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6.15.
 : 빗물 젖은 푸른 길을

 


- 빗방울이 살짝 들던 날 자전거를 몬다. 두 아이를 모두 자전거수레에 태운다. 길바닥은 촉촉히 젖었으나 자전거를 달릴 만하다고 느낀다. 하늘을 온통 하얗게 채운 구름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하얗고 들판과 멧자락은 푸르다.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바람을 맞는다. 면소재지에 닿아 중국집에 들른다. 이웃한 가게 아이가 첫째 아이한테 아는 척을 한다. 알고 보니, 우리 시골집 옆에 붙은 마늘밭에 식구들과 마늘 캐러 오던 여섯 살 언니였다. 둘은 같이 손을 잡고 놀다가는 수레에 앉은 둘째 아이를 바라보며 예쁘다 예쁘다 하고 말한다.

 

- 면소재지로 들어설 때, 또 면소재에서 나올 때, 도화중학교 옆길 멧자락에 가득한 밤나무마다 밤꽃이 한창 흐드러진다. 밤꽃이 흐드러지니 꼭 밤나무만 있는 듯하구나 싶은데, 봄철에는 이레마다 새 꽃이 소담스럽게 피고 지면서 갖은 빛깔을 뽐냈다. 숲은 참 여러 빛깔은 골고루 품는다. 밤나무 아래로 치자나무 하얀 꽃이 똑부러진다. 치자나무 흰꽃은 무척 야무지게 생겼다. 수레에 앉은 아이들한테 “위에는 밤꽃, 아래에는 치자꽃.” 하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푸른 숲 옆을 지나고, 푸른 들 사이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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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6.
 : 세발자전거 놀이 끝은

 


- 둘째 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누나 세발자전거에 자꾸 눈길을 보내다가는, 세발자전거에 올라타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인다. 아이 어머니가 둘째를 자전거에 앉혀 준다. 아직 발이 발판에 안 닿는 데에도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발판에 발이 안 닿으니 스스로 굴릴 수 있남. 첫째 아이를 뒷자리라고 하기는 그렇고, 뒤쪽 짐칸에 세우다가 앉히다가 하면서 마당을 한 바퀴 두 바퀴 돈다. 자전거놀이를 하기에 두 아이 모두 좋아한다. 첫째 아이는 더 돌려 달라 하다가는, 동생이 앉은 자전거를 밀어 주고 끌어 주고 한다. 그런데 손잡이를 함께 붙잡고 끌다가, 그냥 앞으로 죽 미니 처음에는 잘 굴러간다 싶다가도, 이내 자전거가 옆으로 틀어지면서 폴싹 넘어진다. 살짝 기우듬하다가 넘어졌기에 다칠 일은 없으나, 둘째는 놀라서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세발자전거 놀이는 누나가 동생을 울리며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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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7.
 : 두 살 동생이 누나 태운 자전거

 


- 졸음이 쏟아지는 두 아이가 마당으로 내려와서 논다. 아이 어머니가 “이야, 저 구름 좀 봐!” 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마당으로 내려가서 드러누웠기 때문. 참말 오늘 구름과 하늘은 가없이 빛나는 파랑과 하양 물결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 옷가지를 네 차례 빨래하며 틈틈이 마당 빨랫줄과 빨랫대에 널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 혼자 놀랐고 나 혼자 즐거웠으며 나 혼자 웃었다. 그러고 보니, 빨래를 널며 식구들을 불러 함께 하늘을 보았으면 아침부터 다 함께 좋았을 텐데.

 

- 드러누워 마당에서 구름바라기를 하던 세 사람이 벌떡 일어난다. 이윽고, 첫째 아이가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둘째 아이가 바닥에 털푸덕 앉은 매무새로 자전거를 뒤에서 민다.

 

- 미는가, 미는 시늉인가? 아직 혼자서 씩씩하게 걸으려 하지 않는 둘째인데, 꽤 무거운 나무자동차를 한손으로 들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놀더니, 누나가 올라탄 자전거를 영차영차 밀기까지 한다. 자전거는 바퀴가 있어 잘 구른다고도 하지만, 어른들이 바퀴 달린 자동차를 잘 밀겠는가. 설마 이 아이는 천하장사? 소시지 같은 둘째 아이 팔뚝은 알고 보면 힘살덩어리?

 

- 엉덩이를 깔고 앉아 밀고, 무릎걸음으로 민다.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밀다가는, 다시 무릎걸음으로 민다. 다섯 살 누나는 두 살 동생이 미는 자전거가 재미나다. 좀처럼 자전거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고, 이제 힘든 티가 물씬 나는 동생더러 더 밀어 달라고 떼를 쓴다. 얘야, 너 졸려서 그러지? 이제 둘 다 자야 하거든. 동생 그만 부리고 서로 나란히 누워 새근새근 자야지.

 

-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둘째 아이가 바라보는 자전거는 어떤 모습이요 얼마만큼 되는 크기일까. 둘째 아이는 아버지가 수레에 앉혀 자전거를 달릴 때에 어떤 느낌이요 어떤 삶일까.

 

- 개구리들이 무논에서 우렁차게 노래부르며 힘을 내라 외친다. 제비들이 처마 밑에서 우렁차게 노래하며 기운을 내라 외친다. 아이들과 두 어버이는 개구리와 제비와 바람과 나무와 볏모와 풀꽃 노래를 골고루 들으면서 해거름을 마음껏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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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1.
 : 짧게 달려도 좋은 나들이

 


- 자전거마실은 짧게 달려도 언제나 좋다. 돌이켜보면, 걷기마실 또한 짧게 걸어도 좋다. 두 다리로 들판을 느끼고, 자전거로 논밭을 느낀다. 두 다리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전거로 흙을 헤아린다.

 

- 살짝 면내마실을 하는 김에, 우리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 책 갈무리를 하려고 들르지 않는다. 도서관으로 쓰는 옛 초등학교 나무숲 한쪽에 조그맣게 딸밭이 있기 때문이다. 딸밭에서 들딸을 딴다. 한 주먹 따서 첫째 아이 손바닥에 안긴다. 첫째 아이더러 동생이랑 나누어 먹으라 이야기한다. 거의 첫째 아이가 먹었을 테지만, 동생도 조금 나누어 먹었겠지.

 

- 마을마다 논을 갈고 삶느라 바쁘다. 일손이 빠른 집은 벌써 모내기까지 끝냈다. 아직 논을 갈지 않은 데도 꽤 있다. 요사이는 논일을 몽땅 기계로 하니까 차례를 기다리며 느즈막하게 갈아엎은 다음 삶고 모내기를 하는 집이 있을 테지. 논을 삶는 곁에 하얀 새들이 잔뜩 내려앉아 지켜본다. 기계가 논을 가로지를 때마다 개구리가 죽지 않으려고 뛰쳐나올 때에 잡아먹으려고 지켜보리라. 어느 개구리는 기계 쇳날에 그대로 찔려 죽을 테고, 문득 두려움을 느낀 개구리는 뛰쳐나가다가 새한테 잡아먹힐 테지. 개구리는 꽤 많이 죽을 텐데, 꽤 많이 죽더라도 저녁이 되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온 마을을 우렁차게 울린다.

 

- 둘째는 자전거로 면에 닿기 앞서 잠든다. 함께 앉은 누나가 동생을 닥독이며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 준다.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재우지요?”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자라고 노래 불러 주었어요.” 뒤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아이야, 잘 자다가 네 큰소리에 동생이 깰랴.

 

- 면 소재지를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화중학교 다니는 가시내 하나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다.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구나. 그런데 치마가 너무 밭네. 좀 나풀나풀 치마를 입어야 페달을 밟을 때에 수월할 텐데. 어쨌든, 홀로 자전거 타고 씩씩하게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예쁘다. 다만, 이 아이한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어른은 둘레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가 손잡이 잡고 달리는 품새가 너무 아슬아슬하다. 자꾸 옆으로 덜덜 떨린다. 아직 자전거 탄 지 얼마 안 되었을까. 안장 높이가 아이한테 좀 낮구나 싶기도 한데,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몸에 잘 맞추어 자전거를 타도록 이끌 수 있기를 빈다. 학교에서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자전거 수업을 열면 참 좋을 텐데.

 

-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앞에서 둘째가 깬다. 깬 둘째를 본 마을 할머니가 고놈 예쁘다고 인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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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2-06-03 15:46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 잠든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워요~~

숲노래 2012-06-03 15:48   좋아요 0 | URL
잘 때도 놀 때도
참 귀엽습니다~

밥도 예쁘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빕니다~~~

책읽는나무 2012-06-05 07:27   좋아요 0 | URL
동네 아주머니도 빠꼼 쳐다보시네요.^^
아이들이 동네 스타겠어요? 그죠?
한 번씩 아이들을 저렇게 좀 풀어놓고 키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네요.

전 솔직히 성격이 까탈스러워 그런지 아이들 흙에서 뒹구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아직 그렇게 키워보질 못했던 것같아요.
놀이터에서 흙놀이하는 정도랄까요?
암튼..한 번씩 님께 많이 배웁니다.^^

숲노래 2012-06-05 07:29   좋아요 0 | URL
아.. 마을 할머니예요.
마을에는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랍니다.

가장 젊은 분이 예순아홉!

마을 분들이 마을에 아이들 있어 참 좋아해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올여름에 시골에 가서
가만히 풀어놓아 보셔요.
처음에는 얌전히 있더라도
이내 '아이답게 마구 헤집으며 흙을 밟고 놀'리라 느껴요!
 

자전거쪽지 2012.5.25.
 : ‘똘’ 따서 나누는 자전거

 


- 오랜만에 면내 우체국 나들이를 한다. 책 하나 부칠 일인데, 며칠 미루다가 오늘 나간다. 며칠 앞서 가려 했으나 마을 이웃 마늘밭 일손을 거드느라 좀처럼 나갈 수 없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낮까지 딱히 일손 거들 자리가 없기에 느긋하게 수레를 끌고 나간다.

 

- 우체국에 들러 책 하나 부친 다음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면소재지에서 벗어날 무렵, 야트막한 멧기슭 한쪽으로 온통 하얀 찔레잔치를 누린다. 면내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이 찔레잔치를 바라볼까. 학교를 오가는 길에 이 찔레잔치를 느낄까. 수레에 탄 아이한테 “이야, 이 찔레내음 좀 맡아 보렴.” 하고 말한다.

 

- 논둑길로 달리다가 마늘밭 사잇길로 달린다. 이웃 호덕마을 마늘밭 가운데에는 작은 밭뙈기인데, 이 작은 밭뙈기에 감나무 네 그루나 있는 집이 있다. 나무뿌리까지 캐내어 밭으로 삼는다면 무언가 더 거둔다 할 테지만, 잎 우거진 감나무 네 그루 있으니, 이쪽에서 일하다 이쪽에서 쉬고, 저쪽에서 일하다 저쪽에서 쉴 만하다. 여럿이 일하다가 저마다 나무그늘 하나씩 기대어 쉴 만하다.

 

- 자전거는 또다른 이웃 신기마을 앞을 지난다. 신기마을 어귀에 있는 길갓집 대문에 마삭줄 꽃이 흐드러진다. 마삭줄로 이렇게 대문 위쪽 울타리를 삼을 수 있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어여쁜 꽃과 어여쁜 대문이 잘 어울린다.

 

-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쓰는 옛 흥양초등학교 옆에 선다. 마을 어르신 누군가 심은 보리 옆 샛길을 지난다. 아이와 함께 ‘저절로 똘밭(딸기밭)’으로 간다. 아직 덜 익은 똘이 많지만, 제법 잘 익은 똘이 많다. 손끝으로 톡 건드릴 때에 곧바로 떨어지는 똘만 딴다. 아이더러 “손끝을 대기만 해도 떨어질 만큼 잘 여물고 큰 녀석만 따.” 하고 말했지만, 아이는 제 손에 닿는 작은 똘만 땄다. 똘밭 옆으로는 온통 찔레잔치. 똘내음과 찔레내음이 어우러져 아주 맑다. 다음에 더 여물면 더 따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늘밭 일손을 쉬는 모습을 본다. 아이 손에 그득 담은 똘을 나누어 드린다. 두 손 가득 똘을 쥔 아이 태운 자전거수레가 천천히 달려 집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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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5-26 20:22   좋아요 0 | URL
ㅎㅎ 딸기가 참 맛나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