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 강에서 배우는 문명과 역사 지식은 내 친구 14
신현수 지음, 심가인 그림 / 논장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책 읽는 삶 172


냇물이 맑게 흐르는 나라가 아름답다
―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신현수 글
 심가인 그림
 논장 펴냄, 2017.4.20. 13000원


  요즈막 들어서 가뭄이 잦습니다. 올해에도 지난해에도 그러께에도 비 한 방울 없이 봄이며 여름이 퍽 오래 흐르곤 합니다. 어쩌면 이듬해나 그 이듬해에도 이 같은 봄가뭄이나 여름가뭄이 이어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한국은 비가 안 올 적에는 몇 달이고 가뭄이다가, 비가 올 적에는 벼락처럼 쏟아지는 날씨가 될 만해요.

  날씨가 바뀌는 일을 놓고 흔히 기후변화라고 합니다만, 날씨는 그냥 바뀌지 않습니다. 숲을 밀어서 도시를 늘리고, 공장을 올리며, 아파트를 세우니, 날씨가 안 바뀔 수 없습니다. 비행기가 끝없이 하늘을 가르고, 자동차가 줄줄이 찻길을 메우는데다가, 핵발전소를 비롯한 큰 발전소에다가 엄청난 송전탑이 들과 등성이를 가득 채우니, 날씨는 바뀔밖에 없지요.

  여기에 한 가지 또 있어요. 지난 몇 해 동안 4대강사업이라는 막삽질이 있었어요. 멀쩡한 냇물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막삽질을 벌였는데요, 멀쩡한 냇물뿐 아니라 멀쩡한 골짝물에다가 시냇물에다가 도랑물까지 시멘트를 들이붓는 짓을 했어요.


지구의 70%는 물이에요.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 파랗게 보이는 것도 물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구에 있는 물 가운데 97%는 짠 바닷물이고 나머지 3% 정도만 이 소금기가 없는 민물이에요. (33쪽)


  어린이 인문책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논장,2017)를 읽습니다. 4대강사업을 짚는 어른 인문책은 꽤 나왔습니다. 매체나 책에서도 자주 다루는 4대강사업이기에, 어른들은 퍽 손쉽게 자료나 정보를 살필 만합니다. 앞으로 이 땅을 물려받아 살아갈 아이들을 헤아릴 적에 막삽질이란 끔찍한 일이에요.

  자, 그러면 오늘 어른 곁에서 살아가는 어린이한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요. 오늘 이 땅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는 어떤 이야기를 살피거나 찾으면서 날씨와 철과 땅과 냇물과 하늘을 헤아리면 좋을까요.


한강은 서울과 주변 도시 사람들에게 먹을 물을 대 주고, 넓고 기름진 평야에서 질 좋은 곡식을 생산할 수 있게 해 줬어요. 또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 주었지요. (86쪽)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냇물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다루려 하는가를 가만히 짚습니다. 냇물을 둘러싼 여러 문명과 문화를 찬찬히 짚습니다. 사람한테 물이 없다면 삶도 없는 노릇이라, 예나 이제나 물은 대단히 큰 자리를 차지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냇물을 정갈하게 건사할 줄 아는 나라는 아름답게 거듭난다는 대목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막삽질 아닌 따스한 손길로 냇물을 어루만지는 길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억지로 뒤틀거나 바꾸는 물길이 아닌, 오랫동안 흘러온 결을 그대로 살리는 물길이 될 적에 냇물이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무숲은 비가 내리면 빗물을 머금었다가 서서히 흘려 보내요. 나무뿌리가 흙과 엉켜 빗물을 가둬 둠으로써 빗물이 강으로 흘러드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꺼번에 비가 많이 내려도 산사태와 홍수를 막을 수 있고, 가뭄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답니다. (106쪽)


  가문 날씨에도 숲은 시원합니다. 가문 날씨에도 숲에는 골짝물이 흐릅니다. 어느 누가 물을 따로 안 주어도 숲에서는 풀이며 나무가 잘 자랍니다. 크고작은 나무와 풀이 저마다 뿌리로 물을 붙잡거든요. 숲에서는 서로서로 물을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함께 붙들기도 해요.

  비가 드세게 퍼붓는 날에도 풀하고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는 빗물이 콸콸 흐르지 않습니다. 풀하고 나무가 우거진 숲은 드센 비바람 때문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풀이나 나무가 없는 맨땅은 작은 빗물에도 쉽게 무너집니다.

  숲을 밀어 고속도로를 내거나 관광단지나 커다란 발전소나 운동장을 지을 적에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뒤바뀌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숲을 밀어내어 건물이나 아파트나 골프장 들을 세우는 몸짓을 멈출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시멘트를 걷어내어 풀하고 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돌려놓아야지 싶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처럼 강에 인공물을 설치하고 함부로 손을 댄 것이 잘못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강에 세운 댐과 콘크리트 제방을 허물고, 직선으로 고친 물길을 자연 그대로 구불구불 흘러가게 바꿔 놓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사람의 손을 타서 병든 강을 건강한 자연 그대로의 강으로 되돌리려 애쓰는 것이지요. (114쪽)


  사람 손길을 타는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면서 살아요. 다만 지난날에는 집을 짓거나 마을을 이룬다고 할 적에 ‘사람이 알맞게 쓰고 누릴 만큼’만 숲을 건드렸어요. 숲을 마구 밀지 않던 지난날이에요. 마을을 이룰 적에도 마을숲을 건사하던 지난날이지요. 집을 지을 적에도 마당에 나무를 심을 뿐 아니라, 집 둘레로 나무가 자라도록 한 지난날입니다.

  깨끗한 물을 얻자면 마을을 이루는 삶터가 깨끗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이 깨끗하고 숲과 들이 깨끗하면 냇물은 저절로 깨끗하기 마련이에요.

  오늘에 이르도록 우리 사회는 억지스레 시멘트만 퍼붓는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길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요. 자연스러운 길, 곧 삶터가 숲과 같이 되도록 하는 길은,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살기 좋은 터전으로 가꾸는 길이 될 테니까요.

  냇물이 맑게 흐르는 나라가 아름다워요. 냇물이 싱그러이 흐르는 곳에서 사람들이 환하게 웃음지어요. 냇물이 구불구불 이어진 터전에서 새와 물고기와 풀벌레와 숲짐승이 고루 어우러지면서 넉넉한 살림을 이루어요. 2017.6.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할머니 평화그림책 1
권윤덕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총칼로는 꽃나라가 되지 못해요


《꽃할머니》
 권윤덕
 사계절
 2010.6.7.


  연필을 쥐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연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가 있어요. 호미를 쥐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호미로 땅을 쪼거나 일구는 밭살림이 있어요. 부엌칼을 쥐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부엌에서 칼질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맛난 밥을 짓는 즐거운 보금자리 숨결이 있어요. 총칼을 쥐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서로 죽이고 죽는 끔찍한 총칼춤, 바로 싸움판, 싸움 불구덩이가 있지요.


꽃할머니 얼굴은 두 가지다.
시무룩한 얼굴과 활짝 웃는 얽굴.
“웃어 보려고 해도 웃을 일이 없어.
뭐 그렇게 크게 웃을 일이 있어? 좀 삐죽 웃으면 되지.”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꽃 이야기를 할 때면 늘 활짝 웃으신다. (2쪽)


  일제강점기 끝자락을 무시무시한 싸움터에서 시달린 사람이 많습니다.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이가 무척 많고, 살아서 돌아왔어도 넉넉하거나 느긋하게 살림을 가꾸지 못한 이가 참 많습니다. 《꽃할머니》(권윤덕, 사계절, 2010)는 이들 슬프며 아픈 꽃사람 가운데 ‘꽃순이’로 태어나 ‘꽃색시’가 될 무렵 온몸하고 온마음에 멍울이 든 나머지, 어느새 ‘꽃할머니’가 된 숨결이 걸어온 길을 보여줍니다.

  이름 그대로 꽃할머니입니다. 스스로 꽃이요, 꽃을 좋아하는 할머니라서 꽃할머니입니다. 꽃을 아끼기에 꽃할머니입니다. 꽃다운 넋이기에 꽃할머니예요. 꽃처럼 곱게 피어나던 밝고 싱그러운 삶이기에 꽃할머니입니다.


꽃할머니가 열세 살 무렵이었다.
일본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고,
나라 밖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총독부는 젊은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곡식이며 놋숟가락까지 거두어 갔다.
사람들은 나물을 캐어 죽을 쑤어 먹었다.
그날도 꽃할머니는 언니와 함께 나물을 캐러 나갔다. (6쪽)


  꽃색시는 꽃다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꽃다운 나이였던 숱한 벼슬아치·먹물꾼·나라지기는 어떤 일을 했을까요. 이 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 사내들은 이녁 꽃나이에 어떤 길을 걸으며 어떤 삶터를 이루려 했을까요. 꽃나이에 이른 뭇나라 사내는 바로 그 꽃다운 나이에 호미를 쥐고서 논밭을 일구거나 나무를 사랑하거나 숲을 돌보는 길을 걸었나요, 아니면 총칼을 거머쥐고 으르렁대면서 이녁 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까지 짓밟으려는 길을 걸었나요.

  싸움판을 일으킨 이들은 온나라를 불구덩이로 태우려 했습니다. 스스로 꽃사람 아닌 막사람이 되려 했고, 총칼사람이 되어 숱한 꽃돌이·꽃순이를 군수공장으로, 싸움터로, 위안소로 보냈습니다.

  왜 두 손에 꽃이 아닌 총칼을 쥐려 할까요. 왜 두 손에 풀잎이 아닌 돈을 거머쥐려 할까요. 왜 두 발로 숲이 아닌 싸움판 불구덩이를 디디려 할까요. 꽃을 잊은 총칼사람은 꽃순이도 꽃돌이도 괴롭힙니다. 들볶고 짓밟지요.


군대가 이동할 때마다 꽃할머니도 끌려 다녔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주인지, 상해인지, 사할린인지…….
폭탄 냄새와 폭격 소리와 온천지 불꽃만 기억 속에 남았다.
그렇게 몇 해가 더 흐르고, 전쟁이 끝났다.
군인들은 꽃할머니를 전쟁터에 버려두고 떠났다. (24쪽)


  싸움판이란 불구덩이를 일으킨 이들은 꽃넋을 노리개로 삼습니다. 불구덩이가 걷힌 뒤에 나라지기·벼슬아치·먹물꾼이 된 이들은 지난날 아프게 밟히거나 시달리거나 고단한 꽃돌이·꽃순이를 다독이거나 보듬는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이 총칼이 가시니 저 총칼이 들이닥쳐요. 꽤나 오래 서슬퍼런 총칼나라로 흘렀습니다.

  오늘 이곳은,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이제 꽃나라인가요, 아니면 아직도 총칼나라인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숲나라인가요, 아니면 무시무시한 싸움나라인가요?

  일제강점기라는 그때에는 싸움판 불구덩이였다면, 조선 무렵은 사람을 위아래로 가른 종살이 불구덩이였고, 오늘날은 입시 불구덩이서 버젓이 판칩니다. 예나 이제나 꽃돌이·꽃순이는 꽃사람으로 자라나거나 피어날 길이 막힌 얼거리입니다. 꽃길이 아닌, 꽃배움길이 아닌, 꽃노래길이 아닌, 그저 입시지옥이란 사슬터로 옥죄면서 밀어붙이는 나라예요.

  싸움판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꽃순이는 온몸에 멍이 들어 응어리가 졌는데, 그 뒤로 태어나서 자라는 새로운 아이들도 꽃을 노래하거나 마주하기 어려운 차가운 채찍질이 도사립니다.

  언제 풀 만할까요. 누가 풀 만할까요. 피고름으로 맺힌 응어리랑 생채기는 어떻게 풀 만할까요.

  그림책 《꽃할머니》는 이 땅에서 벌어졌으나 이 땅에서 오랫동안 감춰진 이야기를 꽃송이와 함께 다룹니다. 꽃다운 나이에 꽃피지 못한 채 스러진 숱한 꽃넋 이야기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제국주의 일본은 ‘위안부’란 이름으로 숱한 나라 꽃순이를 마구 다뤘습니다. 그런데 제국주의 일본이 물러난 땅에서 독재정권은 꽃아이를 닦달하고 억눌렀습니다. 독재정권을 몰아낸 땅인 오늘날인데, 아직도 숱한 꽃아이는 어깨를 펴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열세 살 꽃할머니가 겪은 아픔은
베트남에서도 보스니아에서도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콩고에서도 이라크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37쪽)


  왜 나라(정부)가 있어야 할까요? 왜 군대가 있어야 할까요? 왜 나라는 평화로운 살림살이를 바라보지 않으려 할까요? 왜 나라마다 군대랑 전쟁무기를 잔뜩 건사하면서 ‘전쟁이 터지지 않는 아슬아슬한 길’에서 서로 으르렁거려야 할까요?

  푸른별 곳곳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싸움터 한복판과 언저리에서는 숱한 꽃이 집니다. 한국뿐 푸른별 구석구석에서 불거진 불구덩이요 꽃이 지는 생채기에 멍울입니다.

  호미 아닌 총칼을 쥐기에 평화 아닌 전쟁만 불거지지 싶습니다. 총칼을 내려놓지 않기에 평화하고 등을 돌리는 싸움판으로 치닫는구나 싶어요. 총칼을 녹여서 호미와 쟁기로 바꾸지 않기에 평화하고 동떨어진 길로 가고 만다고 느껴요.

  열세 살 꽃님이는 나물을 캐고 꽃을 꺾는 꽃넋으로 살려는 꿈을 꾸었어요. 시골에서 조용하고 수수하게 호미를 쥐던 꽃님이는 총칼을 쥔 적도 생각한 적도 없어요. 군대는 평화를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곳이 아닙니다. 군대는 사람을 더 쉽고 빠르며 잔뜩 죽이는 재주를 가르치거나 보여줍니다. 전쟁무기는 푸른별을 푸르게 가꾸는 세간이 아닙니다. 전쟁무기는 푸른별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바꾸어 놓는 끔찍한 더럼치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남·북녘도, 중국하고 미국하고 러시아도, 또 모든 나라마다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모두 녹여서 없애지 않는다면, 어디에서나 다시 ‘위안부’란 이름을 내세워 꽃돌이·꽃순이를 괴롭히는 막짓이 불거질밖에 없습니다.

  멀리 보지 않아도 돼요. 이 나라부터 바라봐요. 이웃나라하고 앞으로 나아갈 어깨동무라는 길을 바라보기로 해요. 이웃마을하고 사이좋게 얼크러질 길을 바라봐야지 싶어요. 너랑 나 사이에 금을 긋고 으르렁대는 쌈박질이 아닌, 너랑 내가 손을 잡고 함께 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일하고 쉬는 보금자리를 가꾸는 길을 바라보면 좋겠어요. 돈을 모으기보다 사랑을 심어서 가꾸기로 해요. 돈으로 풀기보다 사랑어린 마음으로 서로 어루만지기로 해요.

  이제 우리가 바라볼 곳은 꽃나라입니다. 우리 손에 쥘 호미를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 발로 디딜 숲을 헤아릴 하루여야겠지요. 총칼로는 꽃나라가 되지 못해요. 총칼로는 언제나 무섭고 차가우며 바보스러운 불구덩이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돈이나 이름값이나 졸업장으로도 꽃나라가 되지 않아요. 어느 꽃한테도 돈이나 이름값이 없습니다. 어느 나무한테도 졸업장이 없습니다. 스스로 꽃이 되고 나무가 되며 숲이 되는 길을 어깨동무로 나아갈 적에 시나브로 꽃나라를 우리 손발로 가꾸며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씨앗 석 톨을 세 사람이 받는다. 셋은 저마다 다르게 씨앗을 바라본다. 그동안 살아온 결대로 볼 수밖에 없다. 셋은 스승한테서 새로 배운다고 하지만 정작 오랫동안 몸에 밴 버릇을 떨치지 못한다. 옳거나 그른 길은 없다. 어느 길이든 배우는 길이요, 스스로 배우려 하니 꽃을 피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와 푸름이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바라보며

사랑스레 가꾸는 길을 이야기하려고 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나왔어요.


주말에 인쇄 제본을 마쳤고

이주에 책방에 들어가요.


어린이와 푸름이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이기에

어른도 즐겁게 함께 읽을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머리말, 차례, 맺음말을 붙일게요.


+ + +


이야기를 여는 말 :  말과 넋과 삶을 사랑하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우리가 쓰는 모든 말에는 뜻이 있어요. 이 말을 처음 지어서 쓰던 사람들이 품은 뜻이 있어요. 뜻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말뜻이고, 다른 하나는 느낌이며,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이요, 새로운 하나는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나 꿈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말뜻’과 ‘느낌’, ‘생각’을 주고받아요. 말뜻을 주고받는 일이란 너나 내가 한 말을 서로 알아듣는 테두리입니다. 다음으로 ‘느낌’을 주고받을 적에는 어떤 일을 놓고서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테두리인데, 좋으냐 싫으냐 반갑냐 서운하냐 모자라냐 넉넉하냐 하고 느끼는 결을 살피지요. ‘생각’을 주고받을 적에는 스스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로 나아가는 테두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말뜻 한 가지만 바라보며 그칠 수 있어요. 이때에는 시험공부라든지 학습 능력을 따지지요. 이른바 시사 상식이나 지식이 되어요. 말뜻을 넘어 ‘느낌’을 살피려 한다면, 나를 둘러싼 이웃이나 동무를 바라보는 자리가 돼요. 여기에서 ‘생각’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디면 ‘스스로 짓는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아서 손수 움직이느냐 하는 자리가 되어요.


  우리는 말 한마디를 들려주거나 내놓으면서 삶을 북돋우거나 살림을 가꾸거나 사랑을 꽃피우거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말뜻·느낌·생각’을 거쳐서 ‘이야기’가 되는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나 꿈으로 거듭나려는 새로운 숨결이 될 적에, 내가 나를 살려내는 길을 찾을 수 있어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은 어린이 여러분이 스스로 ‘말삶’을 지어서 ‘말넋’을 가꾸는 ‘말길’을 여는 자리에서 길동무가 되려고 합니다. 먼저 말뜻(말풀이)을 읽고, 다음으로 말결(말느낌)을 돌아보며, 이 다음으로 말넋(말생각)을 키우다가 바야흐로 말삶(말에 담는 삶·살림·사랑·꿈을 짓는 슬기)을 가꾸는 기쁨으로 곱게 다스리는 기운을 스스로 얻기를 바라요.


  한국말사전에 ‘집전화’라는 낱말은 없어요. 그렇지만 새로운 문화나 문명이 생기면서 ‘전화’라는 물건을 놓고 “들고 다니는 전화”하고 “집에 두고 쓰는 전화”를 갈라야겠다고 여겨서, ‘집전화·손전화(휴대전화)’라는 새 낱말이 태어나기도 해요. 이때에는 어른들 스스로 생각을 잘 밝혀서 재미난 말을 지은 셈이에요. ‘집’은 보금자리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쓰고 가게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써요. 그러니 ‘회사전화’도 ‘집전화’일 수 있어요. 회사에서 쓰는 전화를 따로 가르고 싶다면 ‘일터전화’나 ‘가게전화’라는 낱말을 새로 지을 만해요. 짧게 줄여 ‘일전화’로 쓴다면 ‘손전화·집전화·일전화’처럼 나눌 수 있겠지요? 또 팩스라고 하는 기계를 놓고는 ‘그림전화’라 할 수 있어요. 팩스라는 기계는 종이에 얹은 모든 그림을 그대로 보내는 구실을 하거든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은 어린이 여러분이 스스로 살고 배우고 지내고 놀고 어울리고 꿈꾸는 마을에서 말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살리거나 사랑할 때에 아름답고 즐거운 삶으로 거듭날 만할까 하는 대목을 다루려 합니다. 앞서 선보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은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이 태어난 자리는 ‘숲’이라는 대목을 밝히면서, 우리가 숲을 가꾸고 사랑할 때에 말을 가꾸고 사랑하는 슬기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어요.


 ‘마을’이란 ‘여러 집이 어우러진 터전’입니다.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으로, 어린이 여러분이 저마다 곱게 살림집을 이루면서 사는 동안 이웃하고 동무를 살가이 사귀면서 나눌 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느낌을 찬찬히 깨닫고, 우리 생각을 차근차근 갈고닦으며, 우리 삶을 손수 짓는 기쁜 사랑과 꿈을 아름답게 펼치는 길에서 ‘말 한마디’가 어떤 힘이 있는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딱딱하게 굳은 말이 아닌 보드랍게 열린 말을 생각해 보기를 바라요. 말 한마디에 담는 마음을 살필 수 있기를 바라요. 말 한마디마다 흐르는 숨결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한다지만 천 냥 빚을 지기도 한다고 해요. 다시 말해서, 말 한마디를 어떻게 살려서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 마음은 더 아름다울 수 있지만, 아름다움하고 동떨어질 수 있어요. 아주 작은 말 한마디를 슬기롭고 즐겁게 쓰면서 맑으면서 밝은 꿈을 사랑스레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하고 어른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마을에서 말과 넋과 삶을 살리는 기쁜 웃음을 짓는 노래”가 흐를 수 있기를 바라요. 상냥하고 넉넉하게 웃는 기쁜 눈길로 읽어 주셔요. 고맙습니다.


한국말사전 배움터 ‘숲노래’ 이야기지기 최종규




+ + +


차례


1. 마을에서 노래하는 말

골목꽃·골목놀이·마실·마을돈·마을신문·어귀


2. 집이 모여 이웃이 손잡는 말

동무집·두레·모둠집·석 간·숲집·쪽마루·하늘바라기집


3. 가게에서 사이좋게 나누는 말

길장사·닷새마당·에누리·우수리·이웃가게·저자·흥정


4. 잔치로 환하게 어우러지는 말

겨울잔치·곰국·국·누리잔치·예순잔치·잔칫밥·큰잔치


5. 모임을 이루어 넉넉한 말

갈무리·노래모임·동아리·두레누리·사랑모임·어깨나라


6. 배움님이 되어 나누는 따뜻한 말

글쓰기·또래·배움동무·배움바라지·배움책


7. 쉬다 보니 기운이 샘솟는 말

겨를·깁다·느린밥·느린배움·말미·버스터·쉬는차


8. 책으로 이야기꽃 피우는 말

삶말·숲책·오늘이야기·책손질·책쓰기·책찻집


9. 누리마다 고이 퍼지는 말

골·별내·사랑누리·온둥이·울·잘·즈믄·한가람·해누리


10. 그림으로 날아오르는 말

권정생 집·그림터·동화나라·부산책누리·살림그림·한글집


11. 이음고리가 되어 살가운 말

누리그물·누리글·누리날개·누리놀이·누리님·셈틀·열린터·풀그림


12. 탈것을 누리며 마실하는 말

널방아·부름차·쇠돈·아기수레·왼돌이·이음목·타는곳·하늘길


13. 이름마다 서린 그윽한 말

만들다·빚다·손질·짓다·일컫다


14. 믿음을 보듬는 말

넋·부뚜막할매·비손·서낭·신·얼·지킴이·한울


15. 사랑으로 살뜰히 쓰다듬는 말

그리다·다짐글·반하다·사랑·좋다·한사랑·홀리다


16. 살림을 알차게 건사하는 말

나라살림·반짇고리·살림꽃·세간·옷밥집·장이·쟁이·즐김이


17. 텃밭에서 꿈꾸는 말

그릇밭·나눔밥·마음밭·봄걷이·터·텃새·한마당


18. 길을 거닐며 떠올리는 말

거님길·길바늘·길벗·길손집·느린걸음·징검돌


19. 어른으로 자라는 옹근 말 

다소곳하다·셈·약돌이·애늙은이·오롯하다·옹글다·철·철모름쟁이


20. 책상맡에서 생각에 잠기는 말

걸음쇠·네글벗·모둠상·앉은뱅이책상·연필주머니·책상물림·책시렁


21. 놀이터에서 뛰어오르는 말

공놀이터·깍두기·깨끔발·소꿉·손바닥놀이터·추임새


22.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말

두찻길·빗물닦이·빠른길·어린이길·오솔길·지름길·차둠터


23. 힘이 나는 놀라운 말 

바람힘·별빛·손놀림·손힘·전기힘·햇볕힘


24. 곳마다 꽃으로 거듭나는 말

곳곳·새로짓기·숲정이·자투리땅·질그릇·처네·하늘숨


붙임말 1 : 책에 나온 낱말 뜻 헤아려 보기

붙임말 2 : 인터넷에서 쓰는 말 손질해 보기



+ + +


이야기를 마무르는 말: 이야기꽃을 피우며 꿈꾸자


  일을 끝맺을 적에 ‘마무리하다’라고 해요. 이와 비슷하지만 살며시 결이 다른 ‘마무르다’라는 낱말이 있어요. ‘마무르다’도 어떤 일이 잘 끝나도록 다스리는 몸짓을 가리켜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으로 스물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마무르는 말을 붙여 볼게요.


  지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에서는 “수수께끼 놀이 하자” 하는 말로 책을 마물렀어요. 이 책에서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꿈꾸자” 하는 말로 마무릅니다. “수수께끼 놀이”란 우리한테 궁금한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묻고 우리 스스로 풀어 보자는 뜻이에요. “이야기꽃 피우는 꿈”은 스스로 궁금한 이야기를 풀었으면, 이렇게 풀어낸 실마리를 마음껏 펼쳐서 날개돋이를 해 보자는 뜻입니다.


  말길을 활짝 트면서 생각을 활짝 트면 좋겠어요.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날아오르는 마음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모두 우리한테 돌아오는 줄 잘 되새기면 좋겠어요. 예부터 어른들이 들려주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처럼,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먼저 고운 말을 즐겁게 지어서 쓸 수 있기를 빌어요. 둘레에서 아무리 우리한테 밉거나 싫은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싱긋 웃음을 띠면서 고운 말을 건넬 수 있기를 바라요.


  생각해 봐요. 둘레에서 우리를 괴롭히려고 밉거나 싫거나 궂은 말을 퍼붓더라도 우리가 그런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귀로 흘리면서 고운 말을 상냥한 눈빛으로 건네면, 우리 둘레에서는 아마 깜짝 놀랄 테지요. 남이 나한테 주는 사랑스러운 말이 아닌, 내가 바로 나한테 주는 사랑스러운 말이랍니다. 이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선물한 사랑스러운 말을 둘레에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어요.


  생각하는 말이 사랑하는 말이 되어요. 사랑하는 말이 생각하는 말이 되지요. 꿈꾸는 말이 꽃처럼 피어나는 말이 되고, 꽃처럼 피어나는 말이 꿈으로 다시 샘솟는 말이 되어요. 말꽃잔치 벌어진 이 한마당에 온누리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기쁨누리를 가꾸려는 손길로 글월을 띄웁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양물감 2017-06-2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치 제 일인양 즐겁습니다..

숲노래 2017-06-26 17:42   좋아요 0 | URL
축하해 주시는 분은
모두 하느님이라고 생각해요 ^^

기쁘게 반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식물, 어디까지 아니? -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 탐험하는 고래 1
박연 글.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풀노래를 듣다

[내 사랑 1000권] 13. 박연 《식물, 어디까지 아니?》



  국민학교를 다니는 동안 해마다 식물채집 숙제를 내야 했습니다. 방학숙제 가운데 하나인데, 여름방학을 맞이하면 식물채집이나 곤충채집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해야 했지요. 도시에서는 여러 가지 벌레를 찾아내어 잡기가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다 보니 거의 모든 아이들이 식물채집을 고르는데요, 막상 식물채집을 제대로 해서 내는 동무는 찾아볼 수 없어요. 하나같이 풀을 모르고, 풀을 알려 하지 않으며, 풀을 아랑곳하지 않거든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터라 풀을 잘 모르지만, 어머니한테 여쭈면 이 풀은 뭐고 저 풀은 뭐라는 말씀이 바로 나옵니다. “이야, 어머니는 척척박사네요! 식물박사예요!” 하고 외치곤 했어요. 그런데 저는 어머니한테서 들은 풀이름을 이내 잊습니다. 이 풀하고 저 풀이 뭐가 어떻게 다른가를 가려내지 못해요. 코앞에서 들으면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면 옆자리에서 돋은 풀이 무엇인지 헷갈립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식물채집 숙제를 내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풀이름 살피기가 어느새 뚝 끊어집니다. 비록 다섯 학기만 다니다 그만둔 대학교이기는 한데요, 대학교에 한동안 다닐 적에도 풀이름에 마음을 안 썼어요. 대학교를 그만두고 신문배달을 할 적에도, 신문배달을 그만두고 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간 뒤에도 풀이름에 그리 마음을 안 기울입니다.


  풀이름에 마음을 둔 때는 제가 나고 자란 인천을 떠났다가 이곳 인천으로 돌아온 2007년부터입니다. 골목마실을 하는데 골목밭이며 골목숲에서 마주하는 온갖 풀이 더없이 싱그러우면서 고왔어요. 골목마실을 제대로 누리고 싶어서 도시에서 새롭게 풀살림을 처음부터 배웠어요.


  만화가 박연 님이 빚은 《식물, 어디까지 아니?》는 무척 알찹니다. 만화가 길하고 흙지기 길을 함께 걷는 박연 님은 어린이와 푸름이가 풀하고 동무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쓰고 그렸어요. 우리 밥이 되어 주고, 우리 이웃이 되어 주며, 우리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풀노래를 책 한 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17.6.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