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발상의


발상의 전환 → 생각 바꾸기 / 생각 새로 하기


  ‘발상(發想)’은 “어떤 생각을 해냄. 또는 그 생각”을 뜻합니다. 이 한자말하고 늘 짝을 이루어 쓰이는 ‘전환(轉換)’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을 뜻해요. 그러니까 “발상의 전환”이란 “생각을 바꿈”을 뜻하는 셈입니다. “생각 바꾸기”를 가리키고, 생각을 바꾼다고 할 적에는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새롭게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발상의 전환을 이뤄 보자

→ 생각을 바꿔 보자

→ 생각을 고쳐 보자

→ 생각을 확 뒤집어 보자

→ 생각을 다르게 해 보자

→ 생각을 새롭게 해 보자

《정재환-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김영사,2005) 60쪽


나 같은 건 상상도 못 할 발상의 소유자

→ 나 같은 건 꿈도 못 꿀 생각을 품은 사람

→ 나 같으면 꿈도 못 꾸는 생각을 하는 사람

《히구라시 키노코/최미정 옮김-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158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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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6


 심심한 사과의 말씀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놓고 아이들은 “아이 심심해.” 하고 말합니다. 하는 일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두고 살림하는 어른들은 “국이 심심하네.” 하고 말합니다. 국물 간을 좀 싱겁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자말 ‘甚深’이나 ‘深深’을 쓰는 지식인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은 “심심한 감사”나 “심심한 사과”나 “심심한 조의”나 “심심한 경의”처럼 쓴다고 하는데, 한국 말투가 아닌 한자를 널리 받아들여서 쓰는 일본 말투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영어도 널리 쓰니까 한자말쯤이야 그리 안 대수로울 만합니다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처럼 말하는 어른을 아이가 바라본다면 무엇을 느낄 만할까요? “심심한 감사의 말씀”처럼 말하는 지식인을 여느 살림꾼이 마주한다면 무엇을 생각할 만할까요?


  아마 아이는 뭔 ‘사과’를 ‘재미없게’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테지요. 아마 살림꾼은 뭔 ‘사과’를 ‘싱겁게’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테지요.


  누구한테 사과한다고 말하려 한다면 “깊이 사과”하면 됩니다. “고개 숙여 사과”하면 돼요. “거듭 사과”할 수 있을 테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할 수 있습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우선 우레시노 시민 제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 먼저 우레시노 시민 모두한테 깊이 사과하는 말씀을 올린다

→ 먼저 우레시노 시민 여러분한테 고개 숙여 사과 말씀을 여쭌다

《손민호-규슈 올레》(중앙북스,2015) 40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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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14 18:11   좋아요 0 | URL
정말 무게를 실어야하는 말에는 함부로 쓸수없을 듯.
진심이 어딘지 애매해지니까..

숲노래 2016-01-14 21:08   좋아요 1 | URL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알맞게 쓰면 좋을 텐데,
한국말에 영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함부로 쓰는 일이
사라지면서
슬기롭게 말과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그장소] 2016-01-15 00:33   좋아요 0 | URL
저 댓글을 쓰기 바로 전에 저는 심심한 위로 ㅡ라면서 반 장난같은 말을 ㅡ하고 내려온 참이어서 그게 더 와닿았던 참이었어요.가서 고쳐야할까 하다 말았는데 늘 어렵습니다.말은 .
^^

숲노래 2016-01-15 05:16   좋아요 1 | URL
저도 말놀이나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그동안 즐겨 쓰기는 했는데
제대로 슬기로운 뜻을 담아서
말놀이나 말장난을 할 때에
비로소 스스로 생각을 살찌울 수 있다는 대목을
요즈음 들어서 새삼스레 해 봅니다.

그리고 모든 말을 굳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해야 하지는 않을 테지만,
어린이와 시골사람과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학교를 안 다닌 사람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눈높이를 헤아리면서
말을 쓸 때에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그장소] 2016-01-15 12:50   좋아요 0 | URL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입구 入口


 지하철 입구 → 지하철 나들목 / 지하철 어귀

 극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다 →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하다

 회의장 입구 → 회의장 앞 / 회의장 어귀


  ‘입구(入口)’는 “들어가는 통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순화”를 뜻합니다. 고쳐쓸 한자말인 만큼 ‘들목’으로든 ‘어귀’로든 고쳐쓸 노릇인데, 지하철을 타려고 들어가는 곳은 지하철에서 내린 뒤 나오는 곳이기도 하기에 “지하철 나들목”처럼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여느 집이나 건물에서는 ‘들어오는 곳’이나 ‘들어가는 곳’이라 하면 됩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마을 입구

→ 마을 어귀

→ 마을 앞

→ 마을 들머리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284쪽


마을 입구가 가까워지자

→ 마을 앞이 가까워지자

→ 마을 어귀가 가까워지자

→ 마을이 가까워지자

《김경희-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2015) 128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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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설명 說明


 설명이 끝나자 → 이야기가 끝나자

 친구의 설명만으로는 → 동무가 해 준 말만으로는

 잘 설명되어 있다 → 잘 풀이되어 있다

 교리를 설명하다 → 교리를 들려주다

 인수 분해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 인수 분해를 알려주셨다


  ‘설명(說明)’은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밝히다’라는 낱말은 아직 안 드러나거나 안 알려진 대목을 잘 드러내 보이거나 알려지도록 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국말사전 뜻풀이에 적힌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은 “잘 알 수 있도록 말함”이나 “밝혀 말함”처럼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여러모로 살핀다면, 한국말은 ‘말하기’나 ‘밝혀 말하기’나 ‘밝히기’라 할 만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얘기하다·이야기하다’를 쓸 수 있고, ‘다루다’나 ‘풀이하다’를 써도 잘 어울립니다. 4349.1.14.나무.ㅅㄴㄹ



긴 설명은 하지 않겠다

→ 길게 말하지 않겠다

→ 길게 밝혀 말하지 않겠다

→ 길게 밝히지 않겠다

→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 길게 다루지 않겠다

《이오덕-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138쪽


큰 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 큰 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 큰 소리로 얘기해 주었다

→ 큰 소리로 풀이해 주었다

→ 큰 소리로 잘 알려주었다

→ 큰 소리로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 큰 소리로 똑똑히 이야기했다

《하이타니 겐지로/김은하 옮김-우리 모두 가위바위보!》(예꿈,2008) 60쪽


미레유 아줌마의 설명을 듣고

→ 미레유 아줌마 얘기를 듣고

→ 미레유 아줌마 말을 듣고

→ 미레유 아줌마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

→ 미레유 아줌마가 하는 말을 듣고

《수지 모건스턴/이세진 옮김-엠마의 비밀 일기》(비룡소,2008) 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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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약 約


 약 두 시간 동안 → 거의 두 시간 동안

 약 2만 명에 이른다 → 얼추 2만 명에 이른다

 약 5초 후에 → 한 5초 뒤에

 약 십만 원은 아닐까 → 어림잡아 십만 원은 아닐까

 한 이개월은 걸린 듯해 → 어림해서 두 달은 걸린 듯해


  ‘약(約)’은 “‘대강’, ‘대략’의 뜻으로, 그 수량에 가까운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강(大綱)’은 “1. 자세하지 않은,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 ‘요지’, ‘줄거리’로 순화 2.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를 뜻하고, ‘대략(大略)’은 “1. 대충 줄거리만 추려서 2.대충 어림잡아서”를 뜻한다고 해요. 그리고 ‘대충(大總)’은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를 뜻한다고 합니다.


  ‘대강’은 첫째 뜻이 ‘줄거리’로 고쳐써야 한다는데 ‘대략’하고 거의 비슷하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략’ 뜻풀이를 살피니, “대략 = 대충 + 줄거리 추려서”이거나 “대략 = 대충 + 어림잡아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약 = 대강·대략 = 대충·줄거리 추림·어림잡다 = 대강”이에요. 말풀이가 빙글빙글 돕니다.


  이모저모 살피면, ‘약·대략·대강·대충’은 거의 같거나 비슷하게 쓰는 한자말입니다. 한국말로는 ‘거의·얼추·한·어림잡아·어림하여’입니다. 4349.1.12.불.ㅅㄴㄹ



남북 약 500킬로 규모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거의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얼추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한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 남북으로 어림해서 500킬로 크기로 우뚝 솟은 봉우리

《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56쪽


약 한 달 후에

→ 거의 한 달 뒤에

→ 얼추 한 달 뒤에

→ 한 달 즈음 뒤에

→ 한 달쯤 뒤에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232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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