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길벗어린이 문학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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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름다운 꿈을 씨앗으로 심는 글

[내 사랑 1000권] 10. 엘리너 파전 《작은 책방》



  제가 어릴 적에 읽은 책은 몇 가지 없습니다. 이 가운데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떠올리는 책이 하나 있으니 《보리와 임금님》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읽은 《보리와 임금님》은 그때에는 몰랐고, 나중에 스물 몇 살이 되어 출판사에서 일할 무렵 헌책방을 다니다가 일본에서 나온 해묵은 어린이책을 보고서 알아차렸는데요, 한국에서 나온 웬만한 ‘세계명작’은 일본책을 고스란히 베끼거나 훔친 판이었더군요. 제가 어릴 적에 읽은 《보리와 임금님》도 판짜임이나 책꾸밈을 일본 책을 그대로 베끼거나 훔쳤을 뿐 아니라, 영어가 아닌 일본말 번역을 한국말로 다시 옮긴 책이었어요.


  아무튼 어릴 적에 읽은 책 가운데 잊히지 않는 《보리와 임금님》이에요. 어릴 적에는 이 책에 깃든 이야기를 잘 알아채지 못했지만 무척 재미있다고 여겨서 한달음에 빨려들었어요. 어린 저는 대단한 개구쟁이였기에 몇 초만 꼼짝을 않으면 어쩔 줄 모를 만큼 좀이 쑤셨어요. 한 자리에 얌전하게 앉는 일이란 꿈조차 꿀 수 없었어요. 학교에서 수업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요. 얌전하게 책상맡에 앉아서 입을 꼭 다물고 선생님 뒷통수만 쳐다보아야 했으니까요.


  이런 개구쟁이가 《보리와 임금님》을 손에 쥘 때만큼은 그저 빨려듭니다. 시간이 흐르는 줄 잊고, 배고픈 줄 잊어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잊어요. 이러다가 어느새 마지막 쪽까지 넘기는데, 마지막 쪽을 넘기고 책을 덮으니 시간이 무척 많이 흘렀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안 먹고 책만 읽었네 하고 깨닫지요.


  《작은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새로운 번역으로 나온 엘리너 파전 님 문학은 그냥 문학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꿈을 씨앗으로 심는 문학이라고 느껴요. 더구나 이 문학은 사랑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꿈을 씨앗으로 심어요. 게다가 이 문학은 즐겁게 노래하면서 하루를 짓는 사랑으로 가득한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꿈을 씨앗으로 심지요. 어릴 적에 엘리너 파전 님 글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앞으로 글을 쓴다면 이런 글을 써야 즐겁고 아름답겠네’ 2017.6.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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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시리즈 전9권 세트/노트+수첩 증정/개정판
비룡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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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진 시골 놀이순이

[내 사랑 1000권] 9.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스 윌리엄스 《초원의 집》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시골을 어떻게 여길까요? 아무래도 낯설면서 두렵겠지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도시를 어떻게 볼까요? 아무래도 낯설면서 무섭겠지요. 때로는 시골이 잘 들어맞는 도시 아이가 있어요. 때로는 도시가 잘 어울리는 시골 아이가 있지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에서는 매우 시끄러워서 동무하고 말을 섞기가 참 힘들다고 느꼈어요. 이러다가 마을로 들어서면 이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져요. 고작 몇 걸음을 골목 안쪽으로 옮길 뿐이지만 감쪽같이 조용합니다. 마을 깊이 들어서면 자동차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고 안 느끼지요.


  어릴 적에 살던 마을에는 자동차를 모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요새는 자동차 없는 마을이나 아파트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테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한밤에도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일이 없었어요. 이런 것이 없었으니까요. 도시 한복판에서도 아주 고요하게 꿈을 꾸었어요. 비록 비둘기하고 참새뿐이지만 아침에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요. 때로는 갈매기를 보았고요. 해오라기나 왜가리를 만나면 오늘은 어쩐지 좋은 날이 되겠네 하고 여겼어요.


  《초원의 집》은 책보다 연속극으로 먼저 만났습니다. 연속극으로 만난 《초원의 집》을 볼 적마다 이 연속극에 나오는 가시내들이 개구지게 뛰어노는 모습이 몹시 반갑고 재미있었어요. 어릴 적에는 다른 모습이 안 들어왔어요. 너른 들판이나 벌판은 어릴 적에 못 봤어요. 어릴 적에는 오직 놀이를 보고 놀이동무를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문학으로 《초원의 집》을 마주하니, 개구진 시골 놀이순이를 가르치고 일깨운 슬기로운 두 어버이 모습이 환하게 보입니다. 어쩜 이렇게 씩씩하면서 다부진 어버이일까요. 어쩜 이렇게 슬기로우면서 힘찬 어버이일까요. 아이들한테 살림을 보여주고 함께 짓고 물려주니, 이 아이들은 어버이처럼 아름답게 자라면서 어버이가 하지 못한 글쓰기를 펼쳐서 엄청난 책을 남겼어요. 2017.6.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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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보는 눈 - 기록하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 다큐멘터리 인물그림책
바브 로젠스톡 지음, 제라드 뒤부아 그림, 김배경 옮김, 최종규 추천 / 책속물고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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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읽기 354


이웃을 마음으로 바라보며 사진을 찍다
― 진실을 보는 눈, 기록하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
 바브 로젠스톡 글
 제라드 뒤부아 그림
 김배경 옮김
 책속물고기 펴냄, 2017.7.5. 12000원


  옥수수를 씨앗으로 심어서 돌보아 본 적이 없다면, 옥수수싹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러했습니다. 수박이나 수세미를 씨앗으로 심어서 돌보아 본 적이 없다면, 해바라기나 민들레를 씨앗으로 심어서 돌보아 본 적이 없다면, 벼나 밀을 씨앗으로 심어서 돌보아 본 적이 없다면, 수박싹도 수세미싹도 해바라기싹도 민들레싹도 벼싹도 밀싹도 알 길이 없어요.

  씨앗에 실 같은 뿌리가 내리면서 조그마한 싹이 터서 올라옵니다. 어린 싹을 모르면 그냥 밟고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옥수수싹이든 밀싹이든 풀싹이든 뭐가 뭔지 모르니까요. 꽃이 핀 모습을 보고는 참으로 곱다고 말하더라도, 꽃이 피기까지 어떻게 싹이 오르고 줄기가 솟으며 잎이 돋는가를 살피지 못한다면, 그 이쁜 꽃이 새싹이던 무렵 그만 밟아서 죽일 수 있어요.


도로시아는 눈이 남달랐어요.
잿빛이 도는 초록 눈동자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볼 수 있었거든요. (2쪽)


  풀싹을 보는 눈이란 이웃을 보는 눈입니다. 풀싹을 눈여겨보는 마음이란 이웃을 눈여겨보는 마음입니다. 겉모습을 훑는다고 해서 이웃을 알 수 없어요. 옷차림을 살핀다고 해서 이웃을 알 길이 없지요.

  예부터 이런 일이 있어요. 먹을거리가 없는데 애먼 불을 땐다고 하지요. 굴뚝에 연기가 솟게 한다잖아요. 밥을 하지도 않는데 불을 때어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도록 한다고 해요.

  얼핏 보기로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니 ‘저 집은 끼니마다 밥을 잘도 먹네’ 하고 여길 수 있어요. 속으로 헤아리는 눈이 있다면 ‘틀림없이 저 집에 먹을거리가 다 떨어졌을 텐데 어떻게 연기가 나오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습니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만 보고서 지나치는 사람이 있고,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는 믿을 수 없기에 슬그머니 이웃집을 들여다보거나 찾아가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어떤 눈으로 이웃을 보는가요? 우리는 어떤 몸짓으로 이웃한테 다가서는가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는가요? 우리는 어떤 사랑으로 이웃을 마주하려는가요?


도로시아는 어릴 때부터 얼굴을 좋아했어요.
뺨이 둥그런 엄마와 턱이 모난 아빠,
입술이 오므라든 할머니,
콧방울이 도톰한 동생까지
가족 얼굴을 가만히 지켜봤지요.
얼굴을 보노라면,
그 사람을 껴안는 느낌이 들었어요. (3쪽)


  바브 로젠스톡 님이 글을 쓰고, 제라드 뒤부아 님이 그림을 빚은 그림책 《진실을 보는 눈, 기록하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책속물고기,2017)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림책이면서 사진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사진책이면서 그림책입니다. 또한 이 책은 이야기책이면서 삶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로는 그림책입니다. 줄거리로는 사진책입니다. 사진가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그림으로 담은 흐름을 가만히 살피면, 이웃을 사진으로 담은 마음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살뜰합니다. 도로시아 랭이라는 사진가 한 사람 삶을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사진가로서 어떠한 사랑으로 삶을 마주할 적에 사진을 기쁘게 찍을 수 있느냐 하는 대목을 건드립니다.


병은 나았지만, 도로시아는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었어요.
아이들은 절뚝거리는 도로시아를 놀려댔지요.
도로시아는 꼭꼭 숨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했지요. (6쪽)


  더 살펴본다면 이 그림책은 위인전일 수 있어요. 사진이라는 길에 깊고 너른 발자국을 남긴 훌륭한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남겼는가를 다룬 위인전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위인전이 아닐 수 있어요. 오늘 우리는 도로시아 랭이라는 분이 남긴 사진을 톺아보면서 사진 한 장으로 참말 훌륭한 일을 했구나 하고 높이 살 수 있습니다만, 도로시아 랭이라는 분은 ‘사진 역사’를 이루려는 뜻으로 사진을 찍지 않았어요. ‘사회를 바꾸려는’ 뜻으로 사진을 찍지도 않았어요.

  도로시아 랭이라는 분은 이웃을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도로시아 랭이라는 분은 이웃을 사랑하려는 손길로 다가가서 어깨동무를 하는 삶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도로시아 랭이라는 분이 남긴 사진을 우리가 훌륭하게 여기거나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사진에 깃든 마음과 사랑이 따스하면서 넉넉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고, 결혼해서 새 가정도 꾸렸어요.
겉으로는 마음 느긋하게 사는 듯이 보였지요.
그렇지만 커다란 고민이 있었어요.
‘나는 왜 눈과 마음으로 사진을 찍지 않을까?’ (16쪽)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면 누구나 사진을 찍지요. 그런데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비록 사진기를 손에 쥐었어도 궂거나 밉거나 나쁘거나 모진 마음을 품는다면, 이녁은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멋지거나 값진 기계를 손에 쥐었기에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은 모델이나 피사체가 아닙니다.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은 모두 이웃이에요. 사진기를 손에 쥔 우리가 ‘사진으로 찍힐 사람’을 이웃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적에, 한 걸음 나아가서 사진기를 손에 쥔 우리를 둘러싼 이웃을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으로 손을 맞잡을 적에, 비로소 사진다운 사진 하나를 얻는다고 느껴요.

  아무나 못 찍는 사진이지 싶습니다. 아무나 못 쓰는 글이지 싶습니다. 아무나 못 그리는 그림이지 싶습니다. 아무나 못 부르는 노래요 아무나 못 추는 춤이지 싶어요. 왜냐하면 먼저 마음으로 바라볼 노릇이거든요. 마음으로 바라본 뒤에는 사랑으로 품을 노릇이고요.

  마음도 없고 사랑도 없이 사진기만 쥔다면 빈 껍데기만 쏟아낼 뿐이에요. 마음과 사랑으로 사진을 안 찍고 포토샵만 만진들 멋지거나 놀라운 모습이 나올 수 없어요. 마음도 없고 사랑도 없는 채 쓰는 글은 우리 가슴을 적시거나 울리지 못해요. 마음도 없고 사랑도 없는 채 가락이나 박자나 음정이나 …… 이런 잔솜씨만 잘 맞춘다고 해서 듣기 좋은 노래가 되지 않아요. 잔솜씨만 그럴듯해 보인다고 해서 춤이라고 하지 않아요.


도로시아는 사진기를 들고 세상을 두루 살폈어요.
아버지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들판에서 쉬지 않고 일했어요.
어머니들은 천막에서 목마르고 아픈 아이들을 돌봤지요.
어떤 가족은 먼지 폭풍으로 모든 재산을 잃고 낡은 자동차에서 살았어요.
도로시아는 절뚝거리며 배고프고 아픈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사진에 낱낱이 담아냈어요.
세상이 등 돌린 사람들을 마음으로 되새기고 싶었지요. (21쪽)


  그림책 《진실을 보는 눈》은 책이름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을 보는 눈이기에 참을 그립니다. 참을 마주하는 눈이기에 참을 옮깁니다. 참을 바라보는 눈이기에 이웃이 겪거나 치르거나 마주하는 모든 슬픔과 응어리와 아픔과 고단함을 내 몸으로도 받아들입니다.

  참된 눈에서 참된 사진이 태어나요. 참다운 손끝에서 참다운 사진이 태어나요. 참된 몸짓에서 참된 사진 한 장이 태어나요. 참다운 사랑으로 찍는 손길이기에 참다운 사진 한 장을 찍어서 우리한테 보여줄 수 있어요.

  사회가 등을 돌리고 정부가 등을 돌린 사람들한테 마음으로 다가선 도로시아 랭 님입니다. 이웃으로서 다가갔지요. 동무로서 마주보았지요. 이웃으로서 손을 잡았어요. 동무로서 어깨를 겯었어요.

  꾸미지 않습니다. 이웃을 사진으로 찍는데 꾸며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덧바르지 않습니다. 동무를 사진으로 찍는데 덧발라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웃이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이웃이 살림하는 하루를 사진으로 옮깁니다. 이웃이 느끼는 슬픔을 사진으로 싣습니다. 이웃이 고단해 하면서 한풀 꺾인 모습을 가만히 사진으로 드러냅니다.


도로시아는 꾸준히 사진에 진실을 담아냈어요.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는 진실, 서로가 서로를 살펴야 한다는 진실을요.
그렇게 도로시아는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24쪽)


  나무는 모든 것을 사람한테 내어줍니다. 열매도 땔감도 줍니다. 몸뚱이를 통째로 주어 집을 짓도록 해 줍니다. 책상이나 걸상이 되어 줍니다. 연필이나 책이 되어 줍니다. 나무가 숲으로 우거질 적에는 싱그러운 바람을 사람한테 주지요. 마당에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면 그늘을 베풀 뿐 아니라, 드센 비바람을 막아 주기까지 해요. 이러면서 온갖 새가 찾아드는 보금자리 구실을 해요. 나무 한 그루를 마당에 두는 사람은 맑은 새소리를 아침저녁으로 들을 수 있어요. 더욱이 나무는 작은 애벌레도 품에 안아서 나비가 깨어나는 자리도 되어요. 나무 한 그루가 있으니 멋진 나비 춤사위까지 만나요.

  《진실을 보는 눈》이라는 그림책은 도로시아 랭이라는 사진가 한 사람이 바로 나무와 같은 품을 보여주었으리라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따사로운 마음이 되어 나무 같은 숨결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도로시아 랭이라고 할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떤 사진기를 손에 쥐든 다 좋습니다. 마음으로 이웃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사진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진기가 손에 없어도 좋습니다. 사진기로만 사진을 찍지 않아요. 우리는 늘 마음으로 먼저 사진을 찍어요. 마음으로 찍은 사진을 마음에 새기지요. 마음으로 담은 사진을 마음으로 나누고요.

  어느 모로 본다면 도로시아 랭 님은 다큐작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오롯이 사진가입니다. 살가운 이웃입니다. 반가운 벗입니다. 나무 같은 사람입니다. 하늘 같은 사랑이에요. 2017.6.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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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6.22.


마당 있는 집에서 살지 않고서는 마당 있는 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본다. 나부터 그렇지. 아직 도시에 머물며 마당 없는 달삯방에서 지낼 적에는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고 여겨 언제나 집 바깥으로 길을 나섰다. 집에 마당이 없으니 언제나 집 바깥을 한참 떠돌면서 책방마실만 했다. 이제 시골에서 마당 있는 집을 누리니, 나무 그늘에 평상을 옮기거나 자리를 깔면서 느긋하게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처마 밑에 평상을 두어 아이들하고 밥을 먹을 수 있다. 글종이를 챙겨서 평상에 모로 누워 글을 쓸 수 있다. 그림책 《진실을 보는 눈》을 펼친다. 이 그림책은 그림책이면서 사진책이다. 《진실을 보는 눈》은 사진가 도로시아 랭을 다룬다. 도로시아 랭이라는 사진가 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사진 한 장을 찍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그린다. 도로시아 랭 그림책이라니! 이 얼마나 대단하면서 멋진가! 한국 어린이 가운데 사진가 도로시아 랭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리라. 어른 가운데에서도 드물 수 있다. 사진을 배운 사람은 이름을 들어 보았음직 하겠지. 이런 흐름에서 도로시아 랭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손길이라고 느낀다. 따사로운 마음이 되어 나무 그늘 같은 손길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도로시아 랭이 아닐까? 나무 그늘에 앉아서 《진실을 보는 눈》을 찬찬히 읽고 되읽어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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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6.22.


넉 주 내리 서울마실을 하고서 천천히 숨을 돌리니 몸에 천천히 기운이 오른다. 이 기운을 기쁘게 받아서 아침에는 집에서 풀을 살짝 베고, 낮에는 도서관학교에서 풀을 살그머니 벤다. 시골살이 일곱 해에 낫질이 찬찬히 붙는다. 뭐든지 그렇다. 스스로 꾸준히 해 보아야 손에 익는다. 도서관학교에서 풀을 벤 뒤에 사다리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우리 집 마당에서 후박알을 훑으려는 뜻이다. 사다리를 타고 아이들하고 후박알을 훑는데, 곁님이 국수를 삶았단다. 아이들더러 먼저 들어가서 먹으라 하고, 나는 후박알을 마저 훑는다. 오늘 다 훑지 못할 테지만 조금이라도 훑으려 한다. 올해에는 우리도 이 후박알을 누릴 생각이다. 지난해까지는 멧새한테 이 후박알을 몽땅 주었다. 아이들이 남긴 국수를 먹는다. 오늘은 모처럼 저녁을 안 짓고 느긋하네. 몸을 가볍게 씻고서 밥상맡에 앉는다. 온몸 뼈마디가 굳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 그래 좋아, 달게 먹고 달게 자면 다시 기운이 솟을 테야. 느긋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히스토리에》 열째 권을 읽는다. 젊은 왕자 이야기도, 젊은 서기관 이야기도 풋풋하면서 다부지다.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는 넋이기에 이처럼 풋풋하면서 다부지리라. 이제 반 그릇쯤 먹는데 만화책 한 권을 벌써 다 읽었네. 《불멸의 그대에게》 첫째 권을 집는다. 이제 막 새로운 만화 첫머리를 여는데, 작고 동그란 목숨붙이 이야기가 재미있다. 부디 이 결을 잘 살려서 끝까지 그려 주시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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