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9.12.

숨은책 860


《文鳥樣と私 7》

 今市子 글·그림

 靑泉社

 2009.5.14.



  시골에서 살아가며 새를 키우지는 않습니다. 들풀이 푸르게 우거지는 뒤꼍에, 나무가 가지를 마음껏 뻗는 마당을 누립니다. 이러한 보금숲을 이루니 풀벌레가 넉넉히 깃들고, 어느새 뭇새가 신나게 찾아들거나 둥지를 틉니다. 새는 풀벌레랑 애벌레랑 거미도 즐기지만, 꽃송이하고 열매도 즐깁니다. 밥살림을 챙긴 새는 으레 노래를 남깁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고, 하늘을 가르며 춤추는 새입니다. 《文鳥樣と私 7》을 일본판으로 장만했습니다. 2023년까지 어느새 스물한걸음이 나오는데, 틈틈이 일본판으로 갖춥니다. 2005년까지 《문조님과 나》라는 이름으로 여섯걸음이 한글판으로 나왔으나, 더는 안 나옵니다. 새를 아끼는 사람이 늘고, 새바라기를 하는 사람이 늘지만, 어쩐지 ‘새를 다루는 책’은 썩 읽히지 않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새를 아낀다거나 새바라기를 하는 분은 으레 서울내기(도시인)예요. 여러 시골내기도 새를 아끼거나 새바라기를 하지만, ‘사람 먹을 열매’를 너무 쫀다며 싫어하기 일쑤입니다. 새가 살아갈 터전을 자꾸 빼앗고, 새가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숲들바다를 자꾸 망가뜨리는 사람인데, 정작 새가 배를 곪다가 열매를 조금 쪼거나 훑어도 나무랍니다. 새를 이웃으로 두지 않으면서 사람빛을 잃어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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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9.12.

숨은책 859


《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편집부 엮음

 대한공론사

 1974.7.10.



  서울 아닌 인천에서 나고자라면서 익히 듣던 ‘수도권’이라는 낱말은 썩 들을 만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곁’이나 ‘서울밭’에서 맴도는 사람들을 뭉뚱그리는구나 싶더군요. 이 인천에는 ‘서울에 못 간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쓴맛(실패)’이지만, 달리 보면 ‘조촐살림’입니다. 스무 살을 넘고서 온나라를 두루 다니는 동안 인천처럼 골목마을이 드넓은 곳을 못 봤어요. ‘서울로 못 간’ 가난하고 작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널따랗게 마을을 이루는 보금자리예요. 어느 날 문득 “인천은 골목밭이네!” 하고 깨닫습니다. ‘골목나무·골목집·골목꽃·골목빛·골목고양이·골목사람·골목아이·골목할매·골목살림·골목빨래·골목하늘·골목놀이’처럼 ‘골목-’을 넣은 낱말을 끝없이 지어 보았습니다. 《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웃나라로 마실길을 나서는 사람이 품다가 이웃사람한테 건네라고 마련한 조그마한 꾸러미입니다. ‘관광객 = 외교관’이라고 내세우는 셈인데, 수수한 사람들이 숲빛으로 수더분하게 두런두런 수다꽃을 피우는 길이 아닌, 우쭐우쭐 자랑하라는 줄거리가 가득합니다. 작은마을은 나쁠까요? 작은길은 틀렸(실패)을까요? 나는 나를 말하고, 너는 너를 밝힙니다. 우리는 다르게 사랑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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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9.9.

숨은책 858


《벽 없는 미술관》

 임옥상 글

 생각의나무

 2000.10.17.



  2016년 8월 29일에 “기억의 터”가 열고, 이곳에 “대지의 눈”하고 “세상의 배꼽”이 있어요. 그런데 “기억의 터·대지의 눈·세상의 배꼽”은 우리말씨가 아닌 일본말씨입니다. 창피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을 기리는 곳에 왜 우리말씨를 안 쓸까요? ‘돌아봄터’에 ‘땅이 본다·누리배꼽’처럼 우리말을 쓸 노릇이지만, ‘서슬퍼런 총칼수렁 일본’을 나무라면서 정작 ‘일제강점기 식민지 말씨’를 그대로 붙인다면 아이들한테 무엇을 남기려는 셈일까요? 2023년 9월 5일에 ‘응큼질꾼(성추행범) 임옥상’이 세운 돌더미를 삽차로 치웠습니다. ‘응큼질꾼’은 2013년에 ‘부하직원’한테 응큼질을 했다지요. ‘정의연’은 진작 있던 말썽을 왜 몰랐을까요? 진작 있던 말썽이 불거진 뒤에 왜 먼저 창피한 돌더미를 스스로 치울 생각을 안 했을까요? 《벽 없는 미술관》을 곰곰이 되읽자니, ‘국전·공모전’에 설 자리가 없었다던 응큼질꾼은 어느 때부터인가 나라일감을 톡톡히 맡았고, 이름을 날리고 돈을 잘 벌었습니다. ‘공공조형물 200가지’라지요. ‘동아일보·중앙일보’에 일찌감치 그림을 싣던 응큼질꾼은 “씨팔!”거리면서 ‘노랑머리’를 미워하고 ‘고은 시인’을 좋아합니다. 아, 그랬군요. 이녁 뿌리가 이러했군요.



그러다 보니 국전에도, 그밖의 어떤 공모전에도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40쪽)


도시 변두리는 내 그림의 보고다. 도시와 농촌의 중간 지대인 변두리는 생활의 변화가 심하다. 그곳에는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발 붙이지 못한 어정쩡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109쪽)


섬진강, 김용택 시인이 사는 마을의 한 풍경이다. 거의 벌거벗다시피한 여인을 대동하고 노랑머리 미국인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127쪽)


남주 형이 죽었다. “씨팔, 죽을 놈들은 죽지도 않고 멀쩡한 사람들만 죽어가는구만.”, 나의 입에는 고약한 말이 씹혔다. (181쪽)


고은 선생이 마침 나의 작업실에 오셨다. 오신 김에 손을 떠놓고 싶었다. 시인의 손은 그 자체가 기념물이니까. (195쪽)


1999년, 나는 《중앙일보》의 박노해 시인 ‘희망 찾기’ 연재에 삽화를 그린다. 그와의 동행은 매우 신선했고 또한 진지했다. (223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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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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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9.9.

숨은책 833


《전두환 시대 3》

 岩波 편집부 엮음

 황인 옮김

 중원문화

 1988.6.30.



  2007년 7월 17일에, 서울 용산 〈뿌리서점〉에 들러서 한창 책을 읽는데, 어느 책손이 책집지기하고 실랑이하는 소리가 납니다. 좀 어이없어서 받아적었습니다. 그때 《전두환 시대 3》이라는 책을 쥐었습니다. “교과서가 무슨 천 원이에요?” “아뇨, 교과서는 천 원이에요.” “아뇨, 무슨 천 원이나 해요. 애 숙제 때문에 사러 왔는데, 학교에 놓고 와서.” 아무리 2007년이라 하더라도 ‘헌 배움책’ 하나를 1000원 값을 받는다면 매우 쌉니다. 그런데 ‘애 숙제’ 때문에 사야 하고 ‘학교에 놓고 와서’ 사야 하기에 ‘1000원도 비싸다’고 여기면, 그냥 달라는 뜻일 테지요. 그러면 ‘배움책을 놓고 온 어린배움터’에 가면 될 테고, 배움터에서 달라고 하면 되겠지요. “전두환 시대”에 우두머리 한 놈만 썩어문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우두머리 곁에서 탱자탱자한 놈이 득시글하고, 우두머리를 치켜세우는 글을 쓰며 하느작거린 놈이 그득합니다. 그러나 그들만 낄낄거렸을까요? 다른켠에서 우리 스스로 ‘과외·학교·학원·입시’에 사로잡히면서 쳇바퀴질에 바보짓을 고스란히 폈습니다. 값올리기(성적향상·경제발전)는 배움길하고 멉니다. 이웃을 안 바라보면서 스스로 삶·살림·사랑하고 등진 우리 모두는 그놈하고 매한가지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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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854


《우리 동물 이야기》

 박병상 글

 북갤럽

 2002.12.26.



  한자로 ‘靑’을 “푸를 청”으로 새기지만, ‘청색 = 파란빛’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청색 :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으로 풀이하지만 엉터리입니다. 하늘빛은 ‘파랑’일 뿐, ‘풀빛’이 아닙니다. 흔히 ‘청개구리(靑-)’라 일컫는 조그마한 개구리는 ‘파란빛’이 아닌 ‘풀빛’이에요. 무엇보다도 “푸른 빛깔 작은 개구리”는 ‘풀밭’에서 살고 ‘풀잎’에 앉아서 노래합니다. 우리 곁에서 그윽히 노래를 베풀며 함께 살아가는 작은이웃 이름은 ‘풀개구리’라 해야 어울립니다. 《우리 동물 이야기》를 되읽다가 개구리 한 마리 이름을 돌아봅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에도 풀밭에서 곧잘 만난 풀개구리이지만, 전남 고흥에 깃들면서 날마다 곳곳에서 문득 마주합니다. 때로는 빈틈을 찾아내어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때마다 슬쩍 잡아서 풀밭으로 옮겨놓습니다. 풀개구리랑 함께 살아가니 풀벌레도 함께 살아갑니다. 숱한 들풀하고 같이 살고, 온갖 멧새하고 같이 지내요. 곰곰이 보자면 “우리 동물”이 아닌 “우리 이웃”입니다. 한자말이라서 아니라, 우리는 예부터 ‘우리·이웃·이야기’라는 낱말만 썼을 뿐, ‘동물·식물’ 같은 낱말은 안 썼습니다. 이름부터 되찾아야 숲을 되찾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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