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옅노랗게 달콤하며 작은 꽃
조롱조롱 달리다가
바람에 하나둘 떨어지더니
가을에 바알갛게 달고 굵은 알
주렁주렁 맺는
감나무는
할아버지가 심었고,
겨우내 푸르며 싱그러운 잎
꼿꼿하게 세우다가
함박눈 이고도 씩씩하더니
뽁뽁 뽑는 꽃대가 맛나고
주먹만 한 덩이가 쪽쪽 쪼개지는
마늘은
할머니가 심었네.
푸르게 부는 잎바람
파랗게 이는 꽃바람
환하게 솟는 웃음
이쁘게 짓는 노래
2016.5.5.나무.ㅅㄴㄹ
소꿉밭
이웃 아저씨는
기계로 탈탈탈
한 시간도 안 되어
백 평 밭 갈고,
우리 아버지는
맨손에 괭이 호미로
한 시간 남짓
두어 평 밭 가네.
마을 할머니
고샅 지나가다가 흘끗
“거, 소꿉놀이 하네.”
한 마디.
흙 묻은 손 털고
땀 훔치고 웃으며
“네, 소꿉밭이에요.”
2016.4.19.불.ㅅㄴㄹ
콩
우리가 심은 콩에맨 처음엔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도그냥 맨흙이었어요
이러다가이레가 지나며 조그마니싹이 텄고떡잎이 벌어지고줄기가 굵어지더니눈부시도록 하얀 꽃이얌전히 피었지요
꽃이 지면서어찌 된 줄 아셔요?
올망졸망 푸른 것이살짝 나타나더니어느새 굵어지고 커져서꼬투리가 맺혔어요
이제콩씨가 콩알로 바뀌어즐겁게 거둘 때가되었답니다
석 달 만이에요
2016.6.29.물.ㅅㄴㄹ
글씨
서둘러 쓰면
글씨가 마구 날아.
마음을 차분히 하고서
책상맡에 조용히 앉아
연필을 곱게 쥐면
글씨가 또박또박 깔끔해.
나도 이쯤은
잘 알지만
막상 서둘러 쓰는 날이
너무 잦네.
아버지,
내 곁에 함께 앉아요.
나랑 글씨 쓰기 함께 해요.
2016.1.11.쇠.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