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6.28.

숨은책 836


《컴퓨터 전문교재 APPLE. MSX.》

 개발연구원 일동 엮음

 구미컴퓨터학원

 1986.3.21.



  여덟 살 무렵인 1982년에는 둘레에서 “주판만 놓을 줄 알아도 굶을 걱정이 없어. 어디에든 일자리를 얻지.” 하고 얘기하면서 ‘주산학원’에 넣었는데, ‘전자계산기’가 싼값에 퍼지더니 주산학원에 다니던 동무는 모두 그만둡니다. 구슬셈(주산)을 가르치던 분은 눈물을 흘리며 배움집을 닫았어요. 동무 하나만 남은 곳에서 마지막달을 배우고서 헤어졌습니다. 이윽고 ‘인천 중구 도원동 12번지’에 있던 ‘구미컴퓨터학원’을 다녔습니다. 주산학원에서 보던 동무가 다 여기 있더군요. 아이들로 바글바글한 컴퓨터학원은 ‘봉고’에 아이들을 꽉꽉 태우며 오가느라 바빴습니다. 배움삯(학원비)은 비쌌습니다. 어머니는 배움삯을 대느라 휘청였으나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 저를 ‘컴퓨터 경진대회’에 보낼 ‘학교 대표’로 뽑았다고 하기에 “대표로 뽑으면 뭐 해? 학원비를 줄 것도 아니면서!” 하고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집과 배움터에서 눈치를 받으며 《컴퓨터 전문교재 APPLE. MSX.》를 달달 외웁니다. 영어를 모르는데 꼬부랑글씨부터 익힙니다. 우리는 ‘8비트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짜내야 합니다. 먼저 어른들이 보여주고, 우리 나름대로 틀을 바꾸어 엮는데 머리에 김이 풀풀 나기는 했으나 드디어 하나 해내면 매우 신났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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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6.28.

숨은책 831


《최신 주산 교본》

 편집부 엮음

 문영각

 1969.9.15.



  어릴 적에 ‘주산학원’을 다녔습니다. ‘주산·주판’은 1982년 어린이로서는 꼭 익힐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였어요. 어릴 적에는 셈놀이(산수)가 어쩐지 매우 마음에 들어 처음으로 ‘내 주판’을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뒤에는 날마다 들고 다니면서 혼자 머릿셈(암산)을 하면서 걸어다녔어요. 슬슬 구슬셈(주산)을 빼어나게 해낼 뿐 아니라, 셈(문제)을 내는 길잡이한테 “선생님, 더 빨리 내주세요!” 하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산경연대회’에 나간다는 꿈이 무르익을 즈음 “머잖아 컴퓨터 시대가 온다”는 얘기가 돌았고,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는 “주산학원은 그만두고 컴퓨터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시키더군요. 그래도 《최신 주산 교본》처럼 ‘옆으로 길다란’ 배움책을 으레 챙겨서 돌아다녔습니다. 같이 구슬셈을 배우는 동무는 ‘옆으로 길다란 주산학원 교재’를 둘둘 말아서 다녔고, 저는 ‘둘둘 말면 반듯하게 펼 수 없’기에 얌전히 들고 다녔습니다. ‘주산경연대회’에는 하루 가 본 적 있습니다. 이다음에 나가기 앞서 구경으로 삼아서 갔는데, 끝끝내 ‘이다음’은 없었어요. 셈틀(컴퓨터)에 앞서 ‘전자계산기’가 빠르게 퍼졌거든요. 가게에서 구슬셈을 놓던 분들부터 확 사라졌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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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6.28.

숨은책 830


《조선말 배우는 책 (로어)》

 공인현 글

 외국문도서출판사

 1989.5.25.



  우리는 글(책)로만 배우지 않습니다. 언제나 삶으로 배웁니다. 하루하루 배운 삶은 저마다 마음에 담는데, 날마다 배운 삶을 담은 마음을 서로 나누려고 말이라는 소리를 터뜨리고, 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이야기’가 깨어나서 오래도록 잇는 삶빛이 흐릅니다. 글은 말을 담는데, 말은 마음을 옮겼고, 마음은 배운 하루를 나타내며, 배운 하루란 삶입니다. 이 얼거리를 읽는다면 글(책)이란 하나도 모르거나 안 읽더라도 스스로 눈뜨고 깨어나고 날개돋이를 하는 ‘한사람’으로 설 만해요. 《조선말 배우는 책 (로어)》은 북녘에서 펴냈는데, 북녘도 중국도 일본도 아닌, 남녘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두고서 혼자 삶빛이며 말빛을 익히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서 ‘배움일꾼(근로장학생)’으로 여섯 달 동안 지내며 “뭐야? 고작 여섯 달 만에 읽을 책이 더 없네?” 하고 느꼈어요. ‘책숲에 없는 책’을 챙겨 읽으려고, 또 책숲마다 책이 얼마 없고 낡았기에, 온나라 헌책집을 찾아다니면서 열린배움터에서 다 다르게 쓰는 책을 살피고 읽을 뿐 아니라, 배움터에서 안 가르치는 숱한 책을 만났습니다. 1994년 겨울부터 ‘대학졸업장 없이 살자’고 마음먹고 책집마실을 다녔기에 비로소 우리말을 삶으로 바라볼 수 있었구나 하고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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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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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825


《最新農業講座 18 農藥學》

 이성환·이진균 글

 부민문화사

 1962.9.15.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 땅에 ‘풀죽음물’을 뿌리지 않았습니다. 예부터 이 땅에서 흙살림을 이은 사람들은 거름이랑 재랑 가랑잎이랑 짚은 주되, 다른 것은 뿌리지도 놓지도 덮지도 않았어요. 우리한테는 호미랑 낫이 있어요. 호미로 살살 호고, 낫으로 슥슥 긋습니다. 서두르지 않은 흙일이고, 바빠야 할 까닭이 없는 흙짓기예요. 생각해 봐요. 여름볕을 듬뿍 머금어야 논마다 나락이 익습니다. 겨울눈을 듬뿍 받아야 보리밭이 영글어요. 다 다른 철에 맞게 다 다르게 깨어나는 잎망울에 꽃망울입니다. 그런데 이웃나라가 쳐들어와서 이 나라를 밟고 갈아엎으면서 ‘농약’까지 스며듭니다. 《最新農業講座 18 農藥學》을 읽으면, 이 꾸러미를 펴낸 사람이 적은 글을 살피면, 하나같이 ‘우리말 아닌 일본 한자말’이라 여길 만합니다. ‘여름지이’라는 옛말을 버리고, ‘흙일·흙짓기·흙살림’라는 새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농업(農業)’이라는 일본스러운 한자말에 얽매일 적에는 ‘풀죽임물’일 뿐인 ‘농약(農藥)’이 마치 ‘살림물’인 줄 잘못 알게 마련입니다. 풀을 말려죽이는 물은 흙도 말려죽이고 사람에 새에 개구리도 말려죽입니다.


再建隊列에서 富民文化社는 荒無地에 괭이를 든 開拓者의 精神과 勇力으로 實質的인 書籍을 刊行하여 農民들에게 널리 普及함으로서 生産增强과 生活의 科學化에 이바지함을 使命으로 한다. (富民文化社의 使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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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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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817


《韓國美術文化史論叢》

 고유섭 글

 통문관

 1966.7.15.



  어느덧 ‘고유섭’이라는 이름은 ‘인천을 빛낸 얼굴’로 기리지만, 1992년에 ‘문화부 이달의 문화인물’하고 ‘첫 새얼문화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즈음 열여덟 살이던 저는 “선생님, 고유섭이 인천사람이라면서요? 그런데 뭐 하던 사람인가요?” 하고 여쭙니다. 배움터에 있는 길잡이도 그때 고유섭이란 이름을 모르더군요. 고등학교 2학년 푸름이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낯설거나 모르는 이야기는 물어보나 마나로구나. 스스로 찾아보고 알아봐야겠어! 그런데 서울 인사동 ‘통문관’에서는 이녁 글을 추슬러 꾸준히 선보였고 《餞別의 甁》나 《韓國美術史及美學論攷》에 《고유섭전집》까지 펴내며 ‘우리 스스로 우리 그림을 바라보는 눈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만 보면, 인천시는 ‘서울에 있는 책집 한 곳’에서 고유섭 글자락을 오래도록 책으로 묶는 동안 쳐다본 일조차 없던 셈입니다. 《韓國美術文化史論叢》은 1966년에 나왔는데, “定價金六百원”에 “정가금八00원”으로 바꾸는 ‘고무도장’을 씌웠습니다. 안쪽에 “1972.11.28. 中央圖書展示館 姜錫禎. 1780원 영수증“이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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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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