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말글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9.15.)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사전이라고 하는 책을 지으면서 살아가는 길을 이제는 갈무리해서 풋풋한 아이들한테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사전 짓는 길”이라는 글을 틈틈이 씁니다. 얼추 스물 몇 해 앞서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읽은 《북한의 말과 글, 사전 편찬을 중심으로》(조재수, 한글학회, 1986)를 처음부터 새로 읽어 봅니다. 북녘에서는 한국말사전을 어떤 마음하고 눈빛으로 엮어서 내놓았는가를 잘 갈무리한 책입니다. 비록 이 책은 학술책이란 이름이 붙어서 널리 읽히지는 않았습니다만, 말을 사랑하거나 책을 아끼거나 남북녘이 어깨동무하기를 바라는 분이라면 기꺼이 헌책집을 훑어서 찾아 읽으시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1986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만큼 말사랑을 담뿍 담아서 차분히 바라보으며 북녘 말글살이를 짚은 책은 없지 싶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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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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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찍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9.11.)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어제 하루 두 군데 방송국에서 ‘네 사람이 시골서 짓는 숲살림’ 이야기를 찍고 싶다는 이야기를 묻습니다. 왜 굳이 ‘아이들을 꽃(장식품)으로 여기며 끼워넣는 시골살이’ 이야기를 찍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찍히고 싶어할 어버이가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방송국은 ‘시골에서 노는 아이들’에 앞서 ‘시골에서 사전을 짓는 사람’을 눈여겨보지 싶은데, 그러면, 아이들 이야기는 덜고서 사전을 시골에서 어떻게 짓는가 하는 대목을 살리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이 대목만으로도 닷새치뿐 아니라 이레치나 보름치 이야기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거든요. 아침나절을 방송국에 띄울 글월을 쓰는 데에 보냅니다. 앞으로 방송국에서 찍고프다고 물어오면, 누리글월 주소를 받아서 다음 글자락을 보내려 합니다. 이런 마음하고 눈길로 찍을 생각이 아니라면 손사래를 치고, 이런 마음에다가 눈길로 찍을 생각이라면 기꺼이 손뼉치며 맞이하려 합니다. ㅅㄴㄹ




※ 숲에서 말을 짓다 ※

0. 오직 숲노래(최종규)만 찍으면 좋겠다. 다른 식구는 방송에 찍히지 않기를 바란다.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도 안 찍히기를 바란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나 곁님을 굳이 찍어야 할 까닭이 없다. 아이들이나 곁님은 ‘숲노래(최종규)’가 하는 일 곁에서 ‘꽃(장식품)’처럼 찍혀야 하지 않는다. 숲노래가 하는 일과 걷는 길만 찬찬히 찍으면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어버이하고 다르면서 새로운 길을 갈 텐데, 어릴 적에 섣불리 얼굴이 나오면 안 좋다고 여긴다. 이는 곁님도 매한가지이다. 네 식구가 지낸다고 해서 네 식구를 굳이 다 찍어야 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살필 수 있다면, 훨씬 깊으면서 너른 이야기밭을 캐낼 수 있다고 여긴다.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을 하면 새로우면서 남다르다고 할 만하다.


1. 한글학회·국립국어원·대학교 연구소·큰 출판사·교육부·문화부·도교육청·문화재단·지자체 …… 그 어느 곳에서도 ‘한국말사전 새로짓기’에 거의 마음을 쓰지 않는 오늘날. 영화 〈말모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새로운 한국말사전(국어사전)을 지으려고 땀흘린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지난날 아닌 오늘날에도 한국말사전을 새로 지으려고 땀흘리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어디에 누가 있을까?


2. 영어를 배우려면 영어사전을 장만해서 곁에 두기 마련이다. 어느 외국말을 배우든 그 외국말을 갈무리한 사전을 곁에 둔다. 그렇다면 한국말을 배우는 길에 곁에 둘 만한 한국말사전으로 무엇이 있을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 한국으로 일하러 온 사람, 한국이 좋아서 배우려고 온 사람, 이들한테 기쁘게 건넬 만한 마땅한 한국말사전이 있을까? 아니면, 마땅한 한국말사전이 없어서 ㄴ이나 ㄷ 같은 누리그물에 있는 ‘누리사전’을 손전화로 찾아볼 뿐인가?


3. 한국사람한테는 어떤 한국말사전이 있을까? 어른이 읽을 사전뿐 아니라 어린이하고 푸름이(청소년)가 읽으면서 한국말을 깊고 넓게 배워서 생각을 슬기롭게 다스리도록 사랑어린 이야기를 말 한 마디 뜻풀이하고 보기글로 알뜰살뜰 보여주거나 짚는 사전이 있을까, 아니면 아직 없을까?


4. 책은 날마다 봇물 터지듯 나온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엄청나게 많은 책에 적힌 말은 얼마나 한국말답다고 할 만할까? 한국말다움, 곧 즐겁거나 기쁘게 나눌 만한 말로 이야기를 여민 책은 몇 가지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 대목을 아예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국사람이니 한국말을 다 잘 알겠지?’ 하고 넘겨짚지는 않을까? 막상 한국사람부터 한국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운 적도 익힌 적도 없이, 그냥그냥 ‘의사소통’ 하는 얼거리에서 슬쩍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을까?


5. ‘우리말 바로쓰기’를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대학입시가 입시지옥이란 이름처럼 무시무시하게 또아리를 튼 지 참으로 오랜 나날이 흐르는 동안 ‘한국말’이 아닌 ‘국어 시험’이라는 과목만 있었다. 먼 옛날부터 고장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터에서 어떤 마음하고 생각으로 어떤 말을 지어서 오늘날까지 ‘글이나 책’ 하나 없이도 입에서 입으로, 그러니까 삶에서 삶으로 오롯이 이어서 한국말을 가르치고 배웠는가 하는 대목을 여태 못 가르친 초·중·고등학교 국어 시험 과목이다.


6. ‘국어’라는 이름부터 알맞지 않은데, 학교나 나라에서는 이 대목을 얼마나 짚을까? ‘국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군홧발로 한국이며 중국이며 대만을 집어삼킨 뒤에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나라에서 쓰는 말’이란 뜻을 담아서 지은 한자말이다. 일제강점기에 앞서까지 일본은 ‘일본어’, 중국은 ‘중국어’, 대만은 ‘대만어’, 조선은 ‘조선어(조선말)’란 이름을 썼지만, 일제강점기 뒤로 세 나라는 ‘중국어·대만어·조선어’란 이름을 빼앗겨야 했다. ‘국민학교’란 이름이 일제강점기 찌꺼기라서 ‘초등학교’로 바꾸었듯, ‘국어’란 이름도 일제강점기에 무시무시하게 짓밟히며 아파야 했던 생채기가 담긴 찌꺼기 이름이니 ‘한국말’로 바꾸어야 할 노릇인데, 나라에서는 아직 ‘국립국어원’처럼 ‘국어’란 이름을 그냥 쓴다.


7. 이 모든 실타래를 국어학자나 여러 기관이나 정부나 문화 부서에서는 얼마나 알까?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어른은 얼마나 알까? 예부터 여느 어머니는 학교 문턱을 못 밟았어도, 글이나 책을 모르고 사전조차 없었어도, 여느 어머니 스스로 알뜰살뜰 짓는 살림을 바탕으로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면서 사랑으로 말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말가르침·말배움 흐름은 오백 해도 오천 해를 훌쩍 넘어 오만 해 오십만 해라고 할 만하다. 세종큰임금님이 훈민정음이란 글씨를 빚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언제나 살림을 사랑으로 지으면서 말을 지키고 돌보고 가꾸었다.


8. 글도 책도 사전도 없던 무렵에는 나라 곳곳에서 다 다른 고장말(사투리)로 다 다르면서 다 같은 즐겁고 알찬 살림을 말로 나타냈다. 옷밥집뿐 아니라, 풀이름, 나무이름, 벌레이름을 모조리 다 다른 고장말로 나타냈다. 바로 이 고장말이 오래되면서 새로운 한국말이고, 이러한 한국말, 삶말이자 살림말이자 사랑말인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이제 오늘날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새롭게 배우고 가르치는 길을 열 노릇이지 싶다.


9. 사전이라는 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짓지만, 뼈대를 세우고 말을 모으고, 풀이를 붙이고, 보기글을 달고, 덧이야기를 쓰는 일은 언제나 한 사람이 한다. 한 사람이 큰줄기를 잡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일구어 놓은 다음, 여러 사람이 이 말꾸러미를 살펴서 손질한 뒤에, 여러 사람이 판을 앉히고 엮어서 사전 하나가 태어난다. 그러니까 사전이라는 엄청난 책은 언제나 한 사람이 짓는 셈이다.


10. “숲에서 짓는 말”이란, 옛책이나 학문이 아닌, 수수한 여느 사람들이 언제나 삶자리에서 삶으로 가꾸고 지키고 돌본 말을 가리킨다. 한국말사전을 새로 쓰자면, 서울이어도 나쁘지 않으나 시골일 적에 한결 좋고, 깊은 숲이라면 참으로 좋다. 늘 숲을 곁에 두면서 이 숲바람을 먹으며 수수한 살림을 짓던 한겨레 발자취를 돌아볼 적에 새로우면서 살뜰한 사전이 태어나리라 여긴다.


11. “숲에서 짓는 말”을 바탕으로 한국말사전을 새로 쓰는 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할까? 하루를 어떻게 쪼개어 밑글월을 모을까? 어떤 책이나 이야기에서 밑글월을 캐낼까? 한국말사전을 쓰는 일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삶을 지어야 할까?


12. “숲에서 짓는 말”로 사전을 새로 쓰는 이는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라고 하는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린다. 2007년부터 꾸린 이 책마루숲은, ‘한국말사전이라는 책을 하나 지으려고 어떤 책을 어떻게 모아서 읽고 갈무리하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도서관이다. 이 열린도서관이자 서재도서관을 2007년부터 정부나 문화단체 도움이 하나도 없이, 작은이웃 손길로 꾸려 왔다고 한다.


13. 시골에서 혼자서 새로운 사전이라는 책을 꾸준히 일구었고, 이러한 새 사전을 여러 출판사에서 고맙게 펴내 주었다. 그리고 이 새 사전을 눈여겨보며 장만해 주는 이웃님이 있다. 여태 새로 쓴 사전도 제법 되지만, 앞으로 새로 쓸 사전이 훨씬 많다. 이러한 글샘은 어떻게 솟아날 수 있을까?


※ 가까운 날에 움직이는 길 ※

2019.9.20. 충남 홍성 풀무학교 : 푸름이하고 이야기꽃

2019.10.9. 국립한글박물관 : 어린이 손편지 공모전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으로 심사평 밝히기

2019.10.10. 강원 원주 터득골북샵 : 이야기꽃

2019.10.17. 전남 순천 책방심다 : 이야기꽃 (9월∼10월 동안 《우리말 동시 사전》을 바탕으로 ‘동시그림’ 전시회를 함께함)


- 날을 잡은 바깥일로 이렇게 몇 가지가 있다. 이 날에 맞추어 함께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찍을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ㄱ. 버스·기차·전철뿐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도 ‘사전에 실을 말’을 모으고 갈무리한다.

ㄴ. 버스·기차·전철로 움직이거나 걸어서 움직이면서도 ‘어린이가 말을 새롭게 익히도록 도울 동시하고 수수께끼’를 손글씨로 수첩에 쓴다.

ㄷ. 돌아다니면서 말모으기, 동시쓰기, 수수께끼쓰기를 하지 않으면 걷든 무엇을 하든 책을 펴서 읽는다.

ㄹ. 마을책집이나 헌책집에서 값진 책이나 자료를 찾아내어 장만한다.

ㅁ. 바깥에서 만나는 이웃들한테 ‘길을 걸으며 쓴 동시나 수수께끼’를 흰종이에 옮겨적어서 선물한다. 동시나 수수께끼 선물을 받은 이웃사람들 느낌 듣기.

ㅂ. 사전을 짓는 사람이 건사하는 온갖 등짐하고 수첩꾸러미.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에서

ㄱ. 어떤 자료와 사전과 책이 있는가 돌아보기. 이 자료와 사전과 책에 깃든 속살 들려주기.

ㄴ. 이야깃감을 여럿으로 나누어, 2∼3분 길이로 짤막하게 ‘말과 삶 이야기’를 들려주기. 마치 유뷰트 개인방송 촬영을 해보듯이.

ㄷ. 풀베기


- 이밖에

ㄱ. 헌책집 찾아가기. 값진 자료 찾기.

ㄴ. 풀 뜯어서 먹기.

ㄷ. 자전거 타고 우체국 다녀오기.

ㄹ. 골짜기나 바다에 가서 숲을 느끼기.

ㅁ. 아이들이 손수 지은 책 같이 읽기. (아이들은 안 비추기)

ㅂ. 집에서 셈틀로 자료를 넣고 추스르고 갈무리하는 모습. 다만 이때에 집 외부나 마당이나 대문이 안 찍히도록 살피면 좋겠다. 보안과 개인정보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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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말 42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9.10.)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어제 읍내에 나와서 여러 볼일을 보고 순천 마을책집에 책을 부치고 하면서 이야기글월 “삶말 42”을 복사하지 못했습니다. 까맣게 잊었어요. 오늘 읍내로 나가서 복사를 해서 부치려 했는데, 고흥교육지원청에서 찾아오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우리 책숲을 앞으로 어떻게 할는지, 폐교인 흥양초등학교를 빌려서 쓰는 일을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이 일로 두어 시간 즈음 써야 하고 보니, 이야기글월을 복사해서 글월자루에 주소를 적어 하나씩 넣을 틈이 빠듯합니다. 그래도 우체국 마감이 되기 앞서 마흔 자락을 꾸려서 부칩니다. 이튿날 마저 꾸려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자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올해에는 폐교를 빌려 책마루숲을 건사하는 길에 삯을 얼마쯤 치러야 할까 궁금합니다. 지난해까지 고흥교육지원청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돌아보니, 저희는 그동안 어마어마하게 바가지를 쓰면서 삯을 치렀구나 싶습니다. 고흥교육지원청에서는 저희더러 600만 원을 내든, 4억 원에 폐교를 사든 하지 않으면, 책짐 꾸려서 나가라고 을러댄 적도 있거든요. 그 돈값이 모두 부풀린 바가지인 줄 올해에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다만 올해에는 바가지까지는 안 쓰겠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글월 “삶말 42”을 손에 땀이 나게 부산히 접어서 넣어 부치는 동안 조용히 생각했어요. 지나간 일은 그 일대로 배울 대목이 있어서 찾아왔으리라고, 앞으로 맞이할 일은 오늘부터 새롭게 마음으로 그리는 꿈에 따라서 나타나리라고, 미워하는 마음이나 한숨쉬는 마음은 부디 곱게 내려놓자고, 오늘부터 무엇을 즐겁게 노래하며 하겠느냐는 생각을 마음에 심자고, 이렇게 갈무리를 하고서 저녁 6시 30분 시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한테 건넬 능금꾸러미를 장만해서. 한가위 뒤에는 감꾸러미를 짊어지고 돌아올 수 있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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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되는 일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9.9.)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아이들 배움삯을 마련하려고 용을 쓰다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길을 알아보는데, 이렇게 보면 목돈이고 저렇게 보면 단돈일 500만 원을 ‘자녀 학자금’으로 빌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왜 안 되는가 하면, 저희는 ‘직장인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장사를 하는 ‘사업 근로자’도 아니고요. 시골집을 맡긴들 얼마 안 되고, 글이며 사전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이나 사전을 맡긴들 받아주지 않아요.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아니고, 아파트나 자가용을 거느리지 않으니, 그 500만 원을 빌리는 길이 하나도 없네 싶어요. 이리하여 꽤 많은 분들이 이른바 ‘사채’라는 돈을 빌려서 쓸 수밖에 없겠다고 느낍니다. 문득 궁금해서 사전을 뒤적이니 국립국어원 사전은 “사채(私債) : 개인이 사사로이 진 빚. 일반적으로 금융 기관보다 이자가 비싸다”처럼 풀이합니다. 아주 틀린 풀이는 아닙니다만, 어쩐지 풀이가 허술합니다. 저는 회사원도 공무원도 아니라서 회사원이나 공무원하고 대면 매우 높다 싶은 건강보험료를 지난 열여덟 해 동안 내야 했고, 국민연금도 꽤 높다 싶도록 내야 합니다. 요즘 이 나라는 법무부장관을 뽑느니 마느니, 그이를 둘러싼 실타래가 많으니 트집이라느니 말이 많습니다만, ‘서민’이란 이름이 붙으면서 살림을 꾸리는 이들은 세금이란 짐이 꽤 높습니다. 세금을 안 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소속 기관이 없이 일하는’ 사람은 몇 곱에 이르는 푼수로 세금을 더 내면서, 딱히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길이 막혔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안되는 일이 있을 적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조용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길에 선 숱한 이웃들 마음을 다시금 헤아립니다. 이 마음이나 살림을 그냥 느끼고 지나가지 않고, 이 마음이나 살림을, 앞으로 새로 지을 사전에 제대로 담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서민인 적이 없던 국어학자’는 ‘사채’란 낱말을 사전에 실으며 “이자가 비싸다”는 풀이만 달고 끝냈습니다만, “나라·사회·금융기관에서 마음을 기울이거나 돕지 않기에 더 높은 이자를 물면서 빌리는 돈”이라는 풀이를 보태야겠다고 느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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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섬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8.27.)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지난 7월에 ‘숲노래 책마루숲’으로 마실을 오고 싶다 하신 목포 이웃님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을 함께 읽으시고서, 또 〈동화읽는 어른〉에 실은 글을 읽으시고서, 이곳으로 사뿐사뿐 찾아오십니다. 다만 지난 7월 그때에 제가 이곳저곳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다니느라 서로 날을 맞추지 못했어요. ‘숲노래 책마루숲’은 한 사람이 돌보면서 여러 일을 건사하니, 다른 고장으로 일하러 갈 적에는 이웃님을 맞이하지 못합니다. 팔월이 저물며 구월을 앞둔 가랑비가 흩날리는 날씨에 찾아온 이웃님은 여러 책을 돌아보시고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그림책 《고래섬》을 새롭게 읽습니다. 언제 다시 펼쳐도 아름다운 그림책 《고래섬》이라고 느껴요. 한낮이 되어 자리를 옮겨 읍내로 가는 길에 마을 앞자락 멧갓을 바라보는데 구름에 폭 안겨 마치 ‘고래섬’ 같은 모습입니다. 들도 숲도 내도 바다도 고루 아름다운 고흥이라는 고장인데, 이곳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분들은 이 고장에 무엇을 올리거나 세우려는 뜻일까요. 이 고장에 무엇을 받아들이거나 품을 적에 아름다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낄까요. 더 큰 도시도, 더 넓은 관광지도, 더 많은 돈도 아닙니다. 하늘숨을 먹고 푸른숲을 마시면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길을 잇는 꿈을 그릴 적에 비로소 즐거이 살아갈 마을이 되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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