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꽃

숲집놀이터 243. 숲으로



돌림앓이 탓에 2020년에는 이 나라 모든 학교가 3월에 열지 못했고, 4월이며 5월을 지나 6월에 이르러 조금씩 열려고 한다. 그러나 애써 열어도 다시 닫는 곳이 많고, 열었다 하더라도 눈을 마주보고 생각을 나누는 길을 열었다고는 느끼기 어렵다. 모두들 ‘한 사람이라도 돌림앓이에 걸리면 어떡하나’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구태여 졸업장학교를 서둘러 열어야 할까? 셈틀을 켜서 누리배움길을 깔아야 할까? 교과서에 맞추어 나아가는 배움길이 아니면 안 되는가? 슬기로운 나라살림이라면 입시지옥이란 이름이 또아리를 틀 까닭이 없고, 입시학원이 그렇게 넘칠 일이 없다. 슬기롭지 않은 나라인 터라, 돌림앓이가 푸른별에 퍼졌어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집에 가두기’하고 ‘서로 떨어지기’하고 ‘입가리개 하기’ 말고는 딱히 생각도 하지 못한다. 이럴 때야말로 서울을 떠나고, 큰고장을 벗어나서, 조용히 숲으로 갈 노릇이라고 여긴다. 관광지 해수욕장이 아닌 조용한 바닷가를 찾아가고, 너른 들녘으로 가서 낫이며 호미를 쥐고 흙살림을 이끌 노릇이라고 본다. 아이들을 대학교 아닌 숲으로 보내자. 아이들 스스로 숲이라고 하는 터를, 사람 손길이 안 닿기 때문에 이토록 푸르며 싱그럽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터를 맨발에 맨손으로 느끼도록 하자. 이제는 숲으로 가지 않고서는 다 죽는 길 아닌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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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4


《나의 어린 시절》

 A. 슈바이처 글

 박병소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56.2.25.



  인천에서 나거나 자라며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한테 ‘선인재단’은 무시무시할 뿐 아니라 무섭고 아찔하고 이름조차 떠올리기 싫은 미친 막놈입니다. ‘선인재단’은 ‘백선엽 + 백인엽’이고, 선인재단에 있는 학교는 모두 두 우두머리에다가 이녁 어머니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들이 일제강점기에 친일부역을 한 일은 둘째치고, 군사독재하고 손잡고서 인천이란 고장을 떡처럼 주무르면서 저지른 갖은 막짓에 어느 누구도 입조차 벙긋할 수 없는 나날이 무척 길었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드디어 한 사람 두 사람 기운을 내어 목소리를 높였고, 너나없이 손을 맞잡고 그악스러운 선인재단하고 맞서서 피눈물나게 싸운 끝에 1994년에 선인재단을 풀어없애고 시립·공립학교로 돌리면서 겨우 숨통을 텄습니다. 시장·국회의원도 말을 못하는 판이고 다른 학교 교장·교감뿐 아니라 기자·작가도 숨을 죽이도록 짓밟은 백선엽·백인엽이지요. 《나의 어린 시절》을 읽다가, 인천에서 보낸 제 어린 나날이 떠올라요. 인천에 깡패가 그렇게 많았는데 선인재단 학교를 다닌 놈팡이는 ‘선인’ 두 놈 못잖게 끔찍했어요. 그나저나 부정부패 독재부역자 백선엽이 국립묘지에 묻히고 싶어서, 백 살 넘은 나이에도 안달을 하시네요, 허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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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7


《소년과학문답 어떻게?》

 과학동무회 꾸밈

 글벗집

 1949.3.1.(1950.4.15. 세벌)



  1948년 10월에 《소년과학문답 왜?》라는 조그마한 책이 나옵니다. 불티나게 팔렸다 하고, 이듬해에 《소년과학문답 어떻게?》가 새로 나옵니다. 이 책도 불티나게 팔렸지 싶은데 ‘왜?’하고 ‘어떻게?’ 다음도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다음해에 남북녘 사이에 불구덩이가 생겼거든요. 서울 후암동에 있었다는 ‘글벗집’은 ‘꾸민데·편데·박은데’ 같은 말씨를 씁니다. 비록 이 책은 일본책에서 줄거리를 끌어온 티가 물씬 풍기지만, 어린이한테 쉽고 보드라운 말씨를 들려주려고 몹시 애쓴 티도 나요. 1948년에는 ‘총판매’라고 쓰지만, 이듬해에는 ‘도맡아 파는 데’로 고치더군요. 펴낸곳 이름에서 ‘-집’이란 ‘-사(社)’를 걸러낸 말씨일 테지요. 과학하고 얽힌 이야기를 가만히 보면 여느 삶터에서 마주하는 온갖 모습입니다. 이제는 ‘과학’이란 이름을 쓰지만, 알고 보면 ‘삶’이자 ‘살림’이자 ‘숲’을 헤아리는 슬기로운 눈입니다. ㅅㄴㄹ


150. 흰 쌀밥은 왜 나쁜가? : 사람 몸에 유조한 것은 백미 곁에 붙어 있는 눈과 겨입니다. 그런데 현미를 백미로 만든즉, 우리 몸에 소중한 양분이 되는 눈이랑 겨가 말끔 떨려 버립니다. 그런데 겨 속에는 비타민 삐라는 몸에 좋은 약이 들어 있어서, 그 삐 덕분에 기운이 나는 것인데, 이것을 말끔 떨어 버리고 먹으면, 각기병에 걸리기 똑 알맞습니다. (소년과학문답 왜?/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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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1


《'74 가계부》

 편집부 엮음

 저축추진중앙위원회·여성저축생활중앙회

 1974.1.1.



  살림하며 쓰는 돈을 적으라는 가계부인데 가계부 하나 장만하는 값이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라에서는 통반장을 거쳐 반상회를 열도록 내몰고, 나라님 말씀을 고분고분 따르라고 다그치며 가계부를 쓰라 했어요. 나라가 가난하니 사람들이 허리띠를 죄며 1원 한 푼 아끼라 했고, 꾸준히 은행에 돈을 맡겨야 한다고 몰았어요. ‘家計簿’는 그저 일본말이지요. 일본사람은 무엇이든 꼼꼼하게 적고, 이 버릇이 알뜰한 길로 이어진다고 여겼을 텐데, 한국에서 《가계부》는 군사독재가 사람들을 집살림까지 옭아매려고 하는 뜻으로 퍼뜨렸습니다. 반상회·새마을운동을 바탕으로 ‘여느 집 속내를 들여다보는 길’로 가계부를 써서 통반장 ‘검사’를 받도록 했고, 어린이한테는 ‘용돈기입장’을 써서 학교에 내어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카드로 긁으면 우리가 어디에 무엇을 얼마나 쓰는가 하는 자취가 줄줄이 떠요. 살림을 적거나 소꿉돈을 적는 책을 좋은 뜻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만, 참말로 좋은 뜻이라면 ‘검사·감시’를 하거나 ‘상’을 주지 않을 테고, 걷거나 들여다보지 않겠지요. 여느 살림님은 이 가계부를 일기장으로도 삼았어요. 어느 모로는 가계부가 ‘일에 벅찬 가시내 눈물을 아로새기는 책’이 되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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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2


《朝鮮總督의 罪惡史》

 임종국 글

 인창서관

 1971.10.10.



  1980년대 끝무렵에 중학교를 다니면서 교사한테 무엇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꾸를 안 해주었습니다. 으레 “진도 나가느라 바쁜데 말 끊지 말라” 하고, ‘쉬는 시간’에 물을라치면 “다음 수업에 가야 하니까 바쁘다” 하고, 정규수업을 마치고서 자율학습을 하기 앞서 물으려고 교무실에 가면 어느새 자리를 비웁니다. 고등학교에 가니 “대학시험하고 상관없는 거야.” 하며 끊네요. 이무렵 교사한테 물은 한 가지는 ‘조선총독부만 가지고 식민지를 못했을 테고, 틀림없이 한국 부역자가 많을 텐데, 그 많은 부역자는 어디에 있나요?’였습니다. 《朝鮮總督의 罪惡史》는 일본 제국주의가 이 나라를 군홧발로 서른여섯 해 짓밟는 동안 가시내를 얼마나 노리개로 삼았는가를 하나하나 짚습니다. 곽재구 님은 〈유곡나루〉라는 시를 썼고, 정태춘 님은 가락을 붙여 〈나 살던 고향〉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육만 엔’은 요즘에도 적은 돈이 아니지만 1960∼70년대에는 더더구나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꽃할머니를 앞세운 돈모으기와 나눔집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본이 꽃할머니한테 잘못을 빌고 값을 치러야 한다면, 그 눈물값(배상·보상)은 누가 받아야 할까요? 꽃할머니한테 앵벌이를 시킨 무리는 톡톡히 값을 치르리라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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