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2
김달 지음 / 애니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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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둘째 권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는 좀 심심하거나 두루뭉술하다 싶더니, 뒤쪽으로 갈수록 차분한 맛을 찾으면서 그림에 멋을 더한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남이면서 바로 나일 테지. 마음속에서 바람처럼 흐르는 달님을 고이 돌아보는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셋째 권도 선보이실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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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6.19.


작은아이하고 서울에 살짝 들른 뒤에 전주로 달렸다. 고흥에서 네 시간 반을 시외버스로 달려서 서울에 닿은 뒤, 전철과 두 다리로 코엑스 전시관에 찾아가서 두 시간 즈음 머문 뒤에, 한 시간 남짓 시외버스를 기다려서 전주로 갔다. 두 시간 즈음 둘러보자고 먼걸음을 한 셈일까. 그러나 전주에 있는 이쁜 마을책방으로 가려는 뜻으로 이 길을 나섰다고 할 만하다. 18일 밤에 풍남문 옆 〈유월의서점〉에 깃들었고, 19일 아침에 인후초등학교 옆 〈책방 같이〉에 스며 보았다. 이러고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달린다. 전주에서 시외버스에 함께 오른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전주 고속버스역에서 매우 맛나게 굽는 햄버거를 먹다가 배고픔보다 졸음에 겨워 늘어지네. 작은아이를 다독이면서 《들꽃, 공단에 피다》를 읽는다. 처음에는 ‘아사히 비정규직’ 이야기가 일본 노동자를 다루었나 싶더니, 막상 책을 펼치니 한국 노동자를 다루었네. 외국계 공장 비정규직이 겪는 고단한 나날을 다루면서, 이 고단한 나날을 곁에서 어깨동무하는 이웃이 있어서 새롭게 기운을 낸다는 대목을 잘 짚는다. 참말로 비정규직 노동자 삶자리에 들꽃이 피어나기를 빈다. 새 대통령이 올해에 비정규직 실타래를 풀지 못하겠다면, 대통령도 이제는 비정규직으로 바꾸어 손쉽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지 싶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군수도 모두 비정규직이 되어 본다면, 공무원도 몽땅 비정규직이 되어 본다면, 우리 사회에 얽힌 실타래를 함께 풀도록 어깨동무를 할 수 있을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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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을 꽃 피우다 - 불교를 통해 어떻게 행복을 얻을 것인가
광우 지음 / 스토리닷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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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09


마음에 꽃피니 삶에도 꽃피네
― 공덕을 꽃 피우다
 광우 글
 스토리닷 펴냄, 2017.6.3. 14000원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처음 들은 어린 날을 떠올려 봅니다. 이다음으로 들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을 듣던 어린 날을 함께 떠올려 봅니다. 두 말은 다른 말인 듯하지만 다르지 않은 말인 줄 어릴 적에는 잘 알지 못했어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에는, “그래, 이웃을 사랑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에는 “왜? 어떻게?” 같은 물음표를 붙였어요.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누구일까요 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11쪽)

나 자신보다도 가족이 더 소중한 분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누구의 가족이니까 더 소중한 거죠? 그렇죠! 내 가족이니까. (12쪽)


  광우 스님이 쓴 《공덕을 꽃 피우다》(스토리닷,2017)는 아주 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불교 이야기를 쉽게 풀어냈다고 할 수 있고, 불교라는 틀을 넘어서 사람이 즐겁게 살아가는 바탕이 무엇인가를 부드럽게 풀어냈다고 할 수 있어요.

  책 첫머리에는 온누리에서 어느 누구보다 내가 나를 살뜰히 여기면서 사랑할 노릇이라고 거듭거듭 밝힙니다. 다른 사람을 아끼거나 돌보거나 사랑한다고 말하기 앞서, 우리 모두 우리 스스로 제대로 아끼거나 돌보거나 사랑할 노릇이라고 자꾸자꾸 밝혀요.

  어쩌면 이 대목이 어디에서나 가장 대수로운 이야기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종교에서뿐 아니라, 학문에서도 철학에서도 이 대목이 가장 대수롭구나 싶어요. 교육에서도 문화나 문학에서도 그렇지요. 여느 보금자리에서 짓는 살림살이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테고요.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을 살뜰히 차려서 맛나게 먹을 적에 즐거워요. 내가 먹는 밥을 맛없게 차린다면, 아이들한테 차려 주는 밥이나 이웃하고 함께 먹을 밥도 맛없을 수 있어요. 나부터 밥을 더 맛나게 지어서 먹지 않는다면, 배고프거나 고단한 이웃을 마주할 적에 밥 한 술을 나누는 보람이나 기쁨을 자칫 놓칠 수 있을 테고요.


화를 내는 것을 살펴보면 화를 내서 내 속이 시원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에 분노, 화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5쪽)

행복과 불행의 결과는 내가 지은 업의 결과라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셔야 합니다. (19쪽)

복은 누가 짓는 것일까요? 누가 복을 주는 것일까요? 복은 내가 짓는 것입니다. (41쪽)


  골을 낸다고 해서 마음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부아를 낸다고 해서 마음이 시원하지 않아요. 성을 낸다고 해서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아요. 참말 그렇지요. 골을 내면 낼수록 자꾸 다른 골이 뒤따르는구나 싶어요. 부아를 낼 적에도 자꾸 다른 부아가 잇달아요. 성을 내어 성이 사라지기보다는 성 하나는 다른 성을 끝없이 끌어들이지 싶어요.

  이와 다르게 해 볼까요. 웃어 본다면? 한 번 웃으면 자꾸 웃음이 뒤따르지 싶어요. 한 번 노래하면 자꾸 노래가 잇따르지 싶어요. 한 번 춤추면 자꾸자꾸 춤이 피어오르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기쁠 적에 기쁨이 찾아오는 셈이라고 느껴요. 남이 나한테 갖다 주는 기쁨이나 복이나 행복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기쁨이나 복이나 행복이라는 흐름을 찬찬히 살피고 바라보면서 알아차려야지 싶습니다.


스님을 제외하고도 재가인들 중에 전생을 보는 분들이 있어요. 의식이 맑아지면서 전생이 보이는 건데요, 전생을 보게 되면 자신이 왜 이렇게 사는지 알게 되어서 가슴에 쌓였던 한이 싹 사라진대요. (73쪽)

부처께서는 “진실을 말하고, 화내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면 이러한 세 가지 일만으로도 마땅히 하늘세계에 태어날 수 있으리라”고 말씀하셨답니다. (105쪽)


  《공덕을 꽃 피우다》는 우리가 스스로 착한 일을 쌓아서 착한 보람을 누리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남이 나한테 착하게 굴지 않는들 살그머니 흘려보내자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나한테 착하게 마주하고, 내가 우리 이웃한테 티없이 착한 몸짓으로 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남을 탓하면서 살 까닭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한테 안 착하게 구는 남들 이야기는 그만두자고 해요. 우리가 오늘 새롭게 지을 즐거운 삶을 찾자고 말해요. 오늘 하루를 새롭게 지으려면 먼저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요.

  기쁨이라는 꽃을 내가 손수 내 마음밭에 심어서 피웁니다. 사랑이라는 꽃을 내가 스스로 내 마음밭에 심어서 가꿉니다. 노래나 웃음이라는 꽃을 바로 내가 마음밭에 심어서 돌보아요.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 중 어느 쪽이 되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합니다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면 됩니다. (114쪽)

“모든 것은 마음이 앞선다. 모든 것은 마음이 이끌고 모든 것은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깨끗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반드시 행복이 따르리라.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이.” (138쪽)


  마음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김치 한 접시 간장 한 종지만 올린 밥상이어도 내 마음에 따라서 값진 잔칫밥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따라 언제나 달라진다고 합니다. 흔하거나 수수한 살림살이도 내 마음에 따라서 아름답게 빛나는 보금자리를 이룰 수 있어요.

  똑같은 것을 놓고서 ‘이것밖에 없네.’ 하고 말하는 분이 있고 ‘와, 대단하네!’ 하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목마른 사람한테는 ‘이야 물이 참 달다!’ 하는 느낌일 테지만, 목이 안 마른 사람한테는 ‘에계계 물밖에 없어?’ 하는 마음이 되기 일쑤예요.

  《공덕을 꽃 피우다》에서도 말하듯이 우리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될 적에 가장 즐거우리라 봅니다. 배고픈 길이 아닌 배부른 길을 걷고, 생각이 없는 삶이 아닌 생각을 짓는 삶으로 나아갈 적에 즐거우리라 봐요.

  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아침을 고맙게 맞이합니다. 곁에서 함께 자고 일어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날마다 하늘 높이 솟는 해를 고마이 바라봅니다. 늘 우리 곁에서 부는 바람 한 줄기를 반가이 마주합니다. 이제 마음에 꽃을 피우고, 생각에도 살림에도 삶에도 꽃을 피울 때입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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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6.19.


작은아이가 마실길에 읽을 그림책을 한 권 챙겼다. 《하늘을 나는 돛단배》이다. 자동차하고 비행기를 대단히 좋아하는 작은아이는 그제 저녁을 먹다가 문득 “아버지, 보라는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 될 거야.” 하고 말했다. 마음속에 새로운 자동차가 가득한 작은아이한테 곁님하고 나는 바퀴가 없고 기름을 안 먹으며 하늘을 마음껏 날기도 하고 우주를 가로지르기도 하는 자동차를 지어 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틀에 박힌 자동차가 아니라 새롭게 꿈을 짓는 길을 보여주는 자동차를. 그림책 《하늘을 나는 돛단배》는 두 아이가 부스러기를 그러모아 하늘을 나는 돛단배를 새로 지어서 이웃 아이들을 도우면서 꿈길로 나아가는 살림을 보여준다. 생각이 빛나고 마음이 곱다. 이 땅에 따사롭고 넉넉한 이야기가 흐를 수 있기를.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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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6.18.


작은아이랑 둘이서 서울마실을 한다. 함께 노래를 듣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로소 책 한 권을 편다. 책을 네 권 챙겼는데 막상 한 권만 겨우 집는다.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를 읽는다. 사진에 대면 글은 살짝 밋밋하네 싶은데, 이 밋밋한 글에는 수수한 기운이 흘러서 여러모로 생각해 볼 만하지 싶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살가두 사진은 놀랍거나 빼어난 사진이 아니라 밋밋하면서 수수한 사진이지 싶다.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기계질이나 포토샵질이 아닌 밋밋하며 수수한 손길로 갈무리해서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까. 이웃한테 천천히 다가가서 천천히 사진을 찍는다. 나무한테도 숲한테도 찬찬히 다가가서 찬찬히 사진을 찍는다. 더 많이 찍지 않는다. 마음을 기울여 살가이 사귈 즈음에 비로소 사진기를 손에 쥔다. 굳이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담아내어 보여줄 적에 시나브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조용하면서 좋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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