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7.31.

숨은책 733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

 山崎直方

 東京開成館

 1915.4.10.첫/1921.12.2.6벌



  ‘중학교·사범학교’에서 배움책(교과서)으로 삼았다고 하는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은 우리나라에 언제쯤 들어왔으려나 어림해 봅니다. 제가 우리나라 헌책집에서 만난 판은 “定價 金六拾壹錢”이되 “大正十五年度臨時定價 金壹圓四錢”이라 찍히고, 다시 “昭和二年度臨時定價 金壹圓0四錢”이라 찍힙니다. 1921년에 찍었으되 1927년 무렵에 퍽 에누리한 값으로 팔린 듯싶으니, 일본이 한창 총칼을 앞세워 짓밟던 무렵 ‘조선 어린이’뿐 아니라 ‘조선 어른’도 조선말 아닌 일본말로 온누리(세계) 땅살림을 바라보고 익혔겠구나 싶습니다. 1915년에 일본에서 낸 책에 적힌 일본 한자말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고스란히 씁니다. 배움길(학문)로만 본다면 영어나 독일말이나 일본말이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스스로 배우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살림을 헤아린다면, 1945년부터 차근차근 우리 눈길로 살펴서 우리 말결로 풀어내는 생각을 지을 노릇이었을 텐데 싶어요. 이른 때도 늦는 때도 없는걸요. 마음을 다스려 스스로 나서며 갈고닦는 때만 있습니다. 흙살림을 짓는 수수한 사람들은 배움턱을 넘은 일이 없어도 땅을 만지며 땅을 익히고 알았다면, 배움길을 오래 걸은 사람들은 이 땅을 어떤 말로 바라보는 삶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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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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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31.

숨은책 732


《菓子》

 최경주·엄옥금 엮음

 수학사

 1966.12.5.



  아기였을 무렵에는 ‘까까’라는 이름을 듣고, 어느 만큼 자라면 ‘과자’라는 이름을 듣는데, ‘과자’가 한자말인 줄은 한참 뒤에 알았어요. 1982∼87년 무렵에 누가 ‘과자’라 하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이 한자말을 못 알아듣거나 달갑잖이 여기면서 ‘주전부리’라 하셨고, ‘튀밥’이나 ‘뻥튀기’라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주전부리’나 ‘튀밥’ 같은 이름을 혀에 얹는 어른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군것’이란 이름조차 잘 안 쓰는 듯합니다. 여러 말씨를 헤아리면 ‘과자’는 몇몇만 쓰던 한자말이요, ‘튀밥·군것·주전부리’에서 삶결을 엿볼 만하고, 오늘날에는 ‘바삭이’나 ‘곁밥’처럼 새말을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菓子》는 집에서 바삭하게 굽거나 튀기는 곁밥을 어떻게 마련해서 아이들한테 내놓을 만한가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에는 높은이한테 바치는 주전부리였다면, 오늘날에는 아이들한테 내주고 어른도 함께 즐기는 곁밥입니다. 1966년에 나온 책 사이에 “李奉子 요리강습회” 종이가 깃듭니다. ‘김치저육과리·감자투김·보리가루로루케익·생선비나스투김·계란쏘세이지과리’ 같은 이름에서 이무렵 어머니들 말결을 살몃 느낍니다. 같이 누리고 함께 맛보며 느긋이 이야기를 펴는 살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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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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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24.

숨은책 731


《한국조류분포목록》

 원병오 엮음

 임업시험장

 1969.5.1.



  혼자서 우리말을 익히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길을 걷던 1994년 언저리에 《쇠찌르레기》를 읽고서, 남북으로 갈린 채 살지만 새바라기라는 길을 가는 한마음을 잇는 날갯짓을 만났어요. 이때부터 원병오 님이 쓰거나 엮은 책(새 도감)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읽으려 했습니다. 《한국조류분포목록》은 1969년에 낸 ‘새이름 꾸러미’이니, 1969년 무렵까지 나라 곳곳에서 어떤 새를 만났나 하는 실마리를 엿볼 만합니다. 이무렵만 해도 서울에서 제비를 비롯한 온갖 새를 어렵잖이 만났다고 합니다. 서울 어린이도 아직 새랑 동무하던 1969년 즈음이에요. 저는 인천에서 1987년까지 제비하고 박쥐를 보았습니다만, 1988년부터는 배움수렁에 갇히느라 새바라기를 할 겨를은 없었어요. 2022년 6월에 인천 신포시장에 갔다가 기스락에서 제비집을 보았어요. 숱한 새는 아무리 매캐하거나 망가진 큰고장·서울이어도 조용조용 깃들며 노래를 베푸는구나 싶습니다. 새가 떠나면 사람도 죽고, 새가 찾아오면 사람도 살 만한 터전입니다. 그런데 책끝에 군더더기가 붙는군요.


“백년 뒤에나 열매를 맺는 나무를 심어 무엇합니까?” 하는 아들의 말에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 지체할 수 없구나. 지금 당장 그 나무를 심어라.” 1966.1.18. 대통령 연두교서에서.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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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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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24.

숨은책 730


《全斗煥 육성증언》

 전두환 이야기

 김성익 엮음

 조선일보사

 1992.10.24.



  총칼로 사람들을 짓밟고 휘어잡으려고 하던 우두머리 가운데 하나인 전두환(1931∼2021) 씨는 이 땅을 떠났으나, 그이가 남긴 말은 《全斗煥 육성증언, 5공 청와대 통치 기록 담당자가 공개하는 격동기 대통령의 생생한 현장 실토》 같은 책에 ‘생생하게’ 남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에서 물러난 이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씨가 했던 일·말·이야기는 숨기지(비공개) 말고 몽땅 드러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 돈(세금)을 받고서 일했거든요. 그들을 둘러싼 쭉정이랑 허수아비도 나란히 솎아낼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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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근 씨 :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런(순수문학) 작품을 접하도록 느긋하게 덜 몰아부쳐야 되는데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10시에 오니 그게 안 됩니다.


정한모 씨 : 국민학교 학예회를 성대하고 하고 국민학교부터 실정에 맞게 정서 교육을 해서 시나 노래를 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정주 씨 : 빈부 격차가 심한 사회의 가난한 애들이, 딱한 걸 도와준다는 인도적 감상주의에 빠져 집안 형편이 곤란하면 불쑥 치밀어 엉뚱한 짓을 합니다. 배후에 반드시 뭐가 있습니다.


전숙희 씨 : 100중 중 5%가 문제입니다. 겁내고 걱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워낙 소리가 크니 걱정은 해야 합니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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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24.

숨은책 729


《자연부도 6-1》

 편집부 엮음

 홍교사

 1967.



  시골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은 ‘자연’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중국스러운 한자말 ‘자연’을 쓰는 글바치가 더러 있어도, 흙을 짓고 풀꽃나무는 곁에 둔 시골사람은 늘 ‘숲’을 말했어요. 이웃나라가 쳐들어와서 온갖 배움터를 세우고 일본 얼거리로 가르치면서 ‘자연(自然)’이란 한자말이 퍼졌고,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서는 매우 오래도록 ‘자연’이란 갈래로 가르쳤습니다. 《자연부도 6-1》은 배움책(교과서) 《자연》만으로는 모자란 터라, 차근차근 줄거리를 보태고 이야기를 짚습니다. 시골 배움터 어린이뿐 아니라 서울 배움터 어린이가 배우는 책인데 흙살림(농사) 이야기가 꽤 길어요. 들숲바다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슬기로운가 하고 들려주고, 어린이 스스로 어떻게 들살림·숲살림·바다살림을 가꿀 만한가 하고 알려줍니다. 지난날에는 흙배움터(농업학교)가 아니어도 들숲바다 살림을 가르치고 배우는 얼거리였는데, 오늘날에는 흙배움터가 거의 사라지고, 여느 배움터에서는 들숲바다 살림하고 등집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을 풀어내는 길 가운데 하나는 들살림길·숲살림길·바다살림길이라고 느껴요. 다같이 들숲바다를 새롭게 배우는 터전이라면, 젊은이 스스로 씩씩하게 시골에 깃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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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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