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7.7.

숨은책 721


《독립정신》

 이승만 글

 태평양출판사

 1954.7.15.



  요즘도 ‘국부’란 한자말을 곳곳에서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쪽을 가리키고 싶다면 ‘한쪽’이라 하면 되는데 굳이 ‘국부(局部)’를 쓰는 사람이 있고, 나라에 있는 돈을 가리키려면 ‘나랏돈’이라 하면 되는데 애써 ‘국부(國富)’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나라지기·나라일꾼’이나 ‘우두머리·임금’이라 하면 될 텐데 구태여 ‘국부(國父)’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 ‘국부’를 이승만한테 붙이곤 합니다. 이녁이 1904년에 매듭짓고 1910년에 미국에서 처음 나온 《독립정신》은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 몰래 읽힌 책이었다는데, 정작 일본이 물러간 뒤로는 더없이 빛바랜 이야기로 물들었습니다. 조선사람 누구나 삶빛을 깨우치기를 바라며 쉬운 우리말로만 쓴 대목은 돋보입니다만, 홀로서기를 외친 목소리는 왜 “한나라 한겨레”가 아닌 “두나라”로 쪼개는 길에 손을 들었을까요? “두나라”로 갈라지는 길을 밀어붙이면서 왜 혼자 살그머니 달아났으며, 일본 못지않게 사람들을 짓누르는 굴레를 왜 씌웠을까요? 왜 맑고 밝은 나라가 아닌, 뒷짓과 검은돈이 춤추는 나라로 더럽히다가 또 달아났을까요? 들꽃을 이끌려면 스스로 들꽃일 노릇입니다. 들빛을 잊거나 잃은 마음은 겉발린 부스러기일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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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01


《趣味의 科學, 아마츄어 實驗室》

 Kenneth M.Swezey 글·사진

 한보섭 옮김

 탐구당

 1964.5.25.



  모든 책은 돌고돕니다. 다만, 책 한 자락을 아끼는 사람 손길을 탈 적에 돌고돌 뿐입니다. 책을 안 아끼는 사람 손길을 받으면 낡고 닳다가 찢어지고는 종이쓰레기터에 버려져요. 이때에 숱한 책은 말 그대로 종이쓰레기가 되어 되살아날 길을 찾는데, 몇몇 책은 헌책집 일꾼이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캐내어 ‘책으로 새빛’을 봅니다. 《趣味의 科學, 아마츄어 實驗室》은 1964년에 처음 태어나고서 ‘1993.5.18.’에 ‘광고·편집 전문회사 진화기획’에 깃들며 새삼스레 살아났다가 헌책집에 나왔습니다. 저는 이 책을 1998년에 서울 독립문 곁 헌책집에서 만났는데요, 이날 다른 책손님이 책집지기랑 책값으로 실랑이하던 일을 귀퉁이에 적었습니다.


“5000원 하는 놈을 500원으로 달라고 말할 때 값어치는 바닥에 긴다. 책이 지닌 금으로 매긴 값어치만이 아니라, 읽어 얻을 수 있는 값어치도 설설 긴다. 값어치는 주어진 대로나 있는 그대로 고이 받아서 쓰거나 살릴 일이다. 지은 이는 가만히 있는데 살 이가 아득바득 나서는 꼴은 보기 좋지 않다. 4331.6.26.쇠. 독립문 골목책방”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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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17


《實用 麥作增收圖解》

 竹上靜夫 글

 養賢堂

 1956.3.25.첫/1958.5.15.2벌



  한때 우리나라 어디에나 ‘농고(농업고등학교)’에 ‘수산고’가 있었으나, 이제 이러한 배움터는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흙살림을 배우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겨우 남고 죄다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치닫는 얼거리로 바뀝니다. 시골에 ‘시골배움터’가 없다면 시골에서 나고자라는 어린이·푸름이는 제 삶터인 시골을 사랑하는 길을 배울 틈이 없겠지요. 시골은 어린배움터부터 시골일을 나누고 숲살림을 돌아보는 얼거리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날 서울에만 열린배움터(대학교)가 잔뜩 쏠렸는데, 모든 고장(시·군)에 한둘만 있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전남 고흥군에도 경북 영양군에도 열린배움터가 있되 시골스럽게 시골일하고 숲살림을 배우고 헤아리는 자리로 가꿔야겠지요. 《實用 麥作增收圖解》는 일본에서 나왔으되 1960년(四二九三.一一.一五.) 어느 날 어느 분이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보리짓기를 다룬 배움책이니, 보리밭을 일구는 분이 읽었을 테지요. 이 나라에서는 딱히 배울 곳이 없을 만한 지난날이니 일본책으로 배우려 했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보리짓기’를 다루는 책을 우리 손으로 쓰는지 궁금해요. 일본 한자말 아닌 우리말로 흙살림말(농업용어)을 풀어내었으려나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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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20


《新藥의 副作用과 處方》

 편집부 엮음

 한샘문화사

 1974.1.25.첫/1974.2.7.2벌



  낱말책에 없는 ‘기저질환’이란 뭘까 하고, 지난 2020년부터 꽤 갸우뚱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밑앓이’일 텐데, 몸에 다른 앓이가 있으면 미리맞기(예방접종·백신)뿐 아니라 다른 살림물(약물)을 멀리해야 합니다. 몸이 멀쩡한 사람한테도 미리맞기나 살림물은 함부로 가까이하지 않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백신 피해자’에다가 ‘백신 후유증’에는 손을 떼거나 팔짱을 끼거나 등돌렸습니다. “기저질환 탓”이란 핑계가 넘쳤어요. “나쁜 것을 몸에 미리 넣어서 몸이 버티도록 한다”는 미리맞기를 매우 사납게 밀어붙였고, 죽거나 다치거나 앓는 사람을 모두 모르쇠였어요. 1974년에 나온 《新藥의 副作用과 處方》은 얼마나 알려지거나 읽혔을까요? 이 두툼한 책에 깃든 ‘말썽(부작용)’을 얼마나 낱낱이 밝히면서 살림물을 먹으라고 했을까요? 몸하고 안 맞아 죽거나 다치거나 앓을 수 있다면 왜 미리맞기를 해야 할까요? 미리맞기 탓에 죽거나 다치거나 앓는 사람은 누가 돌보고, 이 잘잘못을 누가 짊어져야 할까요? 이 나라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처방”을 놓고 책으로 갈무리를 해놓았을까요? 아직 안 했다면 언제쯤 할까요? 갈무리를 한다면 언제쯤 사람들 누구나 환히 따질 수 있도록 열어 놓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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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19


《民俗學辭典》

 民俗學硏究所 엮음

 東京堂出版

 1951.1.31.첫/1980.6.20.55벌/1985.4.15.훔침판



  우리나라처럼 열린배움터(대학교) 앞에 복사집이 많은 나라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배움터 앞에 자리한 복사집은 ‘책을 펴내지’ 않습니다. ‘책을 거의 똑같이 떠내’지요. 1만 원짜리 책이라면 5천 원에, 3만 원짜리 책이라면 1만 5천 원에 떠내는데요, 책값은 높고 쪽이 적으면 더 눅은 값에도 떠냅니다. 다시 말해, 배움터가 배움터 노릇이 아닌 훔침질을 하는 셈입니다. 책을 짓느라 땀흘린 사람들한테 아무 보람이 없는 얼거리예요. 《民俗學辭典》은 우리하고 한자를 비슷하게 쓰는 일본에서 엮은 ‘살림꾸러미’입니다. 우리 배움판은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일본 한자말을 거의 그대로 씁니다. ‘사회·문화·종교·예술·학교·선생’이나 ‘공부·요리·사용·이용·필요·존재’는 우리 삶자리에 없던 말씨입니다. 우리는 ‘살림’이라 했을 뿐 ‘민속’이라 안 했어요. 갈무리해서 하나로 담으면 ‘꾸러미’라 했으나 이 낱말을 살려쓰지 못 합니다. 일본에서 《民俗學辭典》은 1951년에 첫벌을 내놓고 1980년에 55벌을 찍었다는데, 우리나라는 “頒布處 民俗苑(서울특별시 구로구 시흥동 산91)”이란 곳에서 “1985.4.15.”에 슬그머니 떠냅니다. 이름마저 ‘살림뜰(민속원)’이라 붙인 그곳은 몇 자락이나 훔쳐 팔았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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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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