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84] 바로밥, 빠른밥



  추운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밥이며 국을 그때그때 뜨끈뜨끈하게 끓여요. 따뜻한 것을 몸에 넣으면 몸은 이 따뜻한 기운을 받아서 기뻐하지요.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밥이며 국을 앞에 놓고도 밥상맡에서 장난을 치며 놀면 어느새 밥이며 국이 식어요. 바로 먹지 않으니 이내 차갑게 식지요. 어머니나 아버지가 많이 바쁘면 밥을 바로바로 차리지 못합니다. 때로는 전화를 걸어서 바깥밥을 시켜서 먹고, 때로는 나들이를 나와서 바깥에서 사다 먹어요. 어느 때에는 집에서 손쉽게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밥을 장만해서 먹습니다. 끓는 물에 넣고 몇 분을 기다린다든지 전자레인지에 몇 분을 돌리면 되는 밥인데, 이른바 ‘바로밥’입니다. ‘즉석 식품’이라고도 해요. 라면도 끓는 물에 넣고 양념을 타면 곧바로 먹을 수 있으니 ‘바로밥’ 가운데 하나예요. 햄버거를 파는 곳에서는 우리가 이것저것 달라고 시키면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척척 내어줍니다. 이런 곳에서는 우리한테 ‘빠른밥’이나 ‘빠른빵’을 베푼다고 할 만해요. 이를 ‘패스트푸드’라고도 합니다. 집에서 느긋하게 한두 시간쯤 걸려서 차근차근 지어서 먹는 밥이라면 아무래도 천천히 누리는 밥이니 ‘느린밥’이 될까요? 영어로는 ‘슬로푸드’라고도 해요.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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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3] 점글·점길·손말·손빛



  눈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으로 앞을 보면서 이웃을 사귀어요. 눈으로 앞을 볼 적에는 눈에 기대어 글씨를 읽고 얼굴빛을 살핀다면, 마음으로 앞을 볼 적에는 오로지 마음으로 서로서로 어떤 숨결일까 하고 읽지요. 마음으로 앞을 보는 사람은 ‘손’을 써서 ‘손결(손 느낌)’로 물건을 느끼고 얼굴을 느끼며 글씨를 헤아려요. 하얀 종이에 조그마한 동그라미 무늬를 오돌토돌하게 내어 손끝으로 살펴서 읽도록 하는 글씨를 헤아립니다.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글씨를 가리켜 ‘점글(점자)’이라 해요. 때로는 길바닥에 있는 살짝 도톰하게 튀어나온 판을 볼 수 있어요. 길바닥에 있는 도톰하게 튀어나온 판은 바로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걸어다닐 적에 길을 잘 어림하도록 돕는 자리이지요. 이러한 길은 ‘점길(점자블록)’인 셈입니다. 그리고 말을 입이 아닌 손으로 나누는 사람이 있어요. 손으로 말을 나누려면 손짓하고 손가락짓을 바지런히 하지요. 이처럼 손으로 나누는 말은 ‘손말(수화)’이라 합니다. 손말을 나누는 이웃이 있으면 즐겁게 손말을 배워 보셔요. 우리 두 손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고운 손빛이 됩니다.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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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78 : 뱉고 토하다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토해낸

→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뱉어낸

→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내쉰

→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쏟아낸


토하다(吐-)

1. = 게우다

2. 밖으로 내뿜다

3. 느낌이나 생각을 소리나 말로 힘 있게 드러내다



  한숨은 ‘쉽’니다. 한숨을 크게 쉰다고 한다면 ‘뱉는다’고도 하는데, 이보다 더 크게 뱉는다면 ‘내뱉는다’고 할 만합니다. ‘내쉰다’나 ‘쏟아낸다’고도 할 만합니다. 입에서 나오는 숨이기에 ‘쉬다·뱉다’ 같은 낱말을 써요. 물이나 불이나 냄새나 빛이나 느낌을 밖으로 내놓을 적에는 ‘뿜다’ 같은 낱말을 쓰고요. ‘게우다’를 가리키는 ‘吐하다’를 빌어서 한숨쉬기를 가리킬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같은 말을 잇달아 쓰고 싶지 않다면 ‘뱉다·내뱉다·쉬다·내쉬다’를 섞으면 됩니다. 4349.1.20.물.ㅅㄴㄹ



한숨을 뱉어냈다 … 동시에 한숨을 토해낸 … 내뱉은 한숨이

→ 한숨을 뱉어냈다 … 나란히 함숨을 내쉰 … 내뱉은 한숨이

《김경희-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2015) 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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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새롭게 살려서 쓰자고 하는 이야기를 적은 짧은 글을 이모저모 크게 손질해서 새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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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남녘과 북녘이 갈라지고 난 뒤부터 한 나라는 두 나라가 되었고, 이동안 두 나라에서 쓰는 말이 차츰 벌어져요. 나라는 같아도 고장이 다르면 말이 다르기 마련이라서 고장말(사투리)이 있지요. 고장마다 다르면서 즐겁게 쓰는 고장말이에요. 그런데, 우리 삶터에서는 남녘하고 북녘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되면서 ‘동무’라고 하는 살갑고 오래된 낱말이 짓밟혔어요. ‘동무’라는 낱말은 마치 북녘에서만 써야 하는 낱말인듯이 윽박지른 어른이 많았어요. 이리하여 남녘에서는 ‘친구’라는 한자말을 써야 했습니다. 남녘에서 새롭게 태어나 자라는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무’라는 낱말은 어쩐지 낯선 말로 여겨야 했어요. 그러나 ‘동무’라는 낱말은 ‘글동무·소꿉동무·어깨동무·놀이동무·길동무·책동무’ 같은 낱말에 씩씩하게 남았지요. 한 나라가 두 나라로 바뀌었어도 오래도록 사람들 삶에 뿌리내린 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아요. 이제 우리는 남녘하고 북녘 사이에서도 기쁘고 사랑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평화를 찾아야지 싶어요. 이웃에 있는 다른 나라하고도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게 웃는 웃음동무도 되고 노래동무도 되며 꿈동무도 되는 삶으로 거듭나야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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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기름



  마치 사람 손바닥처럼 생긴 잎이 돋는 풀이 있어요. ‘아주까리’라는 풀인데, 이 풀에서 꽃이 핀 뒤에 씨앗이 여물어 열매가 맺으면, 이 열매를 얻어서 기름을 짜요. ‘아주까리기름’은 여러모로 살림을 북돋우는 구실을 해요. 우리가 쓰는 여러 가지 기름을 살피면 으레 풀씨나 풀알(풀 열매)에서 얻어요. 참기름은 참깨를 짜서 얻고, 들기름은 들깨를 짜서 얻지요. 이밖에도 해바라기씨나 포도씨를 짜서 기름을 얻고, 유채씨를 짜서 기름을 얻기도 해요. 콩알을 짜서 얻는 기름이라면 콩기름이고, 옥수수알을 짜서 얻는 기름이라면 옥수수기름이에요. 우리가 쓰는 기름을 놓고 이처럼 어느 풀씨나 풀알에서 얻은 기름인가 하고 이름을 붙이면 알아보기 쉽지요. 그렇지만 어른들은 이런 쉬운 이름보다는 ‘캐놀라유’나 ‘채종유’처럼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해요. ‘캐놀라유·채종유’는 ‘유채기름(유채씨기름)’을 가리킨답니다. ‘아주까리기름’을 놓고도 ‘피마자유’ 같은 이름을 쓰려는 어른이 많아요. 그런데 말이지요, 시골에서 살며 아주까리풀이랑 아주까리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어린이라면 ‘아주까리’라는 이름도 똑같이 어려우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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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꽃



  조그마한 봄꽃을 놓고 세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아기 손톱만큼 조그마하면서 보랏빛 꽃송이가 피는 봄꽃인데, 이를 놓고 ‘봄까지꽃·봄까치꽃·개풀알풀꽃’이라고 가리키곤 해요. 이 가운데 ‘봄까지꽃’이 옳고 알맞게 쓰는 이름이에요. 이 봄꽃은 한겨울에 볕이 포근할 적부터 떡잎이 돋고 꽃망울이 터져요. 이러다가 봄이 저물고 여름으로 접어들면 모두 시들어서 사라지지요. 이름 그대로 “봄까지 피는 꽃”이기에 ‘봄까지꽃’이랍니다.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은 이 봄꽃 이름을 어느 분이 잘못 알아듣고 시를 쓰면서 잘못 퍼졌어요. ‘개불알풀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식물학자가 붙인 이름을 한국 학자가 고스란히 옮긴 이름이고요. 세 가지 이름을 놓고 어느 이름을 쓰더라도 우리 마음에 사랑이 있으면 될 노릇이에요. 이름 때문에 꽃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이 작은 봄꽃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요. 작은 들꽃 한 송이한테는 누가 어떤 이름을 어떻게 지어서 붙일 적에 더없이 사랑스레 어울리면서 고울까요? 꽃이름은 예부터 이 꽃을 가까이 두며 아낀 사람이 붙일 만할까요, 아니면 식물학자한테 맡겨서 붙일 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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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빛



  제비꽃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하얗게 꽃송이를 피우는 제비꽃이 있고, 노랗게 꽃잎을 벌리는 제비꽃이 있어요. 가장 흔히 볼 만한 제비꽃이라면 보랏빛입니다. 한겨울에도 볕이 잘 드는 자리에서 씩씩하게 고개를 내미는 제비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제비꽃은 으레 ‘보랏빛’이라 하는데, 보랏빛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제비꽃빛’을 쓸 만하겠구나 싶어요. 하얗거나 노란 제비꽃을 볼 적에는 ‘흰제비꽃빛’이나 ‘노란제비꽃빛’이라 말하면 될 테고요. 그래서 빛깔을 나타낼 적에 꽃빛을 놓고 여러모로 재미나게 빛깔 이름을 지어 볼 수 있어요. 감꽃빛, 살구꽃빛, 탱자꽃빛, 벚꽃빛, 개나리꽃빛, 민들레꽃빛, 모과꽃빛, 능금꽃빛, 배꽃빛, 오얏꽃빛, 복숭아꽃빛, 콩꽃빛, 배추꽃빛, 무꽃빛, 유채꽃빛, …… 그야말로 모든 꽃은 저마다 꽃빛이 다르니, 이 다르면서 고운 꽃송이하고 꽃내음을 헤아리는 빛깔말을 지을 만하지요. 꽃빛으로 빛깔을 가리키면 빛깔뿐 아니라 그윽한 냄새까지 우리 마음으로 스며들리라 느껴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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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2] 툭탁질



  작은 일을 놓고 둘이 다툽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다투다가 어느새 손이 올라가더니, 한 사람이 때리고 다른 한 사람이 맞다가, 맞은 사람도 때린 사람을 때리면서 마구 뒤엉켜서 큰 싸움으로 번집니다. 작은 일을 놓고 둘이 옥신각신합니다. 한쪽이 옳으면 다른 한쪽은 그른 셈입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더니 다시 다툼질이 되고 싸움질로 되고 말아요. 작은 일을 놓고 서로 뜻이 안 맞습니다. 한번은 가볍게 티격을 벌이다가, 이내 티격태격 말소리가 높아지고, 어느새 툭탁거리면서 눈알을 부라리기까지 합니다. 어린이도 때때로 툭탁거리는 툭탁질을 합니다. 어른도 곧잘 툭탁거리면서 툭탁질을 해요. 우리는 누구나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마음이 다르기 마련일 텐데,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를 찬찬히 헤아리지 못한 나머지 그만 다툼질을 하고 싸움질을 하며 툭탁질을 하고 티격질을 해요. 잘못하다가는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나올 수 있어요. 이러다가는 서로 마음이 크게 다쳐서 앞으로 앙금이 깊이 쌓일 수 있어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툭탁거리는 소리가 잦아듭니다.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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