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받고



  일산 할머니가 보내신 김치꾸러미를 오늘 받는다. 어제는 고구마꾸러미를 받았다. 어제오늘 일산 할머니는 ‘산타 할머니’가 되셨다.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넣은 뒤, 우리 집 뒤꼍으로 통을 들고 간다. 가을볕 먹고 잘 익기 기다리던 유자를 딴다. 가위로 꼭지를 톡 잘라서 사름벼리한테 건네면, 걸상에 올라선 사름벼리는 아래에 있는 산들보라한테 다시 건네고, 산들보라는 누나한테서 받은 유자를 통에 담는다. 유자만 보내기에 상자가 조금 빈다. 그래서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두 알 딴다. 며칠 앞서 떨어진 모과가 두 알 있기에, 모과도 두 알씩 나누어, 일산으로 한 꾸러미, 음성으로 한 꾸러미 보내기로 한다. 이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가면 된다. 몸살이 다 나은 아이들 데리고 마실을 가야지. 4347.10.29.물.ㅎㄲㅅ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앓는 작은아이



  작은아이가 앓는다. 찬바람을 많이 먹었을까. 여러 날 낮잠을 거르면서 너무 고단하도록 놀았기 때문일까. 펄펄 끓는 작은아이는 미역국과 밥은 날름날름 잘 받아서 먹는다. 과자 몇 점을 그릇에 담아 주는데, 손을 안 댄다. 끙끙거리면서 어머니한테 안기다가 아버지한테 안기고, 어느새 드러눕는다. 무릎에 누이다가 잠자리로 옮긴다. 이마를 쓸어넘기고 가슴을 토닥인다. 안아서 쉬를 누이고, 몸을 일으켜세워 물을 마시도록 한다. 한밤을 지나면서 뜨거운 기운이 살짝 가라앉는다. 아직 몸은 뜨겁지만, 엊저녁처럼 끙끙거리지 않는다. 살짝 나아진 듯하다. 큰아이도 이만 한 나이에 몸이 달아올라 앓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더 크게 자라려고, 아이들이 더 튼튼하게 자라려고, 이렇게 끙끙 앓겠지. 4347.10.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10-27 10:46   좋아요 0 | URL
아유 힘드셔서 어쩐대요. 님도 몸살이신데요

숲노래 2014-10-27 15:36   좋아요 0 | URL
끙끙 앓으면서
이제 무럭무럭 잘 자랄 테지요~
 

셋째를 보내고 나서



  셋째가 떠나고 나서 할 일이 여러모로 많다. 곁님 등허리와 엉덩이를 꾹꾹 주무르기도 하고, 새로 미역국을 잔뜩 끓이기도 하는데, 여느 때에 끓이던 미역국보다 더 마음을 쏟아 끓이느라 손이 많이 간다. 두 아이가 제법 자라서 손이 덜 간다 할 만하지만,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하느라 하루 내내 눈코 돌릴 틈이 없다.


  밥 차려서 먹이고 치우기, 빨래해서 널고 말리기, 똥 누이고 씻기고 치우기 …… 이래저래 부산하게 아침부터 보내니 낮 한 시 반 즈음 되어 겨우 숨을 돌릴 만하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나, 마을 빨래터를 치우러 가야지. 오늘도 미루면 빨래터는 그예 지저분할 테고, 마을 할매가 어째 그 물이끼를 치우시겠나. 더욱이 아이들이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 치우고 놀자면서 며칠 앞서부터 노래를 불렀다. 새롭게 기운을 내어 막대솔과 아이들 옷가지를 챙겨 빨래터에 가야겠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살이 일기 77] 하늘 보면서 걷기

― 시골에서 지내는 뜻



  나는 하늘을 보면서 걷습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할 적에도 으레 하늘을 보면서 발판을 구릅니다. 시골에서 살기에 하늘을 보면서 걷습니다. 시골에서 살기 때문에 하늘을 보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낮하늘이 얼마나 파랗게 환한지 올려다봅니다. 밤하늘이 얼마나 새까맣게 어두우면서 갖은 별빛으로 눈부신지 올려다봅니다. 낮에는 하늘과 구름이 환해서 눈살을 살며시 찡그립니다. 밤에는 새까만 바탕에 별빛이 초롱초롱하기에 눈살을 가만히 찡그립니다.


  하늘을 보는 사람은 하늘을 압니다. 흙을 보는 사람은 흙을 압니다. 나무를 보는 사람은 나무를 압니다. 그리고, 책을 보는 사람은 책을 알며, 영화를 보는 사람은 영화를 알아요. 야구를 본다면 야구를 알 테고, 축구를 본다면 축구를 알 테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바라보는 것을 압니다. 스스로 바라보는 대로 배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을 살피면 날씨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하늘읽기’나 ‘날씨읽기’를 할 줄 모릅니다. 하늘을 안 보기 때문이고, 구름맛이나 바람내음을 읽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뱃사람은 바다에서 하늘과 물과 바람을 온몸으로 헤아리거나 읽습니다. 바다에서 바다를 읽지 않으면 고기를 못 낚아요. 바다에서 하늘과 바람을 읽지 않으면 그만 비바람이나 물결에 휩쓸릴 수 있어요. 이리하여, 예부터 지구별 모든 사람은 하늘을 읽고 흙을 읽으며 풀과 나무를 읽었어요. 스스로 삶을 가꾸거나 꾸리거나 지으려고 하늘도 흙도 풀도 나무도 읽었어요.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달리다가 때때로 눈을 살짝 감으면서 큼큼 바람내음을 맡습니다. 혼자 걷거나 아이들과 걸으면서 풀내음과 나무노래를 맞아들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울 수도 있으나, 돌을 만지면서 배울 수도 있고,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배울는지 스스로 살필 노릇인데, 나는 시골에서 하늘을 보고 읽고 배우고 느끼고 싶습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이야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10-2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한 느낌이네요

숲노래 2014-10-23 10:36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시원하답니다~
 



수박 한 접시야 곧 뚝딱



  수박 한 접시야 두 아이한테는 아무것 아니다. 곧 뚝딱 먹어서 감쪽같이 없앤다. 두 아이가 게 눈 감추듯 수박을 먹어치우는 모습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한 조각만 먹는다. 아이들이 잘 먹는 밥이라면, 나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4347.10.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