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7.18.
 : 범나비와 자전거

 


- 잘 듯 말 듯하면서 안 자는 둘째 아이를 달래려고 자전거수레에 태운다. 첫째 아이더러 함께 타자고 하는데, 첫째 아이는 마을 이웃집에 놀러온 또래 동무한테 놀러 간다고 자전거를 안 탄다 한다. 첫째 아이는 마냥 또래 동무한테 달라붙는다.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그러면 네 마음대로 놀라 이르고는, 둘째 아이만 수레에 태우고 달린다. 아직 거센 비바람이 찾아들지 않는다. 아마 저녁나절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비바람이 몰아치겠지.

 

- 시원스레 부는 바람을 쐬며 달린다. 면에 닿아 파리채를 둘 장만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길 한복판에 범나비 한 마리 팔랑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자동차에 치여 길 한복판에서 바람에 팔랑거리나? 달리던 자전거를 스르르 멈추며 빙글 돌아 범나비 옆에 선다. 둘째 아이는 수레에 앉아 꾸벅꾸벅 존다. 범나비 가까이 선다. 아직 살았다. 첫째손가락이랑 둘째손가락으로 살며시 집는다. 두 손가락으로 범나비 떨리는 숨결이 파르르 스며든다. 둘째 아이를 불러 “자, 봐 봐. 범나비야.” 졸린 눈으로 가만히 바라본다. 이윽고 범나비를 풀숲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범나비는 풀잎을 붙잡고 선다.

 

- 이제 둘째 아이는 까무룩 잠든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생각한다. 두 손가락에 스며든 나비 숨결을 떠올린다. 내 어릴 적 들판이나 골목을 누비며 나비를 잡을 때에도 이런 숨결 이런 느낌이었을까. 우리 아이들도 곧 나비를 손가락으로 잡으면서 이러한 숨결과 이러한 느낌을 찬찬히 받아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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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7.9.
 : 자전거 바퀴 바람 넣는 아이

 


- 자전거 앞바퀴에 자꾸 바람이 샌다. 포스코 회사와 고흥군청이 고흥에 끌어들이려는 화력발전소 때문에 이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자전거를 타고 ‘화력발전소 세우려 하는’ 나로섬까지 세 시간 남짓 자전거를 달린 날부터 앞바퀴에 자꾸 바람이 샌다. 세 시간 남짓 달렸대서 바퀴에 바람 샐 일은 없지만, 혼자서 먼길을 빨리 다녀온다고 서두르다가 어느 곳에선가 뾰족한 땅을 휘 지나가다가 바퀴 한쪽이 긁히며 실구멍이 난 듯하다.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살살 마실을 할까 싶었지만, 앞바퀴 바람이 자꾸 새기에, 둘째 아이가 고개를 까딱까딱 졸음에 겨워 픽 쓰러질 때까지만 이웃마을을 살짝 돌고 집으로 돌아온다.

 

- 둘째 아이를 가만히 안고 자리에 눕힌다. 새근새근 잘 잔다. 첫째 아이도 졸립지만, 졸음을 참고 아버지 옆에 붙는다. 아버지는 자전거 앞바퀴를 뗀다. 겉바퀴를 바퀴몸에서 뗀다. 안에 있는 튜브를 꺼낸다. 튜브에 바람을 넣어 풍선처럼 부풀린다. 크게 난 구멍이라면 튜브에 바람을 넣고 만지기만 해도 알아차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람이 새는 데가 안 보인다. 대야에 물을 받아 천천히 담가 본다. 뾰로로로 하고 바람이 새는 데 한 군데 보인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뾰로로로 하네.” 하고 말한다.

 

- 물기는 걸레로 잘 닦는다. 다 말린 뒤 구멍을 때운다. 구멍을 때우고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바람을 넣는다. 잘 붙었나 살피고, 다시 대야에 튜브를 담가 더 새는 데 있는지 살핀다. 이제 없다. 다시 바람을 빼고 물기를 닦아 말린 뒤 바퀴틀에 꿴다. 겉바퀴를 입힌다. 자전거에 바퀴를 붙인다. 아이가 “나도 바람 넣을래.” 하고 말하기에 아이더러 바람을 넣어 보라고 바람넣개를 맡긴다. 아이는 거의 서른 차례쯤 기운차게 바람을 넣는다. 제법 잘 한다. “이제 힘들어. 못 하겠어.” 아버지가 넘겨받아 스무 차례 더 넣는다. 다음부터 튜브에 바람 넣을 때에 아이더러 먼저 하라고 맡겨야겠다고 생각한다. 키가 더 크고 몸이 더 자라면, 아이는 아이 자전거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 스스로 제 자전거를 누릴 때에는 스스로 제 자전거 튜브에 바람을 넣을 만한 힘이 있어야 하니, 천천히 익숙해지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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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전거 바람넣기 - 슈레더 벨브 타이어
    from 이라이더 2012-08-05 13:11 
    자전거 튜브 밸브 방식에는 많이 사용하는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자전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던롭(우즈식) 방식이 있고 고급 MTB, 로드, 미니벨로 등 고압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레스타(presta) 방식, 그리고 자동차 타이어나 모터사이클(오토바이) 타이어에서 사용하는 슈레더(schrader) 방식이 있습니다. 슈레더 방식은 자동차와 동일하다 해서 오토밸브(Auto valve), 모터사이클과 동일하다고 해서 모토밸브(Moto valve)..

자전거쪽지 2012.7.8.
 : 시골 밤자전거

 


- 저녁 아홉 시에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간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첫째 아이한테 얼음과자를 사 주기로 한다. 자전거 앞등을 켜고 마을을 벗어나려 하니 날벌레가 불빛을 보며 잔뜩 달라붙는다. 굽이진 길에서 판판한 길로 바뀔 때에 앞등을 끈다. 그래도 한동안 날벌레가 얼굴에 다다다닥 붙는 소리가 들린다.

 

- 참 오랜만에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비가 오느라, 또 비가 안 오더라도 구름이 가득하느라, 유월 끝무렵부터 칠월 첫무렵까지 맑은 밤하늘을 느끼지 못했다. 맑은 낮하늘조차 만나지 못했다. 구름이 걷히니 낮에 빨래를 말리기에 좋았고, 구름 없는 밤이니 밤별을 누리기에 좋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구름이 있으나 없으나 별을 볼 수 없다 할 만하니까, 오늘처럼 좋은 밤하늘을 누릴 사람은 없으리라.

 

- 조용한 시골 밤길을 달린다. 오늘은 개구리 노랫소리도 거의 안 들린다. 바람이 불어 논자락 볏포기 눕는 소리 또한 안 들린다. 그저 바퀴 구르는 소리만 들린다. 아니, 수레에 앉은 아이들 종알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 조용한 시골 밤길이기에 되도록 불을 끄고 조금 천천히 달린다. 때때로 불을 켜서 길에 사람이 있는지, 길바닥에 무언가 떨어지지 않았나 살핀다. 밤길에 사람을 마주치면 서로서로 깜짝 놀란다. 이 어두운 길에 서로서로 낯설게 부대끼니 놀란다.

 

- 조용한 시골 밤길이 좋다. 도시에서 살 때에 밤길을 꽤 달렸는데, 도시에서도 밤길은 참 좋다. 밤이 되면 낮과 달리 자동차가 무척 뜸하다. 자동차가 무척 뜸한 도시 밤길은 너무 씽씽 달려대서 자전거가 아슬아슬하다 여길 만하기도 하지만, 자동차 없이 호젓하며 조용한 도시 밤길을 달리는 맛은 참 상큼하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자동차가 마구 달릴 걱정조차 없는데다가, 밤하늘 별을 등에 지고, 시원하면서 상긋한 밤바람을 쐴 수 있으니 훨씬 좋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끔 한 차례 시골로 와서 밤에 자전거를 불빛에 기대지 않으며 천천히 달리면 이 맛과 멋과 꿈과 사랑을 몸으로 느끼리라.

 

- 면소재지 가게에서 산 얼음과자를 문 첫째 아이는 말이 없다. 둘째 아이는 일찌감치 잠든다. 아버지는 땀을 줄줄 흘리며 자전거를 달린다. 이제 시골 밤길에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에 내가 헉헉거리는 소리 두 가지가 겹친다. 깜깜한 시골 밤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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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21.
 : 길죽음 참새 한 마리

 


- 한낮에 자전거를 몬다. 한낮에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할라치면, 마을 어르신들이 “저 예쁜 애들을 (햇볕에) 태우네.” 하고 말씀들 하신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햇볕에 좀 타면 어떤가. 아니, 아이들은 햇볕에 타면서 뛰놀아야 아이들이 아닐까. 해를 조금 쐰대서, 해를 조금 본대서, 아이들한테 나쁠 일이 있을까 헤아려 본다.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해를 자꾸 쐬지 못하니, 아이들이 해를 자꾸 보지 못하니, 아이들이 참말 나빠지지 않느냐 싶다. 초등학교이고 중학교이고 고등학교이고 아이들한테 해를 보여주지 않는다. 유치원이고 어린이집이고 아이들이 해를 느끼도록 이끌지 않는다. 해가 좋으니 시골이고, 시골이기에 해가 좋다고 느낀다. 아이도 어른도 이 해를 마음껏 누려야지 싶다.

 

-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길가에 쓰러진 참새 한 마리 보인다. 멀리에서도 참새 한 마리 자동차에 치여 죽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숨을 훅훅 몰아쉬면서 자전거를 세운다. 다리를 쉬면서 참새 주검 앞에 선다. 가벼운 주검을 살며시 든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는 못 보았으니, 자동차에 치여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으리라. 들판에서 먹이 될 무언가 찾다가 그만 자동차에 치였겠지. 자동차가 워낙 뜸한 시골이라 넋 놓다가는, 어쩌다 나타난 자동차에 깜짝 놀라 갑자기 날갯짓을 한다고 하다가 그만 자동차 앞으로 날아서 자동차 머리에 꽝 하고 받혔겠지. 참새 한 마리 치고 간 자동차는 몰랐을까. 느끼지 못했을까. 참새가 워낙 작으니 새 한 마리 친들 받는들 몰랐을까. 참새는 머리 한쪽이 찌부라진 채 죽었다. 아이들한테 참새 주검을 보여준다. 첫째 아이가 참새 주검을 쓰다듬어 주고 싶단다. 아이가 살살 쓰다듬는다. 나도 살살 쓰다듬는다. 마침 ‘열녀비’가 선 앞에서 죽었기에 열녀비 앞 풀섶에 살며니 놓는다. 네 몸은 슬프게 죽었어도 네 넋은 기쁘게 날갯짓하는 곳에 갔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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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03 07:25   좋아요 0 | URL
요즘 참새 멸종위기에 처해서 그런지 참새 구경 많이 못한다고들 하던데..
저런~~ㅠ
어찌 '열녀비'앞에서 죽었는지??

숲노래 2012-07-03 08:24   좋아요 0 | URL
시골에는 어디에나 아직 참새가 많지 싶어요. 그래도 농약 치는 마을에서는 참새도 몹시 힘들 테지요...

BRINY 2012-07-03 09:49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도 제비는 없어도 참새는 보이더라구요.
교회 옆에 참새가 모이는 나무가 있는데, 다 모이는 날은 아주 시끄러워요.

에고, 어쩌다 차에 치어서 죽었니, 참새야.

숲노래 2012-07-03 14:14   좋아요 0 | URL
고운 노랫소리로 생각해 주셔요~~~ :)
 

자전거쪽지 2012.7.1.
 : 자전거 타며 쓰는 시

 


- 저녁나절에 두 아이 태우고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후덥지근한 여름에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마실을 하면 땀이 철철 흐른다. 수레에 앉은 아이들은 어떠할까. 아버지가 싱싱 달리는 수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구름 가득한 여름하늘 올려다보고는 눈과 마음을 쉴 만할까.

 

- 면소재지 가는 길에는 둘째가 꾸벅꾸벅 졸다가 누나 어깨에 기대어 잠든다. 다섯 살 누나는 두 살 동생이 바람 덜 쐬라며 옷을 잘 여미어 준다. 수레에서 동생이 잠들 적에 첫째 아이더러 옷을 목까지 올려 주라고 늘 말하곤 했는데, 곁에서 동생이 잠든 모습을 보고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동생을 잘 챙긴다. 그런데, 면소재지에 들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누나가 잠든다. 어째 조용한가 싶더니 첫째 아이가 고개를 까딱까딱 하다가는 동생 어깨에 기댄다. 동생은 누나 머리가 무거운가. 집에 거의 다 닿을 무렵 까악까악 하면서 운다. 마지막 비알에서 용을 쓰며 둘째 아이한테 얘기한다. “보라야, 네가 잠들 때면 누나가 언제나 어깨를 빌려 주거든. 너도 네 누나가 잠들었을 때에 어깨를 빌려 줘. 누나 몸이 무거워? 이제 집에 다 왔으니까 조금만 견디어 줘.”

 

- 이마를 타고, 등을 타고, 가슴을 타고, 팔뚝을 타고, 줄줄 흐르는 땀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시를 읊는다. 바람아, 바람아, 네 가장 고운 목소리를 뽑아서, 이 자전거에 함께 타고 달리는 우리 예쁜 아이들한테, 네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렴, 하고 시를 읊는다. 여러 차례 혼잣말로 되읊는다. 집에 가서 싯말을 가다듬자고 생각한다. 숨이 턱에 닿는다. 하늘을 보고 들판을 본다. 구름이 얼마나 넓고 두껍게 깔렸는가 올려다본다. 몸은 고단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나와 이렇게 달리니까, 저 멧자락 꼭대기마다 가득가득 걸친 구름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츰 푸른 빛이 짙어지는 들판을 느끼고, 푸른 들판 내음을 곱게 담아 부는 바람을 느낀다. 자동차 없는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니 좋다. 이 길에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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