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8.29.

숨은책 855


《補身强精 急所指壓療法》

 조규봉 엮음

 범진사

 1971.1.5.



  ‘지압·지압요법’은 우리말이 아니고, 우리말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거나 문지르면서 몸을 푸는 길이라면,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거나 풀거나 나타낼 적에 어울릴까요? 여태 이 대목을 헤아리면서 이름을 붙인 일꾼은 몇쯤 있을까요? 《補身强精 急所指壓療法》은 1971년에 나온 조그마한 꾸러미입니다. 엮은이는 일본책을 고스란히 훔쳤습니다. 일본책을 오려붙였고, 일본글을 슥슥 한글로 바꾸었습니다. ‘손누름’을 하는 돌봄터를 차리면서 ‘손누름 길잡이(지압요법 강사)’를 하셨을 듯싶습니다. 그때에 판 꾸러미일 테지요. 예전에는 배움터(학교)에서 길잡이(교사) 노릇을 하는 분들이 하루 내내 서서 일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참 길었어요. 어린배움터 길잡이였던 우리 아버지는 1982∼87년 사이에 막내아들한테서 손누름을 받았습니다. 막내아들인 저는 그무렵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녔고, 아버지가 밤늦게 또는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면 구두를 벗기고 한 시간 남짓 온몸을 주물렀어요. 푸른배움터(중학교)에 들고부터 똑같이 한밤에 들어오느라 그 뒤로는 손누름을 안 했는데, 쑤시고 결리고 뭉친 아버지 온몸을 여섯 해에 걸쳐서 주무르니 저절로 길이 보이더군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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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842


《조선일보 100% 활용하기》

 편집팀 엮음

 조선일보사

 2003.4.30.



  이 나라에서 ‘조중동’은 사라질 뻔했습니다. 1997년에 김대중이 나라지기로 뽑히면서 힘을 확 잃는 듯했고, 2002년에 노무현이 나라지기로 뽑히면서 수그러드는 듯싶었어요.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이 나라지기를 맡는 동안 온갖 말썽·잘못이 잇달으면서 ‘조중동’은 새삼스레 힘을 받아 살아났습니다. 《조선일보 100% 활용하기》는 몇 해 동안 숨죽이면서 틈을 노리던 ‘검은붓’이 다시 활개를 치면서 내놓은 꾸러미입니다. 이제 예전처럼 검은붓을 놀리면서 눈가림을 할 수 없는 줄 크게 깨닫고는 ‘문화·예술·스포츠·여가·교육’으로 붓길을 넓히면서 목소리를 키우려 했어요. ‘조중동’ 붓꾼(기자)이 글(기사)로는 거의 안 쓰지만, ‘일제강점기 조중동 친일부역’하고 ‘박정희 군사독재 부역’은 버젓이 드러났고 똑똑히 남은 자취입니다. ‘조중동’은 지난날을 깨끗이 뉘우치고서 다시설 수 있었습니다만, 뉘우침·돌아봄 없이 일어섰어요. ‘조중동 꾸지람’을 하던 이들이 스스로 저지른 말썽·잘못을 보고는 “너희는 깨끗하니?” 하면서 콧대를 세웠거든요. 바르게 일하며 돈을 벌면 되고, 착하게 살림하며 이름을 얻으면 되고, 아름답게 숲을 품으면서 힘을 베풀면 됩니다. 우리나라 새뜸(언론)은 언제 철이 들까요?


조선일보가 두려워하는 것에 관해서입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독자입니다. 특히 독자들의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하나는 아무도 더 이상 욕을 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무도 조선일보를 더 이상 보지 않는 것입니다. 왜 아무도 욕을 하지 않을까요. 그때그때의 대중정서만을 따라가면 욕을 먹지 않습니다 … 조선일보는 한국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 변함없이 ‘욕하면서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신문’을 걸어갈 것입니다. (이한우 논설위원/268,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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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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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844


《다시 태어나야 할 겨레의 신문 2》

 박해전 엮음

 울도서적

 1994.2.25.



  2023년 7월 끝자락에 ‘주호민·한수자 막짓’이 불거졌습니다. ‘주호민 집안 아이’는 2022년에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서 두 살 어린 여학생 뺨을 때릴 뿐 아니라, 바지를 훌렁 벗는 응큼질(성폭력)을 벌였어요. 이런 짓을 벌인 아이가 ‘별아이(자폐 어린이)’였기에 ‘학교폭력 가해자 전학 조치’를 하지는 않고 ‘일반학급 교육이 아닌 특수학급 교육으로 분리조치’를 했는데, ‘주호민·한수자’ 씨는 어린배움터 길잡이(특수교사)가 이녁 아이를 괴롭혔다(아동학대)면서 형사고발을 했다는 얘기가 거의 한 해 만에 알려졌습니다. ‘때린이 어버이(가해자 학부모)’가 뜬금없이 어린배움터를 휘저은 막짓인데, 몇몇 새뜸(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은 이 일을 글로 아예 안 다루다가 ‘사람들이 자폐 혐오를 드러낸다’는 글을 슬쩍 띄워요. ‘주호민·한수자’ 씨가 ‘문재인 공개지지’를 했고 ‘남파간첩 만화’를 그렸고 ‘천안함 피격 희화화’를 했기에, ‘한경오’ 세 곳에서는 ‘주호민·한수자 지키기’를 하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린 여학생이 받은 끔찍한 주먹질(학교폭력)·응큼질(성폭력)’에다가 두 사람이 그동안 벌인 막짓(갑질)을 눈감는다면, 곧은소리도 바른소리도 아닌, ‘한집안 감싸기’일 뿐입니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잘못은 잘못이라 밝히고 따져야 곧은붓입니다. ‘저쪽 밉놈’만 나무라려고 한다면 바른붓이 아닌 뒤틀리고 흔들리는 붓일 뿐입니다. 지난 1994년에 석 자락으로 나온 《다시 태어나야 할 겨레의 신문》을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한겨레신문의 임원은 창간부터 해직기자 출신이라는 거의 유일한 공통분모만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기업경영에는 문외한인 기자 출신이 스스로 경영을 담당함으로써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금전사고가 빈발하여 조직운영의 미숙함, 책임성 없는 안일한 경영태도를 보였다 … 편집권이라는 애매한 용어보다는 편집의 자율성이 한겨레신문에 더 어울리는 어휘이다. 왜냐하면 한겨레신문은 경영진과의 배타적인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들만의 배타적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영진과 동반자적 관계에서 편집의 자율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민주주를 포함하여 모든 한겨레신문의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240,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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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834


《알바 고양이 유키뽕 5》

 아즈마 카즈히로 글·그림

 김완 옮김

 북박스

 2004.3.11.



  열네 살인 1988년부터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사로잡힌 터라 06∼23시를 오롯이 배움터에 묶였는데, 열네 살이 되기 앞서까지 날마다 치른 일이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하루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오면 나들간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저랑 언니는 구두랑 버선을 벗기고 한참 팔다리에 등허리를 주무릅니다. 이렇게 하고서야 비로소 우리 아버지는 발을 씻고 잠자리로 갔습니다. 힘들게 일하여 돈을 버는 어른을 깍듯이 모셔야겠습니다만, “나는 앞으로 저런 회사원이 될 마음은 터럭만큼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터에 오래 머물면 돈을 더 벌까요? 돈을 더 벌면 우리 삶은 얼마나 더 아름답거나 기쁠까요? 《알바 고양이 유키뽕 1∼15》에는 ‘곁일(알바)을 하며 돈을 벌어 살림을 건사하는 고양이’가 나옵니다. 고양씨는 얼결에 일자리를 찾고, 일터마다 “응? 고양이가 일을 한다고?” 하면서 놀라지만, 웬만한 사람보다 일을 잘하고, 사람은 도무지 일을 못하는 곳에서까지 일을 합니다. 다만 고양씨는 ‘자리잡기(정규직 노동자·회사원)’는 안 합니다.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더라도 일을 잔뜩 하느라 지친 터라, ‘힘들여 번 돈’은 ‘지친 몸을 달래는 데’에 쉽게 나가거든요. ‘곁일 고양이’는 ‘일자리·돈’을 찾더라도 ‘하루(시간)’를 넉넉히 누리고 싶습니다. ‘오늘’을 누려야 삶이 즐겁거든요.


#ユキポンのお仕事 #東和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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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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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828


《천하무적 홍대리 2》

 홍윤표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

 2000.1.15.



  일이란 누구나 어디에서나 합니다. 우리말 ‘일’은 ‘일다’라는 낱말을 이루는 바탕입니다. 가만히 있을 적에는 아직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나, 문득 움직일 적에 비로소 무엇이 나타나고, 이렇게 나타나기에 ‘일’이라 하는데, ‘움직이다’라는 우리말에서 ‘움’은 ‘움트다’에서 가리키는 ‘움’이에요. 새롭게 나오려고 하는 작은 숨결인 ‘움’이기에, “새롭게 나오는·움이 트려고 하는” 결이나 모습이 ‘움직이다’이고, ‘일·일다’도 처음으로 이루면서 나타나는 모든 모습이며 몸짓을 그려요. 이런 말결을 하나하나 짚노라면 ‘일하다’라는 오랜 낱말은 ‘돈벌이(돈을 벌기)’로만 좁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남이 시킬 적에는 ‘심부름’일 뿐이요, 스스로 일으키거나 일어나도록 마음이며 뜻이며 힘을 들이기에 ‘일·일하다’라 할 만해요. 《천하무적 홍대리》는 1998년에 처음 나오고, 2000년에 뒷이야기가 나오며, 다섯째까지 나오다가 멈춥니다. 수수한 일꾼(회사원)이 수수한 일터(회사)에서 보내는 하루를 수수하게 그리는 수수한 이야기는 적잖이 눈길을 끌었고, 연속극에서 줄거리를 훔쳐쓰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님이 일터를 그만두고 “만화만 그리면서 프랑스로 그림을 배우러 다녀오”는 동안, 오히려 이야기는 빛을 바랬습니다. ‘수수한 이야기’는 멋진 붓끝이 아닌 ‘수수한 오늘’을 스스로 일꾼(회사원)으로 살아갈 적에 저절로 샘솟기 때문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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