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
이태용 지음 / 세로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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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8.

읽었습니다 184



  글쓴이가 ‘바바라 쿠니’ 그림책 하나를 짚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목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아이’하고 ‘어른’이 어떤 숨결인가를 읽으려고는 하지 않았네 하고 느껴 아쉽습니다. 나이만 먹거나 몸뚱이만 크기에 ‘어른’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나이만 먹거나 몸뚱이만 크면 ‘늙은이’입니다. 아이다운 눈빛을 고이 건사하면서 슬기롭고 상냥하게 삶을 이야기하는 사랑으로 하루를 손수 짓는 살림빛으로 걸어가는 사람이기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풀은 왜 ‘풀’이고, 꽃은 왜 ‘꽃’일까요? 가장 쉽고 흔한 우리말부터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 모든 일이나 뜻은 어긋나게 마련입니다.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을 읽으며 아쉽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다들 서울에 스스로 갇혀서 다들 부릉부릉 쇳덩이에 몸을 싣다 보면, 아무리 그림책을 읽고 씨앗을 손바닥에 얹어도 씨앗 마음을 눈빛으로 읽고 나누지 못 할 뿐인 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이태용 글, 세로, 2021.11.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한테서 배우려 하면 책도 글도 다를 테고 그림책을 읽는 눈도 바뀔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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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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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8.

읽었습니다 183



  아이들이 어느 책을 사고 싶다고 할 적에 세 가지로 물어봅니다. 첫째, 어버이 마음으로 아이 마음한테 속으로 묻지요. 둘째, 입을 열어 아이한테 “이 책을 장만해서 무엇을 누리고 앞으로 얼마나 되읽을 만하니?” 하고 묻습니다. 셋째, 아이가 고른 책을 어버이로서 앞으로 얼마나 펼칠 만할까 하고 스스로 묻습니다. 아이들한테 “책집 골마루에 서서 읽고 앞으로 더 볼 일이 없을 책”하고 “우리 집 한켠에 놓고서 자꾸자꾸 다시 읽고 싶을 책”을 헤아려 보라고 얘기합니다. 다만, 이렇게만 얘기하고 ‘어떤 잣대’를 세우면 즐겁거나 아름다운가는 아이들 스스로 짓도록 지켜보기만 합니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읽었습니다. ‘이야기꽃’에서 펴내는 그림책이 어떤 결인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왜 더 이야기를 안 하고 맺는지, 왜 아이 눈높이가 아닌 어른 눈높이인지, 왜 꿈길을 사랑하는 살림길보다는 틀(사회의식)이 깊은지, 이제서야 알겠어요. 가르치는 그림책은 갇힙니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글, 이야기꽃, 2022.1.3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훈계나 교육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되,

그림책이란

훈계나 교육보다는

또 주의주장이나 사회의식보다는

또 정치의식보다는


아이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오는 동안

이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스스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숲빛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씨앗으로 물려준다는

기쁜 눈물웃음이 바탕인

이야기일 적에

비로소 빛나리라 느낀다.


이쪽이어야 옳다고 어른스레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사랑이라면 이쪽도 저쪽도 없다.

사랑은 크거나 작지 않다.


우리나라 그림책이 제자리걸음뿐 아니라

뒷걸음까지 치면서

한켠에서는 캐릭터 장사를 하고

다른켠에서는 훈계와 계몽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림책이 그림책스럽게 꽃피어나는

즐거운 춤노래라고 하는 숨결을

이켠도 저켠도 다 등돌리는구나 싶다.


엘사 베스코브, 윌리엄 스타이그, 

가브리엘 벵상, 이와사키 치히로,

이런 이들은 훈계도 계몽도 사회의식도 없다.

그저 사랑만 있다.


우리나라는 사랑으로 그림책을 여미는

눈길도 손길도 마음길도 없이

저마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서

저마다 옳다고만 외치는구나 싶다.


그러나

이 모든 틀을 벗으려고 하는

이웃님이 곳곳에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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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보급판) - 개정증보판 한국 생물 목록 12
박종길 지음 / 자연과생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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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5.

읽었습니다 182



  인천에서 나고자란 삶이지만, 바닷가 갈매기뿐 아니라 수봉공원·자유공원 비둘기하고, 냇가 흰새(백로)를 날마다 만났고, 골목하고 배움터(학교) 곁에는 참새하고 직박구리가 흔했습니다. 어린날에는 제비하고 박쥐를 늘 마주했어요. 때로는 매하고 수리를 높은하늘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며 시골에서나 큰고장(도시)에서나 새바라기를 하고, 새노래를 들으면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면서 “무슨 새일까? 노래가 어떻게 들려?” 하고 아이들한테 묻습니다. 새바라기 어버이를 둔 아이들은 저절로 새바라기로 자랍니다.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를 아이들한테 장만해 주었어요. 아이들은 “근데 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워?” 하고 묻습니다. “왜 새를 ‘새’라 안 하고 ‘야생조류’라고 해? ‘필드 가이드’는 뭐야?” 하고 따집니다. “너희 아버지가 이 책을 내지 않았지만 잘못했구나. ‘들에서 보는 새’처럼 우리 곁 새를 이야기하면 한결 나았을 텐데.”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박종길 글·사진, 자연과생태, 2022.3.31.)


ㅅㄴㄹ


‘자연과생태’에서 펴낸 숲책(환경책)은

다른 펴냄터 책하고 대면

우리말을 조금 더 헤아렸다고 할 테지만

‘한국 생물 목록’이란 꾸러미로 선보이는

알뜰한 책을 살피면

틀림없이 뜻깊고 값진 책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읽으면서 

“말이 너무 어려워! 

 어른들은 왜 일부러 어렵게 써?” 하고

숲노래 씨한테 따진다.


숲노래 씨가 쓴 숲책이 아니지만

모든 어른(생물학자) 몫으로

아이들한테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빈다.


우리는 어린이 살림결하고 눈높이로

책을 쓰고 배움길(학문)을 닦으면 안 될까?

아이들이 물려받을 배움살림(학문 업적)이라면

일본스런 한자말하고 영어스런 옮김말씨가 아닌,

또 대놓고 쓰는 영어가 아닌,

가장 쉽고 흔하며 수수한 우리말로

가볍게 글빛을 여미기를 빌 뿐이다.


우리나라 모든 새를 담아 준

두툼한 ‘새책(조류도감)’은 고맙다.

다만 ‘새’를 다루니

‘새책’이라 할 수 있기를 꿈꾼다.

하늘하고 땅을 잇는 ‘새’란 이름과

반짝반짝 빛나는 ‘새롭다’란 말은

말밑(어원)이 같다.

그냥 ‘새책’이라 하면

오히려 새를 더 깊고 넓게 읽을 수 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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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 개항도시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시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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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1.

읽었습니다 181



  골목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가는 분들이 ‘골목길’이란 이름을 걸면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골목길 역사산책, 개항도시편》을 읽다가 “이분이 참말로 골목길을 걸었나?” 싶어 자꾸자꾸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골목길 = 마을길’입니다. 마을길에는 마을사람 자취와 삶이 흐릅니다. ‘나라를 뒤흔든 일’이 아닌 ‘수수하게 살림짓는 사람들 마음’이 있어요. 바깥(사회)에서 본다면 ‘개항도시’이지만, 골목길에서 바라본다면 그저 ‘마을’이요 ‘집’입니다. 두 다리로 마을길을 거닐다가 마을사람하고 이웃으로 사귀고 오래오래 동무로 지낸 끝에 쓰는 글이 아니라면, ‘골목이란 이름을 붙인 글’은 모두 껍데기이지 않을까요?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이야기가 아닌, 역사책을 쓰는 붓바치(지식인·작가) 눈에 안 들어온 들꽃 같은 사람들 이야기를 한 줄조차 엿볼 수 없는 책을 가만히 덮었습니다. 책을 뒤적이면서 쓴 책은 좀 그만 나오기를 바랍니다.


《골목길 역사산책, 개항도시편》(최석호 글, 시루, 2018.7.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숲노래 씨는

인천에서 나고자란 터라

인천골목길 이야기를

그저 '책을 뒤져서 읽고 쓴 책'은

너무 따분하다.


왜 걷지 않고서 '산책'이란 이름을

게다가 '골목길'이란 앞머리까지 붙여

내놓을까?


'개항도시'란 이름은

오로지 권력자 눈으로 보았다는 뜻이다.

골목사람은, 마을사람은

'우리 삶터'를 '개항도시'로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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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
이승미 지음 / 월간토마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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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3.

읽었습니다 180



  참으로 웬만한 분들은 ‘사랑’이란 낱말이 무엇을 뜻하거나 가리키는 줄 모릅니다. 사랑은 ‘좋아함·마음끌림’이 아니고 ‘연애’도 아니며 ‘살섞기(섹스)’도 아닙니다. 사랑은 “좋고 나쁘다는 마음을 모두 녹여서 하나로 따스히 포근히 달래면서 누구나 스스로 빛나도록 북돋우는 숨결”입니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은 자꾸 ‘사랑’이란 낱말을 아무 데에나 쓰지만, 글쓴이가 ‘밝꽃(과학)’이란 길을 간다면, 낱말을 하나하나 가려서 쓸 수 있기를 빕니다. 사랑이 아닌 ‘살섞기’를 다루는 여러 글꽃(문학)이 드러내는 우리 터전 민낯이나 속내를 읽어내는 길은 나쁘지 않아요. 그만큼 ‘고약한 사내틀(남성 가부장권력)’을 살섞기를 빗대어 들려줄 만합니다. 그러나 고약한 사내틀에는 아무런 사랑이 없습니다. 사내틀에 물들거나 따라가는 힘순이(여성권력자)도 똑같이 아무런 사랑이 없어요. ‘살섞기 글’이 아닌 ‘사랑글’을 찾아서 읽는 이웃님은 참으로 없을까요?


ㅅㄴㄹ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이승미 글, 월간 토마토, 2021.4.26.)


글쓴이가 ‘살섞기(섹스)’ 이야기를

거침없이 꾸밈없이 적는다고 해서

‘솔직한 표현’이라 할 만한지 알쏭하다.

사랑이 왜 사랑인가를 살피지 않고

살섞기가 왜 살섞기인가를

더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그저 거침없거나 꾸밈없이 말하기만 한다면

‘국군의 날’이랍시고

“특전사 싸울아비가 칼·몽둥이를 휘두르며

 놈(적군)을 때리고 죽이는 짓을

 무술시범이란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 앞에서 버젓이 보여주는

 썩은 나라 민낯”하고

똑같은 셈 아닐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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