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전민조 지음 / 눈빛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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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씩씩한 사랑

[내 사랑 1000권] 17. 전민조 《섬》



  섬사람이 뭍으로 나옵니다. 뭍사람이 섬으로 갑니다. 섬에서 길어올린 물내음하고 바다내음이 뭍으로 퍼집니다. 뭍에서 흐르던 뭍내음이 섬으로 스며듭니다.


  뭍이라는 자리에서 보자면 섬은 매우 조그마한 삶터일 수 있습니다. 지구라는 자리에서 보자면 뭍은 매우 자그마한 터전일 수 있습니다. 우주라는 자리에서 보자면 지구는 대단히 쪼꼬만 곳일 수 있습니다.


  공항이 되고 만 영종섬을 한 바퀴 걸어서 돈 적이 있어요. 교사로 일하던 아버지가 작은 섬 작은 분교에서 분교장을 할 적에 작은 섬에서 함께 한 달을 묵으며 섬살이를 새삼스레 느낀 적이 있어요. 제주섬을 자전거로 나흘에 걸쳐서 천천히 달려 본 적이 있어요. 다리가 놓이면서 섬 아닌 섬이 된 거금섬을 자동차로 훌쩍 돌아 본 적이 있어요.


  나무로 집을 짓고, 나무로 배를 뭇고, 나무로 장작을 삼고, 나무로 연장을 깎은 사람들 살림을 그려 봅니다. 풀 한 포기도 나무 한 그루도 모두 알뜰히 건사하던 지난 시골살림을 그려 봅니다. 샘물도 빗물도 모두 살뜰히 다루던 오랜 시골살림을 그려 봅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삶을 가꾸면서 어떤 살림을 지으려는 하루일까요. 꼭지만 틀면 아무 데에서나 얼마든지 물을 쓸 수 있는 하루인가요? 돈을 치르면 아무 데에서나 얼마든지 밥을 먹을 수 있는 하루인가요?


  섬사람한테 옷 한 벌이란, 수저 한 벌이란, 그릇이나 접시 하나란, 낫이나 호미 한 자루란, 그냥 하나라 할 수 없어요. 뭍사람한테도 지구사람한테도 연장이나 살림이란 그냥 하나가 될 수 없어요. 투박하며 수수하지만 스스로 짓고 스스로 누리는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삶과 살림을 담은 사진책 《섬》은 이제 이 사진책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작게 가꾸면서 나눈 삶을 사진으로 만납니다. 조촐히 지으면서 도란도란 나눈 살림을 사진으로 만납니다. 어깨동무하는 자리에서 곱다시 피어나는 야무지고 씩씩한 사랑을 사진으로 만납니다. 2017.7.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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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아이들의 노래 - 소년한길 어린이문학 1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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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풀노래

[내 사랑 1000권] 16. 이오덕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



  오늘날 우리는 신문을 한 줄도 안 읽거나 방송을 한 번도 안 본 어른을 만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교과서를 한 줄도 안 읽거나 방송을 한 번도 안 본 어린이를 만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버이한테서 말을 익히고 어버이한테서 살림을 물려받아서 어버이랑 함께 삶을 가꾸는 어린이를 만나기란 거의 없다고 할 만하기까지 합니다.


  시골말을 마음껏 쓸 줄 아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거의 모두 사라집니다. 서울에서 시골말을 신나게 쓰는 어른도 눈에 띄게 사라집니다. 방송에 나와서 시골말을 스스럼없이 쓰는 시골지기는 거의 없어요. 시골말로 행정을 맡거나 시골말로 글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지요.


  광주에서 교사를 할 적에 광주말을 왜 안 쓰고 안 가르치며 안 배울까요? 대구에서 교사를 할 적에 대구말을 왜 안 쓰고 안 가르치며 안 배울까요? 고장말을 가르치지 못할 적에는 고장살림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시골말을 나누지 못할 적에는 시골살림을 나누지 못합니다. 말로 우리 삶을 나타냅니다. 말에 우리 생각이 흐릅니다. 어떠한 말을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 이야기가 달라져요.


  어린이문학에서 시골말을 즐겁게 쓴 거의 마지막이라고 할 만한 분이 권태응이라고 해요. 그런데 예나 이제나 어린이문학은 거의 모조리 서울말로만 한대요. 어린이문학을 하는 어른들은 시골 아닌 서울서 살며 서울말로만 서울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요. 이오덕 님이 쓴 문학비평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는 시골 아이하고 살아가는 수수한 삶을 수수한 말씨로 담아낸 권태응 문학이 얼마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는 이야기를 사랑스레 들려줍니다. 이론을 따지지 않는 문학비평이에요. 문학비평이라면 넓고 깊게 살림을 헤아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글이기도 해요.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란 ‘시골노래’입니다. 시골노래란 풀노래입니다. 나무노래요 꽃노래요 숲노래요 바람노래입니다. 냇물노래요 멧노래요 들노래요 일노래요 놀이노래요, 동무노래에 흙노래입니다. 2017.7.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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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7.5.


버스를 타고 읍내를 가자는데 작은아이가 안 따라나선다. 날이 워낙 더워서 싫은가 보다. 우리 집은 마당에 나무가 우람하기에 그늘이 있고 바람이 불지만, 다른 곳은 이러하지 않다. 마을에서도 읍내에서도 그늘 자리란 없다. 이러면서 버스나 건물은 에어컨 때문에 서늘하지. 읍내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웃마을 할매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조카가 그라는디, 에어컨은 값이 싸단디. 전기 값이 겁나게 나와서 그렇지.” “우리 아들도 그러더구마. 그란디 비싸면 어때? 나 사는 동안 에어컨도 누려 봐야지. 집이 에어컨이 있으면 손주들이 와도 시원하고 좋제. 그래, 넷째 딸이 에어컨 사 줬어.” 곰곰이 생각하니 이 시골에서 에어컨이 없는 집은 우리 집뿐이지 싶다. 우리 집에는 선풍기마저 안 쓴다. 군내버스에서 《촛불철학》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에어컨을 집에 안 들이고 마당이 있는 집을 건사하면서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우리는 집숲하고 마을숲을 아끼면서 나라숲을 사랑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대통령 한 사람하고 끄나풀 여러 사람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나라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이 쳇바퀴를 송두리째 바꾸어야 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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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는 새것만 좋아해! 춤추는 카멜레온 83
쥬느비에브 꼬떼 글.그림, 글맛 옮김 / 키즈엠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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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5



냇물에 버린 쓰레기는 괴물이 되어

― 모리는 새것만 좋아해!

 쥬느비에브 꼬떼 글·그림

 글맛 옮김

 키즈엠 펴냄, 2013.1.11. 1만 원



  지난 2006년에 〈괴물〉이라는 영화가 나온 적 있어요.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줄거리를 다루는 영화예요. 언뜻 보기에 한강에서 무슨 괴물이 나오느냐 하면서 뜬금없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러나 곰곰이 따지면 뜬금없기만 하지 않아요. 우리가 늘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수많은 쓰레기와 중금속과 화학물질은 ‘사람이 무서워하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불쑥 나타날 수 있어요.



모리는 물건이 조금만 낡아도

푸른 연못으로 가져가

풍덩풍덩 던져 버렸어요.

그러고는 곧장 새로운 물건을 사러 갔지요.


모리가 아무리 많은 물건을 버려도

푸른 연못은 늘 맑고 고요해 보였어요. (4∼6쪽)



  그림책 《모리는 새것만 좋아해!》(키즈엠,201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깊은 숲에 살아요. 그런데 이 아이는 깊은 숲에서 늘 무언가 모자라다고 여겨요. 멀쩡하거나 깨끗한 물건이어도 그냥 쉽게 버려요.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깊은 숲 푸른 연못에 물건을 잔뜩 버리고는 곧장 새 물건을 장만했대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 아마 연못 밑바닥에는 아이가 버린 것들이 잔뜩 있을 테지요. 얼핏 보기에 겉으로는 아무것이 없는 듯 여길 수 있으나, 막상 연못 밑바닥은 아주 지저분하겠지요.



모리는 퍼뜩 잠에서 깨어나 낚싯대를 힘차게 당겼지요.

“와! 정말 큰 물고기가 잡혔나 봐!”


그런데 물 위로 올라온 것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어요! (8∼10쪽)



  연못에 버려서 쓰레기가 된 물건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이 못물을 마실 수 있을까요? 쓰레기로 얼룩진 못물은 누가 마실 만할까요? 쓰레기가 쌓여 더러워진 못물을 둘러싼 풀이나 나무는 싱그러울 수 있을까요?


  한국은 시화호나 새만금 같은 끔찍한 일을 치렀습니다. 낙동강에 흘러든 무서운 중금속으로 크게 앓기도 했습니다. 군부대가 떠난 자리에 엄청난 쓰레기와 중금속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여러 생채기를 제대로 어루만지지도 못하는 마당에 4대강 막삽질이 일어났어요.


  정갈하던 냇물에 시멘트를 들이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깨끗하던 물줄기를 더럽히면 어떻게 될까요? 댐을 짓고 정화조를 놓으며 정수처리장을 커다랗게 마련하면 마음껏 물을 마실 만할까요?


  숲이 망가지고 나무가 사라지면 깨끗한 바람을 마실 수 있나요? 숲도 나무도 사라진 곳에 비라도 내리면 어떻게 되나요? 아무리 개발이 좋다고 하더라도 들이나 숲이나 바다가 깨끗하지 않다면 먹을거리를 거둘 수 없어요.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그러다가 푸른 연못 한쪽에

뒤죽박죽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았지요.


“누가 선물을 두고 갔나 봐!”

맥스가 날개를 펄럭이며 기뻐했어요.

“이 사다리만 있으면

나무 타기도 문제없겠어.”

뚜띠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지요.

“이건 우리에게 딱이야!”

코와 쿠가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18∼20쪽)



  그림책 《모리는 새것만 좋아해!》는 연못에서 튀어나온 괴물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그림책은 연못에서 튀어나온 괴물이 새로운 모습이 되는 이야기까지 다루어 줍니다. 연못에 늘 아무것이나 갖다 버리던 아이한테는 끔찍하고 무서운 괴물이었는데, 이 아이가 낚싯대로 끌어올린 괴물은 막상 괴물이 아닌 다른 것이 되어 주었대요.


  그렇다면 무엇을 끌어올렸을까요? 늘 연못에 무엇이든 갖다 버리면서 쓰레기를 잔뜩 쌓던 아이는 무엇을 깨닫거나 뉘우칠 만할까요? 숲속 동무들은 이 아이한테 무엇을 이야기해 줄 만할까요?


  냇물에뿐 아니라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사라질 수 있기를 빌어요. 바닷가에 들어선 핵발전소가 앞으로는 사라지고, 깨끗한 마을 전기를 마을에서 스스로 빚어서 쓸 수 있는 길을 열면 좋겠어요. 막삽질로 망가진 물줄기가 다시 깨끗하게 흐를 수 있기를 빌어요. 어리석게 들이부은 시멘트를 말끔히 걷어내어 온누리 어디에서나 맑은 물을 마주하고 마시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7.7.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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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꼬마 지빠귀야 웅진 세계그림책 102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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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니까 못 날아요

[내 사랑 1000권] 15. 볼프 에를브루흐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



  걱정해서 되는 일이란 없답니다. 그렇지만 걱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더구나 학교에 다니거나 회상에 다니거나 사회에 몸을 담글 적에는 으레 걱정을 들엉야 해요. 학교에서는 시험성적이 안 나온다고 해서 걱정해야 해요. 회사에서는 일을 잘 해내거나 돈을 잘 벌어야 한다면서 걱정해야 하지요. 사회에서는 이것에 맞추거나 저것에 들어맞도록 걱정을 해야 합니다.


  다들 안 될까 싶어 걱정하는 사회예요. 다들 안 될는지 모르는데 굳이 해야 하느냐고 걱정하지요.


  왜 그럴까요? 왜 몸으로 부딪혀 보지 않고 걱정부터 할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교 졸업장이 없이는 일자리를 못 얻는다는 걱정을 왜 해야 하나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스스로 즐겁게 한길을 걸으면 될 노릇이 아닐까요?


  그림책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는 걱정투성이 아주머니 이야기를 다루어요.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저씨는 아무 걱정이 없어요. 아저씨는 늘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해요. 다만 아주머니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아요. 다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고요히 심어 주지요.


  걱정투성이 아주머니는 걱정에만 사로잡히는데, 어느 날 새끼 새를 보았고, 어미 잃은 새끼 새를 내버릴 수 없어서 온갖 걱정을 품은 채 돌봐 줍니다. 그런데 말예요, 새끼 새는 날아야 하지요. 날지 않고서는 새답게 살 수 없어요.


  걱정투성이 아주머니는 새끼 새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걱정투성이 아주머니는 새끼 새한테 어떻게 날갯짓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새끼 새가 날려면 어미 새(또는 아주머니)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이 아주머니는 어떻게 할까요?


  고요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날 수 있어요. 걱정이 없으면, 아니 걱정이 없다기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가만히 품고서 티없는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 참말 누구나 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날려는 마음을 고요히 품지 않으니 못 날아요. 날지만 못할 뿐 아니라 꿈마저 없겠지요. 2017.7.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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