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길
걱정대로 일어나기를
바란다면
걱정하는 수밖에
꿈대로 이루기를
빈다면
꿈꾸는 길을 갈 테고
내 앞에는
늘
두 가지 길이
나란히 있어.
2016.6.29.물.ㅅㄴㄹ
옥수수철이 저무는 구월입니다
. . .
옥수수
봄에
아버지랑 동생하고 함께 심은
저번에 큰바람 불어
그만 드러누웠는데
쑥쑥 줄기가 오르며 굵더니
모두 똑바로 섰어
키도 나보다 훨씬 커
땡볕에 목마를 테니
대야 가득 물 받아
부어 줘야지
날마다
옥수수자루 만져 보며
언제 딸까 하고
기다려
2016.7.25.달.ㅅㄴㄹ
나비
아주 천천히
발자국 소리조차 안 내고
살금살금 다가서며
더 천천히
손을 뻗어
드디어 바로 앞에
나비를 잡는구나 싶더니
내 손끝을 톡
치고
펄렁펄렁 날아가는
멧범나비
왜?
왜 해야 해?
― 그러게 왜 해야 할까?
왜 하면 안 돼?
― 참말 왜 하면 안 될까?
왜 저렇게 있어?
― 그래 쟤는 왜 저렇게 있을까?
왜 밤에 별이 떠?
― 그렇구나 왜 밤에 별이 뜰까?
궁금해서 ‘왜?’ 하고 물을 적마다
아버지는 다시 ‘왜?’ 하고 물으며
수수께끼를 낸다.
2016.7.10.해.ㅅㄴㄹ
무화과나무
가지를 치면
무화과알이
더 많이 더 굵게
맺힌다는데
가지는 고이 두고
늘 살뜰히 어루만져도
무화과알은
달고 굵은 선물을
해마다 여름 가을에
실컷
베푸네
2016.7.11.달.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