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2.

숨은책 1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

 오자와 마리

 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1998.10.20.



  처음 오자와 마리 님 그림꽃이 한글판으로 나오던 무렵에는 알아채지 못 했습니다. 《Pong Pong》하고 《민들레 솜털》부터 알아보았습니다. 결이 곱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붓끝이 있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니코니코 일기》는 이미 판이 끊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도 판이 끊겼더군요. 이윽고 나온 《이치고다 씨 이야기》는 바로바로 장만해서 읽고 둘레에 알리지만, 어느새 판이 끊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읽히기 어려운 ‘착한그림’일 수 있구나 싶은데, 《은빛 숟가락》이 열일곱 자락 끝까지 한글판으로 나와서 반갑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꽃판(애장본)으로 나올 적에 곧장 건사했습니다. 1998년 첫 한글판을 어렵게 찾아내었습니다. 뒷그림에 혼잣몸으로 딸아이를 업고서 저잣바구니를 잔뜩 팔뚝에 낀 엄마 모습을 담습니다. 요즈음은 이런 엄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주 한참 예전 모습입니다. 그림님부터 이렇게 딸아이를 돌본 살림이기에 ‘아이곁에서 살림을 사랑으로 지은 발자국’을 담을 수 있구나 싶어요. 온누리 누구나 어버이라는 자리에 설 적에는 ‘아이곁에서’를 누리면서 사랑을 새롭게 배울 일이라고 느낍니다. 같이 걷고, 같이 얘기하고, 같이 놀고, 같이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한마음과 한빛으로 한별이 될 적에 비로소 아름누리를 이루겠지요.


#世界でいちばん優しい音樂


“‘행복’. 4학년 3반 노조미. 우리 엄마에겐 결혼식 사진이 없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아빠가 죽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그 대신 집 앞에서 아빠와 같이 찍은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있습니다. 빨래가 널려 있는 별로 안 멋있는 사진입니다. 게다가 촛점도 잘 안 맞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사진엔 행복이 찍혀져 있다고 제 말은 안 듣습니다. 난 어디 있어, 라고 물으면, 엄마는 자기 원피스 위의 배를 가르키며……” (159, 160쪽)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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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997


《길에 관한 명상》

 최인훈 글

 청하

 1989.3.25.



  처음 ‘최인훈’을 읽던 1991년 열일곱 살을 돌이켜봅니다. 그무렵은 ‘고1’이었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야, 이 사람은 입시에 안 나올 텐데 왜 읽냐?” 하고 묻더군요. “선생님, 입시에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배울 글이라면 읽어야 하지 않습니까? 입시에 최인훈을 다루는 문제가 안 나오더라도, 최인훈을 읽고 나서 생각너비를 키우면 틀림없이 이바지하겠지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길에 관한 명상》을 읽으면서 ‘대학입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불굿(입시지옥)이 아닌 제 앞길을 그리고 싶어서 ‘대학입시에 안 나올 듯한 글’을 더더욱 챙겨서 읽으려 했습니다. 어느새 서른 몇 해가 훌쩍 지난 2022년 어느 날 《길에 관한 명상》을 다시 만납니다. 푸름이일 무렵 읽던 책은 갓 나왔으니 반드레했다면 쉰 살 언저리에 헌책집에서 새로 마주한 책은 더께를 머금고 빛이 바랩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열 해나 서른 해쯤 지나면 다 바랠까요, 아니면 더 빛날까요? 우리가 쓰는 글은 스무 해나 마흔 해쯤 지나면 철없어 보일까요, 되레 한결 반짝일까요? 예나 이제나 “길에 관한 명상”이라 하면 둘레에서는 어렵겠거니 여깁니다. 최인훈 님은 글멋을 부리거든요. 수수하게 “길을 생각하다”나 “길을 돌아보다”로 이름을 붙였다면, 수더분하면서 숲빛으로 나아가는 글꽃이었으리라 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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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1019


《빨간머리 앤 노트》

 高柳佐知子 글·그림

 변은숙 옮김

 보성출판사

 1995.10.25.



  일본에서 책엮기를 하는 이웃님이 어느 날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라는 책을 날개에 띄워 보내주었습니다. 한글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펴냄터’에서 ‘일본으로 보낸 책’을 거꾸로 저한테 베푸셨어요. “이야, 이 책은 날개를 타고 두 나라 사이를 슥슥 오갔네!” 싶어서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낯익다 싶어서 이모저모 살피니 1995년에 살짝 나온 《빨간머리 앤 노트》하고 같은 판이더군요. “독서글짓기 賞”이라고 속에 찍힌 책을 헌책집에서 찾았고, ‘다카야나기 사치코’ 님이 빚은 이 알뜰한 판을 날개에 띄어서 일본으로 보내었습니다. 일본 이웃님은 1995년에 이런 책이 이미 나온 모습을 저보다 훨씬 반기셨어요. ‘몰래책’이든 말든 그저 기뻐하시더군요. 1995년에는 제법 읽히다가 사라진 듯하고, 2019년판은 영 안 읽히는 듯싶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옛판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그림을 겉에 곱게 넣으면서 눈길을 끕니다. 2019년판도 점잖은 꾸밈새가 아니라 가볍게 말괄량이처럼 노는 꾸밈결로 했다면 한결 눈길과 손길을 사로잡았을 텐데 싶어요. ‘앤’ 아가씨는 얌전빼기가 아니니까요. 수다쟁이에 꽃순이에 노래순이다운 결을 살려야 책도 나란히 살 테지요.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다카야나기 사치코/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4.19.)

 

#高柳佐知子 (1991년)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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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1018


《녹색세계사 1》

 클라이브 폰팅 글

 이진아 옮김

 심지

 1995.10.15.첫/1996.2.15.2벌



  우리나라에도 ‘녹색평화당·초록정치연대·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푸른길을 밝히겠다는 두레가 태어났습니다. 다만 푸른길을 걷되 ‘푸르다·풀빛’이라는 우리말만큼은 어쩐지 아예 안 쓰려고 하더군요. “굳이 우리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지만, “굳이 우리말을 안 써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더욱이 일본한자말 ‘녹색’을 구태여 붙들 까닭이란 없습니다. 앞으로는 ‘푸른길·푸른두레’나 ‘풀빛길·풀빛노래’처럼 어린이 곁에 설 만한 이름으로 새길을 헤아릴 일꾼이 나올는지 궁금합니다. 《녹색세계사》라는 책을 처음 알아볼 즈음에는 이미 판이 끊겼습니다. 푸른길을 걷는 일꾼도 이런 책이 나온 줄 모르기 일쑤였고,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건네어도 “바빠서 책을 읽을 틈이 없어요” 하며 손사래치더군요. 2010년에 어렵사리 되살아났지만, 되살림판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2019년에 다시 살아나는데, 이제는 읽는 이웃이 조금은 있겠지요. 푸른길을 가려면 스스로 걸어야 합니다. 푸른살림을 지으려면 손수 풀꽃나무를 안고 품고 사랑할 일입니다. 푸른노래를 부르려면 늘 아이 곁에 서는 어른으로서 어질고 참하게 하루를 그리게 마련입니다. 즐겁게 꿈과 사랑을 헤아리며 서울을 훌훌 떠날 푸른이웃을 기다립니다.


#AGreenHistoryoftheWorld #ClivePonting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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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1017


《조병옥 이승만 부정선거 투표지》

 이승만 짓

 자유당

 1960.3.15.



  1960년에 이승만 씨가 ‘속임짓(부정선거)’을 안 했다고 여기는 모지리가 뜻밖에 대단히 많습니다. 이들은 눈코귀입을 모두 감추고 온나라에 거짓말을 심으면서 벼슬자리를 거머쥐려 하는구나 싶어요. 예나 이제나 매한가지인데, 일본은 이 땅을 수렁(식민지)으로 옭죄면서 ‘문화발전·경제발전·정치발전’을 해주었다고 뻥을 칩니다. 박정희 씨도 마찬가지라서, 박정희가 우두머리를 맡았기에 우리가 ‘배고픈 살림’을 벗어났다고 외치곤 합니다. 사람들이 피땀을 바쳐 일했기에 스스로 가난을 벗었을 뿐이나, 그마저 나랏놈과 벼슬꾼이 가로챘습니다. 날마다 거의 20시간씩 잠도 못 이루고 쉴틈마저 없이 뼈를 깎던 사람들 피땀은 어디로 갔을까요? 《조병옥 이승만 부정선거 투표지》는 말로만 들었습니다만, 더욱이 그림(사진)으로도 못 보았습니다만, 2024년에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부정선거 투표지’는 그때 워낙 엄청나게 찍어댔기 때문에 ‘이승만 자유당’뿐 아니라 ‘박정희·전두환’을 거치는 사이에 ‘그들’이 아무리 샅샅이 뒤져서 없애려고 했어도 뭉치로 오래도록 곳곳에 떠돌았다지요. 아직 이 나라 골골샅샅 귀퉁이에 박히거나 잠든 채 깨어날 날을 기다릴 수 있어요. 미리 ‘리승만 ○’로 찍어서 뿌린 종이입니다. 이렇게 뿌려댔기에 1960년 그날 ‘100% 리승만 지지’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니 ‘100% 넘게’ 나왔기에 허둥지둥 깎고 숨겨서 맞추었지요.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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