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670


《廣辭林 新訂版》

 金澤壓三郞 엮음

 三省堂

 1921.9.25.첫/1938.9.18.490벌



  2002년 무렵 서울 어느 헌책집에서 책사랑 어르신이 문득 말을 겁니다. “자네 하는 일이 뭔가?” “낱말책을 씁니다.” “어떤 낱말책인가?” “국어사전입니다.” “그러면 일본 사전을 봐야 해. 우리 사전 모든 뿌리가 일본한테서 왔어. 이 《광사림》부터 읽어 보시게.” “우리 낱말책을 엮는 일을 하는데 왜 일본 낱말책을 봐야 해요?” “허허, 보면 알아.” 그때에는 귓등으로 흘렸어요. 왜 일본 낱말책을 구태여 살펴야 하나 싶더군요. 그즈음은 《廣辭林》이 헌책집마다 흔했고, 오랜판이건 새판이건 값싸게 살 수 있어요. 어느덧 스무 해쯤 흐르고서 예전에 안 산 《廣辭林》을 장만하려 하니 헌책집지기마다 “광사림? 안 팔려서 다 버렸지.” 하는 말을 듣습니다. 우리말꽃 지음이(국어사전 편찬자)라는 길을 한참 걷고서야 예전 어르신이 들려준 말이 무슨 뜻인가를 알았으나 책 하나 찾기가 팍팍합니다. 드디어 1938년에 자그마치 490벌째를 찍은 판을 목돈 들여 장만했고, 뒤쪽에 “一九五九.一二.三○. 於鍾路古書肆. 八○○圓”이란 글씨가 있습니다. 이 낱말책을 1959년에 사신 분이 들렀을 ‘서울 종로 헌책집’은 어디일까요. 따로 이름이 없던 곳일까요. 우리말꽃이 날개돋히듯 읽히도록 알차게 차곡차곡 여미자고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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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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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705


《藥硏 創刊號》

 약대학생위원회 편집부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1965.12.



  나라지기를 맡은 곁사람이 ‘숙명여대 대학원’을 다닐 적에 쓴 글(논문)이 썩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넘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글(논문)을 글답게 쓴 사람은 몇쯤 있을까요? 다른 사람이 일군 열매를 안 훔치거나 안 베끼거나 안 따오고 스스로 글(논문)을 여미어 마침종이(학위)를 받은 사람은 몇쯤 될까요? 틀림없이 ‘썩 안 깨끗한 글’을 남기고서 마침종이를 받은 사람을 탓할 노릇인데, 우리나라만큼 글(논문)을 안 깨끗하게 쓰는 나라는 드물다고 느껴요. 숱한 열린배움터(대학교)는 틀에 맞춘 글이면 다 받아들여서 마침종이를 내줍니다. 새롭거나 빛나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게 쓴 글이어도 틀에 안 맞추면 손사래를 치거나 잘라내지요. 《藥硏 創刊號》는 숙명여대 약학대에서 낸 달책입니다. 배움길을 걷는 이라면 삶으로도 책으로도 배우고, 배운 보람을 글로 새삼스레 여밉니다. 약학대 달책이다 보니 ‘약 알림(광고)’이 꽤 깃드는데, ‘시골 아이들한테 의료봉사’를 다녀온 모습이나, ‘검은이(흑인)한테 바늘을 꽂는 몸짓’으로 노는 모습은 위에서 베푼다는 마음 같아요. 이 책에 실은 글은 온통 한자말에 영어예요. 글(논문)은 수수한 사람들하고 멀리 떨어져야 할까요? 글은 어디에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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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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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671


《새마을》 20호

 편집부 엮음

 대한공론사

 1973.12.1.



  2011년에 고흥에 처음 깃들며 시골 곳곳에서 나부끼는 ‘새마을’ 글씨에 깜짝 놀랐습니다. 대구나 부산이야 ‘새마을’이 펄럭일 수 있더라도 전남 시골에 웬 ‘새마을’인가 싶더군요. 예전 고흥지기(고흥군수)는 “참고흥 새마을정신 실천운동”이란 이름을 내세워 살림돈(군청예산)을 펑펑 쓰기까지 했습니다. 《새마을》 20호는 ‘나라지기’ 아닌 ‘각하’라는 일본말씨로 깍듯이 우러러야 했던 우두머리를 앞세운 숱한 달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래꽃(우표)을 한창 모으던 어린날(1982∼87), 동인천에 있는 나래꽃지기(우표가게 일꾼)한테 가면 나래꽃하고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는데, 어느 날 “얘야, 우표에 대통령 얼굴이 자주 나오는 나라는 독재국가야. 민주국가에서는 취임식 모습만 우표에 담고, 독재국가는 뻔질나게 우표에 나와.” 하고 불쑥 한마디 하셔요. “네?” 하고 놀라며 나래꽃지기를 바라보는데 조금 앞서 암말도 안 했다는 듯이 말머리를 돌리시더군요. 철없는 아이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얼굴이 깃든 나래꽃을 사모으는 모습에 뭔가 알려주고 싶으셨다고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푸름이로 접어들어 이웃나라 나래꽃을 살피니 아름나라(민주평화국)는 우두머리 아닌 글님·그림님·살림님·풀꽃나무 얼굴을 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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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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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13.

숨은책 676


《저주 받으리라 법률가여!》

 프레드 로델 글

 박홍규 옮김

 물레

 1986.6.20.



  2022년 봄,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였습니다. 여기에는 ‘윤미향’도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검찰’만 말썽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적잖은 ‘경찰’도 창피한 짓을 자주 일으켰고, 숱한 ‘국회의원’부터 낯부끄러운 짓을 끝없이 일삼아요. ‘법관’ 자리에 있는 이까지 뒷돈을 받거나 검은짓을 꽤 했으며, 말썽을 저질러 물러난 고을지기(지자체장)마저 여럿입니다. 여태껏 잘못이 없던 나라지기는 없습니다. 이쪽 무리(정당)이든 저쪽 무리이든 얄궂은 짓을 수두룩하게 저지릅니다.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횃불(교수)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깨끗할까요? 노닥질(성추행·성폭력)은 나라 모든 곳에서 자꾸자꾸 스멀거려요. 《저주 받으리라 법률가여!》는 1986년에 우리말로 나올 만했고, 요즈음 다시 나와야지 싶습니다. 길(법)을 다룬다면서 사람들 머리꼭대기에 올라앉아 넋나간 짓을 하는 이들이라면 ‘법률가’ 아닌 ‘눈속임꾼’이요 ‘거짓쟁이’일 테지요. 다만 그 모든 거짓바치한테 미움(저주)을 뿌리지는 않기를 바라요. 그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 한 마디를 들려주면 돼요. 박홍규 님이 옮긴 이 책은 “대구 중구 동성로2가 40-11”에 깃들던 작은 ‘물레’에서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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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WoeUntoYouLawyers #FredRod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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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13.

숨은책 690


《人間として見たる使徒パウロ》

 賀川豊彦 글

 警醒社

 1938.4.5.



  헌책집을 다니다가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 님 책을 만나면, 이미 읽은 책이어도 새삼스레 들추고, 우리말로 안 나온 일본책이라면 궁금해서 펼칩니다. 《人間として見たる使徒パウロ》는 “사람으로서 본 횃불 바오로”를 들려줍니다. 이 책에는 예전에 장만해서 읽은 분 자취가 곳곳에 있습니다. ‘宗陽文庫. No.52. 主后 年 月 日. 朱奉根’처럼 책마루(서재)를 두고서 알뜰히 건사하려 했고, “4285(1952).6.7.”처럼 다른 책숲(도서관)에 드린 책 같습니다.. 1952년이라면 한겨레싸움(한국전쟁) 한복판일 텐데, 피비린내 틈바구니에서 마음빛을 추스르고자 책 한 자락을 품으셨구나 싶어요. 귀퉁이에 “書籍·學用品·其他, 全北裡里府北昌洞一二九番地, 新進社書店” 같은 글씨가 찍혀요. 1947년 4월 1일에 ‘이리읍’이 ‘이리부’로 바뀌고, 1949년 8월 15일에 ‘이리시’로 다시 바뀝니다. 익산(이리) 〈신진사서점〉은 1947∼49년 사이에 이 책을 갖추었구나 싶고, 1952년에 이 책을 팔았으며, 책임자는 1953년 6월 23일에 책읽기를 마치면서 “1953年六月二十三日讀了. 讀後感. 賀川氏의 豊富한 聖바울의 硏究의 一稿이였다. 나는 그리스도처름 될수는 없을지언정 聖바울 같이는 될수있다 …….” 하고 남깁니다. 아득한 손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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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賀川豊彦 #人間として見たる使徒パウ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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