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열네 개의 반지


너는 열네개의 반지를 끼고 왔구나

→ 너는 반지 열네 개를 끼고 왔구나

→ 너는 열네 반지를 끼고 왔구나

《김중일-내가 살아갈 사람》(창비,2015) 18쪽


  “물 한 잔”처럼 적을 때에만 한국 말투입니다. “한 잔의 물”처럼 적으면 번역 말투입니다. 반지를 가리킬 적에도 “반지 열네 개”처럼 적어야 비로소 한국 말투입니다.


세명의 악동과 탈진한 고양이

→ 세 악동과 탈진한 고양이

→ 세 장난꾸러기와 기운 빠진 고양이

《김중일-내가 살아갈 사람》(창비,2015) 50쪽


  사람을 셀 적에는 “악동 세 명”이나 “악동 세 사람”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또는 “세 악동”이라 하면 되지요. ‘악동(惡童)’은 ‘장난꾸러기’로 손보고, ‘탈진(脫盡)한’은 ‘기운 빠진’으로 손봅니다.


여러 번의 수리를 거쳤음에도

→ 여러 번 손질을 했는데도

→ 여러 번 손을 보았는데도

→ 여러 번 고쳤는데도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94쪽


  ‘수리(修理)하다’는 ‘손보다’나 ‘고치다’를 뜻해요. 그러니 “여러 번 손보았는데”나 “여러 번 고쳤는데”나 “여러 번 손질했는데”로 보기글을 손보면 됩니다.


왜 일반인의 눈을 피하려는 거죠?

→ 왜 일반인 눈을 피하려는 거죠?

→ 왜 사람들 눈을 꺼리지요?

→ 왜 사람들 눈에 안 뜨이려 하지요?

《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칠석의 나라 2》(학산문화사,2014) 78쪽


  이 보기글에서는 ‘-의’만 덜어도 됩니다. ‘일반인(一般人)’은 그대로 둘 수도 있고 ‘사람들’로 손질해도 됩니다.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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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정원 庭園


  정원을 가꾸다 → 꽃밭을 가꾸다

  정원을 꾸미다 → 마당을 꾸미다


  ‘정원(庭園)’은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뜻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뜰’이나 ‘꽃밭’을 한자말로는 ‘정원’으로 적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여러 가지 한국말을 돌아볼 만합니다. 이를테면 ‘마당·앞마당·뒷마당’이나 ‘뜰·앞뜰·뒤뜰·뜨락’이나 ‘밭·꽃밭·텃밭·앞밭·뒷밭·풀밭’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4349.1.22.쇠.ㅅㄴㄹ



정원에 거북 한두 마리 정도는

→ 잔디밭에 거북 한두 마리쯤은

→ 뒤뜰에 거북 한두 마리 남짓은

→ 마당에 거북 한두 마리 즈음은

《로알드 알/지혜연 옮김-아북거 아북거》(시공주니어,1997) 9쪽


정원에 갔습니다

→ 뜰에 갔습니다

→ 꽃밭에 갔습니다

→ 풀숲에 갔습니다

→ 마당에 갔습니다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베블링 북스 옮김-평화를 그리는 티베트 친구들》 37쪽


정원에서 함께 차를 마셨어요

→ 마당에서 함께 차를 마셨어요

→ 앞마당에서 함께 차를 마셨어요

→ 뜰에서 함께 차를 마셨어요

→ 앞뜰에서 함께 차를 마셨어요

《조이 카울리/홍연미 옮김-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0) 2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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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요란 搖亂/擾亂


더욱 요란을 떨었다 → 더욱 수선을 떨었다

한바탕 요란을 떨고 나면 → 한바탕 수선을 떨고 나면

요란한 박수 소리 → 시끄러운 손뼉 소리

코를 요란하게 골다 → 코를 시끄럽게 골다

요란한 몸짓 → 어수선한 몸짓 / 떠들썩한 몸짓

시절이 요란하다 → 때가 어수선하다


  ‘요란(搖亂/擾亂)’은 “1. 시끄럽고 떠들썩함 2. 정도가 지나쳐 어수선하고 야단스러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시끄럽다’나 ‘떠들썩하다’나 ‘어수선’이라는 한국말을 한자로 옮겨서 ‘요란’이 되는 셈이에요. 한바탕 떠들썩하거나 어수선한 자리는 ‘북새통’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4349.1.22.쇠.ㅅㄴㄹ



요란하게 꽉꽉거렸어요

→ 시끄럽게 꽉꽉거렸어요

→ 귀가 따갑게 꽉꽉거렸어요

→ 큰소리로 꽉꽉거렸어요

《조이 카울리/홍연미 옮김-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0) 24쪽


지나치게 요란하지 않고

→ 지나치게 시끄럽지 않고

→ 지나치게 북적대지 않고

→ 지나치게 떠들썩하지 않고

→ 지나치게 어수선하지 않고

→ 지나치게 어지럽지 않고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43쪽


두들겨 패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 두들겨 패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 두들겨 패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려온다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128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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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91] 쿨쿨노래



  일할 적에 노래를 부른다면 ‘일노래’예요. 놀면서 부르는 노래는 ‘놀이노래’이고요. 밥을 먹는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면 ‘밥노래’가 되고, 생일에 부르는 노래는 ‘생일노래’이지요. 학교에서는 ‘학교노래’가 있고, 나라마다 ‘나라노래’가 있어요. 해를 좋아한다면 ‘해노래’를 부를 만하고, 달을 좋아하면 ‘달노래’를 부를 만해요. 누군가는 ‘숲노래’를 부를 테고, 누군가는 ‘바다노래’를 부를 테지요. 어린이는 ‘어린이노래’를 부르니, 어른은 ‘어른노래’를 부를까요? 시골사람은 시골에서 ‘시골노래’를 부르니, 서울사람은 서울에서 ‘서울노래’를 부릅니다. 기쁠 적에는 ‘기쁨노래’를 부르고, 슬플 때에는 ‘슬픔노래’를 불러요. ‘웃음노래·눈물노래’가 있고, ‘꿈노래·사랑노래’가 있어요. 어버이는 아이를 재우려고 잠자리에서 ‘자장노래’를 부르는데, 쿨쿨 잘 자라면서 ‘쿨쿨노래’도 불러요. 쿨쿨노래는 쿨쿨 자라는 노래이니,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을 재울 적에도 쓸 만한 재미난 이름이 되리라 느껴요. 자, 이밖에 우리는 또 어떤 노래를 부를 만할까요?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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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90] 가시내와 머스마



  시골에서는 ‘가시내’나 ‘가시나’ 같은 말을 쓰고, ‘머스마’나 ‘머스매’ 같은 말을 써요. 서울말로 친다면 ‘계집’하고 ‘사내’이지요. 한자말로는 ‘여자’와 ‘남자’이고요. 나라마다 말이 달라서 영어로는 ‘우먼’이랑 ‘맨’이라고 해요. 영어와 한자말과 한국말을 놓고 본다면, 높거나 낮은 말이 따로 없어요. 모두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다른 삶으로 쓰는 말이랍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꽤 오래 이웃나라한테 짓눌리는 식민지를 살아야 했고, 이에 앞서는 중국을 섬겨야 하는 정치가 있었어요. 이 때문에 이웃나라한테 짓눌리던 무렵에는 일본말하고 일본 한자말 물결에 한국말이 억눌렸고, 중국을 섬기던 정치가 있던 때에는 중국말하고 중국 한자말 물결에 한국말이 짓눌렸지요. 설 자리가 아슬아슬한 채 흘러온 한국말이던 셈인데, 교과서나 책이나 방송에서 ‘가시내(가시나·계집)’라든지 ‘머스마(머시매·사내)’ 같은 한국말을 잘 안 쓴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말은 오래도록 삶과 살림과 사람과 사랑을 담아서 나누던 말이에요. 시골에서는 시골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오늘도 꾸준히 쓰는 말이고요.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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