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81 : 용도로 쓰다



지금의 용도로 쓰고 있다

→ 지금처럼 쓴다

→ 이렇게 쓴다


용도(用途) : 쓰이는 길. 또는 쓰이는 곳



  ‘용도’는 “쓰이는 길”을 뜻하니 “용도로 쓰고”처럼 쓰는 글은 “쓰이는 길로 쓰고” 꼴입니다. ‘쓰다’라는 말이 잇달아 나옵니다. “잠을 잔다”나 “꿈을 꾼다”처럼 “씀(쓰임새)을 쓴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이렇게도 쓸 테지만, “씀을 쓰다”라든지 “쓰임새를 쓰다”처럼 쓰는 일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사용(私用)’이라는 한자말은 “공공의 물건을 사사로이 씀”을 뜻하고, ‘사용(使用)’이라는 한자말은 “씀”으로 고쳐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같은 한국말사전 보기글은 여러모로 엉뚱한 겹말인 셈입니다. 2016.2.12.쇠.ㅅㄴㄹ



할 수 없이 지금의 용도로 쓰고 있다 한다

→ 할 수 없이 지금처럼 쓴다고 한다

→ 할 수 없이 이렇게 쓴다고 한다

→ 할 수 없이 이러한 쓰임새라고 한다

→ 할 수 없이 이 쓰임새가 되었다고 한다

《채현국·정운현-쓴맛이 사는 맛》(비아북,2015) 3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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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겸 兼


 아침 겸 점심 → 아침이자 점심 / 아침점심

 강당 겸 체육관 → 강당이자 체육관 / 강당이면서 체육관

 약제사 겸 사환 → 약제사이자 사환 / 약제사이며 사환

 얼굴도 볼 겸 → 얼굴도 보고 / 얼굴도 보려고 / 얼굴도 볼 생각


  ‘겸(兼)’은 “1. (둘 이상의 명사 사이에 쓰여) 그 명사들이 나타내는 의미를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 2. (어미 ‘-을’ 뒤에 쓰여)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이나 행위를 아울러 함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아우르거나 엮을 적에는 ‘-이자’나 ‘-요’나 ‘-이며’나 ‘-이면서’나 ‘-이고’를 붙이면 돼요. 2016.2.12.쇠.ㅅㄴㄹ



쑥 뜯기는 대개 아이들의 놀이 겸 일이다

→ 쑥 뜯기는 으레 아이들한테 놀이요 일이다

→ 쑥 뜯기는 흔히 아이들한테 놀이이자 일이다

→ 쑥 뜯기는 거의 아이들한테 놀이이면서 일이다

《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40쪽


아들아, 겸상을 하자, 오늘만은

→ 아들아, 밥상 같이 받자, 오늘만은

→ 아들아, 한 밥상 먹자, 오늘만은

→ 아들아, 함께 먹자, 오늘만은

《유종인-얼굴을 더듬다》(실천문학사,2012) 19쪽


확인할 겸 전화를 걸었다

→ 확인도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 확인할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 알아보려고 전화를 걸었다

→ 알아볼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옮김-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달팽이,2015) 34쪽


앞서 언급한 작가 겸 번역가

→ 앞서 말한 작가이자 번역자

→ 앞서 밝힌 작가요 번역자

→ 앞서 얘기한 작가이면서 번역자

→ 앞서 든 작가이고 번역가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45쪽


피서 겸 메기어탕을 맛보러

→ 더위도 씻고 메기국을 맛보러

→ 더위도 잊고 메기국을 맛보러

《채현국·정운현-쓴맛이 사는 맛》(비아북,2015) 1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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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배타적


 배타적 성격 → 꽉 막힌 성격 / 남을 내치는 매무새

 배타적 민족주의 → 꽉 막힌 민족주의

 배타적 감정 → 남을 멀리하는 마음 / 다른 이를 꺼리는 마음

 배타적 경제수역 → 넘볼 수 없는 경제수역


  ‘배타적(排他的)’은 “남을 배척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배척(排斥)’은 “따돌리거나 거부하여 밀어 내침”을 뜻한다 하는데, ‘거부(拒否)’는 “요구나 제의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남을 받아들이지 않는”이나 “남을 물리침”이나 “남을 밀어 냄”을 가리키는 ‘배타적’인 셈입니다.


 그의 태도는 너무 배타적이다

→ 그는 너무 혼자만 생각한다

→ 그는 너무 남을 멀리한다

→ 그는 너무 제 울타리에 갇혔다

 정권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음모

→ 정권을 홀로 차지하려는 꿍꿍이

→ 정권을 혼자서 움켜쥐려는 속셈


  성격이 ‘배타적’이라 한다면 “남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니까 “꽉 막힌” 모습이라 할 만합니다. “남을 멀리한다”든지 ‘꺼린다’고도 할 만해요. 사회에서 흔히 쓰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배타적 권리” 같은 자리에서는 “혼자 차지한다”를 뜻하는 ‘독점(獨占)’하고 매우 비슷합니다. 이럴 때에는 “넘볼 수 없는”이나 “끼어들 수 없는”을 가리킨다고 할 만해요. “배타적 민족주의”나 “배타적 국수주의”처럼 쓸 적에는 “남을 내치는”이나 “이웃을 내치는”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6.2.12.쇠.ㅅㄴㄹ



외국어라고 배타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 외국말이라고 꺼려하면

→ 외국말이라고 싫어하면

→ 외국말이라고 멀리하면

→ 외국말이라고 안 쓰겠다고 하면

《김영교-가난한 마음》(성바오로출판사,1979) 72쪽


서로를 배타적인 존재로 만든다

→ 서로를 싫어하게 한다

→ 서로를 미워하게 한다

→ 서로 치고받게 한다

→ 서로 남남이 되도록 한다

→ 서로 등돌리게 한다

《엘리아스 카네티/반성완 옮김-군중과 권력》(한길사,1982) 347쪽


그 영역을 한 마리의 여우가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 그 자리를 여우 한 마리가 혼자 가지지는 않는다

→ 그 터를 여우 한 마리가 홀로 거느리지는 않는다

→ 그곳을 여우 한 마리가 다른 여우를 밀어내고 다스리지는 않는다

→ 그 둘레를 여우 한 마리가 외따로 다스리지는 않는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회색곰 왑의 삶》(지호,2002) 212쪽


배타적인 특정한 개인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 몇몇 사람들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 몇 안 되는 사람들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 고작 몇 사람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 몇몇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 몇몇 사람들한테 들어간다면

《레프 톨스토이/조윤정 옮김-국가는 폭력이다》(달팽이,2008) 35쪽


배타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 꽉 막힌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 답답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 안 좋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 꺼림칙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 얄궂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싼마오/조은 옮김-사하라 이야기》(막내집게,2008)


사람들에게 상호 배타적인 두 영역 사이에서

→ 사람들에게 서로 동떨어진 두 자리 사이에서

→ 사람들한테 서로 다른 두 자리 사이에서

→ 사람들한테 서로 엇갈리는 두 자리 사이에서

《질베르 리스트/최세진-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봄날의책,2015) 8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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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과문 寡聞


 아직 과문한 탓으로 → 아직 못 들은 탓으로 / 아직 모르는 탓으로

 과문의 소치에서 비롯된 잘못 / 잘 알지 못한 탓에서 비롯된 잘못

 내가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 내가 보고 듣지 못해서인지 몰라도


  ‘과문(寡聞)’은 “보고 들은 것이 적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뜻대로 “보고 들은 것이 적음”으로 손질하면 되고, “잘 모르는”이나 “잘 알지 못하는”이나 ‘모르는’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보거나 들은 것이 적을 적에는 “잘 모른다”거나 ‘모른다’고 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2016.2.12.쇠.ㅅㄴㄹ



과문(寡聞)인지 몰라도 내가 알기에는 없다

→ 아는 것이 적어서인지 몰라도 내가 알기에는 없다

→ 보고 들은 것이 적어서인지 몰라도 내가 알기에는 없다

→ 잘 몰라서 그러겠지만 내가 알기에는 없다

→ 잘은 몰라도 내가 알기에는 없다

《웬델 베리/박경미 옮김-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2006) 37쪽


물론 내가 과문했던 탓이지만

→ 다만 내가 몰랏던 탓이지만

→ 그러나 내가 듣지 못한 탓이었지만

→ 아무래도 내가 잘 몰랐던 탓이지만

《채현국·정운현-쓴맛이 사는 맛》(비아북,2015) 18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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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7] 닭고기버거



  불에 구워서 먹는 고기이기에 ‘불고기’입니다. 그러면 물에 끓여서 먹으면 ‘물고기’일까요? 어느 모로 보면 물에 끓여서 먹는 고기는 ‘물고기’가 될 테지만,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고기를 따로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냇물에서 사는 물고기는 ‘민물고기’라 하고,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는 ‘바닷물고기’라고 해요.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고기라면, 물이 아는 땅에서 사는 고기는 ‘뭍고기’가 되어요. ‘뭍’은 섬이나 바다에서 땅을 바라보면서 가리키는 말이에요. 아무튼, 물을 끓여서 고기를 먹을 적에는 ‘삶은고기’라 해요. 이때에는 ‘삶다’라는 말을 쓰거든요. 불에 굽는 고기 가운데 돼지를 구우면 ‘돼지불고기’이고, 소를 구우면 ‘소불고기’예요. 푹 고아서 끓이는 국을 ‘곰국’이라고 하기에, 닭을 오래 끓여서 국물을 우려낼 적에는 ‘닭곰국’이 되어요.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겨서 먹을 적에는 ‘돼지고기튀김’이에요. 이 돼지고기튀김을 가리키는 일본말로 ‘돈가스’가 있고, 물고기를 튀긴 일본 밥으로 ‘생선가스’가 있지요. ‘생선가스’는 한국말로 하자면 ‘물고기튀김’이에요. 햄버거 가운데 소고기를 넣으면 ‘소고기버거’이고, 돼지고기를 넣으면 ‘돼지고기버거’이며, 닭고기를 넣으면 ‘닭고기버거’나 ‘닭튀김버거’예요.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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