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8.22.

숨은책 724


《최신 학교무용》

 구채경·김금희·성인자·이석기·추분자·한현옥 엮음

 교육자료

 1985.7.20.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무렵, 가을놀이(운동회)는 반가우면서 끔찍했습니다. 가을놀이를 할 적에 여럿이 보는 앞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어 기뻤어요. 100미터는 느리지만 오래달리기만큼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잘 했기에, “저 고삭부리가 용케 오래 잘 달리네!” 소리를 듣는 하루였습니다. 가을놀이에 맞춘 잔치밥도 설레는 한 가지입니다. 다만, 가을놀이를 맞이하는 날까지 봄부터 하루 한나절씩 땡볕에 모둠춤(집체극·매스게임)을 해야 했고, 비가 오는 날에는 배움칸(교실)에서 끝없이 손짓·발짓·몸짓을 따라해야 하니 지겹고 힘들었어요. 《월간 교육자료》 덧책(별책부록)으로 나온 《최신 학교무용》입니다. 이런 책이 있었군요. 배움터 길잡이는 으레 이런 책을 살펴서 어린이를 들볶았군요. 이 책에 깃든 그림은 모조리 일본책을 훔친 듯합니다. 노래만 우리 노래를 넣고, 몸짓이며 흐름은 다 일본사람이 짰을 테지요. ‘모둠춤’은 우두머리(교장·대통령)한테 잘 보이려는 바보춤이라고 느낍니다. 남녘도 북녘도 이 모둠춤에 목숨을 건 듯해요.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른 사랑이요 숨결인 줄 안다면 틀에 가두지 않을 테고, 억지로 몇 달 동안 괴롭히지 않겠지요. 아직 이 멍청춤을 시키나요, 이제는 사라졌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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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22.

숨은책 746


《로봇 머시인 X》

 애시모프 글

 이원수 옮김

 아이디어회관

 1975.10.10.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닌 1993년까지 집에서 책값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책을 안 사주었습니다. 책값은 스스로 푼푼이 모으거나, 곁일(알바)을 해서 댔습니다. 이따금 “어머니, 참고서를 사야 합니다.” 하고 여쭈어 곁배움책(참고서)을 새책 아닌 헌책으로 산 뒤에 남은 몫으로 ‘사읽고픈 책’을 장만했습니다. 어린이일 적에는 그림꽃책(만화책)하고 ‘모리스 르블랑·아가사 크리스티’를 하나둘 사모았습니다. 없는 돈을 겨우 모아 얼추 100쯤 갖출라치면, 어머니는 이 그림꽃책·탐정소설을 몰래 내다버리셨어요.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버렸어.” 하고 시큰둥히 말씀하셨지요. 그나마 제가 열네 살로 접어든 뒤부터는 더 안 버리셨습니다만, ‘클로버문고’나 ‘만화왕국(새소년) 낱책’을 거의 짝을 맞춘다 싶을 적마다 몽땅 잃었지요. 이제는 사라진 서울 불광동에 있던 헌책집 〈작은우리〉에서 《로봇 머시인 X》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는 ‘SF’하고 ‘공상과학’이 다른 얘기인 줄 알았어요. 어른들은 어린이가 모를 말을 쉽게 써 버릇해요. “에스에프 세계 명작 7”이라면서 모두 60자락이 나왔다는데, 이원수 님도 몇 자락 옮겼습니다. 어느 어른은 어린이 곁에 서고, 어느 어른은 그저 위에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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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11.

숨은책 741


《둥지 밖의 언어》

 이상규 글

 생각의나무

 2008.11.10.



  국립국어원 지기(대표)를 맡으며 《둥지 밖의 언어》를 써낸 이상규 님은 ‘국립국어원이 제멋대로이면서 말글을 북돋우는 길하고 동떨어진다’고 나무라는 이야기를 곳곳에 밝힙니다. 아리송합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직원)이 아닌 지기라는 자리에 섰다면, 그런 글을 쓸 틈에 국립국어원이 반듯하게 서도록 땀흘릴 노릇이요, 그런 글을 써도 안 바뀔 만큼 국립국어원이 엉망이라면 이런 벼슬터(공공기관)는 차라리 없애는 길이 낫지 싶어요. 더 헤아리면, 국립국어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비롯해 숱한 말글지기(언아학자)는 ‘말’이라는 우리말을 쓸 생각을 아예 안 하다시피 합니다. ‘말’은 낮춤말이고 ‘언어’는 ‘번듯한 배움말(학술용어)’로 여기더군요. 새를 살피면서 ‘조류학자’라 하고, 벌레를 다루면서 ‘곤충학자’라 하는 얼거리하고 매한가지예요. 우리한테 우리말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스스로 ‘말’을 말답게 가꾸지 않는다면, 또 ‘말·글’이 어떤 말밑인지 차근차근 캐면서 ‘마음·그림’이라는 수수한 우리말하고 어떻게 잇닿는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둥지를 스스로 버린 말글살이로 치닫겠지요. 그나저나 ‘생각의나무’는 ‘사재기(사기 베스트셀러)’를 일삼다가 사라진 펴냄터입니다. 창피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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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 나는 ‘생각의나무’란 데에서 내놓은 책을 새책으로 아예 안 샀다. 이곳은 사재기(사기 베스트셀러)를 너무 일삼았고, 툭하면 ‘지하철 떨이가게(재고매장)’에 ‘새책값을 후려친 새책’을 잔뜩 쌓아놓고 팔았다. 적잖은 사람들은 새책집만 다니는데, 헌책집을 함께 다닐 노릇이다. ‘사재기로 밀어댄 새책’이 헌책집에 얼마나 나도는가를 봐야 한다. 요새는 ‘사재기로 밀어댄 새책’이 ‘알라딘 중교샵’에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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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8.

숨은책 740


《おにたのぼうし》

 あまん きみこ 글

 岩崎 ちひろ 그림

 ポプラ社

 1969.8.첫/1979.4.31벌



  우리 도깨비는 뿔이 없고, 방망이를 안 들고, 가죽옷을 안 입고, 우락부락 얼굴도 아닙니다. 일본 ‘사납이(오니おに)’를 마치 우리 도깨비라도 되는 듯이 옮긴 철없는 어른들이 있었어요. 일본 그림책·동화책을 슬며시 옮기면서 ‘일본책에 나오는 사납이’한테 ‘도깨비’란 이름을 붙여서 퍼뜨렸지요. 우리 도깨비는 ‘톳제비·도까비’라고도 하며, ‘둥그스름한 빛살’입니다. 바위나 빗자루나 절구나 여우나 사람으로까지 몸을 마음대로 바꾸는 ‘넋빛’이에요. “밤새 씨름하다가 새벽에 빗자루로 남은 도깨비” 같은 옛이야기가 있지요. ‘숲에서 살며 빼어난 힘을 쓰는 이웃’이 일본 오니입니다. 《おにたのぼうし》는 아만 키미코 님이 글을 쓰고 이와사키 치히로 님이 그림을 빚은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오니타가 쓴 갓(모자)”이란 뜻인데, 2002년에 《꼬마 도깨비 오니타》(베틀북)란 이름으로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졌어요. ‘사납이’가 아닌 ‘상냥한 숲아이’ 숨결을 부드러이 담아냈지요. 우리나라에서 살던 일본 어린이가 1979년 무렵에 사읽고서 “3の2 いいだ さおり”란 글씨를 남겼고, “飯田藏書”란 이름도 새겼어요. ‘3학년 2반’을 ‘3의 2’처럼 말하곤 했는데 ‘3の2’라는 일본말씨를 이 나라 배움터에서 따라쓴 셈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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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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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8.

숨은책 738


《제주도 민요집, 오돌또기》

 진성기 글

 우생출판사

 1958.3.15.첫/1960.7.1.2벌



  진성기 님이 제주 살림살이를 하나둘 건사하면서 손수 살림숲(박물관)을 차리고 숱한 책을 여밀 적에 ‘간첩신고’를 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걸어서 다니고, 번듯한 차림새가 아니고, 허름하거나 수수한 살림살이를 살피고, 할매할배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라서 ‘간첩’으로 여겼다지요. 까맣게 빼입고, 부릉부릉 몰고,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간첩’으로 여기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둘레(사회)나 나라(정부)에서 어떻게 쳐다보든, 이 땅을 가꾸고 사랑하며 살아온 사람들 땀방울을 헤아리는 손길이기에 《제주도 민요집, 오돌또기》를 일굽니다. 제주뿐 아니라 나라 곳곳에 노래가 널리 흘렀는데 막상 우리 들노래·일노래·살림노래·소꿉노래·자장노래를 건사하려던 붓바치(지식인·작가)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우리 노래”를 새롭게 읽고 느끼고 부르고 오늘 터전을 헤아리면서 지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오돌또기》를 낸 ‘우생출판사’는 1945년에 제주에서 연 〈우생당〉에서 차린 펴냄터이고, 한겨레싸움(한국전쟁) 불씨에서 벗어나려고 제주에 깃든 계용묵 님이 애써서 엮었다고 합니다. 알아보는 눈은 살림빛을 돌보면서 이야기씨앗을 남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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