 온나라를 사슬터로 가두었지요. 《記者協會報》는 ‘기자끼리 친목을 다지고 권익을 높이려는 뜻’으로 태어납니다. 나중에 ‘언론비평’이란 몫을 어느 만큼 맡는데요, ‘일본 제국주의 섬기기·군사독재 모시기’를 오랫동안 하던 기자하고, 이런 일을 터럭만큼도 안 한 기자는 왜 어느 만큼 ‘친목’을 다지고 서로 ‘권익’을 북돋워야 할까요? 그저 기자란 자리에 선 분한테 묻고 싶어요. 총칼이나 군홧발을 두려워하면서 달삯쟁이로 있는 붓이 기자일 턱이 없습니다. 총칼이나 군홧발이 가신 오늘날, 돈하고 벼슬자리를 거머쥐려고 달품쟁이로 있는 손이 기자일 까닭이 없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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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0


《이화서림 책싸개》

 이화서림 엮음

 이화서림 펴냄

 1960년 즈음



  지난날에는 책 하나를 고이 아꼈습니다. 요즈음에도 책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은 곱다시 어루만집니다. 지난날에는 책 하나를 건사해서 읽는 사람을 살뜰히 여겼습니다. 오늘날에도 종이책을 손에 쥐어 찬찬히 마음밥으로 삼는 사람을 알뜰히 바라보겠지요. 지난날에는 책 하나를 대수로이 마주하면서 정갈하게 다루려 했고, 이러한 손길은 책싸개로 엿볼 만합니다. ‘이화서림’ 이름이 박힌 책싸개는 이화여자대학교에 깃든 책집에서 내놓았겠지요. 언제 적 책싸개인가 하고 갸웃하다가 겉에 적힌 ‘화비안 전혜린’이란 이름에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전혜린 님이 옮긴 《화비안》이란 이름인 책은 1960년에 처음 나왔어요. 그즈음 전혜린 님 책이 제법 사랑받았기에 이렇게 ‘이화서림 책싸개’에 꾹꾹 넣었을 텐데요, 적어도 1960년, 또는 이듬해나 1960년대 첫무렵에 이 종이를 마련해서 책을 감쌌겠지요. 이 책싸개가 어느 책을 고이 감싸면서 기나긴 날을 살아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무렵 숱한 책은 이화서림에서 이 책싸개로 겉을 여미면서 뭇손길을 받아서 읽히고 사랑받고 마음자리에 이야기로 스몄을 테지요. 손길이란 잇는 길이지 싶습니다. 그저 닿는 결을 넘어, 마음을 기울여 만나고 헤아리고 어울리는 결이로구나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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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9


《やさしい 國語小辭典》

 高坂久喜·國語硏究會 엮음

 佐野保太郞 살핌

 東亞敎育出版社

 1943(昭和 18).12.10.



  ‘동아(東亞)’라는 이름을 언제부터 썼나 하고 헤아리면, 아무래도 일제강점기 즈음이지 싶습니다. 그무렵까지 ‘동아’란 이름을 쓸 일이 없었겠지요. ‘국어(國語)’라는 이름도 매한가지입니다. 여느 사람은 이 말을 쓸 까닭조차 없고, 벼슬아치나 글잡이도 이 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일본은 이웃 여러 나라로 쳐들어가서 총칼로 찍어 누르면서 ‘일본어(日本語)’보다는 ‘국어’란 이름을 내세웠고, ‘대동아’ 같은 이름을 널리 썼습니다. 1943년에 나온 《やさしい 國語小辭典》은 얼핏 보자면 ‘국어사전’이지만, 또 ‘동아교육출판사’에서 펴냈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말사전’이요, 일본사람이 일본에서 펴낸 사전입니다. 이듬해에 더 찍어서 모두 277000부를 찍었다고 책자취에 밝히는데요, 쉽고 작게 엮었다는 낱말꾸러미를 넘기다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국어’란 일제강점기 찌꺼기를 털어내고, ‘동아’에 얽힌 더께를 씻으려나요. 멋지거나 뛰어나 보이는 글이 아닌, 즐겁고 고우면서 사랑스레 쓰는 수수한 글길로 나아가자는 마음이 되려나요. 부디 노래하는 말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상냥히 손을 잡는 말길이 되기를 꿈꿉니다. 어린이하고 나눌 말넋을 가꾸는 슬기로운 어른이 되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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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0


《新千字文》

 尹石重 엮음

 金舜東 한자

 金忠願 한글

 學問社

 1951(단기 4284).8.1.



  1951년 여름에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 206의8’에 있던 출판사에서 ‘책값 3000円’을 붙여 《新千字文》을 내놓습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어도 문교부는 ‘교육 한자 1000’을 뽑아서 밝혔다 하고, 이 한자를 바탕으로 얼개를 짜고서, 한자하고 한글로 붓글씨를 넣었다지요. “언니 형(兄), 아우 제(弟)” 같은 한자를 보면, 이무렵에도 ‘언니’는 가시내·사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쓰던 말씨인 줄 엿볼 만합니다. 영어도 배우듯이 한자도 배울 노릇이겠지요. 그런데 한국말은 어떻게 배웠을까요? 어린이·푸름이·어른 눈높이에 맞추어 슬기롭고 사랑스러우면서 즐겁게 쓸 삶말을 찬찬히 가누어 다루거나 들려주는 이야기꾸러미는 어느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생각해서 펴내는 밑틀이 설까요? 아직도 ‘바탕말’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교육부이거든요. 그나저나 1951년 책값은 ‘3000円’이었네요. ㅅㄴㄹ


“이 책은, 檀紀 四千二百八十四年 四月에, 文敎部에서 選定 公表한 漢字 一千字를 가지고 배우는 이로하여금 쉽게 깨치도록 꾸민 책이다 … 이 책을 보다 더 잘 만들기 위하여, 大田으로 혹은 釜山으로, 나를 도와 종종걸음친 여러 벗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檀紀 四千二百八十四年 六月 二十五日 大邱 客地에서. 엮은이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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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

숲집놀이터 242. 사랑꾸지람



아이를 사랑으로 꾸짖을 수 있을까?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여긴다. 꾸짖는 말이 어떻게 사랑이 될까? 사랑이라면 꾸짖지 않겠지. 사랑이라면 이야기를 하겠지. 사랑이라면 달래고 다독이겠지. 사랑이라면 어루만지고 얼싸안다가 눈물을 짓겠지. 사랑이라면 노래하고 춤추는 손길로 가볍게 토닥이겠지. 어버이는 아이를 꾸중하거나 꾸짖을 수 없다고 여긴다. 어른 사이가 되기에 비로소 꾸짖거나 꾸중할 만하지 싶다. 동무를 꾸짖는달까요. 이웃을 꾸중한달까. 그러나 이때에도 결이 다르다. 동무나 이웃을 어떻게 꾸짖거나 꾸중할까? 우리가 참다운 사랑으로 살아가면서 동무나 이웃을 정 꾸짖거나 꾸중해야 한다면, ‘사랑꾸지람’이어야지 싶다. 꾸지람을 생각하지 말고, 사랑을 앞에 놓아야지 싶다. 이러다가 꾸지람을 녹여없애고 사랑말로, 사랑얘기로, 사랑노래로 거듭나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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