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2


《新 自然 きらきら 5 あまやどり》

 久保秀一 사진

 七尾 純 글

 偕成社

 2002.5.1.



  어쩔 길이 없는지 모르나, 이 나라 배움판은 오래도록 몇몇 사람 손바닥에서 놀았습니다. 누구한테나 열린 배움판이지 않았습니다. 위아래로 굴레를 놓았고, 벼슬아치하고 먹물꾼이 숱한 사람을 짓눌렀습니다. 이 종살이 굴레는 엉뚱하게 일본 제국주의 총칼로 무너졌고, 이때부터 조금은 숨통을 트는 배움판이 깃드나, 한말글이 아닌 일본 말글로 뒤덮여요. 그런데 일본 배움판 가운데 ‘교과서 학습’만 지나치게 들어오고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살림을 눈여겨보고 아끼며 가꾸는 길’은 좀처럼 못 들어왔습니다. 일본 한켠은 군홧발 제국주의였어도, 다른 한켠은 수수한 살림빛이었거든요. 진작부터 어린이책이 눈부시게 나온 일본 다른 한켠이에요. 《新 自然 きらきら 5 あまやどり》는 어린이가 숲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꾸러미입니다. 자연도감·생태도감도 일본책을 고스란히 베낀 이 나라이지만, ‘어린이 자연그림책·사진책’도 으레 일본책을 옮기거나 베낀 이 나라입니다. 이제라도 이 나라 들숲내를 헤아리는 ‘반짝반짝 초롱초롱 수수한 숲살림 이야기꾸러미’를 엮는 손길이나 눈망울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비가 오기에 실컷 비놀이를 합니다. 빗물을 잔뜩 마신 다음에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비를 머금은 온숲이 푸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1


《韓國 俗談의 妙味》

 김도환 글

 제일문화사

 1978.10.3.



  어릴 적에는 ‘속담’이란 말을 그냥 들었지만, 중학교에 접어들어 한문을 익히고 고등학교에 들어서며 사전을 샅샅이 읽는 사이 ‘속담’이란 말을 쓰기 거북했습니다. ‘속담·속어·속언·속설’이나 ‘민속’처럼 ‘속(俗)’을 넣은 말씨는 여느 사람을 얕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기는 마음이 깃드는 줄 알아챘거든요. 그렇다고 그무렵에 저 스스로 ‘속담’을 바꿀 새말을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쓸 때마다 거북할 뿐입니다. 1993년에 《한국속담활용사전》이 태어난 적 있고, 엮은님은 사전을 꾸준히 손질했습니다. 멋진 속담사전을 처음 만날 즈음에는 이 수수한 말씨에 마음을 기울인 분이 있구나 싶어 놀랍기만 했는데, 엮은님이 속담을 놓고 처음 갈무리한 《韓國 俗談의 妙味》를 헌책집에서 만난 뒤에는, 이 책부터 짧지 않은 나날을 바친 줄 느끼고는, 오래도록 깊이 바친 땀방울로 속담사전이 나왔네 싶더군요. 속담이란 “먹물쟁이 아닌 사람, 바로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 여느 자리에서 쉽고 즐겁게 쓰는 말”입니다. “삶을 짓는 길에서 스스로 삶을 바탕으로 엮거나 지은 말”이라면 단출히 ‘삶말’이라 할 만하지 싶어요. ‘삶말꾸러미’이지요. ‘살림말뭉치’입니다. ‘삶말숲’이자 ‘살림말나무’이고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2


《the National English Readers 註解書 6》

 편집부 엮음

 보문당

 1951.12.10.



  남북녘이 한창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판이던 무렵에도 책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집이며 마을을 떠나면서도 배움터를 새로 열었습니다. 곁에서 숱한 사람이 죽어 나갈 적에, 마을이 무너지고 숲이 불탈 적에, 어깨동무하던 이웃이 어느새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는 사이로 바뀔 적에, 배움터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만했을까요. 어린이는 무엇을 배우면서 자라야 이 고단하며 멍울진 살림새를 추스를 만할까요. 《the National English Readers 註解書 6》은 쇠붓으로 긁어서 엮은 책이요, “내쇼낼 英語讀本 註解書”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다루는 영어 교과서를 풀이한 도움책(참고서)입니다. 낱말풀이는 없고, 교과서 글월을 한글로 옮겨놓기만 했는데, 이런 도움책이어도 무척 모자랐을 테고, 몹시 아끼면서 돌려읽었지 싶습니다. 그런데 ‘주해서’는 하나같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세운 학교 얼거리에 따라 생기고 퍼진 도움책입니다. 바깥말을 익히는 길에 ‘글월풀이’도 있으면 좋겠지만 ‘낱말풀이’가 함께 있을 노릇이지 싶어요. 교과서에 적은 글월은 어느 한 가지만 짚은 대목일 뿐 말은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예나 이제나 삶·살림·사랑을 밝히는 슬기로운 책이 아닌 이런 도움책부터 나오는 대목은 아쉽습니다. 학습지가 너무 넘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7


《조선어문 초급중학교 2》

 조선어문교재편집실·류미옥 엮음

 연변교육출판사

 1985.1.



  사전이란 책을 쓰려면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을 가리지 않고서 다루어야 합니다.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말이 없이 모든 말이 태어난 자리를 살피고, 모든 말이 흐르는 길을 들여다보고, 모든 말이 나아가거나 퍼지는 결을 헤아립니다. 이 나라는 남북녘으로 갈린데다가 중국이며 일본이며 러시아이며 중앙아시아로 흩어지기까지 했어요. 남녘말만 보아서는 사전다운 사전을 못 엮습니다. 그러나 남북녘 정치 우두머리는 으레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언제나 그들끼리 어울릴 뿐이에요. 이러다 보니 남북녘 말씨뿐 아니라 중국조선족이나 일본한겨레가 쓰는 말씨를 살피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2001∼2003년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할 즈음 연변에 ‘중국조선족 책하고 교과서’를 사려고 다녀오곤 했습니다. 이 나라 헌책집에 때때로 들어오는 《조선어문 초급중학교 2》 같은 교과서가 보이면 주머니를 털어서 장만했어요. 북녘 교과서는 아직 구경조차 못하지만 연변 교과서를 들추면서 북녘 말씨를 어림합니다. 정치는 벼슬아치끼리 노닥거리더라도 여느 사람들 마을살림하고 말살림은 홀가분하게 흐르도록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어려운 말로 하자면 ‘문화 교류’ 없이는 참다운 어깨동무(평화·민주)란 없겠지요. 삶이 말이니까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8


《우표》 124호

 이정호 엮음

 재단법인 체성회

 1976.3.1.



  우표라는 종이를 왜 모았을까 하고 돌아보면, 이 조그마한 종이로 ‘살아가는 오늘, 살아온 어제’ 두 가지를 갈무리하기 때문이었지 싶습니다. 지나간 지 얼마 안 되는 날을 둘레에서 알려주는 일이 드물고, 잘 떠올리지 못하기 일쑤라고 느꼈어요. ‘우표에 새긴 발자취’라고 한다면 으레 ‘나라 자랑질’이기 마련이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우표나 ‘대통령 해외순방’ 우표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이나 ‘이 나라 새’나 ‘이 나라 숨은 멋터’나 ‘이 나라 악기나 옷’을 우표로 만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만화 우표까지 나옵니다. 여느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는 아직도 만화를 만화라는 갈래로 따로 제대로 들여다보거나 다루지 못합니다만, 우표는 일찌감치 만화조차 ‘우리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로 여겼습니다. 나라밖 우표에도 눈길이 갔어요. 나라밖 이야기도 신문·방송으로는 너무 좁았고, 학교나 집이나 마을에서는 더더구나 듣기 어렵지만, 나라밖 우표를 들여다보면서 온누리 여러 나라 수수한 살림자취나 ‘그 나라 자랑질’을 엿보았어요. 우체국에 가면 달책 《우표》가 있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서서 읽고, 돈을 모아 받아보았어요. ‘새’를 담은 우표를 크게 담은 《우표》 124호는 여러모로 애틋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