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그대에게 2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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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15



내 앞길은 내가 고른다

― 불멸의 그대에게 2

 오이마 요시토키 글·그림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6.30. 5500원



“하지만 죽을 수 없다니, 불행하겠네. 인간에게는 목숨의 용처(用處)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한히 살 수 있다면 이 녀석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데에 어떤 의미를 느낄까?” (18쪽)


“남들은 몰라도 마치는 알고 있어. 넌 인간의 고기를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곰돌이야. 모두 널 보고 펄쩍 뛰고 화살을 쏴대고 무서워하고, 그러다 보니까 진짜 오니구마 님처럼 되어버린 거지? 이 상처만 나으면 넌 그냥 평범한 곰돌이야. 분명 변할 수 있을 거야.” (60쪽)


“가자. 마을 사람들은 내가 설득할게. 잘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난 해낼 거야. 목숨을 쓰지 않고서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거야.” (91쪽)



  “어떻게 살아야 즐거울까요?” 하고 묻는 분이 있다면 언제나 한 마디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답게 살면 즐겁습니다. 내가 나답게 살지 않는다면 언제나 안 즐겁다고 느껴요. 나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하지 않는다면 참말로 안 즐겁고, 나 스스로 하려는 놀이를 하지 않을 적에도 그야말로 안 즐거워요.


  누가 시켜서 빨래를 하거나 비질을 하면 안 즐겁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빨래를 하거나 비질을 하면 즐거워요. 그리고 누가 시키더라도 내 마음을 바꾸어서 ‘그래 깜빡 잊었네. 얼른 즐겁게 하자’ 같은 혼잣말을 하면서 움직이면 여러모로 즐겁습니다.


  만화책 《불멸의 그대에게》 둘째 권에서는 이 대목을 가만가만 건드립니다. 삶을 스스로 고르고, 죽음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목숨을 문득 이야기하다가, ‘사람 잡아먹는 곰(오니구마)’한테 ‘넌 바뀔 수 있어’ 하고 속삭이는 아이를 이야기해요. 그리고 ‘난 해내겠어’ 하고 다짐하는 씩씩한 어른 한 사람 걸음걸이를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스스로 안 하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 하는 일이라면 어려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렵기에 더 즐겁게 할 만’하지 싶어요. 스스로 하는 일이라면 참으로 어려워서 벽에 부딪힐 적에 기꺼이 두 손 들고 그만둘 수 있지요.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기에 스스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2017.8.1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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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100층짜리 집 100층짜리 집 3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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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54


바닷속 깊이깊이 가 보고 싶다
― 바다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14.9.25. 11000원


  아이들은 배를 타면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데 배를 탈 적보다 더 좋아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무엇일까요? 바로 헤엄치기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헤엄을 쳐서 바다 깊이 들어가 보고 싶어 합니다. 바다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기계를 타고 들어가도 재미있어 할 테지만, 이보다는 아이 스스로 깊이 헤엄쳐서 들어가 보고 싶지요.


인형이 바다에 빠져 버렸습니다. “앗, 내 인형! 콩이야!” (2쪽)


  이와이 도시오 님 그림책 《바다 100층짜리 집》(북뱅크,2014)을 읽어 봅니다. 아이들은 바다 깊이 헤엄을 쳐서 들어가 보고 싶지만, 막상 이렇게 들어가 보지 못하기에, 바다 깊은 곳을 보여주는 그림책을 매우 좋아합니다. 스스로 해 보지 못하는 일을 그림책으로 만나면서 마음으로 겪어요. 몸소 바닷속에 풍덩 뛰어들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그림책 주인공’처럼 깊이깊이 들어가지요.

  아니, 숨도 안 쉬고 어떻게 맨몸으로 바다 깊이 들어가느냐고요? 아이들은 이 대목을 안 따집니다. 바다 깊이 들어간다는 생각 하나만 할 뿐, 숨쉬기라든지 여러 장비는 따지지 않아요. 그림책 《바다 100층짜리 집》에 나오는 주인공 콩이도 이 대목을 안 따지지요.

  다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인 콩이는 인형입니다. 그렇지만 콩이는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더라도 몸이 쭈그러들거나 납작해지지 않아요. 인형 콩이는 바다에 빠진 뒤로 ‘어차피 바다에 빠진 김’에 바다 깊은 곳을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그거 내 목걸이야.”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내 별 목걸이랑 바꾸지 않을래?” (9쪽)

“네 구두, 아기 요람으로 딱 좋더구나. 대신 이걸 신으면 어떻겠니?” “이걸 신으면 빨리 헤엄칠 수 있겠네.” (14쪽)


  열 층마다 바다 이웃이 사는 집이 달라진다고 해요. 어느 열 층에는 문어가 살고, 어느 열 층에는 돌고래가 살아요. 어느 열 층에는 게가 살고 어느 열 층에는 해마가 살지요.

  바다 깊은 집에 사는 이웃들은 인형 콩이가 바다에 빠지면서 떨어뜨린 옷 목걸이 모자 신 들을 하나씩 챙깁니다. 갑자기 하늘(바다 바깥)에서 떨어진 선물로 여겨요. 이러면서 바다 이웃은 콩이한테 뭔가 하나씩 주어요. 콩이 살림을 선물로 받고서, 저희 살림을 콩이한테 선물로 줍니다.


“나, 여자 아이한테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갈 수 있고말고. 바다 친구들이 데려다줄 거야.” “걱정 마! 우리에게 맡겨!” 콩이 뒤에서 한꺼번에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25쪽)


  바다 깊은 곳으로 마실을 떠난 인형 콩이는 100층째에 이르면서 무척 재미있고 놀랍니다. 그리고 살짝 걱정을 해요. 늘 저를 아끼는 여자 아이한테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아끼는 여자 아이는 배에서 그만 갈매기가 손을 치는 바람에 인형을 떨어뜨렸거든요.

  인형 콩이는 바다 깊은 곳까지 마실을 마친 뒤에 배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돌아갈까요? 바다에 풍덩 빠진 뒤 한참 안 떠오르다가 불쑥 콩이가 떠오른다고 할 적에, 여자 아이는 ‘옷차림이 몽땅 바뀐 인형 콩이’를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요?

  인형 콩이가 바닷속에서는 사람하고 똑같이 살아서 움직이는 줄 알아차릴까요? 인형 콩이도 ‘사람이 안 보는 데’에서는 사람처럼 숨을 쉬고 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줄 깨달을까요?

  그림책 《바다 100층짜리 집》은 우리를 둘러싼 이 지구라는 별에 어떤 이웃이 있는가를 상냥하게 보여줍니다. 사람 눈에 보이는 곳도 있을 테지만 안 보이는 곳도 많아요. 사람 눈으로는 ‘집이 있을는지 없을는지 모르는’ 곳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이웃이 저마다 즐겁고 재미나고 아름답게 보금자리를 일군다는 대목을 아이들한테 들려줍니다.

  바닷속 깊이깊이 나들이를 떠나 볼까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아이들 손을 맞잡고서 꿈속에서 바다마실을 떠나 볼까요? 2017.8.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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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의 저녁
오규원 지음 / 눈빛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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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읽기 356



글밭이 텃밭으로 바뀌는데

― 무릉의 저녁

 오규원 글·사진

 눈빛 펴냄, 2017.2.2. 25000원



문득, 노래하고 싶을 때가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문득 어디선가, 빛이라든가 어둠이라든가 나무라든가 돌멩이라든가 문이라든가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러한 것들이 노래를 듣고 싶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6쪽)



  시를 쓰는 오규원 님이 사진을 찍으며 사진말을 펼칩니다. 이녁 삶자리에서 바라본 시골 이야기를 사진으로 살포시 담고, 이 사진에 맞추어 이녁이 살아온 이야기를 적바림합니다. 《무릉의 저녁》(눈빛,2017)은 이녁 스스로 가장 느긋하면서 넉넉한 마음이 되는 삶자리에서 사진하고 글이 태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랫동안 글하고 책으로만 새로운 글을 쓰는 살림을 이었다면, 이제는 땅하고 하늘을 마주보는 자리에서 새로운 글을 쓰는 살림이라고 합니다. 글하고 책만 보면서 글을 쓸 적하고, 땅하고 하늘을 보면서 글을 쓸 적은 사뭇 다르겠지요.


  모를 노릇일 텐데, 시인 할배가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어 본다면 이때에도 사뭇 달라지겠지요. 글하고는 매우 다르고 책하고도 무척 동떨어진 새로운 자리를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겠지요.


  다만 《무릉의 저녁》을 보면 글치레처럼 사진치레를 하려는 손길이나 눈길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힘을 잔뜩 들인다고 해서 더 나은 글이 되지 않습니다. 멋을 부린다고 해서 더 나은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글밭이 아닌 텃밭을 만나듯이, 살구 대추 감 상추 쑥갓 호박 옥수수를 만나듯이, 흙을 만날 적에는 흙내음이 나는 낱말을 가려서 흙내음이 나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으면 한결 투박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만하지 싶습니다. 2017.8.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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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8.9.


청정고흥연대를 이끄는 선생님 한 분하고 고흥만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고흥군에서는 고흥만에 비행시험장 사업을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고흥만은 갯벌을 메운 곳이고, 이곳은 수많은 철새가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갯벌을 메우거나, 갯벌을 메운 땅에 수많은 시설을 끌어들이는 쪽이 돈이 될까? 찬찬히 살펴보고 앞날을 내다본다면, 갯벌을 그대로 둘 적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큰돈이 되는 줄 알 텐데. 갯벌에서 나오는 갯것이 엄청난 돈이 될 테고, 맑은 바다와 바람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어치가 있으며, 아름다운 갯벌에 해마다 찾아드는 수많은 철새는 ‘새를 지켜보려는 사람들’ 발길을 끌어모으면서 저절로 끝없는 돈이 될 테고. 막개발과 삽질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건설업자하고 손을 맞잡는 돈벌이만 하겠다는 뜻이면서, 정작 마을사람 살림하고는 동떨어진 행정만 하겠다는 몸짓이라고 느낀다. 마실 한 바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 사진책 《아바나 La Habana, Cuba》를 읽는다. 온누리 사람들이 쿠바로 몰려들도록 하는 밑힘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쿠바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거나 그냥 걷거나 한동안 조용히 머물려고 하는 까닭을 헤아려 본다. 쿠바에 대단한 ‘설비·투자’가 있기 때문일까? 쿠바에 엄청난 건물이나 시설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쿠바에서 사람내음을 물씬 느끼면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테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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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9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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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13



새살림 이루고 싶은 마음

― 신부 이야기 9

 모리 카오루 글·그림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7.15. 8000원



“빵 줘 보세요. 이건 제가 만들었어요. 매 발톱 무늬예요. 매의 발톱은 재앙을 막아 주죠. 우마르랑 아무르의 가족들, 친척 여러분이 건강하기를 빌었어요.” “고마워.” “이건 민들레예요. 민들레 솜털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죠. 우마르의 집에 좋은 소식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건 밧줄 무늬예요. 끈의 매듭이란 건, 인연을 나타내니까요. 그러니까 오랫동안 좋은 인연이 맺어지게 해 주십사 하고.” (28∼29쪽)


“활을 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시집을 온 후로는 전혀 건드리지 않게 됐으니.” “할머님이요?” “그래. 여기선 사냥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곳에 얼른 적응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105쪽)



  어버이한테서 여러 가지를 물려받습니다. 훌륭하거나 멋진 모습을 물려받고, 때로는 아쉽거나 모자란 모습을 물려받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 모습에다가 스스로 갈고닦는 모습이 함께 있습니다. 어버이한테는 없으나 아이 나름대로 새롭게 나아가려는 길에 맞추어 차근차근 거듭나지요.


  때로는 어버이 일이나 살림을 고스란히 물려받습니다. 때로는 어버이하고는 아주 딴판이다 싶은 곳으로 떠나서 아주 새로운 일이나 살림을 짓습니다. 어버이라면 아이가 어느 길을 가든 모두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북돋아 주리라 생각해요.


  만화책 《신부 이야기》에 나오는 수많은 ‘신부’는 저마다 다른 넋이요 숨결입니다. 저마다 다를 뿐 아니라 저마다 새로운 기운과 꿈이 있는 사랑입니다. 이들 신부를 맞아들여서 새살림을 이루고 싶은 사내도 여느 사내하고 다른 넋이자 숨결일 뿐 아니라, 여느 사내하고 다른 기운하고 꿈이 있는 사랑이지요.


  남달리 빵을 잘 굽지만 바느질만큼은 매우 어설픈 ‘예비 신부’가 있습니다. 예비 신부는 모든 혼수를 스스로 바느질을 해서 마련해야 한답니다. 앞길이 까마득해서 늘 한숨이 나오지만, 새살림을 이루고 싶은 꿈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큽니다.


  언제나 새롭게 빵을 구울 적마다 스스로 꿈을 키웁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새로운 길을 그립니다. 앞으로는 좀 다르면서 즐거운 길을 걸어 보고 싶습니다. 남 눈치를 보지 않고서 스스로 마음을 곱게 바라보고 펼치면서 날갯짓을 하는 길로 나아가고 싶어요. 2017.8.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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