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79] 입가심 까망알

― 밥도 주전부리도 흙에서



  까망알은 입가심입니다. 아침에 밥을 먹기 앞서 살살 훑어 입에 털어넣으면 입가심입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햇볕을 쬐다가 살그마니 슬슬 훑어 입에 집어넣으면 주전부리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흙에서 얻습니다. 쌀밥도 보리밥도 수수밥도 콩밥도 모두 흙에서 얻습니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옥수수도 흙에서 얻고, 수박이랑 딸기도 흙에서 얻습니다. 포도랑 능금이랑 배랑 복숭아랑 모두 흙에서 얻어요. 이리 보거나 저리 살피거나 모두 흙에서 자라 우리 몸으로 들어옵니다.


  누군가 물을 테지요. 뭍고기나 물고기는 흙에서 안 오지 않느냐 하고. 네, 얼핏 보면 이렇게 여길 만해요. 그러나, 뭍고기는 풀을 먹고 자랍니다. 사람이 먹는 뭍고기는 모두 풀을 밥으로 삼는 짐승입니다. 바다나 냇물에서 낚는 물고기도 흙에서 비롯해요. 물고기가 어디에 알을 낳을까요? 시멘트바닥에 알을 낳을까요? 아니에요. 물고기는 흙바닥에 알을 낳아요. 돌 틈에 알을 낳는다 하더라도, 냇물이 흐르는 곳에 모래나 흙이 있어야 돌 틈도 있습니다. 바다는 어떠할까요? 바닷가 갯흙은 숲에서 흘러내려온 흙과 모래가 쌓여 이룹니다. 숲흙이 있어야 갯벌이 생기고, 갯벌이 생기면서 영양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요. 바다도 바닥은 흙입니다.


  흙을 밟기에 삶을 꾸립니다. 흙을 가꾸기에 삶을 누립니다. 흙을 아끼기에 삶을 사랑합니다. 흙을 돌보기에 삶을 노래합니다.


  입가심 까망알을 먹으려고 흙을 밟습니다. 아이와 함께 흙을 밟고, 풀을 스칩니다. 주전부리 까망알을 찾으려고 흙을 밟습니다. 아이랑 나란히 흙을 만지고, 풀내음을 맡습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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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거리는 작은아이는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모처럼 네 사람이 함께 읍내마실을 한다. 작은아이를 안아서 버스에 태우는데, 작은아이가 아버지더러 “돈, 돈.” 한다. 두툼한 옷을 입어 몸무게가 이십 킬로그램이 넘을 아이를 한손에 안고 버스에 오르자니 미처 작은아이한테 버스삯을 쥐어 주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 따라 작은아이가 “내가 내려고 했는데, 내가 내려고 했는데!” 하면서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징징댄다. 아버지가 잘못했구나. 그냥 너한테 종이돈 석 장을 쥐어 줄 것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가 버스삯을 내면 되지. 모처럼 버스를 타기 때문에 모처럼 버스삯 낼 자리가 생겼는데 네가 이러한 재미를 누리지 못했구나. 그렇지만 너희는 이렇게 버스에 타기만 해도 재미있으니, 얼른 울음을 그치고 신나게 바깥마실을 누리자.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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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귀후비기



  얼마 앞서까지 거의 못 느끼다가, 오늘 새삼스레 징허게 느낀다. 두 아이 귀를 후비는데 등허리가 몹시 결린다. 큰아이 귀를 두 쪽 모두 후비고 나서 작은아이를 무릎에 누여 귀를 후비는데 등허리가 자꾸 찌릿찌릿한다. 작은아이는 간지럽다면서 자꾸 웃고 몸을 흔든다.


  내가 몇 살 때였을까. 아마 일곱 살이나 여덟 살 때였을까. 아직 혼자서 귀를 후비지 못하던 퍽 어릴 적인데, 어머니가 내 귀를 후비시면서 “아이고, 허리야!” 하고 짧게 읊던 말이 내 마음에 오랫동안 울렸다. 그무렵 나는 어머니가 왜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지 몰랐다. 오늘 우리 작은아이가 하듯이 간지럽다고 클클거릴 뿐이었다. 다만, 어머니가 짧게 읊은 한 마디가 내 마음에 남아서 두고두고 울렸다.


  오늘 비로소 우리 어머니가 내 귀를 후비다가 짧게 읊은 말마디를 몸으로 느낀다. 나도 그만 우리 어머니처럼 “아이고, 허리야!” 하고 똑같이 읊는다. 작은아이 귀를 다 후비고 무릎에서 일으킨 뒤 등허리를 톡톡 털고 일어서는데, 그야말로 등허리가 찡찡 결린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쉬지 못하고 움직이던 어머니가 아이들 귀를 후빈다면서 가만히 꼼짝 않고 앉아서 온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은 등허리를 힘들게 하는구나.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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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11-03 14:11   좋아요 0 | URL
전 어릴적에 할머니가 귀 후벼 주셨어요~^^
가족모두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숲노래 2014-11-03 14:29   좋아요 0 | URL
오, 할머니가 손녀를 귀여워 하시면서
알뜰히 후벼 주셨겠지요?

저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손길은
거의 받은 적이 없어서... @.@

좀 누웠더니 등허리가 한결 나았습니다~ ^^ 고맙습니다~~
 

밥먹기



  밥먹기는 영양소 먹기가 아니다. 이를 안다고 말하려면 이를 제대로 몸으로 옮겨야 맞다. 머리로만 생각해서 밥을 차리면, 나도 똑같이 ‘영양소 먹이기’가 될밖에 없다. 밥먹기가 어떤 삶인가 제대로 느끼고 알 때에 아이들과 즐겁게 한 끼를 누린다. 우리 몸이 되는 밥을 먹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나 놀이를 신나게 할 수 있는 기운을 얻으려고 밥을 먹는다.


  밥 한 그릇에 온 사랑을 담자. 밥 한 그릇에 온 마음을 싣자. 밥 한 그릇에 온 노래를 담자. 밥 한 그릇에 온 웃음을 싣자. 날마다 새롭게 생각한다. 밥을 짓다가 문득문득 고개를 들어 부엌에 붙인 그림을 바라본다. 어떤 마음이 되고 어떤 사랑이 되어 이 밥을 짓는지 되새긴다. 찬찬히 수저질을 하면서 밥그릇을 비우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이 밥이 우리한테 무엇인지 제대로 보고 느끼자.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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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춥다



  큰이불 두 채를 자는방에 둔다. 그런데 두 아이들이 끝에 누워서 자다가 이불을 돌돌 만다. 이불을 걷어차기도 하지만 돌돌 말기도 하면서, 두 아이 사이에서 자는 아버지는 춥다. 얘들아, 이제 겨울인데 이불을 걷어차지도 말고, 너희만 돌돌 말아서 가져가지 말자. 이 이불로 우리는 셋이 함께 덮을 수도 있는데 어째 너희 사이에서 아버지는 하나도 못 덮는구나.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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