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 머리 소동 풀빛 동화의 아이들
마이클 마르첸코 그림, 로버트 먼치 글, 박무영 옮김 / 풀빛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따라하든 말든 좋아

[내 사랑 1000권] 14. 로버트 먼치·마이클 마르첸코 《꽁지머리 소동》



  누가 저를 흉내내면 어쩐지 거북해요. 제가 하는 일을 누가 똑같이 따라하면 때로는 아주 못마땅해요. 저는 그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인데, 둘레에서 이래저래 저를 따라하는 바람에 거꾸로 제가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듯이 잘못 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이없다고 느낄 만하기도 해요.


  이제는 누가 저를 흉내내거나 따라하더라도 거의 아랑곳하지 않아요. 앞으로는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왜 그러한가 하고 생각해 보면, 저는 늘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가면 되고,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나아가면 되어요.


  저는 말을 다루는 일을 해요. 말을 새롭게 짓는 일을 하지요. 말을 사전이라는 그릇에 담는 일을 한답니다. 이러다 보니 제가 쓰는 말은 으레 이제껏 거의 안 쓰거나 잘 안 쓰거나 아예 안 쓰던 터라 매우 낯설 수 있어요. 때로는 매우 새로울 수 있고요.


  어떤 이는 제가 새로 지은 말을 싫어할 수 있지만, 어떤 이는 제가 지은 말이 매우 반갑다면서 신나게 쓸 수 있어요. 어떤 이는 저한테 묻고서 제가 지은 말을 이곳저곳에 신나게 쓰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저한테 안 묻고서 제가 지은 말을 아무 곳에나 마구 쓰기도 해요.


  그림책 《꽁지머리 소동》을 보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누가 누구를 따라하는 까닭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왜 어떤 사람을 흉내낼까요? 또는 우리는 왜 남을 따라할까요? 우리는 왜 남을 흉내내려 할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꽁지머리를 한 아이는 꽤 오랫동안 거북하고 못마땅하고 싫었으나, 어느 날부터 매우 홀가분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하건 말건 아이 스스로 ‘나는 나’라는 대목을 똑똑히 알아차려요. 더욱 즐겁게 제 모습을 빛내는 길을 깨닫지요.


  요즈음 저는 제가 처음 짓거나 새로 지은 말을 놓고서 매우 기쁘게 바라보면서 다 잊어요. 저 스스로 ‘내가 지은 말이야’ 하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이 새로운 말은 날개를 달고 훨훨 하늘춤을 추네요. 2017.7.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스토리에 Historie 10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706



싸움님 이야기와 울타리 자유 이야기

― 히스토리에 10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7.5.30. 5000원



  하느님은 어디에 있을까요? 하느님은 우리 마음속에 있을까요? 임금님 마음속뿐 아니라 시골지기 마음속에도 하느님은 있을까요? 갓 낳은 아기를 따스히 보듬는 어머니 품에서뿐 아니라, 총칼이 춤추는 싸움터에도 하느님이 있을까요?



‘예전부터 아바마마는 곧잘 ‘신들이 없는 전쟁터에서’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난 그리 생각지 않아. 이곳에도 필시 신들은 계셔!’ (52쪽)


“즉, 병사 하나하나의 개성을 묵살하고, 통일 규격에 육체를 맞추는 훈련을 하는 거잖습니까? 그것도 나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지만 그와 반대로 육체의 특성에 맞춘 부대 편제를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해서요. 즉, 오른손잡이 부대 아홉에 왼손잡이 부대 하나!” (148∼149쪽)



  《히스토리에》(서울문화사,2017) 열째 권에서는 드디어 알렉산드로스 왕자가 싸움터에 나가서 처음으로 적군을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알렉산드로스 왕자는 겉보기로는 차분하고 조용하거나 얌전하거나 여린 듯 여길 수 있으나, 막상 싸움터에서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해요. 아무런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이 칼을 휘두르면서 싸움님(전쟁신)이 된다고 할까요.



당시 알렉산드로서의 ‘무차별 참격 질주’는 어디까지나 적의 대열을 어지럽히기 위한 것일 뿐, 살육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아테네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기 때문인지 혹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겁을 먹은 것인지, 누구 한 사람 덤벼들거나 칼을 휘두르는 이가 없었다.’ (102쪽)



  싸움터에 있기에 싸움님을 부릅니다. 평화로운 보금자리에 있다면 따스하고 아늑한 사랑님을 부르겠지요. 숲에 깃들면 숲님을 부를 테고, 밥상맡에서는 밥님을 부를 테고요.


  마음속에서 고이 잠자던 숨은 님을 우리 스스로 깨웁니다. 마음속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숨은 님을 우리 스스로 일으켜세워요. 마음속에 있던 님을 깨운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 대단한 힘을 끌어내요. 이 대단한 힘은 아주 가볍게 둘레를 잠재우지요.


  고작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릴 뿐이지만 아무도 창을 휘두르지 못해요. 기껏 한 사람이 걸어다닐 뿐이지만 여럿이 이 한 사람을 둘러싸며 칼을 찌르지 못해요.



“누구나 다 동경하는 ‘자유’란 결국 울타리에 둘러싸인 ‘정원’이 아닐까? 넓고 좁다는 차이는 있더라도 지평선까지 쭉 이어지는 ‘자유’ 따윈 있을 수 없어.” “울타리라 다음번에 좀 먼 곳으로 여행 가지 않을래요? 정말로 울타리가 있는지 한번 보러 가 보죠. 어쩌면 지평선 저 너머까지 울타리 따윈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170∼171쪽)



  《히스토리에》 열째 권은 앞쪽에서 왕자 이야기를 다룬다면 뒤쪽에서 서기관 이야기를 다룹니다. 서기관은 자유를 찾아 이제껏 그 숱한 싸움과 죽음을 가로지르며 살아왔는데, 새삼스레 새로운 울타리를 맞닥뜨려요. 울타리에 갇힌 꽃밭 같은 자유를 맞닥뜨리고, 이 갇힌 자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아요.


  서기관은 다시 울타리 자유를 내려놓고서 먼 여행길을 나설 수 있을까요. 울타리 자유가 아닌 들판 자유를 품을 수 있을까요. 서기관을 따라서 울타리 자유를 함께 벗어나서 들판 자유로 나아갈 벗님은 나타날 수 있을까요. 2017.7.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넌 어느 지구에 사니? - 제4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49
박해정 시, 고정순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사랑하는 시 89


아이와 어른이 함께 사는 곳에서
― 넌 어느 지구에 사니?
 박해정 글
 고정순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6.11.3. 10500원


  어른 눈길로 보자면, 어른은 아이를 돌보거나 키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을 가만히 다시 짚어 보자면, 어른하고 아이는 함께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른 자리에서 살핀다면,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거나 이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습을 조용히 새로 짚어 본다면, 어른하고 아이는 서로 가르치고 어깨동무를 한다고 할 만합니다.


늘 퉁명스럽게
책을 빌려주는 사서 언니는
내가 만화를 보느라 낄낄거리면
따가운 눈총을 날리지.
도서관에선 웃을 때도
소리를 내선 안 된다나?
그런 언니가 오늘
붕어빵 한 마리를 잡았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책상 밑으로
숨기는 거 있지. (사서가 금붕어 된 날)


  박해정 님 동시집 《넌 어느 지구에 사니?》(문학동네,2016)를 읽습니다. 이 동시집은 우리가 사는 별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사는 마을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는 집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이야기해요.

  하나하나 짚어 볼까 싶어요.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살까요, 아니면 지구라는 별을 느끼지도 못한 채 살까요? 우리는 우리 마을을 날마다 살갗으로 느끼면서 살까요, 아니면 마을 얼거리는 거의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바쁘게 살까요?

  우리는 집안일을 함께 하거나 집살림을 같이 맡으면서 즐거운 하루일까요, 아니면 어느 한 사람이 도맡는 집안일이거나 집살림일까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평화로운 곳일까요, 사랑스러운 곳일까요, 끔찍한 곳일까요, 싫은 곳일까요?


꽃밭에
호미 하나

전화 받으러 갈 때
던지고 간 것

뒤뜰에
호미 하나

택배 받느라
두고 간 것

텃밭에
호미 하나

버스 놓칠세라
내팽개치고 간 것 (호미와 할머니)


  아이한테 넌지시 물어봅니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어느 별에서 왔니? 아이들은 이 물음을 듣고 곧장 어른한테 되묻습니다. 어른들이여, 그대들은 어느 별에서 왔소?

  어른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돌보는 마음일까요. 아이는 어른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자라는 마음일까요. 어른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이끌어서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까요. 아이는 어른 곁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우고 받아들이면서 어떤 어른으로 크자는 마음일까요.

  오늘날 거의 모든 아이들은 호미를 안 만지지 싶습니다. 어쩌면 어느 아이는 호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수 있어요. 옛말 가운데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가 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날 아이들은 낫을 본 적이 없는 나머지, 코앞에 누가 낫을 들었어도 손에 뭘 쥐었는지 모를 만합니다.

  자동차를 보면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곧장 알아내더라도, 호미나 낫이나 쟁기나 가래나 보습을 보고는 도무지 하나도 모를 만하지 싶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이와 비슷할 테고요. 텔레비전에 흐르는 연예인 얼굴만 보고도 누구인가 이름을 바로 알더라도, 말이나 되를 보고 말이나 되인지 아는 아이는 거의 없을 만해요. 바구니와 둥구미와 다래끼가 어떻게 다른가를 아는 아이는 드물 테고, 쌀 한 섬이 몇 킬로그램쯤 되는가를 아는 아이는 거의 없을 만하지 싶어요. 어쩌면 요즈음 어른들부터 잘 모를 수 있겠지요. 집이나 마을이 아닌 박물관에서만 이런 살림살이를 만나는 삶이 되었다고 할 만해요.


거미집 생기고
쥐가 들락거리고
마당에 풀이 무성해지면
집이 기울지.

하지만 망치질 소리
도마질 소리
뚝딱뚝딱 들어가고
우리들 웃음소리 들어갔더니
집이 기운 차렸어. (즐거운 집)


  동시집 《넌 어느 지구에 사니?》를 읽으며 마을을 헤아려 보고, 시골을 생각해 보며, 서울을 되새겨 봅니다. 우리는 어느 별에, 어느 나라에, 어느 마을에, 어느 집에 살까요? 우리는 무엇을 하는 집에 마을에 나라에 별에 살까요? 우리가 사는 이 별·나라·마을·집은 어떤 꿈이나 사랑이 흐르는 곳일까요?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며 기운 차리는 집에서 사나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에서 사나요? 학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얼마나 흐를까요? 마을에는 아이들 웃음소리나 노랫소리가 얼마나 번질까요?


우리 집에 제비 부부가 찾아왔어요.
토닥토닥 흙을 쌓아
몇 날이고 웅크려 앉더니
새끼가 태어났어요.
활짝 핀 노란 주둥이 좀 보세요.
명랑하게 지저귀는 이 꽃과
길가에 새초롬하게 핀 꽃 중에
어느 꽃이 진짜 제비꽃인지 모르겠어요. (제비꽃)


  부드러우면서 따스하게 흐르는 이야기 하나는 아이를 돌보는 어른한테 묻습니다. 어른 스스로 어떤 마음이 되어 아이를 마주하느냐고 묻습니다. 어른 스스로 어떤 생각을 지으면서 아이한테 어떤 삶을 가르치려 하느냐고 묻습니다.

  서울이라는 고장은 언제쯤 제비가 다시 찾아갈 만할까요? 서울 아이나 서울 어른은 사진이나 그림이 아닌 처마 밑 제비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개미가 씨앗을 물어다 나르면서 퍼지는 제비꽃을 서울이나 부산 같은 커다란 고장에서는 언제쯤 새롭게 만날 만할까요?

  아이를 돌보거나 가르치기만 하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하고 손을 맞잡고 함께 배우고 같이 살림을 짓는 어른이라는 삶을 읽을 수 있기를 빌어요.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우고, 아이는 어른한테서 배우며, 서로 사이좋게 웃음짓고 노래하는 별·나라·마을·집이 되면 좋겠어요. 봄꽃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이 철마다 흐드러지면서 기쁨을 누리는 지구별이 되고, 작은 마을이 되며, 사랑스러운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라요. 2017.7.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동시비평)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5-08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8-05-09 03:07   좋아요 0 | URL
이다음에도 즐겁게 노래꽃을 펼쳐 주시겠지요?
5월이 흐드러지는 하루입니다. ^^
 
줄 서세요!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19
크리스틴 로시프테 글.그림, 김배경 옮김 / 책속물고기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줄인데 이렇게 잔뜩 늘어서나 싶다. 무엇을 하려고 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길게 줄을 늘어뜨리나 싶다. 새치기를 하고 싶은 사람, 기꺼이 자리를 내주고 싶은 사람, 오랜만에 만난 사람, 따분한 사람, 조용한 사람 …… 온갖 사람이 있다. 줄을 서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과 책방의 미래 - 출판인.서점인.도매상 북쿠오카 끝장토론
북쿠오카 엮음, 권정애 옮김 / 펄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찍기만 하면 책이 팔리는 때는 끝났다고 한다. 이는 책마을뿐 아니라 사람살이도 달라졌다는 뜻이다. 아무 책이나 찍으면 안 될 뿐 아니라, 쓰고 읽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크고작은 책방?도매상?평론가, 이렇게 모여서 책마을 앞날을 이야기한다는데, 책손’하고 ‘작가’는 빠져서 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