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들길을 자전거로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다녀오는 길에

볏포기가 바람결에 춤추는

촤르락촤르락 노랫소리


골짜기를 땀 흘리며 올라

시원한 골짝물에

풍덩 뛰어들고 나면

우렁차게 골안을 울리는

촬촬촬 노래물결


밭에서 내 키보다 껑충

우쑥우쑥 자란 옥수수

툭툭 꺾으려니

옥수수 잎사귀끼리 부딪히는

차락차락 노랫가락



2016.7.10.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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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무를 벤다면

숲이 줄다가 사라지고

새가 깃들 터가 사라지고

범나비는 갈 곳을 잃고


땅은 메마르고

싱그러운 바람이 사라지고

불볕에 숨막히고

맛난 열매가 사라져


나무를 안 벤다면

집을 못 짓고

종이 연필 못 쓰고

책 한 권 못 엮고


땔감을 못 얻고

책걸상 시렁 평상 못 짜고

작대기놀이 못 하고

젓가락 그릇 못 깎지


나무를 베려면

먼저 고마이 절하지

나무를 쓰려면

늘 살가이 어루만지지



2016.7.10.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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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우리 마을에는

차가 거의 없어요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번

조용히 지나가요


아버지 손을 잡고

마을논을 한 바퀴 빙

크게 돈 다음에

집으로 돌아올 적에


이 너른 마을길에서

뒤로! 뒤로! 뒤로!

사뿐 사뿐 사뿐

걸음질 하며 놀아요



2016.6.29.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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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밤이 깊으니

별이 밝고

낮이 환하니

꽃이 고와

우리 하루는

언제나 고즈넉히 사랑스러운

이야기 숲으로 노래하네.



2016.11.10.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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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어제하고 다른 오늘이니

어제하고 다른 생각을

일기로 쓰지


지난번하고 다른 오늘이니

지난번하고 다른 이야기를

편지로 쓰지


아침에도 저녁에도

늘 새로운 밥상이라서

언제나 고마우며 기뻐



2016.6.29.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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