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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말리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28.



 책짐을 나를 때에 바깥벽에 맞추어 쌓았는데, 슬슬 바깥벽 쪽에 붙은 책을 끄집어 내어 끌르다 보니, 바깥벽에 붙은 상자가 촉촉하게 젖은 줄 느낀다. 벽에 붙인 책은 바깥벽을 타고 물기가 스민다. 깜짝 놀라 부랴부랴 벽 쪽에 붙은 상자와 책을 모두 들어낸다. 상자는 얼른 벗기고, 바닥부터 물기 올라오는 책꾸러미는 창턱에 쌓아 볕바라기를 시킨다. 많이 젖은 책은 하나씩 떼어 따로따로 말린다.

 벽에 붙이지만 않으면 괜찮을까. 이곳에서는 곰팡이가 필 걱정은 없다고 느끼지만, 교실 안팎 온도가 크게 달라 물기가 올라오며 젖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 늑장을 부리다가 그만 책을 아주 망가뜨리고 말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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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레 끄는 어린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24.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책을 갈무리하는 동안 아이는 제 마음대로 뛰논다. 사다리를 타기도 하고, 아버지 세발이로 사진찍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우리 손수레 바닥에 나무를 대자고 생각하며 집으로 끌고 오기로 한다. 아이는 제가 손수레를 끌겠단다. 판판한 길에서는 용을 쓰며 조금 끌기는 하지만 흙길이나 오르막은 아이 힘으로는 못 끈다. 아이보고 손잡이 안쪽으로 들어가라 이른다. 나는 뒤에 서서 민다. 아이가 앞에서 영차영차 끈다. 씩씩한 아이야, 너는 머잖아 이 손수레에 동생을 태우고 네 힘으로 이끌 수 있겠구나. 몇 해쯤 있으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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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 따는 아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22.



 도서관 문을 딸 때에 아이는 늘 “저가요, 저가요, 저가 할게요.” 하면서 콩콩 뛴다. 아이가 열쇠를 따고, 사이에 낀 긴못을 꺼내겠단다. 딱 아이 눈높이 자리에 있는 긴못이기에 아이가 꺼내기 좋고, 아이가 자물쇠를 따고 채우기 좋을는지 모른다. 차근차근 책더미를 끌르고 제자리를 찾고, 또 새 책꽂이를 들여 찬찬히 갈무리하면 아이가 신나게 이리 달리고 저리 뛸 책놀이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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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가는 논둑길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15.



 논둑길을 타고 도서관으로 간다. 멧골집에 깃들던 때 책꽂이들이 잔뜩 먹어야 하던 곰팡이를 닦고 털어야 하기에 아침에 창문을 모조리 열고는 저녁에 닫는다. 책꽂이에 한 번 내려앉은 곰팡이는 닦고 털고 말리면 다시 안 피어날까. 애써 닦는달지라도 다시금 스멀스멀 피어나려나. 바람 잘 들고 햇살 잘 비치는 옛 흥양초등학교 자리가 좋다고 느낀다. 이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놀며 배우던 지난날에는 한겨울에도 밝은 햇볕을 받으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겠지. 한겨울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이 골고루 들어오니, 이곳 아이들은 고운 햇살을 고마이 받으면서 마음껏 뛰놀며 배울 수 있었겠지.

 도시 한복판에 도서관을 세우더라도 도서관 둘레로 흙을 밟으면서 걸을 길이랑, 흙을 손으로 만지며 일굴 밭을 함께 마련하면 참 좋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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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책 옮긴 지 이틀째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1.10.



 11월 8일 드디어 책을 옮겼다. 내 살림집에 책이 있지 않다 보니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애가 탔는지 모른다. 이 책들이 곰팡이를 얼마나 먹으면서 시름시름 앓는지 걱정스럽고, 끈에 묶인 채 숨이 막히느라 고달파 하는 소리를 듣기 힘겨웠다.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책을 짐차에 싣는다. 두 시간 남짓 들여 짐차에 책을 다 싣는다. 짐차에 책을 워낙 많이 실은 탓에 충청북도 음성에서 전라남도 고흥까지 짐차가 닿는 데에 여덟 시간 즈음 걸린다. 책꽂이와 책을 내려 등짐으로 옛 흥양초등학교 교실로 나르는 데에 다섯 시간 남짓 걸린다.

 어찌 되든 다 옮겼다. 이래저래 말과 일과 뭐가 있든 없든 일을 다 해낸다. 책은 다 왔을까? 사이에 새거나 사라지지 않았을까? 샌 책이 있든 사라진 책이 있든 어쩌는 수 없다고 느끼나, 이 큰 덩이를 모두 옮길 수 있기에 홀가분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사랑스러운 책들로 사랑스러운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쓰고 싶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시골자락에서 옆지기가 마음밭과 흙밭을 예쁘게 일구는 나날을 즐거이 누리고 싶다. 잔뜩 쌓인 책을 갈무리하는 일은 이제부터 기쁘게 하기만 하면 된다. 재촉하거나 다그치는 사람이란 없다. 해코지하거나 헐뜯거나 등칠 사람 또한 없다. 나는 내 삶을 아끼면서 내 책을 아끼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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