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8.15.
 : 앞으로 큰아이 탈 이음자전거

 


- 이음자전거를 얻다. 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이제 자전거수레에 두 아이 모두 태우기에는 좁구나 싶어, 큰아이는 따로 이음자전거를 마련해서 태우면 좋으리라 생각해, 여러모로 알아보려는데, 고마운 이웃이 이음자전거를 우리한테 물려주시기로 했다. 골판종이 상자로 곱게 싸서 화물로 우리 집에 온다. 상자를 하나하나 뗀다. 큰아이는 이음자전거 손잡이에 달린 ‘무당벌레 딸랑이’를 만지고 싶다. “무당벌레가 있네. 날개가 하나 없네.” 하고 말하며 딸랑딸랑 한다. 작은아이는 곁에서 누나가 무얼 하는가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작은아이도 큰아이처럼 딸랑놀이를 하고프지 않을까.

 

- 이음자전거를 자전거와 수레 사이에 붙여 본다. 큰아이가 타기에는 아직 높다. 옆지기더러 한 번 앉으라 하는데, 어른이 타기에는 낮다. 옆지기가 이음자전거에 탈 수 있으면 네 식구 나란히 마실을 다닐 텐데 싶지만, 옆지기는 옆지기 자전거를 타면 되지. 앞으로 큰아이가 이음자전거에 타고 작은아이 혼자 수레에 앉으면, 면이나 읍으로 마실을 다닐 때에 짐을 싣기 한결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이윽고 큰아이는 제 자전거를 따로 받아 홀로 씩씩하게 달릴 수 있겠지. 언제쯤 이렇게 될는지 모르지만, 머잖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튼튼한 어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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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31 12:21   좋아요 0 | URL
자전거 참 특이하네요
큰 아이 얼굴이 참 사랑스럽군요 둘째는 넘 귀엽고요

숲노래 2012-09-01 00: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타는 이음자전거예요. 뒤에서 발판을 굴려 주면 한결 수월하게 잘 나갈 수 있답니다.
 

자전거쪽지 2012.8.14.
 : 바람 넣고 싶은 큰아이

 


- 우체국에 가려는데 자전거 앞바퀴에 바람이 빠졌다. 왜 빠졌을까? 아무튼 바람을 넣어야 자전거가 굴러가니까 바람넣개를 꺼낸다. 꼭지를 바퀴하고 잇는다. 이때 큰아이가 바람을 넣어 보겠다고 말한다. 그래? 그럼 넣어 보겠니? 처음에는 몇 차례 낑낑대며 바람을 넣지만, 이내 힘이 모자라 더는 바람넣개를 밀지 못한다. 곁에서 작은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누나 하는 양을 지켜본다. 아이가 바람넣개로 씨름하는 동안 나는 이것저것 챙긴다. 가까운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작은아이 바지하고 기저귀를 챙기고, 아이들 마실 물을 챙긴다. 큰아이가 더는 못하겠다고 할 무렵 바람넣개를 물려받는다. 쉭쉭 바람을 채운다. “나는 아직 못해. 아버지는 할 수 있어.” 그러나 너도 머잖아 자전거에 바람을 넣을 수 있단다.

 

- 우체국으로 간다. 두 아이는 우체국 계단 언저리를 타며 논다. 새로운 놀거리를 만났구나. 나는 편지와 소포를 부친다. 아이들은 계단 언저리에서 마냥 즐겁게 논다. 놀 때까지 마음껏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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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8.12.
 : 자전거수레를 손질하다

 


- 어제(8.11.)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는 우리 마을 뒷산인 천등산 자락을 올랐다. 비알이 꽤 가팔랐지만 그리 높지 않은 길인 만큼 얼마든지 갈 만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길은 퍽 힘들었고, 힘든 길을 용을 쓰며 오르다가 자전거수레가 망가졌다. 오늘은 자전거수레를 손질하기로 한다. 이 수레를 못 쓰면 면소재지로 나다닐 수 없다.

 

- 두 아이는 마당 고무통에 물을 받아 물놀이를 시킨다. 나는 땡볕을 받으며 수레를 손질한다. 먼저, 끊어진 버팀끈을 바느질로 꿰맨다. 다음으로 수레 앉는 자리 밑바닥을 노끈으로 친친 감는다. 아이 둘 아닌 어른이 앉아도 무너지지 않게끔 튼튼히 묶는다. 아이들 엉덩이가 안 아프도록, 아니 아이들 엉덩이가 폭신하다고 느끼도록 촘촘히 묶는다.

 

- 자전거수레를 만드는 회사에서 처음부터 바닥을 더 튼튼히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버팀끈 두 줄로는 오래 못 버틸 노릇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런 손질은 자전거수레를 쓰는 사람들 스스로 해야 할는지 모른다. 회사나 공장은 물건을 만들어 팔 뿐, 어떻게 알뜰히 쓰는가를 헤아릴 겨를은 없을 테니까.

 

- 수레 손질이 끝날 무렵 아이들은 고무통에서 나온다. 평상에 알몸으로 올라와서 아버지가 무얼 하나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제 다 고쳤어! 어디 한번 타 볼까? 탈 만한 좋은 느낌인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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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8.11.
 : 숲길을 달린 자전거수레

 


- 아이들과 천등산을 오른다. 아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고, 아직 옆지기를 만나기 앞서, 나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수레에 책을 200∼300권쯤 싣고 아홉 시간을 낑낑 달리곤 했기에, 두 아이 태우고 천등산 멧길을 오를 수 있으리라 여긴다.

 

- 막상 두 아이 태우고 멧길을 오르자니 꽤 힘이 부친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오른다. 오르막을 얼추 올랐다 싶을 무렵, 큰아이가 내려서 달리고 싶다 말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달리거나 걷을 때에 더 빠른 듯하다고 느끼나 보다. 다른 한편으로는 큰아이가 아버지 다리힘을 헤아리며 수레에서 내리겠다는 뜻이 되겠지.

 

- 큰아이가 내린 수레는 한결 가볍다. 그렇지만 자전거로만 이 길을 오르기에도 퍽 벅찰 만하다고 느낀다. 어쨌든, 끝까지 다 오른다. 온몸은 땀으로 젖는다. 그리 높지 않은 멧자락이지만, 이러한 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일이란 여느 일은 아니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아이들한테 물을 먹이고 나도 물을 마신다. 이제는 내리막을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여기며, 오늘 새로 가려는 길로 접어든다.

 

- 처음에는 즐겁게 내리막이다. 그런데 이내 흙길이 나오고 풀섶이 우거진다. 게다가 오르막으로 바뀐다. 이게 뭔가? 고흥군에서 만들어 나눠 주는 길그림하고 다르잖아? 고흥군 길그림에는 포두면으로 이어지는 ‘포장된 길’로 나오는데. 기어를 낮추고 또 낮춘다. 처음 멧길을 오를 때보다 훨씬 버겁다. 흙길에 풀섶이 우거진데다 비알이 지니 자전거가 달리기 아주 나쁘다. 씩씩하게 흙길을 한참 헤치며 지나니 비로소 시멘트길이 나온다. 그런데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린다. 무슨 갈림길인가 하고 왼쪽으로 가 본다. 아주 가파른 비알길이라 자전거에서 내려 미는데, 자꾸자꾸 뒤로 쏠린다. 이러다가 수레가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꿋꿋하게 버티며 위로 올라간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숲속 절집이 나타난다. 어라. 이 길은 절집 가는 길? 길그림에도 안 나오는 자그마한 암자 같은 절집이 나온다.

 

- 하는 수 없이 돌아선다. 이제 비탈길 내리막을 브레이크 꽉 잡으며 아주 힘들게 내려온다. 자전거에 탈 수 없다. 두 다리로 가까스로 버티듯 천천히 내려온다. 아까 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아직 비탈이 너무 가팔라 자전거에 탈 수 없다. 몇 분쯤 낑낑대듯 자전거를 버틴 끝에 자전거에 오른다. 내리막이 아주 무시무시하달 만큼 길다. 수레에 탄 아이들은 비로소 시원한 바람을 쐰다. 더운 날 아버지하고 애먹는다.

 

- 우리 동백마을하고 이웃한 봉서마을로 내려온다. 길그림에 잘못 나온 길을 몸으로 잘 익힌다. 작은아이는 어느새 잠들었다. 작은아이 몸이 자꾸 앞으로 쏠리기에 자전거를 세운다. 작은아이를 뒤로 반듯하게 누이려 하는데 안 된다. 왜 그런가 하고 살피니, 자전거수레를 버티는 끈 한쪽이 끊어졌다. 아까 비탈길에서 용을 쓸 무렵 무게를 버티지 못한 듯하다. 너무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수레도 아주 힘들었나 보다.

 

- 수레에 아이들 앉는 자리를 버티는 한쪽 끈이 끊어졌어도 어찌할 길이 없다. 게다가 작은아이는 잠들었다. 면소재지까지 가기로 한다.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며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떻게 고쳐야 할까. 버팀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면 노끈을 사서 아이들 앉는 자리 밑에 촘촘하게 대면 어떨까 싶다. 마을 어르신들이 경운기 앉는 자리를 으레 노끈으로 친친 감아 앉곤 하던데, 이렇게 끈으로 감으면 될까 싶다. 면소재지에 닿아 철물점에 들러 노끈 한 타래를 오천 원 주고 장만한다.

 

- 집에 닿기까지 작은아이는 깨지 않는다. 집에 닿아 작은아이를 살살 안아 방에 누인다. 큰아이도 나란히 잠들었다. 큰아이도 가만히 안아 방에 누인다. 오늘은 고단해서 자전거수레 손질을 못한다. 이듬날 하자.

 

 

아직까지 멀쩡한 자전거수레. 곧 작은아이 앉은 자리 버팀끈이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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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7.25.
 : 이웃집을 찾아서

 


- 장마가 지나가면서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든다. 한낮에는 삼십∼삼십일℃까지 오른다. 이런 날씨에는 들길을 걷든 자전거를 달리든 하기 퍽 어렵다. 아이들도 마당에서든 바깥에서든 뛰놀기에 그리 좋지 않다. 한낮이 지나며 해가 천천히 기울 무렵 자전거마실을 하면 좋으리라 생각하며, 낮 네 시 넘어 이웃집을 찾아 아이들이랑 다녀오면 어떠할까 하고 헤아린다. 엊그제 ‘고흥 생태문화모임’에서 만난 포두면 중흥마을에 사는 분들 집에 다녀오기로 한다.

 

- 길그림을 살피며 이웃집이 어디쯤 있는지 어림하기는 하지만, 막상 이웃집 전화번호는 모른다. 애써 찾아가도 집이 비었을는지 모르고, 불쑥 찾아가면 뜬금없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웃집에도 아이 둘이 있고 우리 집에도 아이 둘이 있으니 서로 사이좋게 놀기를 바라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이웃집에 드리려고 책을 예닐곱 권 챙겨 수레에 담는다.

 

- 동백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오른갈래이든 왼갈래이든 살짝 내리막이다. 마을에서 나오기에는 수월하다. 거꾸로 마을로 돌아오자면 살짝 오르막이니 조금 힘들겠지. 동백마을을 벗어나며 큰길에 접어드니 이제 자동차가 조금 많다. 우리 마을 둘레에는 오가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 아주 조용하다. 아이들은 우리 마을 둘레에서 자전거를 달릴 때에는 노래도 부르고 종알종알거리기도 하지만, 큰길로 접어들고부터는 자동차 소리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 봉서마을부터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 된다. 봉동마을과 고당마을 옆을 지나는 비봉산 자락을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며 넘자니 꽤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이만 한 고갯길이야 영차영차 기운을 내며 넘는다.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다닌 오랜 다리힘이 씩씩하게 고갯길을 넘는다. 오늘은 노래도 한 가락 부르며 넘는다.

 

- 고당마을을 지나며 비로소 내리막이 된다. 한숨을 돌린다. 그렇지만 세동세거리를 지날 때에는 다시 오르막. 시골길이니 오르내리막이 잇달아 나오겠지. 힘내자, 기운내자, 하고 스스로 외치면서 발판을 꾹꾹 눌러 달린다. 뜨거운 햇살에 아이들이 고단하지 않도록 얼른 그늘진 쪽으로 달리자고 생각한다. 한동안 땀을 쪽 빼고서야 비로소 길두리 덕촌마을 옆 내리막을 맞이한다. “자, 아이들아, 이제 시원한 내리막이야.” 안동마을을 지나고 포두면 소재지에 닿기까지 신나게 내리막이다. 거꾸로, 이따 돌아올 때에는 길고긴 오르막이 될 텐데,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신나게 내리막을 즐긴다. 자전거로 달리는 한여름 내리막길은 아주 시원하다.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쐬려고 힘겹게 오르막을 오른다.

 

- 한 해 내내 길바닥을 자꾸 파헤치고 또 파헤치는 포두면 소재지를 지나가는 길이 까다롭다. 외통수 길인데 이 길을 왜 자꾸 파헤칠까. 커다란 짐차 뒤에 서게 되기에, 길 한켠에서 살짝 쉬기로 한다. 큰 짐차이며 다른 자동차가 지나갈 때까지 쉬며 아이들한테 물을 준다. 포두면 소재지를 지나 장수마을 세거리까지는 15번 국도. 길섶은 그리 안 넓고, 고흥군에서 이 길은 자동차가 제법 많이 다닌다 할 만하다. 나로섬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자동차가 이 길로 지나가고, 도화면으로든 지죽리나 발포리로든 다 이 길을 지나가야 하니, 이 15번 국도에는 자동차가 꽤 많다. 그러나, 이 길을 다니는 자동차는 다른 시골이나 도시로 치자면,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닌다고 할 만하다.

 

- 장수마을 세거리에서 상호리 평촌마을로 꺾는다. 이제부터 자동차 소리가 사라진다. 호젓한 시골길로 접어든다. 다시 바람소리를 듣는다. 다시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듣는다. 나도 아이들도 한결 느긋하게 길을 달린다. 곧 중흥마을 어귀에 이르고, 마을 느티나무 밑에서 한 번 더 쉰다. 다 왔다. 마지막으로 아이들한테 물을 준다. 우람한 느티나무 그늘에서 백 미터 즈음 더 가니 이웃집이 보인다. 맨 먼저 이웃집 개들이 컹컹 짖으니 반기고, 수레에서 내린 큰아이가 대문에 대고 “언니 있어?” 하고 부른다.

 

- 나는 오십 분 즈음 쉬면서 땀을 들이고, 두 아이는 두 아이대로 이웃집 아이들하고 섞여서 논다. 오십 분 놀이란 성에 차지 않으리라. 다음에는 더 넉넉히 놀도록 할게. 오는 길도 있고, 가는 길도 있으니까, 이 더위가 조금 꺾이면 더 일찍 길을 나서면, 한결 오래 놀 수 있어.

 

- 이웃집을 찾아온 길을 거슬러 달린다. 길두리 덕촌마을 한쪽에 자그맣게 선 팻말이 보여 자전거를 멈춘다. ‘POSCO 패밀리수련원’이라 적힌 팻말인데, 무엇을 하는 데인지 궁금하다. 포스코라는 회사는 고흥군 외나로섬에 무시무시한 화력발전소를 지으려 한다. 이들은 화력발전소를 지을 생각으로 퍽 일찍부터 고흥군으로 들어와서 여러모로 알아보았을까. 어여쁘고 맑은 마을에 ‘도시 위해시설’을 지으려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사라질 수 있기를 빈다.

 

- 집에 닿을 무렵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잠든다. 아주 곯아떨어진 듯하다. 큰아이도 졸린 눈치이지만 졸음을 꾹 참는다. 그냥 자면 좋을 텐데. 그냥 자고 집에 다 와서 일어나도 좋을 텐데. 어쨌든, 11킬로미터 길을 가는 데에 38분, 돌아오는 데에 44분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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