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알아?
할아버지
나 어제 읽었느넫
아주 재미있더라
할아버지도 읽어 볼래?
― 할아버지는 눈이 어두워
책을 읽기 힘드네
아, 그러면
내가 읽어 줄까?
참 재미있는 책이라서
할아버지한테 꼭
읽어 주고 싶어.
2016.6.29.물.ㅅㄴㄹ
콩
우리가 심은 콩에
맨 처음엔
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냥 맨흙이었어요
이러다가
이레가 지나며 조그마니
싹이 텄고
떡잎이 벌어지고
줄기가 굵어지더니
눈부시도록 하얀 꽃이
얌전히 피었지요
꽃이 지면서
어찌 된 줄 아셔요?
올망졸망 푸른 것이
살짝 나타나더니
어느새 굵어지고 커져서
꼬투리가 맺혔어요
이제
콩씨가 콩알로 바뀌어
즐겁게 거둘 때가
되었답니다
석 달 만이에요
곳
곧
꽃이 피어나는
곳이 됩니다.
이곳저곳 골골샅샅
그곳에도 골고루
곱게 꿈꾸는
곳이 되어요.
곧게 서고
고이 웃고
고슬고슬 고소한
고마운 살림꽃씨를
곳곳에 심지요.
2016.6.17.쇠.ㅅㄴㄹ
파란 길
내가 바라보지 않아도
나를 바라보는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어깨동무하면서
짙게 그늘길 내어준다.
눈을 감고 걷는다
뒤로 돌아 걷는다
내 곁을 감싸며
늘 흐르는
새파란 바람을
실컷 마신다.
2016.6.13.달.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