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2

‘국민학교’란 이름을 걷어냈는데, 사람들은 어느새 스스로 잊는다. “국민 여동생”이란다. “국민 배우”에 “국민 가요”란다. 이렇게 철철 찌드는구나. 종살이 버릇을 못 버리는구나. 2005.8.1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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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1

국민학교라는 이름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하는 뜻을 여러 어른이 밝혔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좀처럼 이 뜻을 안 받아들이려 했다. 참으로 많은 어른들이 나라하고 싸워서 ‘국민학교’라는 허울 가득한 ‘일본 우두머리 사슬’이 가득한 이름을 걷어치웠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들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학교’를 걷어치워야 한다고 밝힌 어른들은 ‘어린이배움터’로 바꾸자고, 엉터리 이름을 갈아치우는 마당이라면 ‘학교’라는 이름이 너무 딱딱하니 이 이름도 어린이가 부드럽게 받아들여서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뜻을 곧바로 알아차리도록 확 바꾸자 했다. 나라에서는 사람들 뜻을 받아들이기보다 벼슬아치짓을 했다. ‘초등학교’로 바꾸었지. 더 헤아려 보면, 국민학교 이름 하나는 바꾼 벼슬아치이지만 “국민 여러분”이란 말을 버젓이 쓴다. 미친 나라 아닌가? 1995.8.1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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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쓰기

나더러 어떻게 동시를 하루에도 몇 자락씩 척척 써내느냐고 놀라는 이웃한테 넌지시 한말씀 올린다. “마음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결을 고스란히 옮겨서 글로 적이니 동시가 되는걸요. 저는 동시를 쓰려고 생각해서 동시를 쓴 적이 없어요. 제가 마주하는 아름다운 이웃이나 동무를 마음으로 그리다 보면 그분한테 띄우고 싶은 이야기가 저절로 흘러서, 이 이야기를 열여섯 줄로 갈무리해요. 우리 아이들하고 하루를 새롭게 짓고 싶은 꿈을 떠올리노라면 어느새 이 꿈을 열여섯 줄로 엮어서 들려줄 이야기가 태어나요.” 동시를 쓰려고 해서 되는 동시가 아니지 싶다. 사랑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면서 하루를 노래하고 싶기에 저절로 싹터서 무럭무럭 자라고 푸르게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동시라고 하는 글이 내 곁에서 태어난다. 2018.1.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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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2

‘동시’란 어떤 글일까? 이름은 동시이지만 정작 이 글은 “삶을 사랑하는 슬기롭고 상냥한 노래”라고 느낀다. 동시를 쓰기에 삶을 사랑하는 슬기롭고 상냥한 손길이 된다. 동시를 읽기에 삶을 사랑하는 슬기롭고 상냥한 눈길이 된다. 동시를 나누기에 우리는 서로서로 삶을 사랑하는 슬기롭고 상냥한 노래로 하루를 짓는다. 스스로 기쁘게 노래하고 춤추는 숨결로 같이 이야기하는 몸으로 마음으로 숨결로 빛으로 고요로 거듭난다. 2001.1.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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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1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강의하는 교수가 있는데, 다들 숨죽인 채 끽소리도 안 한다. 학점이 깎일까 봐 눈치를 본다. 왜 눈치를 볼까? 교수이든 아니든 그이가 잘못한 일은 잘못이라고 똑똑히 밝혀야 하지 않나? 지난 한 해 동안 나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면서 참았지만, 이런 대학교는 더 다닐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엉터리 수업을 그만하라고 책상을 꽝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교수가 저지른 일을 낱낱이 그이 얼굴을 쳐다보면서 똑똑히 말했다. 이러고서 앞으로 나가 교수한테 “잘 계세요. 저는 갑니다.” 하고 말한 뒤 앞문을 쾅 소리 나도록 닫고 나갔다. 등짐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꺼낸다. 골마루 창가에 앉아 바람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예전 어린이 투박한 글을 읽는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난 이제껏 동시를, 시를 읽은 적이 없구나. 1995.4.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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