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05] 쪽글



  책을 읽을 적에 ‘몇 쪽’을 읽느냐 하고 따지고, 배나 감을 칼로 쪼개어 ‘두 쪽’이나 ‘네 쪽’이 나와요. 내 물건을 ‘한쪽’에 곱게 두기도 하고, ‘이쪽 저쪽’에 엉클어 놓기도 해요. 작은 종잇조각을 가리켜 ‘쪽지’라 하는데, ‘쪽종이’이기도 해요. ‘색지’나 ‘색종이’가 있지요? ‘색지’는 “빛깔 넣은 종이”를 가리켜요. ‘색지 = 색종이’랍니다. 그리고 ‘색종이 = 빛종이·빛깔종이’이고요. 작은 종잇조각이 ‘쪽종이·쪽지’이듯이, 짧게 적어서 띄우는 글은 ‘쪽글’이라고 해요. 그러면 짧게 들려주는 말은 ‘쪽말’이 되겠네요. 손전화 기계에 글을 짧게 써서 띄우면, 바로 이처럼 짧게 써서 띄우는 글은 ‘쪽글’이기도 한데, 영어로 ‘메시지’라고도 하지요. 인터넷 게시판에 누군가 쓴 글이 있고, 이 글에 우리가 느낌을 덧붙이거나 덧달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내 느낌을 덧붙이거나 덧달 적에는 ‘덧글’이 되어요.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내 생각을 밝히려는 뜻으로 대꾸하려고 하면 ‘댓글’이 됩니다. 나한테 온 편지에 답장을 쓰듯이, 내가 다른 사람한테 글을 써서 보내면 ‘답글’이 되지요.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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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4] 만들다



  내 이름을 ‘지어(짓다)’요. 내가 바라보는 나무나 풀에는 먼 옛날 누군가 지어 준 이름이 있어요. 새한테도 벌레한테도 누군가 이름을 지어 주지요. 시골에서는 흙을 짓거나 농사를 지어요. 함께 즐겁게 부를 노래를 짓지요. 줄을 지어서 서고, 글이나 책을 지어요.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삶을 짓고 사랑을 지으며 살림을 짓습니다. 집이나 옷이나 밥을 짓고, 웃음이나 눈물을 지어요. 재미난 이야기를 짓고, 약을 지으며, 없는 말을 지어서 장난을 치거나 놀이를 해요. 잘못을 짓기도 하지만, 일이 잘 끝나도록 마무리를 지어요. 우리는 서로 사이좋게 짝을 지어서 놀아요. 그러니까, 밥이나 빵이나 국수나 두부는 ‘만들지(만들다)’ 않습니다. 밥은 짓거나 하거나 끓이지요. 빵은 구워요. 국수는 삶고, 두부는 쑵니다. 요리나 음식을 할 적에도 “요리를 하다”나 “음식을 하다”라 할 뿐 “요리를 만들다”라고 하면 살짝 엉뚱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짓다·만들다’를 제대로 가려서 쓰지 않고 뒤섞어서 쓰지요. 사람들이 손이랑 마음을 써서 새롭게 이룰 적에는 으레 ‘짓다’라는 말을 씁니다. 갑작스레 나타나거나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듯이 새롭게 이룰 적에 비로소 ‘만들다’라는 말을 써야 알맞아요. 4349.1.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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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3] 아침볕



  ‘아침햇살’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쌀로 빚은 마실거리가 떠오를까요? 아니면 아침에 떠오르는 해님이 비추는 눈부신 햇살이 떠오를까요?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아침해’나 ‘아침햇살’ 같은 낱말은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아침해·저녁해’라든지 ‘아침햇살·저녁햇살’ 같은 말을 곧잘 써요.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기운이면서 반가운 느낌이기 때문일 테지요. 사전에는 없지만 ‘아침볕·낮볕·저녁볕’이라 해 볼 만해요. 햇볕은 아침 낮 저녁으로 뜨겁거나 포근한 기운이 다르니까요. 눈이나 비를 놓고 ‘새벽눈·아침눈·낮눈·저녁눈·밤눈’이라 할 수 있고, ‘새벽비·아침비·낮비·저녁비·밤비’라 할 수 있지요. 서로 나누는 인사를 놓고 ‘새벽인사·아침인사·낮인사·저녁인사·밤인사’라 할 만해요. 노래라면 ‘새벽노래 …… 밤노래’가 되고, 놀이라면 ‘새벽놀이 …… 밤놀이’가 되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새벽부터 밤까지 우리는 저마다 재미나거나 즐거운 하루를 누리기에, 그때그때 어떠한 삶이랑 살림을 누리는가를 헤아리면서 새로운 말을 지으며 생각을 가꿀 만합니다.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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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2] 너희들



  어른들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너희’나 ‘너희들’ 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마주보면서 ‘너희’나 ‘너희들’ 하고 말하지 않아요. ‘너희·너희들’은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한테 쓰는 말이거나, 또래 사이에서 쓰는 말이에요. “너희 집에 놀러갈게”라든지 “너희들끼리 놀고 나를 안 불렀네”처럼 쓰지요. 내가 어머니나 아버지를 가리킬 적에 “우리 어머니(우리 엄마)”나 “우리 아버지(우리 아빠)”처럼 말해요. ‘우리’라고 하는 한국말은 “부르는 사람”하고 “불리는 사람”을 함께 아우르면서 쓰거든요. “나를 낳은 어머니”라는 대목을 좀 힘있게 나타내고 싶어서 “내 어머니”처럼 쓰기도 하는데, ‘내’가 아닌 ‘나의’를 넣어서 “나의 어머니”처럼 쓰면 올바르지 않아요. 한국말은 ‘내’이거든요. “너희 집”이나 “네 언니”처럼 말해야 올바르고, “너의 집”이나 “너의 언니”처럼 쓰면 올바르지 않아요. 한국말은 ‘네’이거든요. 그런데 어린이가 보는 영어사전에까지 ‘my’라는 영어를 ‘나의’로 잘못 적기 일쑤라서 ‘나의·너의·우리의’ 같은 말투가 잘못 퍼져요. 일제강점기에 잘못 들어와서 퍼진 일본 말투가 아직까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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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아주 부자인 사람을 한때 ‘백만장자’라는 이름으로 가리켰는데, 어느덧 ‘천만장자’라는 이름이 생기고, ‘억만장자’라느니 ‘조만장자’라느니 하는 이름이 생겨요. 앞으로는 숫자를 더 붙이는 이름이 새롭게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쓰고 쓰고 또 쓰고 더 쓰고 다시 써도 줄어들지 않는 보물단지를 가리켜 ‘화수분’이라고 해요. 화수분이란 이름은 중국에서 왔을 수 있는데, “돈이 샘솟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돈샘그릇’이나 “보물이 샘솟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보물샘그릇’이라고 할 만해요. 보물이 샘솟아서 ‘보물샘’이라면, 꿈이 샘솟는 ‘꿈샘’이라든지 사랑이 샘솟는 ‘사랑샘’이라든지 기쁨이 샘솟는 ‘기쁨샘’도 있겠지요. 쉬지 않고 글을 쓰는 동무가 있으면 “넌 ‘글샘그릇’이네.” 하고 말할 만하고, 한결같이 신나게 노래하는 동무가 있으면 “너는 ‘노래샘그릇’이네.” 하고 말할 만해요. 자꾸자꾸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무는 ‘이야기샘그릇’이고, 언제나 즐겁게 웃는 동무는 ‘웃음샘그릇’이에요.


+


혼인날


  ‘식구’하고 ‘가족’은 어떻게 다를까요? ‘혼인’하고 ‘결혼’은 어떻게 다를까요? 네 낱말은 모두 한자말이지만, ‘식구·혼인’은 한겨레가 꽤 오랜 옛날부터 쓰던 낱말이고, ‘가족·결혼’은 이 나라가 이웃나라한테 식민지가 되어야 하던 때에 일본에서 들어온 낱말이에요. 요즈음은 영어도 아주 널리 쓰는 흐름이 되었기에 한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을 딱히 가리지 않는다고 할 만한데, 두 어른이 짝을 지어서 한집을 이루려고 할 적에는 ‘혼인신고’를 해요. 두 어른이 혼인을 하면서 하는 잔치는 ‘혼인잔치(혼례잔치)’라 하지요. 그런데 ‘혼인신고’를 해서 함께 살면서 요즈음 어른들이 기리는 날은 ‘혼인기념일’이 아닌 ‘결혼기념일’이에요. “혼인을 기리는 날”이라는 뜻으로 ‘혼인날·혼인기림날’처럼 쓰지 못해요. 한글이 태어난 날을 기릴 적에 ‘한글날’이라 하듯이, 어른들이 혼인을 기리는 날도 ‘혼인날’이라 하면 잘 어울리리라 생각해요. ‘식구·가족’이라는 한자말도 있지만, 이런 말이 있기 앞서는 ‘한집·한집안’ 같은 말을 썼어요. “한집 사람”이라고도 하지요. “한집 사람”은 ‘한솥밥’을 먹는 사이요, ‘한솥밥지기’나 ‘한솥밥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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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말’을 새롭게 가르쳐요. ‘읽기’랑 ‘쓰기’랑 ‘듣기’랑 ‘말하기’를 알맞게 갈라서 가르쳐요. ‘말’을 배우려면 언제나 이 네 가지를 골고루 살피고 헤아려야 하지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지요. 그리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하는 동안 가슴(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요. 온몸으로 말을 느끼고, 온마음으로 말을 헤아린다고 할 만해요. ‘읽기’는 ‘글읽기·책읽기’를 비롯해서 ‘그림읽기·영화읽기’로 나아가고, ‘사람읽기·사랑읽기·삶읽기’를 할 만하며, ‘사회읽기·문화읽기’까지 갈 수 있어요. ‘쓰기’는 ‘글쓰기’를 비롯해서 ‘책쓰기’도 할 만하고 ‘마음쓰기’나 ‘생각쓰기’도 할 만합니다. ‘듣기’를 할 적에는 가만히 듣다가 ‘귀여겨듣기’를 하지요. ‘말하기’는 내 뜻과 마음을 찬찬히 가누고 살펴서 알맞고 슬기로우면서 의젓하게 생각을 갈무리해서 들려주는 몸짓이 되어요. 읽기를 찬찬히 익히고 나면, ‘하늘읽기’나 ‘바다읽기’도 해요. ‘날씨읽기’나 ‘꿈읽기’도 하지요. ‘꽃읽기’나 ‘마음읽기’나 ‘생각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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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겹살


  사이좋은 동무가 넷이면 이 넷을 아울러 ‘네동무’가 됩니다. 사이좋은 동무가 다섯이면 이 다섯을 아울러 ‘다섯동무’가 돼요. 동무는 ‘열동무’나 ‘스무동무’도 되고, ‘일곱동무’나 ‘두동무’나 ‘세동무’도 되어요. 고깃집에 가 보면 흔히 ‘삼겹살’을 파는데, 삼겹살은 “세 겹인 살”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세겹살’이라 하면 될 고기인데 ‘세(셋)’가 아닌 ‘삼(三)’이라는 한자를 넣은 셈이에요. 여럿으로 포갠 것을 셀 적에 ‘겹’을 써요. “한 겹·두 겹·세 겹·네 겹”처럼 쓰지요. “일 겹·이 겹·삼 겹·사 겹”처럼 쓰면 어딘가 안 어울려요. 한자인 숫자말 ‘일·이·삼·사’를 넣으려 할 적에는 똑같이 한자인 ‘중(重)’을 넣어서 ‘일중·이중·삼중·사중’처럼 써야 어울립니다. 그래서 ‘삼중주’라면 “세 악기 연주”인 “세 겹 연주”나 “세 가락 연주”인 셈이고, ‘사중창’이라면 “네 사람 합창”인 “네 사람 노래”나 “네 가락 노래”인 셈이에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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